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마일 섬 원자력 발전소 사고
'''Three Mile[1] Island Accident'''[2]
[clearfix]
1. 개요
1979년 3월 28일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 미들타운에서 일어난 멜트다운 사고. 국제 원자력 사고 척도로는 시설외까지 위험을 수반한 사고(레벨 5)로, 윈드스케일 화재와 같은 등급이다.
가압수형 원자로이며, 대한민국에서도 같은 종류가 기동 중이다.[3]
당시 스리마일 섬에는 총 2개의 원자로가 건설되어 있었고 원자로의 유형은 가압수형 원자로였다. 가압수형 원자로의 경우 압력을 가한 물을 원자로 냉각재 및 중성자 감속재로 사용하기 때문에 이 물이 끊임없이 순환되도록 유지하여 끓지 않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스리마일 섬 사고의 경우 가장 중요한 급수 시스템에서 문제가 생겼던 것이 원인이다.
2. 사고 발생과 처리
사고를 발생시킨 최초원인은 뚜렷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자정 무렵 발전소 1호기의 핵연료 재충전을 위해 차단조치를 내렸고 여기서부터 꼬이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조치로 발전소는 2호기만 가동 중이었고 가동 내내 큰 문제가 없었는데 새벽 4시 무렵 주 급수 펌프가 고장나는 사고가 발생했다. 가압수형 원자로는 물 공급이 중요하기 때문에 주 급수 시스템이 뻗으면 보조장치가 바로 작동하여 위험한 사태를 피할 수 있게 설계되어 있었는데, 최초 보조급수 계통 밸브가 닫혀있었다. 정상시 보조급수 계통이 개방된 채로 가동되어야 하지만 당시 운전원이 개방이 되었는지 닫혀있었는지 알지 못했었다. MCR 내부 보조급수기가 닫혀있는지 열려있는지를 표시해주는 표시등이 표지판 같은 Tag에 가려져 운전원이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열려야 할 보조급수계통 밸브가 몇 개는 닫혀있었고, 열리지 말아야할 가압기 압력 방출 밸브가 개방된 상태는 아니었지만 미세한 누출이 있었는데 통제실 콘솔 표시등에는 수치가 정상수치 범위내로 표시되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 상황 속에서 ECCS(비상 노심 냉각 시스템)가 가동되어 원자로를 식히고 있었는데 이걸 정상이라고 판단한 운전원은 '''ECCS를 꺼버리게 된다.'''
당시 원자로 내 냉각수는 실제로는 줄어들고 있었지만, 계측기에는 냉각수 수위가 올라가는 것으로 표기되고 있었다. 정상상태에서 고압인 원자로 내 압력이 가압기 압력방출밸브의 미세한 누설로 압력이 빠지고 있었고, 압력이 떨어진 액체 상태의 물은 기체상태로 변하는 현상이 발생하므로 냉각수가 끓어오르고 있었다. 즉 액체와 기체 혼합물, 쉽게 말해 거품이 위로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있었는데 당시에 설치되어 있던 노심 수위 계측기는 '''이 거품을 판단할 방법이 없었다.''' 그 결과 압력이 떨어지는데도 수위는 올라간 것으로 계측되었고,[4] 운전원의 관점에서는 냉각수의 수위가 상승하고 있는 상황에서 비상 냉각수를 공급하면 안되므로 당연히 ECCS를 끌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다. 운전원 교육에서는 가압기 내의 냉각수 수위는 절반을 유지하도록 메뉴얼에 지정되어있으며 해당 수위가 가득차게 운전하지 않도록 교육했다.
운전원이 냉각수 수위를 절반으로 유지하도록 한 이유는, 가압수형 경수로에서 냉각수 가압장치는 냉각계통 전체를 통틀어서 유일하게 압축성 유체[5] 가 들어있는 구역이므로, 이 구역이 완전히 물로 가득찬다면, 냉각수 밸브 폐쇄 등으로 발생하는 갑작스러운 압력상승[6] 을 받아낼 방법이 없이 압력이 직접 원자로 압력용기를 가격하여 압력용기 파열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 작업자들은 노심융해의 위험성을 간과했는데, 그 이유는 이미 제어봉이 끝까지 내려와서 핵반응은 멈춘 상태였기 때문이다. 당시 작업자들은 오랫동안 해군용 가압수형 원자로 운전 훈련을 받아왔고, 함정용 원자로는 크기가 작아 핵반응 중지 후의 잔류방사능이 높지 않았기 때문에 잔류방사능의 열에 의한 노심융해 가능성이 없었다. 그러나 발전용 대형 가압수형 원자로는 잔류방사능의 열만으로도 노심융해가 충분히 가능했는데, 이 점을 당시 작업자들은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고, 해군용 원자로를 운전할 때처럼 냉각수 수위에만 온 신경을 곤두세웠고, 수위가 상승하자 ECCS를 꺼야만 한다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결국 최후의 보루인 ECCS마저 꺼져버리자 증기압력이 증가하여 파이프가 파손되고 원자로의 냉각수가 유출되기 시작했다. 게다가 원자로 온도가 치솟아 원자로 노심이 녹기 시작하면서 방사능 수치가 급상승하였다. 관계자들이 원인 파악을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사이 원자로 방호장비가 녹아 최악의 상황 직전까지 갔으나 16시간 만에 간신히 사고의 원인을 파악할 수 있었다. 천만다행으로 교대하는 운전원이 가압기 압력방출 밸브의 미세누설을 발견하고 보조 급수 펌프의 자동기동으로 변경하면서 최악의 사태는 모면할 수 있었다. 결국 수동으로 조작하여 밸브를 닫고 냉각 펌프를 작동시킨 후에야 간신히 사태를 진정시킬 수 있었다.
원인 파악이 늦어지는 바람에 노심의 절반 이상이 녹았다. 하지만 원자로가 파괴되거나 붕괴되는 사태는 일어나지 않아 인명피해도 없었고, 발전소 하나만 시원하게 말아먹었다.[7] 더불어 당시 1호기는 고장이 없었는데 2호기에서 사고가 나는 바람에 나란히 가동중지 조치가 내려졌으며 2호기는 1980년대 말까지 정화작업을 해야만 했다.
3. 후폭풍과 영향
발전소에서 사고가 발생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직후 주 정부에서는 인근 지역에 대피령을 내렸고 주민들은 충격과 공포에 휩싸여 미친듯이 탈출하였다. 다행히 누출된 방사능 수준이 자연 방사선량에 못 미쳐 민간인들의 피폭피해는 없었다. 하지만 미국 내에서 원자력 발전에 대한 불신감이 팽배하여 반원전 운동이 발생하였고 이에 오일 쇼크로 국면전환을 꾀하던 지미 카터 대통령은 더 이상의 원자력 발전소 건설은 없을 것이라고 선언하여 70여 개에 달하던 원자력 발전소 건설계획이 싸그리 휴지통으로 직행했다. 하지만 그러한 정책에도 불구하고 카터는 재선에 실패했다.
이후 원자력 발전소 건설은 정치권의 금기처럼 치부되다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30년~40년 만에 원자력 발전소 건설 재개를 선언하였는데, 하필 일본에서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가 일어나면서 반대가 격심해졌다. 일단 오바마 대통령은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그리고 2012년 2월, 조지아 주 보그틀(Vogtle) 원자력 발전소에 원자로 2기 증설이 최종 승인되었다. 건설될 원자로는 웨스팅하우스[8] AP1000이며, 기존의 원자로 1, 2호기는 2040년까지 2009년도에 수명연장되었다.
사고 발생 발전소는 2010년 1월에 1호기는 재운전을 시작했으며, 같은 달에 2호기의 발전기는 해체되어 노스캐롤라이나 주에 있는 시런 해리스(Shearon Harris) 원자력 발전소로 옮겨 설치되었다.
이후 원자로 겉에 붕소-10을 가득넣은 냉각수를 채우는 형태의 극히 안전한 원자로 설계가 나왔으나 도입비가 너무 비싸서 아무도 안 쓰려고 했다. 대신 이 설계개념은 현재도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우리나라 원전 같은 가압수로 원자로들이 이 개념에 착안하여, 이에 따라 가압식 원자력발전소 1차계통(핵연료가 직접 닿는 물)은 증류수가 아니라 붕산수이다. 원자로가 과열될 경우 냉각수가 냉각 뿐 아니라 중성자 흡수까지 하여 안전하게 하는 것. 더불어 이 사건을 악화시킨 수위 계측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압수형 원자로에는 냉각수의 실제 수위를 표시하는 계측장비 설치가 의무화됐다. 또한 MCR룸을 인체공학적으로 설계 하여 운전수가 MCR의 계측 표시기를 모두 확인할 수 있도록 설계를 변경하였다.
마침 사고 몇 주전에 나왔던 영화《차이나 신드롬》이 이 사고로 인하여서 대박을 터뜨렸다고 한다. 그리고 소련에서는 "양키들은 원자력 발전소 발로 돌리나요 ㅋㅋㅋ" 하다가 몇 년 후 '''초대형 사고'''를 치는 바람에 역관광당한 전적이 있다. 체르노빌은 스리마일 이후 발생한 사고이니 그렇다 치더라도, 소련은 그 이전에 더 높은 등급의 키시팀 사고를 일으킨 적이 있었다. 어쨌든 이 사고로 인해서 운전원 교육을 철저하게 시키는 등의 발전이 있었다.
이 사고로 인해 인명 피해나 환경 오염은 거의 없다. 따라서 다른 산업에서의 사고에 비하면 그 건강 및 환경 영향은 아주 미미하였다. 하지만 경제사회적인 영향은 컸으며 특히 원자력 산업계에 미친 영향은 막대했다. 이 사고로 미국은 1988년부터 2000년대 초반 오바마 행정부 이전까지 신규 원전 건설을 중단했다. 그 덕분에 한국에서 미국의 원자력 기술을 도입, 발전시켜서 원전 시장의 강자가 된 것은 덤.
USS 포레스탈 화재 사건처럼 사소한 우연이 겹쳐서 엄청난 사고가 일어나 버린 예이다.#
[1] 이 섬 크기가 3마일이라 스리마일이다[2] 줄여서 TMI 사고라고 부르기도 한다.[3] 참고로 후쿠시마 원전은 비등형이다.[4] 이는 훗날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에서도 이어진다.[5] 물은 비압축성 유체이다. 즉 압력변화에도 부피가 거의 변하지 않는다.[6] 이를 수격작용(Water Hammer)이라고 한다. 물이 나오는 수도관에서 꼭지를 갑자기 닫거나 보일러 온수밸브가 갑자기 닫힐 때 파이프에서 '텅' 하는 소리와 진동이 나는 원인이다. 수격작용은 종종 배관 파열사고를 일으킨다.[7] 이는 스리마일 원전 자체의 고유안전성 덕분이 컸다.[8] 도시바에 인수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