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영웅전설
2003년 문학동네 신인상을 받은 박민규의 장편소설.'''내 이름은 바나나맨.'''
'''이 지구를 지키는 슈퍼특공대의 일원이다.'''
'''정의를 모르는 나쁜 무리들, 싸워 무찌른다.'''
'''슈퍼특공대!'''
판타지소설처럼 보이지만 엄연한 순문학이며 동시에 풍자소설이다.
히어로(힘, 백인, 미국을 대체로 상징)들과 주인공인 바나나맨(겉은 노랗지만 속은 하얀 이면성, 동양인, 힘없는 나약한 존재를 상징)의 대비 및 대화와 상황을 통하여 패권주의에 대하여 위트 있고 냉소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일례로 "그래, 힘! 힘은 곧 '정의'와 같은 것이란다. 소련의 가장 나쁜 점이 무엇인지 아니? 더럽고 추잡한 빨갱이들의 사상? 아니, 그것은 두 번째에 불과해. 뭐니뭐니해도 가장 용서할 수가 없는 건 나와 맞먹는 힘을 가지려 드는 것이란다." 라는 대화가 소설 중에 나온다. 이런 식으로 히어로들로 대체되어 상징 및 표현되는 패권주의에 대하여서 우회적이며 냉소적으로 사용하여서 전개하고 있다.
문학의 특징상 여러가지 의미가 많이 내포 되어 있으며, 주로 미국을 까고 있다. 전체적으로 자기 성찰/자아 비판적인 내용이 주를 이루는 한국 소설과는 다르게 읽기 쉬운 순문학이지만, 물론 어디까지나 순문학에서의 얘기지 양판소를 읽다가 이걸 읽으려면 머리 빠개질지도 모르는 노릇이다.
이 글 안에서 슈퍼맨, 배트맨, 원더우먼 등이 나온다지만, 다만 이것들이 표절에 포함되지 않는가?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반박적인 의문을 제기할 수 밖에 없다. 이 소설을 표절이라고 보기에는, 이 글 자체가 미국의 패권주의에 대한 모순과 역설을 빗대어 이용하기 위해, 미국의 히어로물을 차용하여서 썼기 때문이다. 즉, 어떤 현상에 대하여서 우회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 미국의 패권주의를 상징하는 '힘 있는 존재'인 히어로물의 이미지를 빗대었기 때문에 표절이라 볼 근거는 미약하다. 오히려 기존 히어로들에 대한 안티적인 패러디라고 생각하는 것이 나을 듯. 글 안에서 사용되는 기존의 히어로들은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에서와 마찬가지로 우회적으로 그에 대한 내용을 전달하려는 수단으로 이용되기 때문이다.
뭐 그렇다고는 해도 저작권을 받았다는 표현은 어디에도 없으며 패러디를 한다고 해도 캐릭터를 그대로 가져오는[1] 대인배(?)스러움에는 문제가 있다고 보인다. 소송크리가 터지면 아마 박민규는 이 책으로 번 돈을 모두 뜯길지도 모른다. 아니, 그정도면 다행이고 오히려 번 돈의 수십배를 내야할지도 모른다. 미국의 저작권은 엄하다... 물론 다행스럽게도 미국에선 한국의 이 소설의 존재도 모를테니 상관없겠지만.
여담으로 작가의 다른 작품인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역시 표절로 밝혀진 바 있다. 이에 대해서는 박민규(소설가) 항목 참조.
이 소설이 나올 당시만 해도 국내에 DC 코믹스나 마블 코믹스의 그래픽 노블이 정식으로 소개되기 전이라 이런 캐릭터 비틀기가 나름 새롭게 보일 수도 있었지만, 정작 원작인 코믹스에서도 이미 캐릭터들에 대한 다양한 층위의 해석이 시도되어 왔고 정치적, 사회적으로 날카로운 풍자가 담겨 있는 작품들이 나왔던 것을 생각하면 그다지 참신하다고는 보기 힘들다. 당장 1987년작인 다크 나이트 리턴즈만 봐도 캐릭터 비틀기나 미국 사회에 대한 풍자가 훨씬 더하다.
에피소드의 각주는 슈퍼 특공대의 가사에서 따왔다.
[1] 사실 안티적으로 캐릭터성이 사용되는 경우가 다수다; 우리가 생각하는 영웅으로서의 히어로들을 떠올리면서 이 책을 보고자 한다면 크게 낭패를 볼 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