상아
象牙 | Ivory(아이보리)
1. 개요
'''상아'''는 코끼리 상(象)에 어금니 아(牙) 자로, 코끼리의 코 양옆으로 길게 튀어나온 엄니를 가리킨다. 엄니란 "크고 날카롭게 발달하여 있는 포유류의 이"란 뜻으로, 치아의 해부학적 분류와 상관 없이 다른 치아에 비해 크고 날카롭게 발달한 동물의 치아를 일컫는다. 흔히 길다란 생김새 때문에 송곳니로 알거나[1] 엄니[2] 라는 단어를 착각해서 어금니로 생각하기 쉽지만, 상아는 본래 앞니의 일종이다. 한자로는 코끼리 상, 어금니 아를 쓰니 맞지 않는다. 설치류의 앞니처럼 따로 뿌리를 가지지 않고 나이에 따라 끝없이 자라난다.
영어로는 elephant tusk(코끼리 엄니), 또는 ivory(아이보리)라고 하는데, 패션 디자인 등에서 사용하는 '아이보리 색'(상아색)의 기원이 바로 이 상아의 색이다.
2. 상세
적을 공격하거나 수컷끼리의 싸움에 쓰인다.[3] 상아는 꽤 튼튼해서 칼 같은 위력을 가지고 있다. 인도나 아프리카에서 코끼리가 날뛰면서 상아로 사람을 찌른 경우가 꽤 목격됐으며, 사람을 창으로 뚫어 죽이듯이 상아로 꿰뚫어 죽이는 일도 벌어진 적이 있다. 그 외에 땅을 파서 무기염류나 지하수를 찾는 데도 쓰인다. 아프리카코끼리는 암수 모두 상아가 있지만, 아시아코끼리는 대부분 수컷에게만 상아가 있고 대다수의 인도코끼리 암컷에는 상아가 보이지 않는다. 이는 암컷의 상아가 자라는 속도가 너무 느려서 겉으로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아시아코끼리의 상아는 연해서 가공이 쉽지만 변색이 잘 된다고 한다.# 그래서 아프리카코끼리 상아의 상품성이 아시아코끼리보다 좋다고 한다.
상아가 귀중품으로 취급되며 밀렵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이유는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흰색이면서 극히 가공하기 쉬운 소재이기 때문. 한마디로 공예 소재로서 아름다우면서도 다루기가 쉽기 때문이다. 지나치게 무르지도, 단단하지도 않으며, 적당한 크기와 무게, 도색에 적합한 살짝 습기를 먹는 성질 등등. 현대에 나와있는 대체 소재들도 상아의 이러한 특징을 완벽하게 만족시키고 있지는 못하는 만큼, 과거에는 정말로 대체 불가능한 물건이었던 것이다. 현재도 완전하게 대체재들로 대체가 되고있는 것은 아니라, 지구상의 모든 코끼리를 잡아죽여 상아를 채취해봤자 전체 수요의 절반도 채우지 못하는 수준이라고 한다.
상아의 구조만 놓고 보면 인간의 치아와 별다를 게 없다. 치수강과 에나멜질, 상아질 모든 특성이 다른 동물들과 일치한다. 이 중 단단한 에나멜질은 흔히 도장이나 공예품, 피아노 건반 등으로 사용했으며, 상대적으로 연한 상아질 부분은 당구공을 만드는 데 사용했다. 상아로 만든 당구공은 그럭저럭 완전탄성충돌에 가까울 정도로 탄성계수가 높아서 즐겨 사용되었다고 한다. 상아 수급 부족이 일어나자 당구공을 만드는 데 새로운 물질을 제안하는 사람에게 거금의 상금을 준다고 회사에서 모집까지 했을 정도.[4] 물론, 현대에는 단가 문제도 있고, '''코끼리 자체가 보호종이 되며''' 훨씬 성능이 좋은 합성수지를 사용한 당구공이 사용된다.[5][6] 도장의 경우 시간이 지날수록 인주의 물이 들기 때문에 해포석으로 만드는 파이프 담배처럼 색이 점차 붉은색을 띠게 되어 아름답다고 한다.
3. 밀렵 문제
코끼리를 밀렵하는 이유의 거의 99%가 바로 상아 때문이다. 지금은 멸종위기에 몰려 밀렵을 금지하고 있고, 밀렵꾼을 막기 위한 군대까지 조직하여 코끼리 보호에 힘쓰고 있다.[7] 국제적으로도 상아를 수출하거나 수입하는 것이 금지된 상태이지만, 코끼리 밀렵과 상아 밀거래는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데, 특히 아프리카가 심각하다. 아프리카코끼리의 상아가 가장 품질을 높이 쳐 주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는 이유는 아프리카의 대다수 국가들이 경제적 문제나 내전 등으로 인해 제대로 된 국가통제력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직도 반군, 군벌 세력이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코끼리를 밀렵하여 상아를 채취를 하고 있으며, 아프리카의 반군은 자금 확보를 위해 코끼리뿐만 아니라 많은 아프리카의 희귀 동식물을 밀수, 밀렵하는 것으로 유명하다.[8] 아프리카의 국가들이 제대로 된 통제력을 발휘하지 못 하는 상황에선 이러한 밀렵도 계속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크고 좋은 상아를 가진 코끼리일수록 가장 먼저 사냥당하고, 오히려 상아가 작거나 없는 코끼리만이 사냥을 피해 살아남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계속된 밀렵으로 이런 상황이 계속 되다 보니, 현재는 상당수의 아프리카코끼리 암컷이 상아 없이 태어나고 있다.# 원래 암컷 코끼리에 상아가 없는 경우는 아시아코끼리에서만 볼 수 있었으나 인간의 횡포 때문에 점점 모든 품종으로 옮아가고 있는 것이다. '인간의 밀렵'이라는 상황에 적응한 코끼리의 진화, 이를 다윈의 자연선택설에 빗댄 인간선택설[9][10]
아프리카 국립공원에서 코끼리 개체수가 너무 많아졌을 때 적법하게 죽인 코끼리들의 상아, 밀렵꾼들을 피해 일부러 야생 코끼리를 마취시키고 상아만 켜낸 것을 쓰기도 하지만 수요를 채우기엔 역부족이다. 코뿔소도 비슷하게 하고 있는데, 뿔의 끝 부분이 사람의 손톱과 비슷한 재질(피부가 변한 것)로 되어 있어 자른다 해도 후속조치를 잘 하면 다시 자란다. 그러나 이 경우도 새끼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 해 맹수들에게 새끼를 잃는 경우가 많다는 주장도 있어 논란이 많다.
이 때문인지 애꿎은 일각고래가 희생되고 있는 풍선 효과를 낳기도 했다.
4. 대체재
요즘은 상아를 대신 할 다양한 대체재를 연구/활용중인데[11] 그 중 하나가 바로 '''시베리아에서 캐낸 매머드의 상아'''였다.# 생각보다 오래전부터 사용된 물건인데, 알렉산더 대왕도 흙 속에서 뽑아낸 상아라 불렀다는 기록이 있다. 애초에 코끼리 친척이기도 하고 현미경으로 들여다보아도 큰 차이가 없어 가장 애용된다고 한다. 코끼리를 남획하면 멸종 할 수도 있지만, 매머드는 '''이미 멸종한 동물'''이다보니 별다른 규제도 없다. 하지만 이것도 고생물학계에서 고민인데, 상아만 채취하고 사체는 썩게 내버려둬 버리고, 발굴 과정에서 다른 동물의 사체도 파해쳐졌기 때문이다.
그 외에 마스토돈 화석의 상아나 공룡 화석의 공룡 이빨 , 사슴의 뿔이나 뼈, 멧돼지나 하마, 바다코끼리, 고래의 이빨[12] , 상아야자라는 아마존강의 야자나무 열매에서 추출한 천연물질인 코로조나 상아야자(Tagua)의 단단한 배젖 등이 널리 활용되고 있다. 상아야자 역시 열매가 열린 초기에는 일반적인 야자와 마찬가지로 물이 들어있지만, 자랄수록 점점 젤리형으로 굳어지다 최종적으로 단단하게 굳어서 상아와 비슷한 색과 질감으로 변한다. 일명 식물성 상아. 현재 가장 많이 쓰이는 상아 대체재라고 한다.
5. 여담
아프리카에 있는 코트디부아르(Côte d'Ivoire)라는 나라 이름은 프랑스어로 “상아 해안”이라는 뜻이다. 유럽인들이 상아를 주로 수출 하던 곳이라는 뜻. 영어로는 이 나라를 '아이보리 코스트(Ivory Coast)'라고 부르며, 실제로 한국에서도 옛날 책에는 코트디부아르의 국명을 직역하여 상아 해안이라고 적기도 하였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는 코끼리 상아 밀매에 중국이나 베트남 같은 아시아 몇몇 나라가 원인이라는 분석도 한 바 있다. 순수 상아 세공품 부적이 복을 가져온다고 하여 엄청 비싸게 팔린다고. 당사국들도 문제를 인식하고 있는지 중국 정부는 2016년 12월 31일, 2017년 내에 상아 매매를 금지하고 상아 가공 공장을 폐쇄하겠다고 발표했다. # 뒤이어 2018년 1월에는 홍콩의 상아 거래소 또한 2021년을 마지막으로 영업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 중국이 세계 상아 수요의 70%를 차지하고 있는만큼 코끼리 보호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상아 매매를 금지한 이상 현재 상아 매매는 대부분 일본에서 이루어진다.[13] 문제는 일본이 포경 문제에 대해 철면피로 일관하는 것처럼 상아 시장에 대해서도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게다가 상아와 관련된 문제로 일본은 다른나라와 갈등을 겪고 있고 아프리카 국가들도 비판했다.# 이렇게 일본이 상아에 대해서 어물쩍 넘기는 데에는 도장업계의 입김 때문이라는 것이 정설로 일본의 행정처리가 아날로그틱한 것과도 연관이 있다.
[1] 멧돼지, 바다코끼리 등은 송곳니가 길게 자라 엄니가 되는 것과 달리 상아는 앞니라는 점이 특징이다.[2] 어금니의 경상지역 방언이기도 하다.[3] 근데, 이게 점점 옛말이 되아가고 있다[4] 이 광고를 본 베이클랜드라는 미국의 발명가가 플라스틱의 시초가 되는 베이클라이트를 발명했으나 애석하게도 상금은 받지 못했다.[5] 애초에 상아 당구공도 내부가 균일하지 않아서 중심이 안맞기도하고 시간이 지나면 모양이 구형에서 달걀 모양으로 조금씩 변했고 표면이 갈라졌다. #[6] 마찬가지로 향유고래 기름도 질이 좋지만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다만, 경뇌유는 아직까지 완전히 대체할 물건이 없다고.[7] 다만, 개체수 조절을 위해 극히 일부를 부득이하게 사살하기는 한다.[8]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취재에 따르면, 감춰진 위치만 대략 알면 금속 탐지기를 동원해서 찾을 수 있는 금보다 훨씬 낫다. 그래서 여기저기에 상아를 감춰 두고 보험으로 삼는다고. 21세기에도 보물섬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9] 인간 선택이라는 말 자체는 '종의 기원' 맨 첫 장에 비둘기 품종들을 소개하면서 이미 했던 적이 있다.[10] 사실 인간선택같은 거창한 말을 쓰지 않아도 이 또한 그냥 자연선택의 사례 중 하나일 뿐이다. 피식자가 포식자에게 선호받지 않는 방향으로 진화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고, 이 사례에서는 그 포식자의 위치에 인간이라는 동물이 있을 뿐이다. 이 사례에서는 겨우 수 세대만에 인간의 눈에 그 변화가 보일 정도로 큰 상아라는 것이 생존에 매우 불리한 형질이 된 경우이다.[11] 플라스틱의 발명 동기 중 하나가 바로 이 상아를 대체하기 위한 것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초기 당구공의 재료로 상아를 썼는데, 값이 비싼데다 구하기 힘들어 대체재를 찾다가 만들어진 게 최초의 플라스틱이라 할 수 있는 셀룰로이드였다. 그러나 셀룰로이드는 니트로셀룰로오스를 원료로 한 탓에 툭하면 시밤쾅하기 일쑤여서 결국 사용이 금지됐다.[12] 문제는 바다코끼리나 고래도 보호종이라는 것. 사실 고래 이빨의 역사도 제법 긴 게, 과거 석유가 대중화되기 이전 포경업이 그 자리를 차지할 때 서양 포경선의 선원들이 이를 사용해 갖가지 수공예품을 만들곤 하였다.[13] 한국의 경우는 상아 자체를 잘 안 써서 시장이 활발하진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