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다양성
1. 설명
정신질환[1] 중의 일부를 장애가 아닌 정상의 범주에 포함시키며 그러므로 그들의 행동 또한 정상의 범주에 포함시키는 운동이다.[2] 또한 자폐적 특성이 다양한 삶의 방식의 일부라고 주장한다. 사교적인 삶을 사는 이도 있듯 반대로 혼자서 무언가를 하는 것을 즐겨하는 이의 삶도 차별하지 않고 개성으로서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자폐권 및 신경다양성 옹호자들은 정상적 및 비정상적 상태에 대한 전통적인 개념을 신경전형인 특권 및 신경적 다양성을 존중하지 않는 차별로 보고 있으며, LGBT 권리 운동과 같은 다양성을 더 많이 수용하기 위한 다른 움직임과 연대한다. 또한 이들을 치료/교정[3] 하려는 일련의 행위들에 부정적이며 그들의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차별이라고 비판한다.
이 개념을 최초로 제시한 쪽은 미국 IT기업계의 연구 결과를 통해서인데 보조만 있으면 사회생활에 도움이 되거나, 혹은 기능적으로 특정한 부분에선 신경다양성에 속하는 사람들이 외려 신경전형인(Neurotypical)들보다 뛰어난 재능을 보이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국내에선 다른 소수자 집단과 달리 할당제나 어퍼머티브 액션에 있어서 신경다양성 그 자체는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4]
서구권 신경다양성 운동가들 중 일부는 NT들이 자폐보다 뒤떨어지는 부분에 대해 지적하며 일부는 NT는 발달장애인이고 (지능에 이상이 없는) 자폐는 정상이라는 식의 포스팅, 칼럼을 쓰기도 하는데 이는 자폐가 NT보다 우월하고 NT는 장애인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주류 사회가 정해놓은 장애/비장애인 구분의 권력을 뒤엎는 의미이다. 즉 그들이 더 뛰어난 부분이 있고 NT 또한 덜 발달된 상대적인 '장애'도 있음에도[5] 자폐나 아스퍼거 등이 사회에서 소수이며 주류의 행동방식/사고방식과 주류와 많이 다르기 때문에 그들의 문제점만 체리피킹해 비정상으로 사회가 낙인 찍고 차별한다는 논지이다.
주류에서 완전히 받아들여지는 개념까지는 아니더라도 리버럴한 서구 대학가 등지에서는 어느 정도 논의되고 있는 주제이다.
SAP,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휴렛패커드엔터프라이즈, 구글 등 미국 상당수의 IT 기업은 신경다양성 인재를 활용하기 위한 각종 기업정책을 펴고 있다.
국내에서는 몇몇 흥미거리용 기사 외에는 아직까지는 사실상 전혀 논의되지 않는다.
2. 스키조타이피
한편 심리학에는 '스키조타이피'라는 개념도 존재하는데, 편의상 이 문서에서 같이 설명하기로 한다.
스키조타이피(schizotypy)란 사람의 특성이 단지 이분화로서 정신병자 혹은 정상인으로 나뉜 게 아닌, 연속체적 개념으로서 분열적, 공상적 상태에서부터 심각한 상태의 정신병으로 나뉜다는 이론이다.
조현병에 '조발성 치매'란 이름을 붙인 독일의 에밀 크레펠린은 정신병의 의학적 진단과, 여러가지 형태의 정신병의 분류법의 기준을 세웠는데, 특히 그는 조울증과 조현병 그리고 정신증이 아닌 것들의 구분법을 만들었다.
반면 '정신분열증'이라는 이름을 붙인 스위스의 오이겐 블로일러는 정신병의 범주적인 관점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정신병이란 단지 사고와 행동이 극단적으로 표현된 형태라고 생각했다[6] .
즉 '정신병자', '정상인'의 이분법은 지나치게 단순한 범주화이며, 그저 '더 미친 사람'과 '덜 미친 사람'이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3. 비판
3.1. 신경다양성 운동 자체에 대한 비판
신경 다양성에 포함되는 여러 경향들이 정말 장애가 아닌지에 대해서는 서구권에서도 논란이 있다. 흔히 논의되는 자폐증 같은 것이 여러가지 문제점(예: 지적장애의 동반)이 있는 것까지 부정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또한, 이런 시각이 현재 문제를 겪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비판이 있다.[7] 이 때 특히 해당 문제를 가진 사람들의 문제점을 상당히 줄일 수 있는 요법(치료)에 대한 반대를 많이 한다는 점이 문제가 된다. 비록 완전하진 않을지 몰라도, 당장 사회적인 문제를 겪는 사람들이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혹은 충돌을 줄이도록 하는 것이 그토록 잘못된 것인지 의문을 가진다. 그리고 현재 문제를 겪는 이들이 '정상'으로 취급되어버릴 경우, 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의학적인 연구나 사회적인 도움이 필요 없는 것이 되어버리며, 따라서 이런 문제로 고통을 겪는 사람들에 대해 그저 정상이라고 치부만 할 수 있을 뿐 도움의 손길은 줄 수 없는 상황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3.1.1. 반론
아스퍼거 장애를 '장애'라고 여기는 진영마저도, 자폐는 선천적인 것이며 자폐를 치료[8] 하는 것은 아직 현대의학 기술로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물론 자폐 치료 방법은 연구되고 있다. 그러나 자폐가 근본적으로 치료해서 없애야 하는 것인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즉 주류 의학계에서 자폐를 다양성의 일종으로 바라보는 관점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9]
신경다양성 지지자에게 '치료'라는 것은 위협이나 다를 게 없다. 아스퍼거 증후군이나 고지능 자폐를 비정상으로 보고, 어찌 보면 문제 행동을 없앤답시고 하나의 '특성'(혹은 유의미한 다양성)을 없애는 것이기 때문이다. 즉 신경다양성에 속하는 이들을 신경전형인으로 만든다면 그들이 가진 긍정적 특성조차 사라지는 것이다. 그들에게 나타나는 문제 행동이란 사실 문제가 아님에도 주류사회에서 문제라고 받아들이는 것 수도 있다. 무엇보다 일부 문제행동은 소수자 스트레스의 발현일 가능성이 크다. '교정' 또한 주류사회가 소수자 집단을 비정상적으로 간주하고 주류에 걸맞는 모습으로 보이도록 합격시키는 것으로써 그들의 감정이나 존엄성, 극도의 심리적 압박/스트레스는 생각하지 않는 차별적 행위라는 것이다. 물론 소위 약간의 사회성을 기르게 하는 '치료'나 '교정'이 아닌 '맞춤형 교육'은 필요할 수도 있다. 자폐인을 대상으로 한 사기 등 범죄의 피해를 받지 않고 현대를 살아가려면 어느 정도의 사회성은 필요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것이 당사자들의 필요에 의한 것이 아니라 강압적이고 권위적인 방식이라면 부적절하다. 어디까지나 자폐인들이 NT 사회에서 NT처럼 보이기 위한 행동을 배우는 게 아니라, 당사자들 입장과 편의에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스티븐 실버만의 책 <뉴로트라이브>에서는 아스퍼거 증후군이나 자폐증 아이들에게 (NT들과는 조금 다른 방식의) 적절한 교육환경을 제공할것을 주류사회에 요구하고 있다. 즉 신경다양성에 속하는 이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주는 방법이 그들을 비정상으로 치부하고 치료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
장애로 문제를 겪는 사람들이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그토록 잘못된 것인가, 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들이 사회에 적응할 수 있게 돕는 것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진짜 문제는 그 과정 속에서 NT들의 독단으로 인해 당사자들의 입장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는다는 것에 있다.
신경다양성 운동가들이 장애라는 개념을 거부하는 것은 장애라는 개념이 암묵적으로도 비정상적이며 치료/교정이 필요한 것이라고 간주되는 경우가 많고, 의학적으로도 그러한 의미로서 사용되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소통 방식, 행동 양식, 다양성을 NT들과 뇌 구조가 다르기 때문이 아니라 '결핍'되어서 그렇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그러한 개념을 반대하는 것이다. 단순히 그 다름 때문에 사회 적응이 어려우므로 장애인으로 판정해야 한다는 의미에서'만' 사용된다면 신경다양성 지지자들 중에서도 굳이 장애라는 개념을 극도로 반대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3.2. 신경다양성 운동 내부의 비판
신경다양성 운동 자체 90년대 자폐권리운동가들에 의해 탄생된 것이라곤 해도 현재까지 지나치게 ASD인 이들만이 주도권을 쥐고 있어 ASD와 관련된 인권과 차별 등의 문제만 공론화시키는 경향이 있어 ADHD나 난독증같은 다른 신경다양성 범주에 속하는 이들이 소외당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실제로 자폐증 치료는 현 시점에서 유사과학으로 간주되고 있다. 반면에 ADHD에 대한 (보호자 등에 의한) 사실상 반강제적인 치료는 유사과학이 아닌 주류 학계에서 인정받아 현재진행형에 있음에도 별 이슈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이는 신경다양성 운동 자체에 대한 비판이 아니다. 오히려 신경다양성 운동이 ASD만 위주로 대변할 게 아니라 더 많은 신경학적 다양성을 가진 이들의 권익과 자유를 위한 운동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4. 여담
신경다양성 운동이나 자폐권리운동은 자폐나 아스퍼거가 신경적 결함에 의해 일어나므로 자폐 유전자들을 통해 설명되어야 한다는 주류 의학적 관점과, 자폐나 아스퍼거가 백신이나 환경오염과 같은 환경 요인들에 의해 일어났으므로 환경 요인들을 설명하는 것으로 치료가 가능하다는 비주류 의학적 관점(백신음모론자도 포함됨) 모두와 분리된다.
국내에서 자폐/아스퍼거 관련 단체들은 신경다양성이나 자폐권리운동을 지지하는 자폐인권단체인 경우는 서구권과 달리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다. 한국에서 자폐 관련 단체나 기관이라 하면 거의 다 학부모 단체[10] , 주류 의학계 종사자[11] , 한의학계[12] , 아니면 아예 극단적인 비주류 백신음모론자이기 때문이다.
5. 참고해볼 만한 글
- 영어 위키백과 - Neurodiversity
- 한국어 위키백과 - 자폐 권리 운동
- '자신만의 세계'에 살았던 그들, 세계를 바꿨다. - 한국경제
- 2001년 실리콘밸리에 갑자기 자폐아가 늘어난 까닭은 - 매일경제 뉴스
- 신경다양성을 경쟁력으로 - 하버드비즈니스리뷰코리아
6. 신경다양성 범주인 것
신경다양성의 범주 중 양극성 장애와 조현병이 포함되기도 하는데 이들은 논란이 있다.
7. 같이 보기
- 자폐 권리 운동
- 신경증
- 정신병
- 대중문화
- 사회적 약자
- 다양성
- 성소수자 - 직접적으로 연관은 없지만 신경다양성 지지자들은 퀴어 운동 같은 성적 다양성을 수용하자는 운동 등에 영향받기도 했다.
[1] 신경증과 '일부' 정신증[2] 다만 신경다양성 지지자 중 일부는 자폐인들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 자체는 부정하지 않고, 자폐증은 일상적인 업무로 고생할 수 있으며, 자폐증은 장애라는 것을 인정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들은 이 지원이 실제로 자신이나 다른 사람들에게 해롭지 않은 특징들을 억압함으로써 자폐적인 사람들을 "신경전형적인 것으로 합격"하도록 훈련시키거나 치료하는 중재를 거부하면서 자폐적인 사람들의 경험과 자기표현을 존중하여 장애와 동시에 정상적인 다양성으로 다루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실 서구권에서는 이러한 절충적 관점이 사회적으로도 주류가 되어가고 있다. 즉 사회적 도움이란 게 비자폐인이 주도하는 자폐에 대한 '치료'가 아닌 사회적 차별이나 불편함 등으로 고통 받는 점에 있어 그들의 편의에 맞는 '지원'을 하자는 것이다.[3] 주류 의학계에서는 치료한다는 말은 사용하지 않지만 보수적 입장의 경우 교정한다는 말을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혹은 일부는 교정을 치료라는 단어로 바꾸어 사용하기도 함) 다만 밑에 여담 항목에서 서술했지만 ASD는 공식적으로는 장애지만 치료/교정해야할 장애라고 볼 것이 아니라 더불어 살아가야 할 차이로 보는 입장도 적지 않으며 이들은 신경다양성 개념을 부분적으로는 수용한 셈이다.[4] 개별적으로 장애판정 받은 이들이 어퍼머티브 액션의 혜택을 받을 수는 있지만 모든 신경질환이 법적 장애인으로 판정받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한국에서 신경적 소수자들은 유무형의 사회적 차별과 유리천장 때문에 취직조차 어렵다는 걸 감안하면 더더욱 어퍼머티브 액션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다.[5] 이 표현에 NT들은 상당히 불쾌할 수도 있는데 뒤집어 생각해 보면 그런 불쾌감을 신경다양성에 속하는 이들은 NT들에게 밥먹듯이 당하므로 역지사지로 생각해 보라는 의미에서 이런 표현을 쓰는 것도 있다.[6] Bleuler, E. (1911). Dementia Praecox or the Group of Schizophrenias. Translated by J. Zinkin. New York: International Universities Press, Inc. (1950).[7] 출처 [8] 여기서 말하는 치료는 말 그대로 자폐를 치료해 완치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행동치료는 엄밀히 따지면 자폐인들의 독특한 행동을 NT처럼 보이도록 '교정'하는 것이지 진정한 의미에서 자폐를 '치료'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그것조차도 타인에게 직접적으로 해를 끼치지 않는 행동에 대한 강압적 교정에 대해서는 인권 침해 내지 학대라며 비판적 의견도 적지 않다.[9] 다만 이들도 '치료'에만 반대할 뿐 자폐가 장애/정신질환이 라는 입장 자체는 철회하지 않는다. 사실 자폐권리운동 지지자들 중에서도 자폐가 장애인가 아닌가에 대해서는 통일된 입장을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10] 학부모들은 대체로 미국에서도 리버럴보단 보수성향을 띄기 때문에 자폐 당사자나 청년층보다 자폐권리운동에 회의적이며, 치료를 지지하거나 학계의 입장을 따라 치료는 불가능하지만 교정을 지지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다. 자폐권리운동/신경다양성 지지자들은 이런 자폐 치료를 지지하는 단체들을 치료쟁이(curebie)라고 부르는 등 매우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다만 자폐권리운동/신경다양성 운동을 지지하는 리버럴 성향의 학부모 단체가 없는 건 아니다.) 허나 신경다양성 운동 자체는 정치적 보수/진보와 별 연관은 없는 편이다. 신경다양성 운동가들은 백신음모론을 추종하는 에코파시스트나 극좌파들도 혐오하기 때문이며, 보수주의자라고 해서 학부모단체와 입장이 같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11] 한국의 주류 의학계는 미국과 달리 절충적 관점조차 존재하지 않고, 치료나 교정해야 할 대상으로 본다.[12] 한약을 통한 자폐 완치드립을 치는데 서구권의 주류의학계에서는 사이비과학으로 간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