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
1. 개요
어슐러 K. 르 귄이 1973년 쓴 판타지 단편소설. 원제는 <The Ones Who Walk Away from Omelas>. 이듬해인 1974년 휴고상 초단편 부문에서 수상했다.
가상의 유토피아적인 도시 오멜라스의 행복과, 그 이면에 존재하는 어둠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행복하게 번영하는 여러 모로 이상적인 도시 오멜라스, 그 도시의 행복은 불가사의하게도 지하에 갇혀서 나가지 못하고 고통받는 어떤 아이의 희생이 있어야만 성립하는 것이다. 즉, 오멜라스가 지상낙원으로 존재하기 위해서는 그 아이가 계속 지하실에서 고통받고 있어야 하며 누구라도 그 아이를 조금이나마 도와줄 경우 오멜라스가 누리는 행복과 번영은 바로 그 순간에 자취를 감추게 된다는 것이다.[1] 오멜라스 주민들은 8~12살쯤 그 사실을 듣게 되기 때문에 자신들이 누리는 행복, 주민들 사이의 정 등이 그 아이의 비참한 처지 덕분에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주민 대부분은 그 진실을 대면한 이후에도 여러 이유를 들어서 그 아이의 희생을 결국 받아들이고[2] 심지어 더 선하고, 더 열심히 살아가게 되지만 몇몇은 어디론가 떠나고 다시는 오멜라스로 돌아오지 않았다.
2. 주제
소수를 희생시켜서 다수가 행복을 얻는 것은 옳은 것인가? 이러한 딜레마를 다룬 작품 중 가장 유명한 것으로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이 있다. 작중 이반이 알료샤에게 들려주는 대심문관의 이야기가 아주 직접적으로 이 딜레마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작가 자신은 오히려 도스토예프스키를 참조한 것이 아니라 현대의 미국인으로서 주제를 포착했다고 한다. ''''현대의 미국의 번영이 지구 반대편인가의 어느 나라의 전쟁과 기아 상황으로 지탱되고 있다고 한다면 어떨까?\''''라는 자각에서부터 출발했다고 한다.[3]
이 작품은 인류학-문화학적 관점으로도 볼 수 있다. 조르쥬 아감벤의 '호모 사케르'나 제임스 프레이저의 '황금 가지'에 나오는 대속자, 만인에 대한 희생자란 개념을 소설로 서술했기 때문이다.
2.1. 닫힌 사회와의 연관성
일부에선 이 소설의 주제가 섬노예와 같은 '닫힌 사회'를 비판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하는데, 실제로는 다른 문제이다. 작중 '오멜라스'는 외부의 압력을 명분으로 내부가 유착되어 있거나, 도시의 지배층이 이익을 위해 문제의 어린이에 대한 박해를 강요하고 피지배층도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그 탄압을 묵인, 조장하는 형태가 아니기 때문이다.
3. 여담
우리나라에서는 시공사에서 출판한 <바람의 열두 방향>에 수록되어 있다. 또한 도솔출판사에 출판된 <마니아를 위한 세계SF걸작선>에도 수록이 되어있다. 여기에서도 읽어볼 수 있다.
몹시 짧은 분량으로 순식간에 훌훌 읽어버릴 수 있지만 깊은 주제의식과 르귄 작가 특유의 아름다운 필체로 결코 가볍지 않은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다. '단편'의 하한선에 걸쳐 있는 분량이면서도 이 정도 퀄리티를 보인다는 점에서 작가의 공인된 굇수스러움을 재확인할 수 있다.
작중 도시의 이름 Omelas는, 저자가 길거리에서 본 오리건 주 살렘 시의 간판을 보고 떠올린 것이다. 'Salem, Oregon'을 뒤집으면 nogeromelas가 된다. 그래서 Omelas라고 한다.
4. 다른 매체에서의 등장
마이클 샌델의 저서 <정의란 무엇인가>에 공리주의의 문제점에 대한 설명을 하는 부분에서 이 소설의 내용이 언급된다.
어떤 마술의 금서목록 신약 9권에서 오티누스가 카미조 토우마를 절망에 몰아넣기 위해 마지막으로 만든 세계인 버전 오메가는 이 작품이 모티브인 것 같다. 딱 하나 차이는 '불행한 아이'의 존재를 아느냐/모르냐일 뿐이다. 총체의 말에 따르면 죄책감 때문에 버전 오메가를 떠나는 사람들이 나오는 걸 막기 위한 '반칙'이라고 한다.
닥터 후의 에피소드 중 하나인 The Beast Below 역시 이 작품의 오마주로 추정된다. 차이점이라면 희생시키는 대상이 인간인지의 여부와 그 현실을 외면하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처분 정도.
Fate/stay night에 등장하는 앙리마유의 모티프 역시 이쪽에 가까워 보인다.
아스란 영웅전의 마지막 에피소드 여섯번째 손가락은 이 소설에 대한 오마주이다.
웅진출판사의 SF전문 브랜드가 오멜라스였다. 이 소설에서 이름을 따왔던 것으로 보인다.
대한민국의 보이그룹 방탄소년단의 타이틀 곡 중 하나인 봄날의 뮤직비디오에서 "Omelas"라는 문구가 등장한다. 뮤직비디오의 시나리오에 있어 이 소설을 참고한 것이 보인다.
SSS급 자살헌터에서 나와 우리들의 희생양이라는 책으로 제목이 바뀌어 등장한다.
[1] 르 귄의 많은 작품들처럼 이 역시 SF냐 판타지냐에서 왔다갔다하는 작품이라 그 이유나 인과, 기원에 대해선 일체 언급이 없다. 그저 '옛날옛적부터 그랬고 그래서 지금도 그렇다고 믿는다'가 전부. 즉, 작중 오멜라스인들은 이 부분을 단순히 '''믿을 뿐'''이다. 그 어떤 누구도 그 부분에 대해 증명해 보려고 들지 않는다. 심지어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 조차도 말이다.[2] 너무 오랫동안 비참하게 살아서 좋은 잠자리와 음식, 자유를 준다 하더라도 오히려 비참함을 느낄 것이라는 자위 혹은 자기 합리화 한다.[3] 이 소설이 출판되었을때는 바로 베트남 전쟁이 한참 막바지로 치닫고 있던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