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류볼
screwball
1. 개요
투수의 구종 중 몇 없는 '''역회전 브레이킹볼'''이다. 투수의 구종을 크게 3가지로 분류할 때, 빠르게 채어 던지는 패스트볼, 회전을 줘서 휘게 하는 브레이킹볼, 회전을 덜 줘서 느리고 떨어지게 만드는 오프스피드 볼이 있다면, 스크류볼은 '회전을 줘서 역회전을 만드는' 구종이다. 쉽게 말해 슬라이더 혹은 커브가 반대 방향(역회전)으로 휘게 만든다고 보면 된다. 예를 들어 우완 투수라면 커브는 우타자의 몸쪽에서 바깥으로 변한다면, 스크류볼은 우타자의 바깥에서 몸쪽으로 변한다.
인체 구조상 궤적이 그렇게 강하게 꺾이게 만들수는 없지만, 생소함이 큰 장점이다. 타자는 대부분의 투수가 던지고 눈과 머리에 익은 공의 궤적 데이터를 경험적으로 갖고있는데(예를 들어 우타자는 우투수가 던진 변화구는 보통 바깥쪽으로 휠 것이며 몸쪽으로 오는 공은 패스트볼 계열만 생각) 그와중에 반대 방향으로 휘어 들어오면 치기 힘들기 때문이다.[1]
1.1. 멸종 위기
거의 사장되어가는 구종이다. 이유는 부상.
야구에서 투수는 부상에 가장 심하게 노출되는 포지션이며,[2] 특히 스크류볼은 특히 더 손과 손목을 반대쪽으로 비틀듯이 꼬아서 던지기에 팔에 큰 부담을 주는 구종이다.[3] 게다가 이후의 연구에서 투수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주는 행동은 공을 놓은 다음 팔의 회전 속도를 갑작스레 줄이려 하기 때문에 생긴다는 것이 밝혀졌는데, 스크류볼은 팔을 꼬기 때문에 다른 구종보다 더 팔 회전을 줄이는 동작이 필요하기도 하다.
스크류볼을 던진 많은 투수들이 부상으로 선수생명이 단축되거나 금새 은퇴해야 했다. 하루에 10여 개만 스크류볼을 던져도 팔이 아픈 걸 실감할 정도. 칼 허벨은 은퇴 무렵 '''팔이 완전히 돌아가서''' 차렷 자세로 가만히 서있으면 '''손바닥 위치에 손등이''' 있었다.[4]
요즘은 서클 체인지업이라는 대체재가 나와 대신 많이 사용하는 추세이다.[5]
1.2. 주요 선수
최초의 5인 중 한 명인 크리스티 매튜슨이 잘 던졌고(일명 '페이드어웨이'[6] ), 마이크 마셜은 스크류볼을 주무기로 사이영상까지 받았다.
그리고 멕시코 출신 페르난도 발렌주엘라에 의해 상당히 유명해졌다.
과거 스크류볼을 주무기로 사용했던 'King Carl' 칼 허벨은 253승 194패, 통산 평균자책 2.98을 기록하고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영구결번의 대투수다.
뉴욕 메츠의 존 프랑코가 유명했는데, 프랑코 본인은 스크류볼을 던지지 않았다, 스크류볼처럼 보인 구종은 사실 서클체인지업이었다고 증언했다.
2005년까지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했던 불펜투수 짐 메서도 스크류볼을 주무기로 활약했던 선수.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에서 퍼펙트 게임을 기록했던 댈러스 브레이든은 마이너리그에서 스크류볼러로 명성을 날리던 선수였으나, 메이저리그에 데뷔하면서 부상 위험으로 스크류볼을 최대한 봉인한 케이스. 뭐 그래도 요즘에는 간간이 던지곤 한다. 현역 유일의 스크류볼러. 브레이든이 은퇴하면서 오랫동안 스크류볼러가 나타나지 않았다.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스크류볼을 구사하는 유일한 선수는 LA 에인절스의 선발 헥터 산티아고... 였지만 그마저도 2014년 스크류볼 구사도를 0.4%로 줄였다. 또한 Pitching Genius라고 알려진 트레버 바우어도 2012년 마이너 시절에 스크류볼 구사율이 약 23% 정도 였지만 그도 역시 2015년 구사도를 0.2%로 줄였다.
2017년 탬파베이 레이스의 탑 티어 유망주 브렌트 허니웰 주니어가 스크류볼러의 계보를 이을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AAA에서 12승을 거두며 BA 전체 14위를 찍을 정도로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는 투수 유망주로, 퓨쳐스 올스타 게임에 나서 마구같은 스크류볼로 폭풍 삼진을 뽑아내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하지만 메이저 데뷔가 임박했던 2018년 시즌 전 스프링캠프 투구 중 팔꿈치에 불편함을 느꼈고 검진 결과 팔꿈치 인대 손상임이 밝혀지며 그대로 토미 존 서저리 크리를 맞게 되어버렸다. 재활 복귀 후 스크류볼을 다시 던질지는 미지수. 그런데 재활 막바지에 또 팔꿈치 골절을 당했다...
KBO 리그에선 전무후무한 시즌 30승을 기록한 장명부가 스크류볼을 사용했다는 설이 있지만, 당시의 낮은 야구지식과 장명부 선수 특유의 폼이 만들어낸 슈트성 볼이 아닐까 하는 추측이 더 힘을 얻고 있는 편이다. 이게 왜 골치아프냐면, 일본에서 말하는 슈트라는 것은 역회전성 테일링이 걸리는 패스트볼 계열이다. 문제는 이게 스트레이트면 투심 무브먼트지만, 그게 만일 커브라면? 이 경우라면 스크류볼에 더 가깝다. 만일 장명부가 실제로 스크류볼을 사용했다면 국내 프로야구 유일의 스크류볼 사용자인 것은 확실하다. 마구마구와 같은 야구 게임에서 사이드암계 선수들이 스크류볼을 던진다고 해서 개나 소나 던지는 구종이 아니란 걸 꼭 알아야한다.
다만 스크류볼 계통 변화구를 던졌을지 모르는 선수가 2명 더 있다. 첫번째는 삼성에서 투수로 뛰었던 김일융. 삼성 라이온스는 1983년 최동원이 우승한 문제의 한국시리즈 패배 이후, LA 다저스의 스프링캠프가 있는 베로비치에서 겨울 훈련을 하게 되는데, 이 때 김일융이 페르난도 발렌수엘라에게 변화구를 배우게 된다.[7] 이 변화구가 포크로 알려지기도 했고[8] , 스크류 볼 계통이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다른 한 명은 조계현이다. 이 역시 역회전성 커브를 던졌다는 이유.
서재응도 메이저리그 시절 스크류볼을 약간(약 2%) 던졌다.
일본에서는 특이한 투구폼으로 유명한 주니치 드래곤즈의 좌완투수 야마모토 마사, 2019년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신인 투수인 타카하시 유키가 스크류볼로 유명하다. 왠지 실황 파워풀 프로야구 같은 매체에서는 좌완투수들이 던지는 싱커성 공을 '스크류'로 퉁쳐서 표기하는 경우가 잦다.
[1]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타자의 타격은 투수가 던진 볼을 끝까지 보고 이뤄내는 것이 아니다. 투수가 던진 직후 짧은 시간 동안 볼의 스피드와 궤적 등을 본 뒤 경험과 훈련을 통해 익혀온 감을 토대로, 그 이후의 볼의 궤적을 예측하여 타격(칠 것이냐 말 것이냐, 친다면 어느 쪽으로 올 것을 예상하고 칠 것이냐 결정)을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스크류볼처럼 익숙하지 않은 구질은 궤적의 예측 자체가 어렵다는 것이다. 비슷한 예시로 회전수가 많은 패스트볼에 헛스윙을 하게 되는 이유는 그동안의 연습을 통해 익힌 패스트볼의 궤적보다 더 높은 코스로 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크류볼로 유명한 투수들은 크리스티 매튜슨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 좌완투수였는데, 세상에는 이 궤적에 더 잘 속을 우타자가 더 많기 때문. 야구에서 왼손잡이가 더 유리한 이유는 일반적으로 오른손잡이보다 더 적기 마련이고 희소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우투수-우타자에 비해 우투수-좌타자의 경우 5% 정도의 타율 상승이 있다. 물론 수십 년에 걸쳐 좌타자가 현격히 늘어나면서 이런 효과는 점점 상쇄되고 있긴 하다. 지구상에 왼손잡이가 늘어난 건 아니다. 우투좌타가 늘어난 것이다.[2] 어깨 아래에서 움직여야 정상인 팔을 어깨 위로 들고서 수십 수백개씩 전력을 다해 내려치는 것이 투수의 일이기 때문.[3] 한번 팔을 들어 왼쪽, 오른쪽을 번길아 돌려보면 어느 쪽이 더 팔에 부담을 많이 주는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4] "매튜슨은 일찍이 허벨에게 지나친 스크루볼 의존도를 낮추라고 경고한 바 있다"는 주석이 있었는데, 크리스티 매튜슨은 1925년에 사망했고, 칼 허벨은 1928년에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1925년에 칼 허벨은 디트로이트 타이거즈 마이너리그 소속이었으니 아마도 매튜슨이 아니라 타이 콥일 것이다. 레프티 토머스라고 불리는 한 퇴물 투수로부터 스크류볼을 전수받은 칼 허벨은 당시 콥이 감독이던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에 입단한다. 하지만 타이 콥은 스크류볼의 위험성을 익히 알았기에 다른 구종을 연마하라고 마이너리그로 내려보냈으며, 3년 후 텍사스리그 버몬트로 이적시켰다. 버몬트 이적 이후에 허벨은 스크류볼을 던지기 시작했고, 그 사실이 자이언츠의 스카우터에게 발견 되었으며, 당시 자이언츠의 감독 존 맥그로는 크리스티 매튜슨과 같은 팀에 있었기 때문에 '저거 매튜슨이 던진 페이드 어웨이인데, 그걸 던져도 오래 투구하더라'라면서 칼 허벨을 영입했다.[5] 서클 체인지업에 의도적으로 역회전을 주는 경우 스카우트들은 스크류볼이라 표현하기도 한다. 실제 류현진의 체인지업을 본 메이저리그 스카우트 가운데 한 사람은 체인지업과 스크류볼이 인상적이었다는 평을 남긴 적이 있다. 물론 그 스크류볼과는 다른 의도로 스크류볼'성 무브먼트'라는 의미겠지만...[6] 공이 눈 앞에서 사라진다고 붙은 이름. 매튜슨이 공을 던지던 당시는 스크류볼이라는 용어 자체가 널리 쓰이기 이전이었다.[7] 직접 배웠다는 이야기도 있고, 보고 영감을 받았다는 이야기도 있다.[8] 이것도 역방 포크볼 같은 기괴한 표현이 붙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