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목민심서

 


小說 牧民心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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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판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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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목민심서'는 소설가 황인경[1]이 1992년에 쓴 소설이다. 정약용의 일생을 전반을 비추며 그 시대의 굵직한 사건들을 다루고 있다.
황인경은 1984년 데뷔하고 '입춘 길목에서'로 월간문학 신인상을 수상했다. 그 이후 1989년에 '집게벌레'로 방송작가협회 우수상을 수상한 것 외에는 이렇다 할 이력이 없었다. 그 동안에 뭘 했느냐 하면 바로 이 소설을 위해 10여 년 동안 칩거하며 정약용의 생애를 추적하고 취재 조사를 벌였다는 것. 작가가 후기에도 적어 놓았고 실제로 적혀 있는 참고문헌도 상당한 양이다. 그리고 소설 목민심서 발간 이후 다시 또 10여 년 간 잠잠하다가 2007년 고선지 장군을 주제로 한 장편소설을 내놓았는데 목민심서에 비해서는 반응이 많이 적은 편...이랄까 목민심서의 경우는 상당히 많이 팔린(현재까지 650만 부 이상) 인기소설 축에 속한다. 단점은 소설 후반부에 들어서 주역 해석으로 분량을 치중해 그전까지 재밌게 읽었던 독자들도 이 후반부에서 떨어져나가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특이하게도 정약용뿐만 아니라 복자 정약종 아우구스티노의 순교, 정약전의 귀양살이와 자산어보 집필과 같은 형제들의 삶, 그리고 정약용과 관계 있는 인물들, 예컨대 정조의 회상을 통해 홍국영, 사도세자를 다루기도 한다. 이처럼 극중 인물들의 상황을 빌어 숙종대부터 순조까지 상당히 폭넓은 시기를 다룬다. 다만 서용보와 심환지, 그리고 정조와의 관계는 21세기 들어서야 심환지가 정조의 숨은 심복이었다는 것이 밝혀졌으므로 이들 인물관계는 종래의 학설에 따라 작가의 상상 역량으로 채우고 있다. 원래 역사소설은 실제 역사를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띄엄띄엄한 부분을 재해석하고 채워놓는 게 묘미다. 예컨대 고우영 삼국지에서 관우제갈량을 살짝 탐탁찮게 생각하는 라이벌 관계였다든가... 다른 역사소설처럼, 이 소설의 내용이 정약용과 그 형제들의 실제 이야기로 잘못 알려진 사례도 있다. 가령 정약전의 자산어보 원본이 소실된 이유가 집안 하인의 실수[2] 때문이라거나, 정약용이 강진 유배 생활 때 주모의 딸과 사귀어서 자식을 얻었다는 이야기 등이 그것.
보통 흥미있는 역사소설이라면 반드시 끼워넣는 전쟁, 정치적 암투, 영웅일대기적 구도 등이 없으면서도 매우 흥미진진한 극소수의 소설 중 하나이다. 군상극적인 면을 많이 띄고 있다.


[1] 1956년 서울 출생의 여류소설가.[2] 정약전의 장례를 치룬 후 유품을 선산의 산지기가 잠시 보관하고 있었는데 산지기의 아들이 장가를 가자 자산어보를 비롯한 정약전의 책을 뜯어다가 신혼방에 도배를 해버렸다고 표현한다. 그나마 자산어보는 정약용과 자식들이 필사로 베껴서 보존한 것으로 묘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