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1. 개요
대중문화(大衆文化)는 대중이 중심이 되는 문화다. 예전에는 매스 컬처(mass culture)라는 표현을 많이 썼는데[2] , 요즘은 대중매체가 사회 다수의 취향을 반영한다는 민주적 성격을 강조해 포퓰러 컬처(popular culture; pop culture)[3] 라 부른다.
2. 특징[4]
상기한 바와 같이 대중문화는 문화만큼이나 복잡하고 어려운 개념이라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렵다. 누구는 고급문화, 지배문화의 대립적인 개념으로 보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다수가 즐기는 문화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모두 한계가 있어서 딱 떨어지지 않는다.
- 대량생산 대량소비: 오늘날 대부분 대중문화는 신문, 방송, 영화, 출판, 광고, 음반 같은 대중매체를 통해 생산되고 전파된다. 동시에 수백, 수천만 명이 같은 드라마와 영화를 보기도 한다.
- 상품성: 아래의 '대중문화와 광고의 관계' 문단 참조.
- 고부가가치: 대중문화는 공산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가가치가 높다. 예컨대 자동차를 생산하는 경우 생산대수에 비례해 노동력과 자원이 들어간다. 반면 블록버스터는 초기 비용이 많이 들어가지만 일단 완성되면 이 영화를 100개 극장에서 상영할 때와 1000개 극장에서 상영할 때의 비용 차이는 없지만 수익은 엄청난 차이가 발생한다.
- 감가상각 없음: 상품성만 좋으면 멀쩡하게 살아남아서 계속 시장을 만들어낸다. 예를 들어 1939년 제작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지금도 명절 때마다 방송되고 있으며, 1982년에 만든
, 20세기 초의 재즈 음악 역시 지금도 계속 돈을 벌고 있다. - 자기 변용 가능: '창구효과'라고도 한다. 쉽게 말해 똑같은 콘텐츠를 갖고 영화로 한 번, 블루레이로 한 번, 유료 영화채널로 한 번, 공중파로 한 번 돌리는 식으로 창구를 바꾸어 계속 창구를 바꾸는 식이다.
3. 역사
대중문화는 1850년대 유럽과 미국에서 보통 사람으로 구성된 중산층이 사회의 지배적 위치를 확립하면서 자리잡았다. 산업화와 더불어 노동과 여가 사이에 분명한 구분이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현대인의 늘어난 여가 시간을 점령한 것이 대중문화였다. 저렴하게 다양한 정보와 오락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미국을 중심으로 소비 사회가 정착되면서 폭발적으로 확산될 수 있었다.
이전에는 농민, 혹은 수공업 기술자였다가 자본주의와 기계화에 의해 도시의 노동자로 변화한 대중들은, 새로운 문화집단이 되었고, 이후 이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끈 작품은 작가에게 큰 돈을 벌게 해줌을 깨닫게 된다.
4. 대중문화의 시장 논리
대중문화 형성에는 경제적 고려가 큰 영향을 미친다. 물론 수용자의 피드백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지만 그 영향에 우선하는 것이 콘텐츠 제작의 경제성이다. 1950년대 미국에서 시트콤이 등장한 건 제작비가 저렴하며 스토리, 배경, 등장인물의 일관성 유지로 시청자들을 일정 기간 동안 계속해서 붙들어 맬 수 있는 장점 덕분이었다. 1966년 ABC-TV는 CBS와 NBC에 대응하기 위해 할리우드와 손을 잡고 영화 『콰이 강의 다리』가 방영했는데, 이후 TV용 영화 제작이 활발해졌고 TV에 영화적 요소를 유입시키는 결과를 낳게 됐다. 스핀오프는 시청률이 높은 드라마의 시청자들을 그대로 물려받고 싶어하는 상업적 계산 때문에 70년대부터 만들어져 왔다. 미국에서는 TV광고의 요금이 1년에 한두 번 실시하는 1~2주 간의 시청률 조사 결과에 근거해 매겨지는데, 이 기간에 집중적으로 높은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 만들어지는 게 미니 시리즈이다. 예를 들어 1977년 ABC에서 방영된 미니 시리즈 『뿌리』는 이러한 시청률 경쟁의 산물이었다.
반면에 가족용 프로그램이나 어린이용 프로그램은 자연스런 시장 기능에 의해선 결코 생겨날 수 없는 프로그램들이었다. 이 프로그램들은 1974년 TV영화에 나온 폭력 장면을 모방해 청소년들이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사건이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빚자, 그 비난의 화살을 피하고자 방송사들이 자발적으로 저녁 7시부터 9시까지를 '가족 시청 시간'으로 정했기 때문에 제작될 수 있었다. 즉, 그 시간대에는 어린이들도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내보내야 했으므로 방송사들은 불가피하게 가족용 드라마를 만들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대중문화의 시장 논리는 현대 스포츠를 관중 스포츠로 만들었다. 스포츠 중계와 스포츠 뉴스는 TV의 주요 프로그램으로서 많은 시청자들을 끌어들이는데, 그 자체가 하나의 커다란 광고 이벤트이다. 우선 중계권료를 실질적으로 부담하는 스폰서들의 광고가 스포츠 중계 도중에 삽입되는 것부터가 그러하다. TV는 스포츠의 상품성을 높이기 위해 스포츠를 인간 드라마로 연출하고 스타를 만들어 내기 위해 전력을 기울인다.
출판 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대학 입시 제도와 교육정책의 영향으로 아동도서와 참고서가 전체 출판량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베스트셀러에 집착하게 만든다. 베스트셀러는 홍보, 서평, 그리고 좋은 코너를 선점하기 위한 서점 관리를 통해 만들어진다. 베스트셀러의 가치는 인정해야 하나, 조작적 개입이 분명 있기에 자신에게 맞는 책을 고르는 힘은 대중 개개인이 가져야 할 것이다.
대중문화의 경제적 가치는 지식재산권으로 보호된다. 지식재산권에는 특허권, 실용신안권, 의장권, 상표권, 저작권 등이 있고, 대중문화에서는 저작물의 복제, 배포 등을 보호해주는 저작 인접권이 있으며, 사이버 저작권도 이슈가 되고 있다. 사이버 저작권의 반대되는 개념인 '카피레프트(copyleft)'는 1983년 미국의 리처드 스톨먼이 자유로운 소프트웨어를 지향하면서 생긴 개념이다. 저작자의 권리는 인정하나, 소비자 중심의 관점에 근거하여, 지적 재산을 창작자가 상업적으로 독점하는 것은 반대한다.
5. 대중문화와 대중매체의 관계
마샬 맥루한은 인류의 역사를 ①문자 이전의 구어문화, ②고대 문자 시대, ③16-19세기의 인쇄 시대, ④1900년 이후의 전자 미디어 시대로 구분했다. 대중문화는 인쇄 시대부터 전자 미디어 시대에 걸쳐 발전했는데, 여기에는 대중매체의 기술적 발전이 큰 역할을 했다. 책, 신문 등의 인쇄매체보다는 텔레비전, 인터넷, 스마트폰 같은 전자매체가 정보의 전달 범위와 속도를 크게 향상시켰기 때문이다.
대중매체는 단순히 대중문화를 확산시키는 데 도왔을 뿐만 아니라, 콘텐츠의 내용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 즉, 어떤 매체냐에 따라 해석상의 차이가 생기고, 매체에 익숙하지 않으면 그 내용을 이해하기가 어려워진다. 그래서 맥루한은 "미디어는 메시지다"라고 말했다. 예컨대 활자 매체는 연속적인 순서에 따라 읽히지만, 영상 매체는 여러 감각을 이용해 동시에 수많은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논리적 사상 체계보다는 일련의 이미지와 암시가 더 중요하게 읽힌다.
대중문화가 소프트웨어라면 대중매체는 하드웨어이다. 시장 논리에서 대중문화의 큰 틀을 결정하는 것은 하드웨어다. TV는 하드웨어가 먼저 나오고 소프트웨어는 하드웨어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수신기를 팔기 위해 프로그램을 내보냈다는 뜻이다. NBC는 모회사인 RCA의 컬러 TV 수상기 판매 촉진을 위해 흑백과 컬러의 차이를 드라마틱하게 보여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방영할 필요가 있었는데, 그 결과 1954년 호화 버라이어티 쇼가 탄생할 수 있었다. 일본의 전자 업체들이 미국의 할리우드에 진출하여 영화사를 매입하는 것도 궁극적으로 그들이 생산하는 영상 매체의 하드웨어를 판매하기 위한 목적에서이다. 화면의 대형화와 고품질화도 궁극적으론 프로그램의 장르와 제작 방식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TV 화면이 더욱 커지고 선명해짐에 따라, 방송사는 그런 화면에 잘 어울리는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할 것이고 세트의 제작에도 큰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6. 대중문화와 광고의 관계
우리는 TV를 시청할 때에 TV의 중심적인 것은 프로그램이고 광고는 주변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즉, 프로그램을 위해 광고가 있는 것이지, 광고를 위해 프로그램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오늘날 그 어떤 대중 매체도 광고 없이는 생존이 불가능하다. 광고가 대중 문화를 지배한다는 표현이 적합할 정도로 광고는 이미 대중 문화의 환경을 조성하는 데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혹시 TV 드라마는 공짜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을 텐데요, 그렇지 않습니다. 수신료로 직접 내기도 하지만, 광고를 통해 간접적으로 지불하고 있으니까요. 지금 내가 핸드폰 광고와 함께 '무료'로 보는 드라마에 대한 비용을 나중에 나, 혹은 다른 누군가가 그 핸드폰을 사면서 지불하게 된다는 뜻이에요. 아시다시피, 모든 상품의 가격에는 광고료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인.인.답.''. 56p.
'수용자 상품론'에서는 대중 매체의 수용자들이 광고주에게 상품으로 판매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중심적인 것은 광고이며 프로그램은 그 광고를 시청하게끔 사람들을 유인하기 위한 미끼에 지나지 않는다. 광고주들은 '''자기 회사 제품을 살 수 있는 경제적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많이 시청하는 콘텐츠'''의 스폰서가 되기를 원한다. 어떤 프로그램을 아무리 많은 사람이 시청한다 하더라도 그 사람들의 경제적 수준이 낮다면 그런 사람들을 상대로 아무리 광고를 많이 해도 제품이 많이 팔리지 않을 것이다. 예를 들어, CBS-TV는 1969년 매우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던 판타지 류의 드라마를 일시에 폐지시켰다. 광고주는 무조건 시청률이 높은 프로그램을 원하는게 아니라 시청자들 가운데서 구매력이 높은 도시 중산층이 점하는 비율을 문제삼기 때문이었다. 그 결과 70년대부터는 구매력이 높은 계층을 대상으로 하여 리얼리즘적인 요소가 강한 드라마가 붐을 이루었다.
TV프로그램을 일부러 보려고 하는 사람은 많지만 광고를 일부러 보려고 애쓰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래서 TV 광고 제작자들은 점차 광고 같지 않은 광고를 만드는 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행여 일순간이라도 시청자를 짜증나게 만들었다간 손끝의 리모콘을 통해 채널이 획 돌아가고 말기 때문이다.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텔레비전 광고는 끊임없이 프로그램에 동화될 수 있도록 애쓴다. 연예인들은 드라마, 코미디, 쇼 등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쌓아 올린 자신의 이미지를 광고주에게 팔아넘긴다. 제작자들은 광고를 하나의 즐길 거리로 만들기 위해 모델에 많은 투자를 한다. 요즘 광고는 팔고자 하는 상품의 특성을 강조하지 않는다. 이미지를 판매할 뿐이다.
광고는 대중문화와 결부되어 대중의 라이프 스타일과 가치관을 바꾸는 힘을 갖고 있다. 그 어떤 요인도 광고처럼 뚜렷한 의도를 갖고 일사불란하게 영향력을 행사하지는 않는다. 물론 소비자는 순진한 학생은 결코 아니다. 광고가 가르치는 대로 따라서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1년 365일, 매일 몇 시간씩 눈과 귀를 따라다니며 반복에 반복을 거듭하는 선생이 광고 말고 어디에 있는가. 게다가 광고는 15초 내지 30초의 짧은 시간에 압축된 고농축 영상 이미지인 까닭에 경쾌하고 간결하며 밀도가 높은 속도감을 자랑한다.
7. 대중문화와 연예인의 관계
대중문화에서 스토리나 연출만으로 흥행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작품이 내놓을 때마다 일일이 새롭게 홍보를 해야 하고 작품성이 대중성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스타를 출연시키면 그 작품은 성공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스타 시스템은 문화 산업이 안정적으로 돌아가기 위해 필수적이다. 스타 숭배는 '친근함의 환상(illusion of intimacy)'이라는 개념으로 설명될 수 있다. 시청자들은 TV를 보면서 스타들과 마주 대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오카다 유키코가 투신 자살을 했을 때에 30여 명의 청소년들이 연쇄 자살을 했던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도 바로 그러한 환상이었다. 스타에게 푹 빠져드는 것 이상으로 현실을 잊어버리게 하는 해 주는 게 없다.
스타는 18세기 연극 무대에서 비롯됐다. 당시 연극은 부자의 자선에서 벗어나 경제적으로 독립하고 있었는데, 스타가 있으면 흥행하기가 쉬웠다. 우리가 오늘날 흔히 말하는 스타 시스템은 1910년 중반 할리우드에서 도입됐다. 그러다 반독점법이 적용되면서 스타 시스템은 스튜디오의 지배에서 벗어나 스타의 직접적인 관리 체제로 변화했다. 메이저 스튜디오들은 1952년까지 그들이 소유하고 있던 극장들을 포기해야만 하면서 힘이 약해졌고, 반대로 스타들은 더욱 까다로운 요구 조건을 내걸고 스스로 인기를 관리하기 시작했다. 스타 자신이 독립적인 기업으로 성장한 것이다.
스타 또는 아이돌이 숭배받기 위해선 조직적인 전도 활동이 스타들에 의해 전개되어야 한다. 브룩 쉴즈도 그런 팬 관리를 잘하는 스타들 중의 하나였다. 그녀가 태어나자마자 이혼해서 혼자 딸을 키운 어머니의 탁월한 사업 능력 덕을 톡톡히 보았다. 뉴 키즈 온 더 블록을 결성시킨 프로듀서 모리스 스타는 가수의 제스처에서 분장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하면 대중이 열광할 것인가에 대해 모든 걸 다 가르쳤다. 그들의 매력은 한마디로 말해 팝 시장의 주요 고객인 소녀들을 대상으로 한 섹스 어필이다. 굳이 노래가 아니라 하더라도, 최첨단 전자 악기와 조명, 그리고 섹스를 강조하는 율동만으로도 10대 소녀들에게 성적 자극을 주기엔 충분하다. 일단 그런 종류의 쾌감에 맛을 들인 소녀들은 조건 반사적으로 반응해 그들을 보기만 해도 까무러치며 '오빠'를 연발하게끔 되어 있다. 활자 매체의 가십들은 부산물이 아니라, 스타 시스템을 키우는 플랑크톤이라고 말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각종 언론 매체의 연예 보도가 기사의 상품성을 높이려는 속셈에서 철저히 스타 중심으로 이루어짐으로써 텔레비전과 공생관계를 형성한다. 이러한 마케팅 공세는 "연예인은 상품이다"라는 말을 납득하게 한다.
텔레비전도 영화의 스타 시스템을 물려받았다. 그러나 텔레비전의 스타시스템은 영화의 그것과는 판이하다. 텔레비전 스타에겐 예전의 영화 스타들이 누리던 신비감이 없다. 텔레비전은 기본적으로 클로즈업 매체이다. 사물은 약화되고 인간 얼굴과 행위가 강조된다. 영화는 어둠 속에서 정신을 집중해 보는 반면, 텔레비전은 휴식을 취하면서 또는 딴 짓을 하면서 보는 매체이다. 게다가 텔레비전 드라마는 영화와는 달리 1회용이다. 텔레비전 스타는 프로그램끼리의 판매 촉진으로 급조되고 대량생산되며 빨리 사라지는 순환성을 갖고 있다. 두말할 나위 없이 방송 연예 시장은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구매자 시장(buyer's market)이다. 구매자라 할 프로듀서들이 큰 힘을 쓰는 시장에서 판매자인 연예인들의 경쟁은 치열할 수밖에 없다. 시청률을 보장받기 위한 안전 제일주의에 집착하는 방송사는 인기 탤런트 위주로 캐스팅을 하며, 탤런트의 입장에선 설사 출연을 원치 않더라도 방송사의 출연 요구를 원치 않더라도 방송사의 출연 요구를 거절하기가 어렵다. 요컨대, 방송사들은 어떤 연예인들이 인기가 좀 있으면 그대로 놔 두지를 않고 최대한 혹사시키는 것이다. 방송사가 자유 시장에서 움직이는 연예인의 생계를 책임질 수는 없겠지만, 시청률 경쟁의 압제에서 벗어나 연예인들을 쓰고 내버리는 소모품으로 간주하는 구태 의연한 자세를 청산해야 할 것이다.
연예인이라는 직업은 그렇게 화려한 직업이 결코 아니다. 무엇보다도 대다수 연예인들이 생계 유지에 근 어려움을 겪고 있다. 92년 한국 방송 연예인노동 조합이 연예인 2백5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한 바에 따르면, 94.8%의 연예인들이 퇴직금이나 국민 연금 등 노후를 위한 대책이 없는 연예인이란 직업의 특성상 노후에 대해 불안해하며 65.1%의 연예인들이 불규칙적인 수입 때문에 저축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광고 모델의 아름다운 모습은 수십, 수백 번의 반복과 영상 이미지의 조작으로 만들어진 것에 불과하다. 그런 과정을 거쳐서 TV 브라운관에 나타나는 광고 모델의 매력적인 이미지가 모델의 진짜 모습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세계적인 유행 상품의 패션 모델이 되기 위해 갖추어야 할 신체적 조건은 꽤 까다롭다. 여성 모델들은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기 위해 매우 절제된 식이 요법의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 그런 조건들을 갖추고서도 여성 모델은 가슴을 부풀린다든가 기타 다른 신체적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대부분 성형 수술을 한다. 성형 수술을 할 때의 미적 기준은 카메라에 대한 적합성이다. 사람의 눈에 아름답게 보이게 하는 것이 아니라 카메라의 렌즈에 아름답게 보여야 한다는 뜻이다. 그들의 삶은 그렇게 철저히 카메라 지향적이다. 심리적으론 늘 불안하다. 내로라하는 동료 미녀들과 한데 어울려 패션쇼를 하다보니 다른 미녀의 아름다움에 주눅드는 일도 많다. 게다가 싱싱한 젊음을 과시하며 새로 데뷔하는 모델들도 경계해야 한다. 뛰어난 미녀라고 해서 꼭 성공적인 모델이 될 수 있는 건 아니다. 모델의 아름다움은 철저히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기본적인 아름다움을 갖췄다면 상황 적응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성공하기 쉽다. 아무리 성공해도 그 수명은 짧다. 20대 후반이면 모델로서는 은퇴기에 해당된다. 그 이전이라도 대중이 싫증내면 그 바닥을 떠나야 한다. 은퇴 후의 삶에 적응하기도 쉽지 않다.
8. 틴에이저 문화
미국은 1960년대 들어 연령구조가 변화하면서 젊은 층의 비율이 엄청나게 높아졌고 10대 청소년이 중요한 소비층으로 부상하면서 '틴에이저'라는 말이 만들어졌다. 인구 규모가 클 뿐만 아니라 쓰는 돈도 규모가 매우 컸다. 그러한 구매력은 당연히 대중문화에 그대로 반영된다. 광고는 습관이 신축적이고 개방적인 젊은이들을 이용해 혁신을 전파한다. 광고는 기성 세대로 하여금 시대에 뒤떨어지고 있다는 불안감을 주입시킨 후, 젊은이들이 즐겨 쓰는 상품을 똑같이 소비하면 젊어질 수 있다는 암시를 끊임없이 쏟아 붓는다. 그리하여 성인들은 새로운 시대에 무엇이 옳고 적절한가를 판단하기 위해 광고에 의해 교육된 젊은이들을 준거 집단으로 삼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대중 문화 영역에서 10대들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다 보니 중장년층의 '대중 문화 소외'라는 말까지 나왔다.
사춘기 때문에 고독과 불안을 느낄 일이 많은 10대들은 대중 문화에서 그 탈출구를 찾는다. 대중 문화 말고는 달리 문화를 향유할 기회가 거의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대중 문화 상품을 수동적으로 선택한다. 보통 10대 취향이라는 용어가 경박함이나 무절제함의 대명사인 것처럼 부정적으로 사용되지만, 대중 문화가 안고 있는 모든 문제의 원인을 10대에게서 찾는다는 건 부당한 일임에 틀림없다.
9. 대중문화의 단점과 이에 대한 비판적인 측면
9.1. 저속성과 유치함
대중문화는 이윤을 창출하는 상업성을 띤다. 이윤을 창출하려면 더 많은 대중을 끌어들여야 한다. 예술의 수준이 낮은 사람의 취향까지 만족시켜야 하기 때문에 대중문화는 불가피하게 예술의 하향 평준화를 초래한다. 예술적인 완성도보다는 선정적이고 음란한 내용들이 많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방송과 결합한 막장 드라마나 선정주의(sensationalism) 기사다. 선정주의는 1830년 6센트 짜리 신문을 1센트까지 낮춘 신문이 등장하고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해 범죄사건을 보도하면서 생겼다. 연예 면은 독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 무책임하고 비윤리적인 내용으로 도배한다. 대중문화가 예술의 아름다움과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는 저급 문화라고 비판받는 이유다.
호주 머독대학의 존 하틀리 교수는 TV의 유치함을 '소아주의(paedocracy)'라고 불렀다. 하틀리의 주장에 따르면 시청률을 최대화하고자 하는 TV는 다양한 속성을 가진 거대 집단을 모두 만족시키기 위해 어린이와 같은 구경꾼들을 상정한다는 것이다. TV의 소아주의를 부추긴다는 점에서는 방송을 규제하는 기관도 예외가 아니다. 늘 TV가 가족 매체임을 강조하는 규제 기관은 시청자를 무조건 아이들과의 관계 속에서 보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시청자는 사람도 아니고 성인도 아니며 오로지 학부모에 지나지 않는다. 사회는 아이들에 의해 지배되는 거대한 가족인 셈이다. 그래서 본말의 전도가 일어난다. TV는 성인이 아니라 아이들을 위해 존재하는 셈이 되는 것이다.
신문은 종이와 인쇄기만 있다면 얼마든지 만들 수 있지만, 방송은 전파의 속성상 제한된 수의 채널밖에 가질 수 없다. 그래서 TV 프로그램의 내용과 성격이 늘 뜨거운 사회적 논쟁의 대상이 된다. 미국 상업 TV의 경영자들은 적어도 1950년대부터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다수 시청자를 존중하는 편성 정책을 취했다. TV를 주로 시청하는 시간대의 프로그램에 성과 폭력에 관한 묘사가 난무하였으며, 대중의 문화적 취향을 하향 평준화시키는 현상이 나타났다. 사회적 비난이 빗발치자 TV 방송사 경영진과 간부들은 그들의 입장을 항변하기 위해 내세운 게 문화적 민주주의론이었다. 정치적 민주주의가 다수의 의사에 따라 지도자를 선출하는 투표로 운영되듯이, 문화에서도 시청률 등 다수의 취향이 반영된 결과에 따라 그 내용과 성격이 결정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CBS-TV의 사장 프랭크 스탠턴이 주된 주장자로서, 그는 TV에 대한 주된 비판자인 지식인들을 향해 그들이 문화적 소수자임을 겸허히 인정하고 괜한 독선을 범하지 말라고 충고하였다.
그러나 시청률은 기존 프로그램들 가운데에서의 선택을 나타내는 것일 뿐, 시청자의 의사를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는 없다. 취향의 대표성이라는 것도, 공급이 수요를 창조하는 일방적 경로에 따라 형성되었다는 근본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방송 시장에선 시청자들의 수요가 프로그램이라는 공급을 창출해 낼 수 있는 경로가 원천적으로 차단돼 있다. 또, 시청률 조사는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들의 호/불호를 묻는 것이지 유/무해를 묻는 건 아니다. 보통 선거는 여러 후보들 가운데 한 명밖에 뽑을 수 없기 때문에 다수의 횡포가 필요악으로 인정되는 제도이다. 그러나 TV는 결코 그렇지 않다. 다수의 취향에 부응하는 프로그램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은 필요하고도 정당하지만, 주 시청 시간대의 모든 프로그램을 그 원칙에 따라 편성한다면 모든 시청자가 단일 취향에 따라야 한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1959년에 터진 퀴즈 쇼 스캔들은 미국의 상업 방송 체제에 일대 위기를 가져 왔다. 당시 큰 인기를 누리던 퀴즈 프로그램들의 대부분이 조작되었다는 사실에 정부와 모든 국민이 분노하였다. 사태의 심각성을 눈치챈 방송사들은 방송의 공공성을 강화하겠다는 반성의 표현으로 뉴스 프로그램의 양을 배로 늘렸으며, 이 추세는 뉴스 프로그램을 강조한 케네디 행정부에서 더욱 강화되었다. 그 결과 방송사들은 뉴스 프로그램에서도 이익을 보아야 할 새로운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으며, 이는 결국 앵커제라고 하는 스타 시스템의 도입으로 귀결되었다.
1960년 5월7일 애틀랜타에서 개최된 미국 여론 연구 협회의 연례 총회를 겸한 「문화적 민주주의에 관한 대토론회」에서는 시청률에 의해 지배되는 다수 TV에 관해 열띤 공방이 벌어졌다. 여기서 지식인들은 다수 TV 에 대해 부정적인 결론은 내렸고 개혁을 표방하고 나선 케네디 정부의 방송 규제 기관인 연방 커뮤니케이션 위원회의 주요지침이 되었다. 이 위원회의 위원장 뉴톤 미노우는 적극적인 방송 규제를 통해 방송 편성의 다양성을 실현하고자 했다. 그런데 시청자의 필요를 무슨 근거로 누가 결정하느냐의 문제가 다시 생긴다. 그것은 대단히 어려운 문제이기도 하거니와, 자칫 엘리트들의 취향을 대중에게 강요하는 독선을 범할 위험마저 안고 있다.
대중문화가 오락에 한정된다는 편견은 맹목적으로 오락을 추구한다는 것에 대해 면죄부를 준다. 지식인은 적극적으로 콘텐츠 개발에 힘써야 하고, 시청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프로그램을 찾도록 노력해야 한다. 대중문화가 공동체 문화의 성격을 갖게 되면, 사회 구조의 부조리를 고발할 수 있어 다수에게 문화적 자산이 돌아갈 수 있다. 긍정적인 측면의 대중문화가 보편화되기 위해서는, 교육과 오락을 합친 에듀테인먼트(edutainment)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다만, 대중문화 자체를 고결하지 못하고 자칭 '우리들이 하는 예술만 고결하다고 생각'해버리는 스노비즘의 늪에 빠지지 않게도 주의해야 한다.
9.2. 수동성과 일방성
기술 문명의 발달은 역설적으로 인간을 수동화시켜 왔으며 자발성은 저하시켰다. 대중이 일방적으로 받아들이기만 하는 자세를 취하면 문화는 획일화된다. 개인의 개성보다는 집단적인 유행에 민감해지는 사태가 발생한다. 유행은 대중매체의 생산자가 조작하기 쉽고 소모성이 강하다. 유행기간이 끝나면 빠르게 잊혀져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도태되어 퇴물 취급된다. 유행은 사상을 지배하기도 하고, 저항 자체가 상품화되면서 유행이 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대중문화는 소비 행위를 통해 자존심과 삶의 의미를 찾도록 유혹하고 신체를 못살게 군다. 인간의 외적 아름다움마저도 개성과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은 채 획일화된 기준으로 평가하고 그에 따를 것을 부추긴다. 미디어에 나오는 외형을 동경하거나, 남에게 보이는 자신의 모습에서 만족을 느끼게 만든다.
물론 소비자는 똑같은 상품이라도 상황에 따라 달리 해석한다. 제작자의 의도는 그대로 관철되지 않는다. 그러나 능동성의 수준에는 차원이 있을 수도 있다. 본인의 고유한 가치관으로 메시지를 선별한 능력이 있더라도 언제나 그 능력을 발휘하는 건 아니다. 발터 베냐민은 "대중문화 소비자는 탐구자이긴 하나, 방심하고 있는 탐구자"라고 표현했다.
9.3. 피상성과 정신 분산
예술은 정신 집중을 요구하는데 반해 대중은 정신 분산을 원한다. TV 프로듀서들은 시청자의 정신 집중 상태를 최악의 것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30초 안에 터지지 않으면 리모콘으로 채널을 돌리기 때문이다.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하여 제작자들은 프로그램 전체에 걸쳐서 팽팽한 속도감을 유지하기 위해 애를 쓰며, 가능한 한 프로그램을 여러 코너로 짧게 나눈다. 세상이 아무리 복잡하더라도 프로그램은 그 어떤 장르를 막론하고 단순 명료하여야 한다. 그저 피부에 와 닿는 느낌으로 어필해야지 시청자들의 두뇌를 사용하게 해서는 안 된다. 광고 제작자들도 빠른 속도감과 이미지의 쾌락을 중심으로 한 자본집약적인 광고를 개발하고 있다. 문제는 채널간 경쟁에 집착하는 제작자들이 시청자의 조급성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으며, 되려 시청자들이 그 영향을 받게 되어 있다는 점이다.
TV 뉴스도 마찬가지다. 행여 시청자들을 지루하게 만들까 봐 늘 이미지에 집착한다. 정작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 정치적 사상이나 신념은 그림으로 표현하기가 어려워 뒷전으로 밀려나게 되는 경향이 있다. 만약 대다수 사람들이 TV 뉴스를 통해 세상 돌아가는 것을 이해한다면, 알맹이가 없고 피상적인 소식만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국민의 여론에 크게 의존하는 민주주의가 제대로 기능할 수 있을까? TV는 정치를 상품화시키는 주범으로 선거를 그저 즐기기만 하는 오락의 일부로 만든다. 영상매체가 성장하면서 활자매체도 TV를 흉내낸 편집 혁명을 통해 '보는 신문'으로 전환하였다. 이런 노력은 언론을 오락산업으로 변질시킬 우려가 있고, 매체를 통한 세상 인식이 세상사에 대한 본질적인 성찰을 어렵게 한다. 더욱이 정치인들이 대중문화의 그러한 속성을 최대한 이용함에 따라 문제는 더욱 악화되고 있다. 사회통제가 권위주의적 스타일에서 조작적 스타일로 바뀐 것이다. 민주주의의 위기는 표현의 자유가 무한대로 허용되기 때문에 발생한 게 아니라 정반대로 언론이 지배 권력과 자본에 예속되었기 때문에 생긴다.
9.4. 고립성과 자아 매몰
인간에겐 자기 혼자만의 세계,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공간을 갖고 싶어하는 욕구가 꿈틀대고 있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그러한 공간을 확보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대중은 그 대체 공간으로서 미디어의 세계에 눈을 돌리게 된다. 인터넷이나 비디오는 수용자에게 자신이 선택한 시간에 자신의 선택한 내용의 콘텐츠에 빠져들 수 있는 특권을 안겨 준다. 콘텐츠 자체도 중요하겠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공간과 시간의 한계를 초월해 자유로운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현대 미디어가 자아 매몰의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전자 통신 산업은 자아 매몰이야말로 시장을 확대시킬 수 있는 기회와 같다. 5명이 살고 있는 한 가정에 컴퓨터를 1대만 팔 수 있었던 것에 비해 5대를 팔 수 있다면 그걸 마다할 리 없다. 그래서 자아 매몰은 가전업체들의 마케팅 공세에 의해 더욱 심화되고 있다.
물론 자아 매몰 현상을 꼭 부정적으로만 볼 건 아니다. 개인의 입장에선 무료함과 고독을 치유하고 때론 큰 행복을 가져다 줄 수도 있다. 문제는 사회 전체가 그런 방향으로 치닫고 있다는 것이다. 고립된 태도는 중독증을 야기시키고 가족 간의 대화를 단절시킨다. 대중문화는 자기만의 공간을 만들어내지만 광장이 사라져 대화하지 못하는 젊은 세대가 은둔하는 공간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반면에 현대 도시인에게 대중문화는 정반대로 사회성의 필수요소이기도 하다. 대중문화는 접근성이 뛰어나고 별도의 비용이 들지 않아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오락거리이기 때문에, 공감대나 공통 관심사를 쉽게 형성한다. 대중문화를 알지 못한다면 사람들과 화제의 중심으로부터 자연스럽게 소외될 수도 있다. 개인의 취미와 개성도 중요하지만 사회성이란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데에서 비롯되지 않는가.
9.5. 불평등 구조의 확대 재생산
텔레비전은 바깥 세계와 가정의 전통적인 구분을 허물어뜨려 여성을 정보 고립으로부터 해방시켰지만, 한편으로는 남녀 불평등 구조를 확대 재생산했다. 텔레비전은 사회적 남녀 불평등 구조를 바로 잡기 위한 당위의 차원에서 남녀 관계를 묘사하기보다는 기존의 잘못된 남녀 관계를 그대로 보여 주거나 흥미성을 높이기 위해 과장과 왜곡을 더하여 불평등 구조를 증폭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 남성은 개인적 성취나 업적 등에 관심을 갖고 사회 생활을 열심히 하는 것으로 제시되는 반면, 여성은 관심의 대상이 가정의 테두리 안에 있고 남성에게 복종적인 현모양처로 제시되고 있다. 전문직 기혼 여성은 골치 아픈 존재로 호전적이며 가정적으로는 무능한 사람으로 묘사된다. 물론 리얼리즘이라는 관점에서 보자면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반영하거나 고발한다는 차원에서 여성의 비극을 강조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텔레비전은 그런 목적 의식 없이 대부분 여성의 종속적 위치를 미화시키기에 바쁘다. 현실의 문제를 있는 그대로 적나라하게 보여줌으로써 문제의식을 불러일으키는 이른바 교정적 리얼리즘의 정신이 결여되어 있는 것이다.문화적 갈등은 세대 간에만 있는 게 아니에요. 계급과 성적 정체성에 따라서 치열한 투쟁이 벌어집니다. 성적 정체성을 먼저 볼까요. '드라마에서 여성이 어떻게 그려지는가?' 하는 문제는 굉장히 오래된 논쟁 중 하나였습니다. 우리나라의 많은 드라마들은 청춘남녀가 지지고 볶고 갈등하다가 결국 여자가 직장을 그만두고 결혼을 합니다. 그리고 그들은 결국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하고 끝나요. 이게 정말 '해피엔딩'이냐는 거예요. 가정의 행복을 위해 자기 일을 그만두어야 하는 여성이 당연시됩니다. 자기주장을 하고 주체적이고 직장에서 일도 딱 부러지게 하는 여성은 항상 갈등의 요인이 됩니다. 그런 사람이 멋진 남자를 만나 교화되어 요조숙녀가 된다는 게 수많은 드라마의 주요 서사예요. 여성인권 차원에서 상당히 심각한 문제죠.
''인.인.답.''. 77p.
캐나다에서는 연방 정부가 1979년 라디오. TV. 전기 통신 위원회(CRTC)에 여성의 성역할에 관한 특별 위원회를 구성한 바 있다. 이 위원회가 4백여 방송사로부터 받은 자료를 토대로 작성한 보고서의 내용은 방송매체가 취해야 할 바람직한 태도의 형식과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다. ①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여성상을 보여 주어야 한다. ②여성을 단순히 성적인 자극을 주는 존재 또는 유혹자로서 취급하지 말아야 한다. ③성차별을 내포하는 단어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 ④남성은 업적을, 여성은 단순히 모습을 보여주는 식의 소개를 하지 말아야 한다. ⑤여성을 남성에게 봉사하거나 의존하는 존재로 묘사해서는 안된다.
성적 소수자도 오랫동안 대중문화에서 배제되어 왔다. 홍석천도 처음 커밍아웃을 했을 때는 한동안 텔레비전에 못 나왔으며[5] 주인공 큰아들이 동성애자로 나오는 <인생은 아름다워>도 "게이 된 내 아들, 에이즈로 죽으면 에스비에스가 책임져라."라는 신문광고가 등장하는 등 말들이 많았다.
그다음으로 계급문제도 있다. 어떤 부류의 사람들이 즐기느냐에 따라 고급 문화와 저급 문화로 나뉜다. 예컨대 클래식이나 미술작품을 즐기는 게 한국에서는 상류층 이미지가 있어 굉장히 고급 취향으로 인식된다.
그다음이 인종적인 갈등이다. 미국 같은 다문화, 다인종 사회에서 굉장히 중요한 문제인데, 예를 들어 할리우드 영화에서 흑인이나 아랍인, 혹은 제3세계인을 어떻게 묘사하느냐 하는 것이 논쟁거리가 된다. 한편 한국에서는 인종보다는 지역이 중요한 문제가 되는데, 언어차별/한국 참조.
9.6. 예측 불가능성
대중문화는 다른 상품들과는 달리 시장을 예측하기가 어렵다. 예컨대 자동차 같은 것은 돈을 많이 들여서 고사양으로 만들면 좀 더 비싼 가격에 팔 수 있다. 또한 비슷한 가격대의 자동차가 얼마나 팔리는지 보면서 수요 예측도 가능하다. 하지만 영화는 개봉하기 전까지는 관객이 얼마나 들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처럼 엄청난 제작비를 쏟아부어도 실패할 수 있고,[6] 반대로 서편제처럼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작품[7] 이 흥행하기도 한다.
통계에 의하면 전 세계적으로 출시되는 상업가요 음반 중에 이익을 남기는 것이 10%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제작비라도 건지는 것이 10%이고, 나머지 80%는 손해를 본다는 것이다. 이러한 불확실성을 줄이고자 하는 전략이 전술한 '스타시스템'이다.[8]
10. 한국의 대중문화
한국에서 진정한 의미의 대중 문화가 나타난 때는 경제 개발의 구호 아래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교통, 통신, 교육, 대중매체 등이 발달하기 시작한 1960년대부터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5.16 군사정변 직후 박정희 정부는 정책 홍보의 수단으로 TV방송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1961년 12월 31일 지금의 KBS-TV를 개국시켰고, 1969년 8월 8일에는 MBC-TV가 개국하였다. 1966년 전자 산업을 수출 육성 산업으로 지정하고 파격적인 재정지원과 면세 혜택을 부여하기 시작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1969년에 전자 산업 육성법을 공포하였고 이때부터 TV 수신기의 보급률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9]
1960년대에 처음 막을 올린 한국의 현대적 대중문화는 그 초기에 주로 미국과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10] 한국의 대중 음악의 경우 서양 음악의 영향을 받았으며, 이후 2000년대부터 K-POP이라고 하는 하나의 정식 음악 장르로 발전하여 아시아는 물론 서구권으로도 지변을 넓혀가고 있으며, 스포티파이나 아이튠즈 등에서도 "K-POP"항목이 따로 생기거나 2020년에는 BTS가 1967년 이후 역대 2번째로 빌보드 차트 HOT 100에서 1위를 한 아시아 아티스트이자, 비영어권 가수 최초 & 전세계 5번째로 Hot 100, Artist 100, Billboard 200차트 모두 1위를 석권한 아티스트에도 오르는 등 K-POP은 한류라고 하는 한국 문화 수출의 가장 큰 축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애니메이션의 경우 과거에는 일본의 애니를 표절한 적도 있으나 지금은 독자적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고 고스트 메신저같은 훌륭한 작품도 나오고 있으며, 해외로 수출한 애니메이션도 상당히 많다. 특히 2010년대 후반 들어서는 인터넷 만화인 웹툰을 기반으로 한 노블레스나 갓 오브 하이스쿨등의 애니메이션 원작을 제공하는등, 일본 애니업계와 한국 웹툰업계가 일종의 협력관계를 시작하기도 했다. TV 프로그램의 경우 한국은 TV라고 하는 하드웨어와 더불어 그 소프트웨어까지 수입해 온 나라이기 때문에 당시 방송인들이 프로그램 포맷을 놓고 고민할 겨를이 크게 없었다. 그저 외국에서 이미 형성된 프로그램 포맷을 수입해 한국적인 요소를 가미하는 정도로 끝나고 말았다. 하지만 이를 여러 한국만의 독창적인 요소를 통해 잘 추가하고, 몇몇 혁신적인 변화를 가하는 것에 성공해, 2010년대 들어 한국 드라마나 각종 한국 예능 프로그램은 국제적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의 발전에 힘입어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고, 이 포맷을 또다시 중국에 수출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특히 한국 드라마는 2020년부터 코로나19로 인한 자택 격리로 넷플릭스가 전세계적으로 활성화되어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김수현이 주연을 맡은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넷플릭스를 통해 190개국에서 선보여지고 있는데, 홍콩, 태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권 7개국에서 '가장 많이 본 콘텐츠' 1위를 차지했고, 일본에서는 2∼3위를, 브라질과 페루 등 남미 전역에서도 10위권에 올랐다. 넷플릭스의 글로벌 종합 순위에선 6위까지 올랐다. 특히 '킹덤' 시즌2는 공개 직후 넷플릭스 인도의 '오늘의 Top 10'에 안착했고, 사랑의 불시착, 이태원 클라쓰 등 다른 한국 드라마도 4월부터 9월 이후까지 쭉 일본 넷플릭스 상위권을 차지하며 모테기 일본 외무상도 시청했다고 언급하는등 "일본내 4차 한류"라는 평가까지 있을 정도다.#
한국 영화의 경우에도 국내의 인구 대비 거대한 영화 시장에 힘입어 혁혁한 발전을 이어나간 것을 세계에서도 계속하고 있다. 2010년대부터 부산행, 신과 함께 등으로 아시아를 비롯한 해외에서 한국 영화는 빅히트에 성공하였으며, 2019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프랑스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고, 외국어 영화 최초로 미국 아카데미상 작품상[11] 을 수상하는 등 위상을 높였으며, 2020년에는 조일형 감독의 작품 "#살아있다#"가 넷플릭스 공개 하루만에 글로벌 무비 차트 2위에 올라선 데 이어, 이틀 째(9월 10일 기준) 미국, 프랑스, 스페인, 스웨덴, 러시아 등 유럽 주요국, 호주를 포함해 전세계 35개국 무비차트 1위를 석권하며, 한국영화로는 최초로 넷플릭스 전세계 영화차트 1위를 차지하였다. #
한편, 6-70년대엔 표현의 자유가 전혀 보장되지 않았기 때문에, 대중문화는 대체로 정치와 무관한 방향에 맞춰져 있었다. 물론 70년대에는 유신 체제에 대한 저항이 어느 정도 담겨 있었지만 대학가를 중심으로 한 일부 영역에 불과했다. 신문은 연재소설과 같은 대중문화적 기능에 큰 신경을 썼다. 특히 최인호의 『별들의 고향』은 조선작의 『영자의 전성 시대』와 더불어 이른바 '호스티스 문학'의 전성 시대를 탄생시켰다.
10.1.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이하 '대중문화산업법')상의 '대중문화예술산업'
대중문화산업법에서 규정하는 대중문화예술제작물(이하 '대중문화')는 비교적 '대중매체를 기반으로 한 문화'라는 정의에 충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만화의 경우는 출판물이라 법에서 규정하는 '대중문화'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영 제2조 제1호 마목 '이미지를 활용한 제작물'에는 해당하는 바, 역시 '대중문화'에 포함된다.대중문화산업법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대중문화예술산업"이란 대중문화예술인이 제공하는 대중문화예술용역을 이용하여 방송영상물ㆍ영화ㆍ비디오물ㆍ공연물ㆍ음반ㆍ음악파일ㆍ음악영상물ㆍ음악영상파일 등(이하 "대중문화예술제작물"이라 한다)을 제작하거나 대중문화예술제작물의 제작을 위하여 대중문화예술인의 대중문화예술용역 제공을 알선ㆍ기획ㆍ관리 등을 하는 산업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산업을 말한다.
동법 시행령 제2조(대중문화예술산업의 범위)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이하 "법"이라 한다) 제2조제1호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산업"이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산업을 말한다.
1. 대중문화예술인이 제공하는 대중문화예술용역을 이용하여 다음 각 목의 대중문화예술제작물을 제작하는 산업
가. 「공연법」에 따른 공연물(무용, 연극, 국악 형태의 공연물은 제외한다)
나. 「방송법」에 따른 방송을 위하여 제작된 영상물(보도, 교양 분야의 영상물은 제외한다)
다.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른 영화 및 비디오물
라. 「음악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른 음반, 음악파일, 음악영상물 및 음악영상파일
마. 이미지를 활용한 제작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