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시아 한국어

 




1. 개요
2. 기원
3. 특성
4. 수사
5. 구술 채록 사례
6. 관련 문서


이하는 14분부터 나오는 인터뷰어와 러시아 여성 Korchmina Valja씨의 대화 내용이다.[1]

남자: 잉게(여기) 무슨 무슨 숨궜는지(심었는지) 좀 이애길 하오.

아주머니: 누, 뭇을 숨구겠소. 그저 이집 먹으르 것도 다드배차(양배추) 숨구고, 배차(배추)도 숨구고, 빠미도르(помидор:토마토) 숨구고, 무슨 감자도 숨구고, 그, 치스노크(чеснок:마늘)도 숨구고 마늘도 숨궜지.

남자: '그걸로 충분한가?'(러시아어)

아주머니: '뭐. 충분하지. 그러길 바라야지.'(러시아어)

아주머니: 팔라 못 댕기오. 밭은 크(그) 만만한(상당한) 사람들은 저 바자르(Базар:시장) 갖다 팔고 바그잘(Вокзал:기차역)에 내고 우린 못 파오. 저거 자브르 먹을 자브르 먹으나 자비(자기) 입시는 거만 자끔씩 하오.

남자: 그래도 좀 도배 있지(도움이 되지)

아주머니: 도배 있제. 말리나(малина:산딸기)도 조쿰 숨구고 말리나는 저것들도 약으로, 바레니예(варенье:잼)도 달이고. 능금(사과)은 작소. 능금은 어저(이제) 다 얼엤소. 낭구(나무) 싹 얼아서 못, 못 먹소.

남자: 그래도 달겠소(달렸소)?

아주머니: 쪼끔씩 달겠소. 뭐 멫(몇) 알 아이다(아니다). 올해 싹 얼거고.

남자: 얼겄는가?

아주머니: 비노그라드(виноград:포도) 우리 마당이 싹 얼겄소. 봄에.

남자: 저 보니까 좀 비노그라드 그래도 있지 뭐.

아주머니: 비노그라드 좀 있소. 얼구지 않았담 더 많앴지.

아주머니: 우, 우리, 야그 자 저 자, 고려 아매(할매) 하내 있는데, 한제(밖에) 나오면 자꾸 "왈랴, 고려말 좀 해보기요. 왈랴 말 하는 게 잠말 재미있소. 좀 해보기요. 알매가 좀 해보기요." 무슨 고려말 하기 그렇게 음 자꾸 나를 말을 시켜. 고려말 하라고. 계족(계속) 이야기도 하고.

남자: 이 젵에(곁에) 사시던 조선 사람, 고려 사람 있소?

아주머니: 젙에 저 질(길) 넘에(넘어에) 랴담(рядом:옆에) 러시아 사람이오. 한 집이 있다. 고려 여자들이. 고려 사람이. 나머지는 러사 사람이오. (러시아어).

남자: 그래 지금 고려 사람들이 고려말 몬 흐는데(못 하는데), 왈랴는 고려말 하기로 유명한 사람이, 헤헤.

아주머니: 한디르(한 곳을) 여기 있은게 그래 고려말을 어떻게 아이 배우겠소? 고려 사람, 고려 여자들과 일으 같이 했지. 서른 여듧 해를 같이 일을 했소. (러시아말) 고려 사람들과 얘기 잘 해봤지. 우린 러시아 사람들도 딱 다섯 집 있었소.

남자: 영게(여기에)?

아주머니: 프룬제. 아스딸늬예(остальные:나머지 사람들) 싹 저, 고려 사람이지. 어떻게 아이, 고려 아들과(아이들과) 같이 그냥 놀았지. 그래서 그렇지 뭐.


1. 개요


중앙아시아에 살고 있는 고려인들이 사용하는 한국어의 일종. 고려말(Корё мар), 고려어라고도 한다.

2. 기원


한국어 방언의 일종으로, 가장 가까운 방언은 동북 방언이다. 이유는 연해주에 거주하던 고려인 대부분이 함경도에서 이주한 사람들이었기 때문. 구한말부터 함경도 사람들이 연해주로 건너가 정착했기 때문에 원래 이 지역에서 거주하던 고려인 대부분이 동북 방언 화자였다. 특히나 19세기 이후 한국어의 문어구어가 급변한 데 비해 이들은 격절되어 주로 구어로만 쓰였기에 현재에도 옛말을 꽤 보존한다.

3. 특성


현재 빠르게 사멸하고 있는 한국어 방언이다. 이유는 고려인들이 소련 시절, 빠르게 러시아어모국어로 쓰기 시작했기 때문. 고려인 3세대 정도만 되어도 중앙아시아 한국어를 잘 구사하지 못한다. 아예 국시 같은 몇몇 단어만 아는 경우도 흔하다. 한국과 중앙아시아의 교류가 늘어나면서 한국어를 배워서 대한민국식 한국어는 알지만 중앙아시아 한국어는 아예 모르는 고려인들도 적지 않다. 그래서 대한민국에서 일하며 한국어를 배운 고려인들과 중앙아시아 한국어를 구사하는 고려인들은 서로 말이 통하지 않아 러시아어로 대화하기도 한다.
한국에서 일을 하며 한국어를 배운 모국어가 러시아어인 고려인들은 중앙아시아 한국어를 거의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중앙아시아 한국어가 모어인 고려인들은 대한민국 표준어를 쉽고 천천히 이야기해주면 그럭저럭 이해한다. 하지만 이 경우도 기초적인 단어들이 다른 경우도 많기 때문에 서로 매우 잘 이해한다고 하기는 어렵다. 당연할 수밖에 없는 게 표준어는 서울 방언을 기초로 한 것이고 중앙아시아 한국어의 기초가 된 함경도 방언은 표준어랑 상당히 다르다. 특히 육진 방언은 제주어 못지않게 알아듣기 힘든 것이 외국어 수준이다.
이는 고려인 뿐만 아니라 러시아 내부의 다른 소수민족들도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1930년대 ~ 50년대 초반까지 이어진 스탈린의 철권 통치로 인한 민족 문화의 파괴, 출세를 위해 부모 세대들이 자식 세대들에게 러시아어 학습을 권하거나 자식 세대들이 자발적으로 러시아어를 익힌 것 등의 이유로 소련 내부에서 점차적으로 소수민족의 민족어 사용율이 떨어져 버렸다. 뒤늦게나마 소련 정부가 스탈린 사후에 스탈린의 폭압적인 정책을 뒤엎고 소수 민족들을 위해서 여러 가지 정책을 내놓았지만, 자기 민족어를 구사할 수 있는 사람과 민족 정체성을 유지하는 사람의 수는 계속해서 감소했다.
어휘적으로는 러시아어 차용어가 매우 많다는 것이 특징. 한국어로 단어를 새로 만들기보다는 러시아어를 그대로 차용해온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렇게 된 가장 중요한 이유는 소비에트 연방 구성 15개국은 일종의 민족 국가 형태[2]였고, 그나마 이렇게 국가 형태를 이룬 민족들의 언어는 어느 정도 발전했지만, 나머지는 모두 찬밥 신세였기 때문.
중앙아시아 한국어는 다시 카자흐스탄 고려말, 우즈베키스탄 고려말, 키르기스스탄 고려말 등, 각 지역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어서 지역별로 가르기도 한다.
러시아어 위키백과의 고려말 문서에 본 문서보다 더 많은 정보가 설명되어 있으니 참고할 것.

4. 수사


1
хана
Hana
하나
2
тури
Turi
두리
3
сей
Sej
세이
4
ней
Nej
네이
5
тасы
Tas'
다스
6
есы
Jes'
에스
7
иргуби
Irgubi
일구비
8
ядырби
Jad'rbi
야들비
9
ауби
Aubi
아우비
10
ери
Jeri
에리
20
тудон / сымури
Tudon / S'muri
두던 / 스무리
100
пяги
Pjagi
뱌기
1,000
хан чхэй
Han Čhej
한 체이
1,000,000
хан миллион
Han Million
한 밀리온
1,000,000,000
хан миллиард
Han Milliard
한 밀리아르드

5. 구술 채록 사례


국립국어원방언 자료의 일부를 기재한다. 자료 출처
본 채록의 보다 자세한 해설 등은 국립국어원 해외 지역어 구술자료 총서 《중앙아시아 이주 한민족의 언어와 생활 :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곽충구 저, 태학사, 2009)에 실려 있다. 그 외에도 같은 총서 중에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채록한 책이 한 권 더 있으니 참고하기에 좋다. 또한 알마티의 채록 제보자는 소위 '육진 방언' 을 상용했던 마을(블라고슬라벤노예)[3] 출신이라서 이 채록 제보자와는 살짝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좋은 비교가 된다.

'''조사자:''' 곽충구(서강대 교수)

'''제보자:''' 김슈라(여, 88세, 1921년생)

'''보조 제보자:''' 박올가(여, 86세, 1923년생)

'''조사지:'''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시온고 마을(Узбекистан, с/х Ахмат Яссови, ул. Мустакелик 33)

'''조사년:''' 2008년

  • 채록

<조사자> 그래 저기 아매 에 엊저낙에 저녁에 원, 원동 생각을 많이 하셨슴둥?

<제보자> 야아!, 어전으 원동생각이 거저 혹:간 어떤 적(쩍)에느 거저 자부램이나 아이 오구 이래 이래녜느 아:때랑 어티기 자라던 일이랑 이런 거 생각하지(sɛŋgak̚haǰi) 야˜. 기랴구 할머니 한어부지 잇을 적에 우리 그때 그 시절에느 조오꼼 그 긔래두 내지에 그런 법이 조끔 알았단 말이. 우리 나이 어레시 적(쩍)에. 시장 아덜으느 한나투 이 고레 그런거 이거 무스거 말하무, ‘마마!, 어머니! 이래. '아~이! 그전에느 그전이구 시자~으느 시자˜이다나이 그 우리느 그런 거 아(aʔ) 모른다, 모른다’구 이러지 음. 이렇단 말이오, 시장아덜이. 걔, 긔랴(kïɾya) 우리 고레법으느 그래 못쓴다구. 이상 지하르 알아야 된다구. 이릏기 그래녜녜느. 야 아!, 그전 다아 법이 배끼워서…….

  • 해석

<조사자> 그래 저기 할머니, 에, 엊저녁에 원동(遠東)[4]

시절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하셨습니까?

<제보자> 야아!, 이제는 원동 생각이 그저 혹간 어떤 때에는 그저 잠이나 안 오고 이러, 이러면 아이 때 자라던 일이랑 이런 거 생각하지 응. 그리고 할머니 할아버지가 계실 적에 우리 그때 그 시절에는 조끔 그 그래도 내지(內地, =본국)의 그런 예법을 조금 알았단 말이오. 우리 나이 어렸을 때에. 지금 아이들은 하나도 (그 예법을 몰라) 이 고려 예법에 대해서 무엇을 말하면, '어머니! 어머니!' 부르며 이래, '아니! 그전은 그전이고 지금은 지금이고 보니 우리는 그런 거 아 모른다, 모른다'고 이러지. 음. 이렇단 말이오, 지금 아이들이. 그래, 그래 우리 고려의 예법으로는 그래서는 못 쓴다고. 위아래를 알아야 된다고. 그렇게 그러면. 야! 그전 다 예법이 바뀌어서…….


6. 관련 문서



[1] 여기 나오는 아주머니는 2018년에도 중앙아시아 한국어로 인터뷰를 한 적이 있고, 2021년 현재에도 잘 살고 계신다. https://www.youtube.com/watch?v=-WiGyKdZUJ0[2] 그래서 당시 소비에트 연방 구성 15개국의 이름은 모두 '민족명+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 형태였다. 예를 들면 오늘날 카자흐스탄카자흐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 소비에트 연방 헌법상 하나의 공화국을 이룰 수 있는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한 민족들은 자치공화국을 이루거나, 그냥 적당히 섞여 살았다. 그리고 이렇게 '적당히 섞여 살았던' 민족들은 빠르게 자국어를 버리고 러시아어를 모국어로 택했다.[3] 사말리, 사만리, 사말리촌 등으로 불림. 1870년경 러시아 당국에 의해 저 멀리 하바롭스크 인근에 조성된 재정착촌. 일찌감치 다른 고려인 사회와 격리되었기 때문에, 고려인 강제 이주 이후엔 이 마을 사람들과 다른 고려인들 간에 의사소통이 어려웠다고 한다.[4] 러시아 극동. 북한에서도 '극동'이 아니라 '원동'으로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