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살벌
1. 개요
벌목 말벌과 쌍살벌아과의 곤충. 쌍살벌이라는 이름은 날아다닐 때 맨 뒷다리 2개를 축 늘어뜨리는데, 이 모양이 살[1] 2개를 들고 다니는 것 같다고 하여 붙었다. 보통 쌍살벌들의 몸길이는 15~22mm 정도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쌍살벌은 한국 특산종인 왕바다리, 제일 작은 쌍살벌은 어리별쌍살벌이다. 참고로 대한민국에서는 쌍살벌을 가리키는 용어로 '''바다리'''라는 순우리말이 있다. 사투리로 간주되어 사어가 될 뻔했으나 왕바다리, 제주왕바다리에 그 이름이 기록되어 사라지는 일은 면했다.[2]
2. 생태
겨울을 난 여왕벌이 봄에 나무껍질과 자기 타액으로 집 외벽이나 나무둥지에 벌집을 짓는데, 벌집의 질감이 한지와 상당히 비슷하다. 이후 여왕벌이 애벌레가 새로운 일벌로 성장할 때까지 혼자 집을 증축하고 애벌레를 키운다. 일벌들로 성장해도 여왕벌 역시 끊임없이 일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게다가 이렇게 태어난 일벌들도 기본적으로 알을 낳을 수 있다. 몸 속에 정자를 받아들인 여왕벌만 유정란을 낳기 때문에 여왕벌이 낳는 알은 모두 암컷이고, 정자를 받아들이지 못한 일벌이 낳는 무정란은 모두 수컷이 된다.[3] 꿀벌과는 달리, 의외로 민주주의적이다.[4] 쌍살벌의 교미장면 기존의 여왕벌은 도중에 죽고, 다른 암컷 벌들이 계속 집을 증축하다가 짝짓기를 해서 여왕벌로 독립해 떠나서 겨울을 난다.
쌍살벌은 나방 유충을 비롯한 애벌레들을 주로 사냥하는데 나방, 나비 애벌레 대부분이 농작물을 갉아먹는 해충이므로, 쌍살벌은 해충을 잡아먹는 익충이라고 할 수 있다.[5] 실제로 왕바다리의 먹이원을 조사한 결과, 왕바다리가 사냥한 먹이 중에서 나비목(유충)이 가장 많았으며 나비목(유충)이 무려 67%에 달했다는 논문이 있다. 해당 인용자료.
다른 벌보다 군집의 수가 적고[6] 크기가 작은 관계로 분류상 말벌과이지만 간혹 장수말벌 같은 다른 말벌들에게 털리는 경우도 있다. 천적은 털보말벌, 등검은말벌, 꼬마장수말벌.[7] 말벌들한테 그나마 대항이라도 하는 꿀벌들과는 달리, 이 쪽은 맥없이 공격도 못 하고 알과 유충을 잃는 것을 보면 안쓰럽기까지 하다.
해외의 쌍살벌들 중 남아메리카의 붉은쌍살벌[8] 은 일벌이 여왕벌이 될 수 있다. 참조. 한편 ,뉴질랜드에서 두눈박이쌍살벌이 도입되어 외래종으로 지정되었다.
3. 말벌과의 구분
전술했듯 몸길이는 15~22 mm 정도라 꿀벌보다도 길고 크기에 모습이 말벌속과 비슷하지만, 말벌보다 전체적으로 몸이 더 작고 가슴과 배 사이가 가늘게 유선형으로 이어지며 배 마디가 자루처럼 되어, 말벌과 구분할 수 있다. 즉, 말벌같이 생긴 늘씬한 벌이 맨 뒷다리를 늘어뜨리고 날면 쌍살벌 종류이다.[9] 말벌과 닮았지만 마른 외모이기에 일부에서는 "살뺀 말벌" "다이어트한 말벌"이라고도 부른다.
이외에 집 모양새로도 구별이 가능하다. 말벌은 둥지를 딱딱한 외피로 공처럼 둥글게 덮기 때문에 보이지 않으나, 쌍살벌은 외피를 만들지 않고 벌집이 아래쪽을 향한 편형(종모양)이라, 벌집 안의 알과 애벌레가 보인다. 보통 집 외벽에 집을 짓는 벌이라고 하면 일반적인 말벌보다 쌍살벌 종류일 가능성이 더 크다.[10]
봄철 집 안에서 어디선가 자꾸 벌이 출몰한다면 지붕 밑이나 처마 밑을 살펴보자. 십중팔구 쌍살벌일 것이다. 쏘지 않는다면 치울 필요는 없다. 이 때문에 집 아래쪽 전체가 벌집이 된 사람도 가끔 있다. 몇몇 종류는 적응력이 뛰어나 시골은 물론 도시 주변에서도 쉽게 볼 수 있고, 건물 기둥이나 벽에 둥지를 만들어 사람들을 놀라게 하기도 한다. 물론, 아무리 온순하다 해도 둥지를 건드린다거나 주변에서 위협적인 행동을 할 경우 튀어 나오는것은 물론이고, 쌍살벌은 낙엽이 덮인곳의 바위 틈이나 고목 밑에도 둥지를 틀기 때문에 모르고 근처나 벌집을 밟았다간 그대로 신발을 뚫고 몇번이나 쏘일수가 있다. 온순하다지만 역시 벌은 벌.
말벌과는 달리, 꽤 온순한 축에 속해서 '''건드리지만 않으면 자기 할 일에 충실한 녀석.''' 게다가 나방 애벌레, 파리, 바퀴벌레 등 '''해충을 집중적으로 잡아먹어 주기에 익충'''이라고 할 수도 있다.[11] 심지어 집 문 옆에 지어서 수시로 문이 열렸다 닫혔다 해도 크게 반응을 보이지 않을 정도이니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쌍살벌 역시 말벌의 일종이기 때문에[12] '''쏘이면 꿀벌보다는 아프다.'''[13] 이런 점 정도는 주의해야 안심할 수 있을 것이다.
뉴스에서 장수말벌이나 말벌에 의한 피해를 보도하면서 쌍살벌을 '말벌'로 자주 표출한다. 심지어 번역서나 번역기사에는 '종이 말벌'(Paper Wasp)이라는 번역도 등장한다. 쌍살벌도 말벌의 일종이기는 하지만 말벌속(''Vespa'') 진짜 말벌과는 공격성이나 독성이 비교가 안 된다. 특히나 쌍살벌은 도시에서도 쉽게 볼 수 있어 장수말벌 등으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쌍살벌은 말벌보다 온순하고 건드리지 않으면 쏘지 않으며 해충을 잡아먹는 익충이다. 야생 쌍살벌을 말벌로 착각해 죽이는 일이 없도록 하자.
물론, 도시나 시골에 사는 순박한 쌍살벌과는 반대로 정말로 무시무시한 쌍살벌도 있는데, 중남미산 쌍살벌인 망나니쌍살벌(Polistes carnifex, Executioner Wasp)의 경우는 진짜 말벌도 능가할 독을 지녔다. 이 놈의 독은 '''그 총알개미보다도 고통스러울 정도로 매우 강력하다!''' 고통이 정말 끔찍해서 처형자라는 무시무시한 이름이 붙어있다. 유투버 코요테 피터슨은 이 executioner wasp를 쏘이면 가장 아픈 곤충으로 꼽았다. #
그나마 공격성은 다른 쌍살벌류처럼 덜한 편이고 정글 깊숙한 데서 주로 살기 때문에, 생물학자들의 오지탐사나 서식지의 파괴 등이 아닌 이상 인류와 접촉할 일이 많지 않다는 점이 다행.
4. 대중매체
곤충세계에서 살아남기의 2편에서는 둥지가 일벌들의 투혼에도 불구하고 장수말벌 5마리에게 통째로 털리고 어미벌도 죽지만, 한 암벌이 살아남아 대를 이어 나간다. 물론 현실에서는 장수말벌 1마리만 있어도 쌍살벌 벌집 궤멸은 물론에 주인공 전원 전멸 확정이다.[14]
Monster Bug Wars의 에피소드 5에서 보석침개미 집단과 전쟁을 하는 모습을 보여줬는데, 처음에는 개체간의 협동심이 약해서 밀리는듯했으나 곧 우월한 신체 능력과 크기 그리고 물량을 이용하여 역으로 털어버린다.
[1] 부채살이나 창살처럼 가늘고 긴 막대기[2] '왕바다리'라는 쌍살벌 종류를 최초로 분류해 알린 사람은 우리나라의 말벌 연구자이자 말벌 도감을 출판한 정계준 교수.[3] 벌 종류의 무정란은 수컷으로, 유정란은 암컷으로 태어난다.[4] 다른 말벌들도 이와 비슷한 생태를 취한다.[5] 꿀벌을 공격하는 말벌 쪽이 인간에게 입히는 피해가 더 크다.[6] 보통 100여 마리 수준. 꿀벌들의 군집이 보통 적게는 만여 마리이므로 꿀벌 군집수의 1/100정도밖에 안된다. 간혹 9월 말이 되면 상당한 군집이 모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결국 꿀벌의 군집수보다는 적다.[7] 장수말벌이 그냥 쳐들어와서 싹쓸이한다면, 꼬마장수말벌은 벌집은 살려두고 알과 유충만 지속적으로 삥뜯어간다고 한다. [8] 기사에는 종이말벌로 써있는데, 쌍살벌의 영어다.[9] 군대에서 볼 수 있는 다리를 늘어뜨리고 나는 벌을 오버로드라고 부르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도 쌍살벌이 맞다.[10] 물론, 쌍살벌이 아닌 보통의 말벌도 인간이 사는 집의 외벽에 집을 짓는 경우가 있다.[11] 보통의 말벌처럼 먹이를 고기경단으로 만들지만, 말벌과는 반대로 턱힘이 약해서 단단한 외피를 씹지 못한다. 그래서 바퀴벌레같은 경우에는 뒤집어서 그대로 들고 간다.[12] 독침이 꿀벌처럼 안쪽으로 굽은 형태가 아닌 말벌처럼 곧은 형태이기 때문에 여러번 쏘는게 가능하다.[13] 쏘여본 사람들의 증언으로는 전기가 통하는 쇠젓가락으로 쑤시는 듯한 통증이 꽤나 오래 간다고.[14] 물론 작가도 재미를 위해 실제와 약간 다르게 그렸다고 밑에서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