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리만자로(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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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한 건 흰눈이 쌓인 정상에서 숨이 멎은 채 등을 내보이고 쓰러져 있는 한 사내와 그를 지켜보는 또 다른 사내의 모습을 잡은 이미지가 떠오르면서부터다. 그들을 해식과 해철로 보아도 무방하다. 자기 반쪽에 대한 거부는 자신을 지탱해주던 끈을 끊어내는 일이고 그들은 나락으로 떨어진다. 죽은 자의 무거운 침묵과 아직은 살아있는 자의 허망한 시선은 추락의 결과다. 그러나 해식과 해철 같이 비루하고 너덜너덜한 삶에도 그 얼룩이 새하얗게 표백되는 정화의 순간은 있다. 해철의 흔적들을 고통스럽게 모으면서 해식은 해철이 되어간다. 반쪽 해식은 자신을 비우고 반쪽 해철을 그 안에 채운다. <킬리만자로>는 바리새인 사울이 사도 바울이 되는 기적의 순간과도 같은 그 합치의 찰나를 놓치지 않고 잡아낼 생각이다.
오승욱, 씨네 21과의 인터뷰에서
1. 개요
2000년에 개봉한 한국 영화. 오승욱 감독의 데뷔작으로, 이 영화의 흥행 참패 이후 오승욱은 연출보다는 평론이나 제작 쪽으로 노선을 변경한 듯. 하지만 2015년 무뢰한으로 연출에 복귀했다. 박신양, 안성기 주연.
제목은 조용필의 킬리만자로의 표범에서 따왔다. 극중 안성기의 캐릭터 번개 형님이 이 노래를 부르며 등장한다.
1999년 12월12일 크랭크인했고 2000년 5월에 개봉했다. 제작비 13억원.
2. 줄거리
전직 조직폭력배인 이해철은 출소 후 공장을 운영했지만 경영난으로 공장이 망한 후 딸아이의 병원비 문제 때문에 쌍둥이 형인 이해식에게 부탁을 하지만 거절 당한다. 이후 해식을 잡아다 놓고 해식 앞에서 자신의 자녀들을 죽인 뒤 본인 또한 권총으로 자살한다.
이후 해식은 해철이 자살한 건 때문에 경찰 내부에서 추궁을 받게 되고 결국 정직 처분을 받게 된다. 이후 해식은 복직을 위해 해철이 엮인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고향인 주문진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지방 폭력배인 종두 일당을 만나는데, 처음에는 해식을 해철로 오해하고 린치 하지만 이후 종두는 해철의 정체를 알게 된다.
해철의 친구인 번개는 해식을 해철로 착각하고 그를 구해주게 되고, 그를 서울로 다시 돌려 보내려 하지만 해식은 번개의 집을 찾아와 영란을 만나게 된다. 이후 할머니가 계시는 곳에서 머무르면서 번개 일행과 지내게 된다.
번개 일행은 횟집을 차릴 꿈을 꾸지만 이전에 번개가 종두에게 횟집 차릴 돈을 해식의 몸값을 넘겨주는 바람에 횟집 오픈은 요원하기만 하다. 이에 해식은 자신 때문에 일어난 일이기에 본인이 해결하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결국 번개네 집으로 사채업자들이 찾아오게 되고, 결국 횟집은 종두 일당의 차지가 된다.
이후 이에 대해 앙심을 품고 종두의 포텐샤[1] 에게 화풀이 하지만 이로 인해 종두 일당에게 죽을 위험에 처하게 된다. 이때 중사가 딜을 제안하는데, 그 제안이 그동안 자신이 모은 총을 종두 일당에게 모두 넘기는 것. 하지만 총이 무더기로 떨어지면서 서로 대치하게 되고, 그 와중에 중사는 종두 일당과 영란을 죽이게 된다. 이후 번개와 서로 동귀어진 한다.
죽어가는 번개는 해식에게 그 동안의 일에 대해 용서를 빌지만 해식은 해철이 아니었기에 용서를 할 수 없었고[2] , 그저 번개의 시신을 수습해 줄 수 밖에 없었다. 모든 것을 잃은 해식은 허공에 총을 쏘게 되고, 결국 출동한 군인들에 의해 사살된다.
3. 등장인물
- 이해식 - 직업은 형사. 이해철과 엮이게 되면서 경사 승진을 앞두고 정직 처분[3] 을 받게 된다. 이를 만회하고자 강릉 주문진으로 향하게 되고 자신을 해철로 착각한 번개와 엮이게 된다. 사건을 해결하려 애쓰지만 혼자 힘으로는 무리였고, 결국 일이 커지자 자포자기하고 죽게 된다. 정황 상 주변으로부터 평판이 별로 안 좋은 편이다.
- 이해철 - 해식의 쌍둥이 동생. 전직 조직폭력배로 강릉 일대에서 활약을 했지만 모종의 사건 이후 서울로 도피해 지내게 된다. 도피 후 공장을 운영하고 지냈지만 공장이 망하고 딸아이가 병에 걸리자 형에게 돈을 빌리려 하지만 거절 당하고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형이 보는 앞에서 자녀들을 죽인 후 자신도 자살한다.
위 두 인물은 박신양이 1인 2역으로 분했으며, 두 명이 한 화면에서 같이 등장하는 장면도 있기 때문에 상당한 연기력을 요구하는 배역인데 이를 맡아 잘 해냈으며 시나리오를 건네받고서 제작진에게 먼저 연락했을 정도였다고 한다. 이후 박신양은 범죄의 재구성에서도 다시 한번 쌍둥이 역할을 맡게 된다.
- 번개(안성기) - 해철의 친구로 해식을 해철로 착각한다. 모종의 사건 이후 조직 일을 그만두고 횟집을 차리려 하지만, 해식을 구하느라 돈을 다 써버리는 바람에 횟집 살 돈이 없어 곤란을 겪는다. 결국 횟집 오픈은 물 건너가고 종두에게 잡혀 죽을 뻔하다가 중사 덕에 살게 된다. 하지만 영란의 죽음을 추궁하다가 중사의 총에 맞고 사망한다.
- 중사(정은표) - 퇴역 중사로 본명은 임혁수. 본래 군공을 세워 훈장을 수여받아 국립묘지에 안장 될 권리를 갖는 게 꿈이었는데, 아군 오사로 인해 그 꿈은 물거품이 되고 만다. 이 때문에 PTSD를 앓고 있으며, 총 소리를 듣기 좋아 하거나 미치면 마구 사람을 총으로 쏘는 증상이 있다고 한다. 퇴역 후 번개와 함께 횟집을 차리는 게 새로운 꿈이 되었으며, 이 때문에 자신이 그 동안 군 생활하며 모은 돈을 횟집에 투자하지만 해식과 번개 때문에 그 꿈도 물거품이 되었으며 이 때문에 그 둘을 내심 원망하고 있다. 군인 출신 답게 종두 일당과 대치했을 때 종두 일당을 도발하고 종두 일당이 사격 준비를 할 때까지 기다려주는 여유를 보이며 종두를 보기 좋게 죽인다. 하지만 병이 도진 상태였기 때문에 이후 총기를 난사 하다가 영란까지 죽이게 되고 번개도 죽이게 된다. 하지만 본인도 번개의 총에 맞고 사망한다. 총기를 모으는 게 취미로 AK-47, TT 권총 등의 여러 총을 소유하고 있었다.
- 전도사(최선중) - 번개의 후배 조직폭력배였으며 모종의 사건으로 다리 불구가 된다. 이후 기독교에 귀의 했으며 이 때문에 종두의 기도원 설치 반대 시위에 용역으로 참가한 번개와 대치하기도 한다. 번개의 집에서 종두와 대치하는 상황에서 운 좋게 생존했으며, 주요 등장인물 중에서는 유일한 생존자.
- 종두(김승철) - 강릉의 조직폭력배. 원래는 번개 밑에 있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모종의 사건으로 4년 형을 선고 받고 출소해 두목이 되었다. 매번 번개 일행을 괴롭히지만 결국 중사에게 죽는다.
- 영란(추귀정) - 번개의 아내. 과거 해철의 애인이었으나 모종의 사건을 밀고하여 종두가 투옥되게 한다. 이후 해철과 함께 살려 했으나 해철은 혼자 서울로 도망가 해철을 원망하고 있었다. 작은 식당을 운영하며 살고 있었는데, 종두 일당의 싸움에 휘말려 중사가 쏜 총에 맞고 죽는다.
- 미스 김(사현진) - 다방 레지. 해식과 엮인다.
- 박경장(신범식) - 해식의 후배 형사.
- 광한(박원상) - 해철의 부하로 해식에게 검거된다.
4. 평가
한국 영화 기준으로도 꽤 앞서간 느와르 영화로, 지금이야 느와르 영화들이 허구한 날 나오지만, 이렇게 우울하고 어두운 장르는 비디오 시장에서도 안 팔리는 경우가 많았다. 작품성과 흥행성이 일치하기는 힘들지만 이 영화는 감독이 관객 그게 뭐죠 먹는 건가요 식으로 만들고 싶은대로 만들었다는 티가 팍팍 난다. 이 때문에 보고 만족할 사람은 명작으로 꼽기에 주저하지 않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칙칙하고 말도 안되고 작위적이다 라고 비하하기 딱 좋다. 재밌는 건 이 영화를 10, 20대 시절에 보고 쓰레기 영화라고 평가한 사람이 나이 좀 먹고 보자 어 이게 이런 영화였나 하고 새삼 다시 보는 일이 많다고 한다. OST도 영화에 무지하게 잘 어울린다. OST만 듣고 있으면 외롭고 우울한 느낌이 들만큼 쓸쓸한 정서가 담긴 OST다.
이후 오승욱 감독의 절친 박찬욱 감독이 2002년에 복수는 나의 것을 만들면서 킬리만자로와 비슷한 흥행 참패 행보를 밟게 된다(…).
라디오스타에 출연했던 배우 김동욱이 이 작품을 보고 배우의 길을 걷게 되었다고 밝혔다. 원래 김동욱은 연기쪽에 관심도 꿈도 없었는데 이 작품을 보고 배우의 꿈을 꾸며 이후 연기자의 길을 걷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