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희(독립운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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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이병희(李丙禧)
생몰
1918년 1월 14일 ~ 2012년 8월 2일
출생지
서울특별시 종로구 봉익동
본관
진성 이씨
사망지
서울특별시 중앙보훈병원
매장지
국립대전현충원 애국지사 묘역
추서
건국훈장 애족장
1. 개요
2. 생애


1. 개요


한국의 독립운동가. 1996년 건국훈장 애족장을 수여받았다.

2. 생애


이병희는 1918년 1월 14일 서울특별시 종로구 봉익동에서 태어났다. 조부 이원식(李元植)은 함경북도 회령군에서 동창학교를 설립해 한인 자제들에게 민족의식을 고취시킨 공적으로 1990년 건국훈장 애족장을 추서받았고, 부친 이경식(李京植)은 비밀결사 암살단 단원으로 활동했다가 조선은행 대구지점 폭파 의거에 참가했다가 체포되어 2년간 옥고를 치른 공적으로 1996년 애족장을 추서받았다.
이병희는 경성여자상업학교에 입학하여 공부했지만 백부 이원근이 "지금은 학교보다 나라의 광복이 더 시급하다"는 말을 듣고 1년만에 중퇴하고 조선 최대의 일본인 방직공장인 종연방적주식회사 여공으로 취업했다. 그녀는 이 곳에서 여공 500여 명을 상대로 포섭 활동을 벌인 후 좌파 노동조직을 결성, 파업을 주도하다가 이듬해 동대문경찰서에 체포되어 조선공산당 재건 기초공작으로 인한 치안유지법 위반 혐의로 징역 2년 4개월을 선고받고 서대문형무소에서 옥고를 치렀다.
1939년 4월 출소한 이병희는 이듬해 부친이 활동하는 중국으로 건너가 베이징에서 10촌 할아버지 뻘인 이육사를 만났다. 이병희는 이육사가 활동하고 있는 의열단에 가입해 베이징과 옌안, 만주 각지를 넘나들며 군자금을 모금하거나 전달하고 동지들간의 연락, 문서 전달 등의 임무를 수행했다. 그러나 1943년 여름 체포된 그녀는 베이징형무소에 수감되었고, 얼마 후 이육사도 같이 수감되었다. 이병희의 회고에 따르면, 이육사는 그녀에게 다음과 같이 당부했다고 한다.

괜찮냐? 너는 "이제 나는 결혼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고 진술해야 한다.목숨을 건져 더 큰일을 해야 한다.

이육사는 "이병희는 곧 결혼할 사람이다"라고 주장했다. 일본 경찰들은 처음에는 그의 주장을 믿지 않았지만 이육사가 끝까지 주장하고 이병희도 그 말이 맞다고 밝히자, 그들은 아무나 결혼하는 조건으로 이병희를 석방시키기로 했다. 이에 이병희는 한 남자와 만나 선을 보고 위장결혼을 하기로 하고는 출옥했다. 이렇게 1944년 1월 11일에 석방된 그녀는 닷새 만인 1월 16일에 이육사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유품과 유해를 수습해 국내로 가져갔다. 이육사가 남긴 <광야>, <청포도> 등의 시들은 이병희가 수습해준 덕분에 보존될 수 있었다.
이병희는 8.15 광복 자신의 독립운동을 숨긴 채 50여 년간 살았다. 이는 그녀가 '사회주의 계열' 독립운동가르 낙인찍혀 반공을 외치는 대한민국 정부로부터 박해받을 것을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1996년에 이육사의 유해와 유품을 수습한 이를 추적하던 한 방송국 다큐멘터리를 통해 그녀의 행적이 세상에 드러났고, 국가보훈처는 그녀에게 건국훈장 애족장을 수여했다. 그녀는 자신의 소감을 다음과 같이 밝혔다.

그 기쁨이야 말로 못하지…. 사회주의 독립운동을 한 죄로 불이익이 있을까봐 독립운동했던 것도 숨기고 살았는데 늦게라도 훈장도 받고, 독립운동가로 인정해주니 이제 원이 없어.

이후 여생을 조용히 보내던 이병희는 2012년 8월 2일 서울 중앙보훈병원에서 사망했다. 향년 94세. 그녀의 유해는 국립대전현충원 애국지사 묘역에 안장되었다. 별세 소식을 듣고 빈소를 찾아온 이윤옥 시인은 “1년 전 찾아 뵈었을 때 예쁜 을 그린 그림을 보여주시면서 해맑게 웃으시던 모습이 떠오른다. 여사님께 드리는 헌시를 지어 가지고 가서 낭송해 드릴 때 매우 기뻐하셨던 기억이 새롭다. 여사님은 젊은이들이 독립운동정신을 잊지 않고 훌륭한 나라를 만들어 주었으면 한다고 목에 힘줄이 서도록 힘주어 말씀하셨다.”라며 고인을 추모했다.

지금은 공부보다 나라 위해 일을 하라

아버지 말씀 따라 일본인 방적공장 들어가서

오백 명 종업원 일깨운 항일투쟁의 길

감옥을 안방처럼 드나들 때

고춧가루 코에 넣고

전기로 지져대어 살 태우던 천형(天刑)의 세월

잡혀서 죽는 한이 있더라도 너만 죽어라

동지를 팔아먹지 마라 결코 팔아먹지 마라

혼절 속에 들려오던 아버님 말씀 새기던 나날

먼데 불빛처럼 들려오는 첫 닭 우는 소리를

어찌 육사 혼자 들었으랴.

이윤옥 시 <이육사 시신을 거두며 맹세한 독립의 불꽃 이병희>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