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객(영화)
1. 소개
2007년작으로 올드보이를 공동 제작, 배급한 쇼이스트[1] 에서 제작, 배급은 CJ 엔터테인먼트. 나름대로 흥행은 했으나 민족주의 색채가 너무 짙은 점[2] , 밑도끝도 없는 압축, 별 볼 일 없는 각색, 미스터 초밥왕 식의 요리대결, 천하의 개쌍놈으로 전락한 오봉주 등, 한국 영화의 나쁜 점은 모조리 끌고 와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원작 보고 간 사람은 '''배신당한 기분'''이었다는 영화평을 남겼을 정도였다.
2. 예고편
3. 원작 파괴
영화판의 숯 대결은 원작의 숯 대결과 고구마 에피소드를 합쳐서 만들었다. 고구마 에피소드는 어릴 적 어머니가 몰래 뒀던 고구마에 대한 추억이 있는 정원사가 살인을 저지르고 사형수가 되는 이야기로, 식객 내에서도 호평을 받는 에피소드 중 하나다. 영화에선 그가 숯쟁이가 되는데, 후일 어머니께 선물로 드리려고 정성껏 구운 숯을 들고갔다. 그리고 어머니가 갑자기 집에서 뛰쳐나오자 그는 오랜만이라 반갑게 웃는데 어머니는 아들을 보고 굳어버린다. 알고보니 어머니가 남편에게 폭행당하고 있었던 것. 어머니가 가정폭력을 당하는 걸 보고 충격을 먹은 그에게 어머니는 "난 네 엄마 아니야. 신경 쓰지 말라"라고 하고, 그는 슬픈 얼굴로 숯을 정리해서 주고는 떠나려한다. 그런데 남편이 눈치도 없이 저놈은 뭐냐고 하더니 '''유리병으로 어머니를 내리치고,''' 결국 제대로 분노한 그가 뾰족하게 깨진 숯으로 그 남자를 찔러 죽이고 감옥에 간 것이다.
문제는 '''이 일로 인해 사형 판결을 받은 것이다.''' 물론 살인은 중죄긴 하나, 저 정도를 가지고 최고형인 사형을 선고받기는 불가능에 가깝다.[3] 원작에서는 정원사가 부잣집에서 일을 하다가 개에게 물리자 걷어찼는데, 주인 아줌마가 그 개가 얼마짜린지 아냐면서 당장 짤라버리겠다고 하자 열받아서 살해하고, 거기다 뒤따라온 아줌마의 아들이랑 그 개도 죽여버렸다. 주인 아줌마의 행동이 잘못된 건 둘째치고 어쨌든 진짜 사형을 받을만한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것이다. 게다가 아이가 개랑 뛰어노는 화목한 가정을 보면서 속이 뒤틀린다고 하는 등 이미 인간성에 문제가 있는 인물이었다. 이에 비하면 영화판에서 저지른 일은 아무리 정상참작을 안해줘도 사형은 무리수다. 그냥 징역형을 받던 죄수거나 이것 말고도 다른 범죄를 저질러 사형수가 되었다는 식이어야 개연성이 있었을 것이다.
이 외에도 원작의 주요인물 중 하나인 자운 선생은 나오지도 않고, 작품 분위기는 민족주의적 색채가 가미된 얼토당토 않은 미스테리 + 본격 전형적인 요리대결물이다. 사실 '요리로 대결은 무슨! 할 일 없는 놈들아!'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자운 선생이니만큼 요리배틀물로 기획된 영화편에 등장하기란 힘든 일이었으리라.
캐릭터의 성격도 문제가 있다. 원작에서 성찬은 차장수라는 직업에 자격지심을 품지 않고 해박한 지식과 풍부한 경험으로 자신감 있게 살아가는 인물이다. 작품 최종반부에는 태어날 자식이 자신의 직업을 부끄러워할지 모른다는 걱정을 하긴 했지만 이건 자기 생각 자체가 바뀐 건 아니고, 결국 차장수는 계속하기로 했다.[4] 영화에서는 웬 요리대회에 출전해서 트라우마 때문에 '나 최고 맞지? 응?' 같은 질문이나 하고 있는 딴판으로 다른 캐릭터로 돌변해 버렸다. 게다가 대결에서 승리하기 위해 가족같이 기른 소를 잡아버리는 전개까지 가면 아무리 봐도 '''그냥 원작하고 다른 사람.'''
오봉주 역시 원작에서는 옹졸하고 교만하면서도 동시에 옛것을 알고 새것을 추구하는 연구가적인 측면과 잘못된 것은 잘못되었다고 인정할 수 있는 자존심이 있는 복합적인 캐릭터인데, 여기서는 그냥 빼도박도못할 찌질이에 악역이 되었다. 뇌물 공세는 기본이고, 복어 대결에서 성찬에게 질 것 같자 복어독을 몰래 넣어 그를 쫓아냈고[5] , 폭력배를 고용하여 성찬 측을 사보타주해서 숯을 강탈하는 짓도 한다.
원작의 오봉주도 종종 쪼잔하고 치졸한 수를 쓰긴 했지만, 적어도 어느 정도의 선은 지킬 줄 알았다. 예를 들어 부하가 오봉주가 이기게 만들려고 성찬의 참기름에 장난을 친 게 드러나자 한큐에 해고했다. 이 때 대령숙수였던 아버지의 말씀인 '''음식 가지고 장난치지 않는다'''를 언급하며 이번엔 자신이 패배했다고 쿨하게 인정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그리고 부산의 바닷물로 냉동고등어를 손질하는 등 새로운 방식으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야말로 원작 파괴.
거기에 원작에선 대령숙수였던 아버지의 명예와 한식의 맥을 잇기 위해서 운암정을 만들었던 봉주의 아버지 오숙수는 아예 삭제되고 영화판에서는 스승인 대령숙수를 배신하고 일본에 복종했던[6] 오봉주의 할아버지 만식이 나온다. 그 할아버지의 굴욕적인 과거사를 감추고 한식의 대표라고 내놨던 음식이 내선일체를 뜻하는 요리라는 게 생방송으로 전국에 방영되어 돌이킬수도 없게되었다. 결국 마지막에 운암정은 망해버리고 오봉주는 그 현판만 껴안고 넋이 나갔다. 한편 대령숙수를 독살했다던 성찬의 할아버지는 알고보니 마지막까지 스승의 곁을 지켰다. 원래는 대령숙수는 나라가 망하고 임금께서 돌아가셨는데 수라를 차려 무엇하느냐며 고관에게 음식을 내기를 거부했으나 오봉주의 할아버지였던 만식은 탕을 내놓고 이것이 내선일체라 했다. 그날 저녁 고관은 관군들을 이끌고 와 큰 잔치 때 소고기탕을 내놓기를 명령하나 오히려 대령숙수는 칼로 자신의 손목을 내리쳐버린다. 이 때 성찬의 할아버지가 말렸던 탓에 칼을 한 번 도마에 잘못 내리치는데 그 때 칼 날부분이 떨어져나간 것. 결국 자신의 손목을 자르고 성찬의 할아버지가 계속 입에 약을 떠넣어 주나 그만하면 됐으니 술을 달라한다. 떨리는 손으로 술병을 입에 대주자 성한 왼손으로 술병을 붙들고 마신 뒤 이제 저승에서 상감마마께 수라를 올리겠다며 상감마마를 부르며 죽는데 이 순간 일본 고관은 스승을 부르짖는 성찬의 할아버지의 목소리를 듣고 '''창 밖에서 그 방향으로 그 자리에서 조용히 무릎을 꿇어 절하며 충성에 예를 표한다.''' 숨어버린 성찬의 할아버지에 의해 오만식은 운암정을 가지게 되는데 모든 사실을 알고있던 할아버지는 이를 진수에게 말해주며 마지막 대령숙수는 성현이었던 거라고 한탄한다.
'''8월 15일'''에 열린 영화의 마지막 대결에서 성찬이 꺼낸 육개장의 경우 원작에서도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에 관련된 일화가 모티브인데 난데 없이 민족주의가 섞였다. 원작에서는 치매가 들어가던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육개장 재료를 알려주었고 장례식장에서야 며느리가 시어머니가 알려주고자 한 것을 알고 시어머니의 뜻을 이해한다. 영화는 이 재료를 성찬의 할아버지 성현이 치매에 걸려서 하나 하나 퍼즐 맞추는 방식으로 각색되었다. 문제는 후반부에 육개장이 뜬금없이 순종이 먹고 눈물을 흘리던 한민족의 한이 서린 음식으로 변모했다는 것.
한 마디로 식객을 식객답게 만드는 모든 요소를 제거하고 평범 이하 수준의 요리배틀 영화를 찍어놓은 셈이다. 당연히 완성도가 바닥을 길 수밖에. 원작자 허영만도 인터뷰에선 별로 안 좋아하는 느낌으로 어물쩍 답변했다.
그래도 원작 이름값 덕분에 전국 303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중박 정도는 했다. 감독인 전윤수는 그 다음 작품으로 괴작 미인도를 감독했는데 이것도 욕을 무진장 처먹었음에도 전국 234만 관객을 기록하면서 어느 정도 흥행했다.
4. 후속작
그 뒤 2009년에 2편이 <식객-김치전쟁>이란 제목으로 만들어져 개봉했으며 라이벌이 여성캐릭터로 구성되어 있다.
이 영화 역시 만화 원작 붕괴를 답습했고 거품도 빠지면서 전국 관객 47만이라는 처참한 결과를 낳았다. 한국에도 골든 라즈베리상이 있다면 당당히 수상할 것 같은 좆망 수준. 사실 똑같이 망한 속편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 2는 그나마 말초적 재미라도 있었다.
식객의 갑작스러운 연재 종료가 식객 2의 너무나 끔찍한 참패에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니냐는 소문도 돌고 있지만 일단은 루머. 하지만 그만큼 끔찍한 영화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
개봉 시기를 잘못 잡은 비운의 작품이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원작을 완전히 무시한 설정 난무에 제대로 된 시나리오는 커녕 80년대 발연기가 생각나는 연기의 연속 등등 옹호할 구석은 하나도 없다. 오죽 망했으면 언론들이 원작자 허영만에게 이 속편에 대한 걸 인터뷰하지 않았을 정도였다. 영화 식객 시리즈를 완전히 끝장 낸 작품이니 후속작은 절대 나오지 않을 것이다.
5. 그 외
영화 자체의 평은 매우 안좋지만, 메인 테마 음악만은 좋았다. 켈트 음악 컨셉으로 묘하게 중세 판타지 느낌도 드는 등 마성의 BGM으로 꼽힌다. 이 음악과 함께 음식이 멋들어지게 차려지는 장면만큼은 잘뽑았다는 평도 있다.
당시 한정판으로 판매했던 DVD 포장이 만두찜기 모양 포장에 담겨져서 어느 정도 돋보였다.
배우진도 꽤나 호평받았다. 특히 오봉주역의 임원희와 진수역의 이하나는 원작과 싱크로율이 나쁘지 않았다는 평. 성찬의 조부로 나온 배우 정진은 드라마판 식객에서 자운선생으로 나왔다. 그리고 성찬의 후배 덕기역을 맡은 배우의 이름도 정진이다.[7] 그리고 성찬의 동료인 호성 역으로 나온 정은표의 실제 자녀들인 정지웅 군과 정하은 양이 특별출연했다. 작중에서도 정은표의 자녀 역할로 나왔다.
영화 막바지에 원작자 허영만이 까메오 출연했다. 진수와 성찬의 이름을 듣고 '둘이 합쳐 진수성찬이네!'하고 툭 말을 던지는 칼국수를 먹는 손님역.
[1] 2009년 회사 문을 닫았으며 2010년 회사 대표 김동주가 20억원 투자금을 빼돌린 혐의로 구속되었다.[2] 거진 한반도 수준[3] 어금니 아빠 살인사건같은 문서에서도 설명하는데, 사람 한 명을 죽인 것으로 사형이 구형되기는 힘들다. 저 문서의 사건은 딸의 친구를 성폭행하려다 살인을 저지른 훨씬 더 악랄한 경우인데도 최종적으로는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4] 그리고 사실 성찬은 소고기 전쟁에서 이긴 뒤 받는 10%의 할당금만으로도 평생 놀아도 된다(...). 차장수는 진짜 자기가 좋아서 하는 일 수준인 것.[5] 이때문에 성찬은 영화에서 다른 심사위원들에게도 복어독으로 사람 해친 요리사로 알려졌다.[6] 일제 고관한테 음식을 내놓으며 한일 양국의 요리를 조합하는 게 내선일체에 부합한다는 드립을 쳤다.[7] 단 자운 선생 정진은 예명이다. 본명은 정수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