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베르스의 역설

 

1. 개요
2. 역설의 등장
3. 제시된 해결책들
4. 최종적인 해결


1. 개요


  • 독일어: Olberssches Paradoxon
  • 영어: Olbers' Paradox - 흔히 "올버스의 역설"이라고 하는 이유다.
천문학에 관련한 역설. 한 마디로 ''''하늘은 왜 어두운가?''''라는 질문이다.
위 질문을 처음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도대체 무슨 소리야?"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자명한 사실에 대한 의문을 가지는 게 뜬금없어 보일 지 모르겠지만 독일천문학자 '하인리히 빌헬름 올베르스'[1]는 당대 지식인들에 의해 믿어져 오던 우주의 기본 원리가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는 어두운 밤하늘과 상충됨을 간단한 논리의 흐름을 통해 증명했고, 이는 올베르스의 역설이라고 불리게 되었다.

2. 역설의 등장


모든 천체(정확히는 모든 물체)들 사이에는 중력이 작용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자연스레 그렇다면 어떻게 이 우주의 천체들이 서로 간의 중력으로 이끌려 결국 모두 합쳐져 버리지 않고 현상태가 유지되는 지가 화두가 되었다. 이에 뉴턴이 제시한 가설은, 우주는 무한하고 마찬가지로 무한한 수의 별들은 우주공간에 고르게 퍼져 있어 서로간의 중력이 평형을 이룬다는 것.[2]
허나 이 가설은 19세기의 독일 천문학자 하인리히 올베르스(1758~1840)가 제기한 의문[3]으로 흔들리게 되었다. 만일 우주가 무한히 넓고, 우주 전체에 걸쳐 가시광선을 내는 이 고르게 퍼져 있다면(= 천체의 밀도가 우주 전역에 걸쳐 일정하다면) 일련의 논리적 추론 끝에 지구의 밤하늘은 태양의 표면만큼 밝아져야 한다.
  • 지구에서 우주의 특정 방향으로 직선을 무한히 연장한다고 가정하자. 별에는 부피가 존재하므로 무한한 우주로 뻗어나가는 직선은 언젠가 별의 표면에 닿게 될 것이다. 즉, 우주의 어느 방향을 보더라도 시선의 끝에는 항상 어떤 별이 존재한다.[4] 그렇다면 우리가 보는 밤하늘 전체는 별의 표면이 덮고 있는 것이 된다. 따라서 지구에서 보는 밤하늘 전체는 별의 표면만큼 밝게 빛나고 있어야 한다.[5] 이러한 상황에서는 밤과 낮을 따질 것도 없이 태양 역시 별빛에 묻혀서 보이지 않게 되며, 충분히 긴 시간이 흐른 후에는 복사평형으로 인해 지구의 표면 또한 별들과 동일한 온도가 되어 밝게 빛나게 될 것이다.[6]
  • 좀 더 수학적으로 접근하자면, 멀리 있는 별일수록 지구에 닿는 빛도 거리 제곱에 반비례해 감소하지만 별의 숫자는[7] 구면의 면적, 즉 거리 제곱만큼 많아지기 때문이다. 다시말해 우주공간을 지구를 중심으로 일정한 두께의 가상의 구면으로 분할하는 경우, 각 구면에서 지구에 도달하는 빛은 모두 일정하게 된다. 그런데 우주는 무한히 넓다고 가정했으므로 이러한 구면은 무한히 많고, 따라서 지구에 도달하는 별빛의 합도 무한히 강해야 하는 것이다. 다만 실제로는 무수히 많은 별이 있는 우주라도 지구에 도달하는 빛의 양이 무한대가 되지는 않는다. 별들 자체의 부피 때문에 가까이 있는 별들이 뒤에 있는 별들의 불빛을 가려주기 때문. 물론 그렇다 하더라도 역설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에게 관측되는 밤하늘은 어둡다. 물론 실제로 밤하늘은 우리가 보는 것보다 훨씬 많은 별을 품고 있다. 별들 사이의 빈 공간에는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고성능 망원경으로 관측하면 무수히 많은 은하들이 찍혀 나오는 것을 볼 수 있다. 그 유명한 허블 우주 망원경이 찍은 허블 울트라 딥 필드가 대표적인 예시. 하지만 사진에서도 볼 수 있듯이 별과 은하들 사이로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는 빈 하늘'''은 분명히 관측되고 있다. 결국 이 문제는 올베르스의 역설이라는 이름으로 100년 넘게 천문학자들을 괴롭히게 되었다.

3. 제시된 해결책들


이 역설을 제기한 올베르스 본인은 "가스층 흡수 이론"을 주장했다. 그것은 먼 곳에서 오는 별빛은 그보다 가까운 먼지구름과 가스들에 가려지게 되는데, 따라서 이 문제는 다른 방향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것. 이는 성간 소광의 개념을 처음으로 제시한 것으로서 당시로서는 상당히 시대를 앞서간 주장이었다. 하지만 당대까지도 제대로 정립되지 않았던 열역학의 시각에서 보면 이는 불가능한 설명이기도 했는데, 사방이 무한히 많은 별로 둘러싸인 채 영원한 세월동안 빛에 노출되면 구름 자체가 별의 온도와 동일해져 별만큼 빛을 내는 발광성운이 되기 때문이다.[8] 행성이나 소행성에 따른 흡수 또한 마찬가지의 이유로 불가능한 설명이며, 실제로도 우주 공간에는 이러한 어두운 물질들이 별빛을 가릴 정도로 충분하지는 않다는 것이 밝혀졌다.
1840년에는 작가였던 에드거 앨런 포가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해주기도 했다. 멀리 있는 별이 보이지 않는 것은 아직 그 별로부터 빛이 도착하지 않았기 때문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당시로서는 별이 새로 탄생하거나 사라질 수 있다는 사상 자체가 존재하기 힘들었고, 우주의 나이가 유한하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도 존재하지 않았다. 20세기까지 별들로 이루어진 우주는 영원불멸의 세계로 여겨졌다.
이 문제는 윌리엄 허셜[9]등이 우리 은하를 발견하면서 해결된 듯 보였다. 원반 모양으로 분포한 유한한 개수의 별들이 서로의 중력으로 우리 은하를 공전하고 있다면 자체 중력으로 붕괴할 위험은 없다. 또, 우리 은하가 우주의 전부라면 별이 무한한 공간에 고르게 퍼져있는 것이 아니라 유한한 공간인 우리 은하 안에만 존재하게 되므로 올베르스의 역설도 성립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20세기가 되면서 허블 등의 관측으로 은하 역시 우리 은하 하나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무수히 많은 외부 은하들이 존재한다는 점이 밝혀지면서 올베르스의 역설은 되살아나게 되었다.

4. 최종적인 해결


올베르스의 역설을 완전히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전까지 사람들의 생각을 지배해 왔던 우주에 관한 근본적인 사상을 뒤집어야 했다. 올베르스의 역설은 다음 세 가정이 참이라는 전제 하에 세워진 것이기 때문이다.
  • 첫째, 우주는 무한하다.
  • 둘째, 우주는 영원하다.
  • 셋째, 우주는 정적(즉, 팽창도 수축도 이루어지지 않는 상태)이다.
아인슈타인도 영원 정적 우주를 고집하기 위해 우주상수를 억지로 집어넣은 것을 보면 위의 생각이 얼마나 당시 사람들의 머리 속에 뿌리 깊게 박혀 있었는지 알 수 있다.
결국 에드윈 파월 허블에게서 우주 팽창이 발견되고 나서야 이 역설은 그 해결책이 보이게 되었다. 우주 자체가 계속해서 팽창하여 커지고 있다면 일정 거리 이상의 은하로부터 오는 빛은 그 빛과 우리 사이의 공간이 빛의 속도보다 빠르게 팽창하고 있어서, 영원히 지구에 도달하지 못한다.[10] 현대 우주론에서는 이 경계선을 우주론적 지평선(Cosmological Horizon)[11]이라고 부른다.
또한 멀리 있는 별일수록 우리에게서 빠른 속도로 멀어지고, 적색편이가 커지므로 빛의 파장이 길어져 지구에 도달하는 빛의 에너지 역시 감소한다. 따라서 우주공간을 지구를 중심으로 일정한 두께의 가상의 구면으로 분할하더라도 먼 곳에 있는 구면에서 도달하는 빛의 에너지는 가까운 구면에서 오는 에너지보다 약해지게 되므로 올베르스의 역설은 성립하지 못하게 된다.
이후 빅뱅 우주론이 등장하여 정설로 인정받게 되면서 위의 두 번째 가정인 영원 우주조차도 깨지게 되었다. 우주의 나이는 유한하며, 과거의 우주의 모습은 현재의 우주의 모습과 확연하게 다르다. 즉, 먼 거리에서는 탄생 초기의 우주의 모습이 보이게 되며, 그 너머로는 별이 아직 탄생하지 않은 암흑시대의 우주의 모습도 보이게 된다.
올베르스의 역설은 그렇게 해결되었고, 따라서 밤은 어둡다.
MinutePhysics의 요약 영상

[1] 소행성 베스타의 발견자이기도 하다.[2] 다만 이 가설에는 다른 문제점이 있었다. 무한히 넓게 펼쳐진 별들의 공간은 역학적으로 불안정했다. 즉 별들 사이의 거리가 조금이라도 변한다면 순식간에 균형이 무너져 우주는 이 된다. 이것이 벤틀리의 역설이며, 이 반박에 뉴턴은 결국 '신이 별들의 거리를 실시간으로 조정하고 있다'는 논리로 회피해버렸다. 실망스럽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뉴턴은 신학자였기에 어지간한 부분까지 천문학으로 설명하려고 노력이라도 한 것도 대단한 것이다.[3] 이 역설의 발견에 올베르스가 큰 기여를 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많다. 훨씬 이전 세대의 사람인 케플러핼리도 이 문제로 고민한 적이 있고, 열역학이 정립된 이후에 이 역설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최초의 인물은 켈빈 경이기 때문.[4] 울창한 숲 한가운데로 들어가면 어느 방향을 바라보더라도 시선의 끝에는 항상 나무가 보인다는 것을 상상하면 쉽다.[5] 별의 밝기는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여 줄어들지만 그에 맞춰 별의 각면적도 동일한 배수로 줄어들기 때문에 별의 표면밝기, 즉 각면적 당 나오는 밝기는 거리에 상관없이 일정하다.[6] 사실 올베르스의 역설을 따지기도 이전에 우주의 크기가 유한하든 무한하든 별이 무한히 작지 않은 밀도로 무한한 시간동안 타올랐다면 우주 공간과 우주의 모든 물질은 별과 열평형을 이룰 수밖에 없다.[7] 즉, 같은 거리의 구면상에 있는 별의 개수는[8] 의아하게 생각할 수 있지만 무한한 시간이 지난 고립계는 결국 열적 평형을 이룬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매우 자연스러운 결과이다. 더 나아가 생각해보면 영원한 우주라는 개념 자체에 근본적인 모순이 존재함을 알 수 있다. 엔트로피의 개념이 여기서 출발하였다. 지구나 다른 우주의 차가운 물질들이 별과 같은 온도가 되지 않은 것은 순전히 시간이 충분히 흐르지 않았기 때문이다.[9] 천왕성을 발견한 것으로 유명한 천문학자.[10] 특수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어떤 것도 광속을 넘을 수는 없다고는 하지만, 여기서 아인슈타인이 말한 그 '어떤 것'은 물질이나 정보가 '''공간이라는 매질을 통해''' 이동하는 속도를 말할 뿐, 공간 자체의 팽창 속도는 광속을 넘어설 수 있다. 비유하자면, 프로펠러 비행기는 '공기를 통한 속도'가 음속을 넘을 수 없지만, '공기의 속도'는 음속을 넘을 수 있다는 것과 동일한 원리다.[11] 입자 지평선(Particle Horizon)이라고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