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자X
1. 개요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용의자 X의 헌신을 각색한 영화이다. 주연은 류승범(석고役), 이요원(화선役), 조진웅(민범役).
2. 시놉시스
한 천재 수학자의 완벽한 알리바이가 시작된다!
천재로 알려졌었지만 현재는 고등학교 수학교사로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는 석고(류승범)는 어느 날 옆집에 이사온 화선(이요원)이 우발적으로 전 남편을 죽인 것을 알게 된다. 석고는 남몰래 지켜봤던 그녀를 위해 완벽한 알리바이를 설계하고 놀랍게도 화선은 거짓말 탐지기까지 통과하며 용의선상에서 점점 멀어져 간다. 하지만 이 사건의 담당형사인 민범(조진웅)은 '''동물적인 감각으로''' 화선이 범인이라 확신하고 그녀를 집요하게 추적하기 시작한다. 과연, 천재 수학자 석고가 세운 알리바이는 그녀를 구할 수 있을까?
3. 등장인물
- 김석고(류승범) - 원작의 이시가미 테츠야 포지션을 맡고 있으며 원작의 설정을 거의 그대로 가지고 왔다. 다만 스쿠버 다이빙이 취미인 듯 하는 장면이 수학문제 푸는 장면보다 더 자주 나온다.
- 백화선(이요원) - 원작의 하나오카 야스코 포지션이다. 딸이 아니라 조카와 살고 있다는 것만 뺀다면 거의 원작의 설정 그대로이다.
- 조민범(조진웅) - 김석고의 고등학교 동창이자 서울마포경찰서 강력5팀 형사. 원작의 유카와 마나부와 쿠사나기 슌페이를 합친 듯한 포지션을 맡고 있다. 여담으로 3년 전에 결혼했고 1년 전에 이혼했다(...)
- 윤아(김보라)
4. 평가
아무래도 호불호가 꽤 갈린다. 원작인 용의자 X의 헌신을 본 사람은 원작 파괴라고 말하지만 원작을 모르는 사람은 재밌게 볼만하다는 평. 다만 이는 애초에 원작 자체가 탄탄한 구성과 흥미로운 스토리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리메이크 작인 이상 '모르는 사람은 재밌게 볼 만한 수준'은 대부분 나올만한 수준이라는 것을 감안하면[1] 원작과의 비교를 당하는 평가를 피할 순 없다. (다만 이건 원작 소설이, 추리물에서는 나름 일가견이 있는 일본에서도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에서 1위를 먹은 작품이라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즉, 원작이 상당히 뛰어난 스토리를 가지고 있어서 단순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본래 원작인 용의자 X의 헌신은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의 극장판 에피소드로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의 주인공인 유카와 마나부가 범인과 대결하는 주연으로 나온다. 하지만 용의자 X는 '탐정 갈릴레오'의 리메이크가 아닌 '용의자 X의 헌신'이라는 개별 에피소드 한정 리메이크 작이므로 갈릴레오 시리즈의 유카와 마나부에 대응하는 캐릭터가 존재하지 않고 범인과 대결하는 포지션의 인물은 그냥 일반적인 형사 캐릭터가 되어버렸다. 이 때문에 개봉 전부터 원작 팬들에게 상당한 아쉬움을 샀다. 거기다 추리 파트도 상대적으로 빈약하여 원작을 본 사람들에겐 '추리물이 아닌 전형적인 형사물'이라고 평가된다. (원작인 유카와 마나부는 형사가 아닌 물리학자다. 범죄를 푸는 것도 정의감이나 사명감이 아닌 '트릭'에 대한 일방적인 흥미와 범인과의 '게임'에서 승리하기 위해서 범죄 트릭을 푸는 것 이기 때문에 '형사'라는 사명감으로 범죄 트릭을 풀려하는 한국판 캐릭터와는 캐릭터성이 상당히 다르다.)
일단 영화 자체는 전형적인 한국 영화다. 원작의 미스터리적인 요소가 줄어들었고 원작의 절제된 감정의 표현 보다 감성을 자극하는 멜로 부분이 부각되었다.
연출자인 방은진이 인터뷰에서 감정적인 표현을 더 풍부하게 나타내고자 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원작 소설의 문제점으로 동기가 그저 '반한 여자를 위해서'라며 제대로 설명이 안돼있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있다. [2] 사실 이 영화도 이요원의 비주얼에 기대어 설득력을 부여하고 있다.
사실 원작의 스토리만 각색해 가져온 전혀 다른 영화라고 봐도 된다. 즉 모티브만 가져왔고, 작품은 완전히 다른 작품인 셈. 실제로 방은진 감독이 '이미 원작에 충실한 영화가 있는데 또 원작에 충실한 영화를 만들 필요가 없다고 느꼈다'라고 인터뷰에서 발언했던 바가 있었다. 같은 예가 한국드라마 시티헌터가 있다.
또한 조민범이 대표적인 무기가 형사의 직감과 직관력이고 추리도 원작에서와 달리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아 아쉬움을 표하는 이들도 존재한다.
원작과는 달리, 석고의 직업이 수학자 겸 수학 교사이지만 수학문제를 푸는 장면보다 스쿠버 다이빙을 하는 장면이 더 자주 나왔는데 김철민의 시체를 유기하는 장면에 개연성을 부여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용의자 X의 헌신은 네이버 영화 기준 네티즌 평점 8.70 / 기자,평론가 평점 6.32지만 용의자X는 네티즌 평점 7.65 / 기자,평론가 평점은 6.31 로 네티즌 평점과 기자,평론가 평점 모두 용의자 X가 원작인 용의자 X의 헌신보다 낮다. IMDB 평점도 용의자 X의 헌신은 7.5점이고 용의자X는 6.9점으로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용의자 X의 헌신은 오로지 소설을 원작으로만 리메이크 되었지만, 용의자 X는 원작 소설과 더불어 용의자 X의 헌신까지 참고되어 리메이크 되었음에도 정작 원작보다 못한 평을 받는다는 것은 제법 생각해봐야 할 부분일 것 이다. 일본 영화와 한국 영화의 장르적 정서나 관점의 차이를 논하는데 종종 인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원작파괴 수준까지는 아니다. 일단 원작의 감초 캐릭터인 유카와 마나부에 대응하는 캐릭터가 없다는 점에서 원작팬들의 평가에 큰 타격을 받은 것은 사실이고 장르적인 면에서도 한국 영화 정서에 가깝게 각색 되었지만 원작을 모르는 일반 관객들에게는 감성을 자극하는 이미지와 스토리로 나름 볼만한 영화라는 평.
결론을 내리자면 원작과 달리 감정의 표현을 좀 더 풍부하게 표현해 냈으나[3] 그로 인해 원작의 미스터리와 멜로의 적당한 균형이 깨졌다는 점에서 원작의 팬들에게 실망을 안겨주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한국 영화는 일본 영화에 비해 감정의 표출이 상당히 잦은 편이고[4] , 이 영화 또한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제대로 로컬라이징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여담이지만 김석고와 박화선의 이름에 원작의 캐릭터인 이시가미와 하나오카의 이름에 공통된 한자가 있다. 바로 김'''석(石)'''고의 석 자가 들어가는 '''이시'''가미. 박'''화(花)'''선의 화 자가 들어가는 '''하나'''오카. 따온 것으로 보인다.
5. 흥행 기록
10월 18일 개봉 첫날, 광해, 왕이 된 남자를 제치고 박스오피스 1위에 올라섰으나 관객은 84,691명으로 아직 흥행이 대박날지는 미지수. 개봉 열흘이 넘어서 서서히 밀리고 있는 상황인데 11월 6일까지 전국 148만 관객을 기록했는데 박스오피스 4위로 밀려났다. 차츰 내리막길 상황으로 전국 200만도 힘들어보인다.[5] 최종적으로 155만관객을 이끌어내며 손익분기점인 150만명을 간신히 넘긴상태로 극장에서 내려왔다. 거대배급사인 CJ ENM을 등에 업은 작품치고는 아쉬운 흥행이다.
6. 원작과의 차이점
- 원작의 경우 천재 물리학자 유카와 마나부와 천재 수학자 이시가미 테츠야의 사건을 놓고 서로의 논리 대결이라면 용의자X는 형사의 감과 직관으로 대표되는 조민범(조진웅)과 이성과 논리로 대표되는 김석고(류승범)의 대결로 즉 정반대 되는 성향의 대립이다.
- 그리고 대부분 상투적인 멘트로 치부하고 잊어버리기에 잘 부각되진 않았지만 리메이크되면서 트릭에 치명적인 결점이 생겼다. 영화에서 시체가 발견되고 사건에 대해 브리핑할 당시 DNA 감식을 통해 시체의 신원을 확인했다 하는데 부랑자의 시체로 바꿔치기했다면 DNA 감식결과가 일치할 수 없다. 다만 이는 영화가 충분히 보여주지 못한 것에 가깝지, 트릭상의 결함은 아니다. 일단 여관방에서 발견한 DNA와 시체의 DNA가 일치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경찰측에서 훼손된 시체를 김철민으로 오판한 것에 가깝다. 그리고 이 경찰의 오판은 김철민의 지갑이 여관방에서 발견되었고 김철민의 주민등록번호로 자전거를 빌리는 등 김철민이 9일까지 여관방에서 지냈다는 알리바이를 만들어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 단순히 트릭의 결함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원작은 지문을 바꿔치기하는데, 지문 바꿔치기는 한국에선 주민등록증을 찍을 때 의무적으로 지문을 찍으므로 성립하지 않는다. 트릭이 "신원이 잘 드러나지 않는 부랑자의 살인"이라는 포인트에 집중해 DNA 검증으로 메꿔보려 했을 것이다.
- 인물들의 설정이 조금 변화되었다. 유카와 마나부와 이시가미 테츠야는 대학 동창이고(쿠사나기도 같은 대학출신이지만 문과라서 이시가미와는 안면이 없다.) 용의자X의 조민범과 김석고는 고교 동창이다. 또한 원작의 여주인공 하나오카 야스코는 친딸 하나오카 미사토를 데리고 살지만 이 영화에서 여주인공 화선의 경우 중학생인 조카 윤아와 같이 산다.
- 전 남편 김철민을 살해하는 무기가 다르다. 원작의 경우 일본의 코타츠의 전선이다. 하지만 이 영화의 경우 다리미의 전선이다. 다만 이것은 코타츠가 일본 특유의 물건이다 보니 본의 아니게 로컬라이징되어 바뀔 수 밖에 없었던 것인데다가 여기서 중요한건 어떤 물건의 전선이다라는 것보다는 전선 그 자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차이점이라고 보기에는 애매하다.
- 원작의 경우 대부분의 인물들이 감정을 절제하다가 마지막에 가서 감정의 폭발을 일으켜 슬픔을 배로 만들지만 이 영화의 경우 중간 중간마다 감정을 좀 더 풍부하게 표현해내고 있다. 다만 이로 인해 원작과 달리 이 영화의 경우 미스터리를 해결해나가는 모습이 뒷전으로 밀려나 멜로 영화에 가깝게 되어버렸다.
- 원작의 경우 하나오카 야스코는 이시가미 테츠야가 자신을 왜 돕는 것인지 확신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하지만 여기서 화선은 석고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물론 이 작품에서도 석고가 정을 떼려고 스토커짓을 할때야 확신하게 되지 그 전까지는 왜 도와주는지 확신을 갖지 못한 상태였다. 화선이 석고의 집에 왔을때의 대사를 들어보면 알 수 있다. "그래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겠어. 당신이 원하는 것도 이거지? 그래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 이요원과 백화선이란 극중 인물이 잘 매치되지 않는다는 평가도 있다. 이요원의 연기 스타일은 내면으로 감정을 삭히거나 절제된 감정을 표현하는 연기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 연출자 방은진의 의도나 영화 상에서의 백화선이란 인물이 가지는 감정 표현 방식은 밖으로 감정을 꺼내는 타입이다. 그러다보니 미묘하게 어색한 느낌이 드는 부분을 발견할 수 있다. 원작의 하나오카 야스코의 설정이나 일본판 영화의 절제된 감정 표현 등을 그대로 가져왔다면 더 빛을 보았을 거라는 평이 많다.
- 원작에서는 이시가미 테츠이가 4색정리를 연구하지만 여기서는 골드바흐의 추측을 연구한다. 그런데 원래 4색정리는 '증명 됐지만 컴퓨터로[6] 증명된 명제' 이므로 골드바흐의 추측과는 많이 다르다. 근데 트릭까지 거의 비슷하게 따온지라 실제 영화에서 보여주고 싶었던것과 많이 다를듯.
- 일본판 영화에서는 하나오카가 마지막에 경찰에 자수하고 그걸 눈앞에서 본 이시가미는 오열하지만, 한국판에서는 백화선이 자백을 하지 않는다.[7][8] 원작처럼 김석고에게 달려가긴 하나 김석고는 이미 호송차에 태워져 호송되는 와중[9] 이었고, 결국 범행을 자백하지 못하고 김석고는 끌려 간다. 자신의 모든 노력이 헛수고가 되어버리는 걸 목도하지 않았으니, 원작보다 그나마 덜 비참해졌다고 볼 수 있다.
- 원작 소설에서는 이시가미가 하나오카 남편의 시체를 6등분해서 각기 다른 3갱 강둑에 돌을 매달아 버렸다고 나오지만 일본판 영화에서는 시체를 잘게 조각내서 하수구에 버렸다. 그러나 한국 영화에서는 한국 하수구는 특성상[10] 발견되기 쉬운 관계로 시체를 아무도 모를 변두리 해안가 바닷속 깊숙히 유기하는것으로 변경됐다. 때문에 석고가 스쿠버다이빙의 숙련자라는 설정이 추가되었고 덕분에 석고가 수영을 하며 생각을 정리하는 장면이 수학문제를 푸는 장면보다 많이 나온다(...).
7. 관련항목
[1] 물론 탄탄한 원작을 가지고 있음에도 리메이크작이 개똥망이 되는 진짜 원작파괴물도 많이 있기에 꼭 '대부분 나올만한 수준'이라고 확정짓기엔 좀 애매하다.[2] 반론이지만 이것은 원작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에 나온 지적이다. 소설 마지막 장에서 이시가미는 우울증, 목표 실패 등으로 인해 자살하려고 했는데 옆집에 찾아온 두 모녀와 관계를 쌓으며 '''삶의 희망을 얻었다'''고 묘사된다. 즉 모녀는 이시가미에게 있어 삶의 가치와 희망을 준 이들이었고, 이들을 지키기 위해서 그런 행위를 한 것이다.당연히 한국판 용의자X에서도 원작과 같은 동기로 행동한다고 영화 후반부에 서술되어 있다.[3] 나쁘게 말하면 쓸데없는 감정과잉으로 인해 완급조절이 안됐다 볼 수 있다.[4] 일본 영화는 한국 영화에 비해 음악 사용 빈도가 적고, 카메라가 고정되어 있는 편이다. 그러므로 감정 자체는 연기자의 몫에 달렸기때문에 연기자에 따라 영화의 분위기가 달라진다. 헌신에서는 연기나 심리상태가 잘 표현되어있어서 보기 편하다.[5] 하지만 감독은 '흥행' 했다고 평했다. 하긴 100만도 넘은게 어디겠는가...? 해당기사[6] 그래서 용의자X의 헌신에서 '아름답지 못하다'고 한것이다. 컴퓨터로 수백시간 돌려서 증명해낸 정리라...[7] 민범이 자신이 그간 추리한 사건의 정황과, 석고가 행동을 한 이유(=사랑)에 대해서 말하고 본인도 많이 갈등했지만 그 멍청이(=석고)의 선의를 짓밟는 행위를 차마 못하겠다면서 백화선도 자수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8] 사실 작중 화선과 조카가 저지른 행위는 엄연한 정당방위지만 일본도 그렇고 한국도 정당방위 인정이 도가 지나치게 엄격한 탓에(실제로 정당방위인데도 끽해야 과잉방위로 인정되거나 심지어 실형을 받는 이뭐병 같은 판결을 받는 경우가 많다. 괜히 실형을 면치 못한다는 언급이 있는게 아니다. 작중 형사가 진실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화선을 체포하지 않는데에는 화선의 행위가 어차피 정당방위여서 그런것일수도 있다.) 논란은 없다.[9] 원작에서는 호송차에 태워지기 전, 경찰청 안에서 하나오카와 이시가미가 마주친다.[10] 일반 사람들이 다니는 길에 하수구 뚜껑이 철창으로 막혀있는 형태라 하수구 내부를 누구든 볼 수 있게 되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