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게아
1.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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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gaea의 대략적인 그림.[1]
3억 년 전, 즉 고생대 말기부터 트라이아스기 후기까지 존재했던 초대륙. 판게아란 이름은 Pan(Παν)(모든)+Gaea(Γαία)(땅;그리스 신화의 대지의 여신)에서 유래한다. 고전 그리스어 방식이라면 게아가 아니라 가이아라고 읽어야 겠지만, 코이네 그리스어의 αί는 ㅔ로 발음되므로 판게아가 틀린 것은 아니다. 영어로는 '판지아'라고 읽는다.
초대륙이라는 말 그대로, 당시의 대륙 지각 전체가 붙어있는 거대한 땅덩어리였다.
기상학자 알프레트 베게너가 처음으로 그 존재를 주장했다.
인도 아대륙이 호주 대륙 옆에 있다는 점이 특이하다. 이후 인도는 분리되어 신생대 초기 유라시아 대륙에 충돌한다. 이때 땅이 밀려 솟아올라 테티스 해가 사라져 히말라야 산맥이 됐다. 각 대륙들의 해안선으로 뭐가 어디에 붙어있었는지 유추가 가능하다.
2. 알프레트 베게너
1880년 11월 1일에 출생하여 1930년 11월 2일에 사망한 독일의 기상학자 겸 지구물리학자이다.
그는 원래 기상학자였으며, 같은 기상학자 블라디미르 페터 쾨펜(Wladimir Peter Köppen)의 사위이기도 하다.[2] 장인과 마찬가지로 그 역시 유명한 기후학자였지만, 어느 날 본 세계지도 하나가 그의 운명을 바꾼다. 남아메리카 동쪽 해안선과 아프리카의 서쪽 해안선이 너무 닮았던 것. 이것을 보고 그는 대륙이동설을 떠올리게 된다.
1912년에 그는 <대륙의 기원>이라는 책을 내면서 대륙이동설을 처음 주장했고, 이어 1915년에 낸 <대륙과 해양의 기원>에서 그는 과거에 존재했던 판게아라는 초대륙이 분열되어 현재의 대륙을 형성했다고 주장했다. 이것은 획기적인 주장이었지만, 그 당시의 지구물리학자들의 반응은 '''"대략 정신이 멍해진다"'''에 가까웠다. 그 무거운 대륙이 미끄러진다는 사실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던 것이다. 심지어 미국 지질학 협회는 아 대륙이동설을 반박하는 심포지엄을 열기도 했다. 베게너의 주장은 베게너가 1930년에 그린란드 탐험에 나섰다가 조난당해 죽었을 때까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베게너의 사망 소식에 많은 이들이 그의 기상학자로서의 업적을 찬양하며 추모했지만, 대륙이동설에 대해서는 흑역사로 취급하여 일절 언급하지 않았던 것이다.
사실 그 당시 사람들이 멍청해서 대륙이동설을 받아들이지 않은 건 아니다. 베게너의 대륙이동설이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판이 왜, 어떻게 움직이냐는 것을 설명해야 했는데, 당시 과학 기술로는 이를 정확히 알아내는 것이 불가능했고, 대륙이동설의 원인을 설명하기 위한 베게너의 추론은 오늘날 관점에서는 맞지 않은 것이었다. 베게너의 추론은 밀도가 비교적 낮은 대륙층(SIAL-layer)이 밀도가 더 높은 하부층(SIMA-layer) 위를 '미끄러져' 움직인다는 것이었다. 현재 관점에서 볼 때 이는 틀린 것이고 엄청난 에너지가 요구된다. 당시 베게너는 판게아가 달의 조석력과 지구 자전으로 인한 원심력에 의해 여러 조각으로 쪼개지고, 이동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조석력으로 대륙을 움직일 정도의 힘이 생기려면 지구 자전이 몇 년 만에 멈추어야 한다. 이 문제는 1960년대에 하부층도 같이 움직이며 동시에 지구 내부의 맨틀까지 모두 한꺼번에 움직이고 있다는 다른 모델, 즉 '판구조론'으로 해결된 것이다.
종종 베게너가 살아있을 당시의 과학자들을 통찰력이 없는 꼰대로 몰아가는 주장이 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베게너는 대륙이 이동했을 것이라는 가설만 내놓았을 뿐 그것을 과학적으로 입증해내지는 못했다. 베게너의 모델로는 '''대륙이 어떻게 이동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해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즉, 당시 학자들 기준으로 베게너는 터무니없는 유사과학의 신봉자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1950년대에 고지자기[3] 연구가 진전되고, 해저 밑바닥을 조사하면서 대륙은 정적이지 않다는 것이 입증된다. 지질학자들이 그토록 공격했던 "어떻게 대륙이 움직인단 말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나온 것이다. 지각이 맨틀 위에 떠서 움직인다는 판구조론은 지질학의 혁명이었으며, 1960년대 후반에는 모든 학자들이 이 학설을 받아들이게 된다.
3. 초대양
당연하지만 대륙이 하나로 뭉쳐진 동안에는 바다 역시 하나가 되며, 판게아를 둘러싼 초대양(超大洋)을 고 태평양, 즉 판탈라사(Panthalassa)라 칭한다.
4. 진화에 끼친 악영향
판게아의 출현은 생물들에게는 영 좋지 않았는데, 당시 생물들이 주로 살던 '얕은 바다(천해)'가 판게아 주변의 좁은 지역으로 한정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삼엽충 등은 판게아 형성 직전의 천해 지역에서 주로 서식했으며, 중생대에 들어 판게아가 분리된 이후에도 생물의 주요 서식지 중에는 테티스 해가 들어간다. 현재는 유라시아 대륙의 형성과 아프리카, 아라비아, 인도의 북상으로 테티스 해는 파라테티스 해로 줄어들고 결국 사라져 지중해, 흑해, 카스피 해, 아랄 해를 통해서만 부분적으로 잔존하고 있다. 나머지는 히말라야와 아프간이 되었다. 바다에서 멀어질수록 생명체에겐 살기 힘든 땅이 된다. 아프리카 내륙지방과 중앙아시아를 생각해보자.
게다가 판게아의 내륙, 하트 랜드는 비구름이 도저히 도달하지 못해서 아주 넓은 초사막이 나타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워낙에 대륙 자체가 크고 아름다웠던(?) 탓도 있지만 판게아가 형성되면서 대륙 중앙부에 지각충돌의 영향으로 지금의 히말라야 조산대와는 비교도 안 되는 거대한 산지가 나타났기 때문.[4] 현재도 히말라야의 영향으로 몬순 계절풍은 산맥을 넘지 못하고 티벳의 고산 초원기후와 그 이북의 바싹 마른 타클라마칸 사막을 형성한다. 크고 아름다운 사하라 사막도 마찬가지인데, 북아프리카 쪽의 아틀라스 산맥이 대서양발 비구름을 틀어막는 구조로 되어 있다. 우리나라도 그다지 높지 않은 백두대간이 장벽이 되어 영동과 영서 지방 기후가 다른 걸 보면 산맥이 기후에 끼치는 영향을 알 수 있을 것이다.
5. 판게아의 붕괴
판게아의 분리는 대략 2억 년 전 즉, 트라이아스기에서 쥐라기로 넘어가는 시기에 본격적으로 나타나게 되었다. 현재의 유라시아 + 북아메리카 판으로 발달하게 되는 로라시아 대륙과 그 외의 다른 대륙 지각들이 뭉쳐진 곤드와나의 두 대륙으로 분리된 것을 시작으로, 이 두 대륙이 조각조각 나뉘면서 현재의 대륙이 되었다.
6. 여담
광산, 석유 자원이나 화석의 산출지 등을 추정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예를 들면,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아르헨티나에서는 다이아몬드가 산출되는데, 판게아 시절엔 이 둘이 붙어있었다.
흔히 판게아가 가장 유명한 지질시대, 그리고 공룡시대의 대륙으로 알려져 있지만 판게아는 고생대 말에서 중생대 초에 존재한 대륙으로 공룡이 본격적으로 번성할 무렵에는 벌써 다 갈라진 후였다.
2억 5천만 년 후 현재 흩어져 있는 대륙들이 다시 뭉쳐서 판게아 울티마라는 초대륙을 형성할 것이라는 가설이 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대멸종 또한 벌어질 것이라고 한다.[5]
(동영상에 한하여 없는 게 없다는) 유튜브에는 당연하지만 대륙 구조가 판게아인 상태에서 현대 국가가 존재하였을 경우를 가정한 동영상도 있다.
[1] 이 그림은 변성암 및 지질구조, 고지자기 자료를 이용해 추산한 것이다.[2] 기후 항목에 나오는 쾨펜의 기후 구분을 만든 사람이 바로 이 쾨펜이다.[3] 옛 지각에 남아있는 지자기의 방향 및 연대를 측정하여 당시 해당 지역이 존재했던 위도를 추측하는 방법이다.[4] 이 산맥은 현재 미국의 애팔래치아 산맥, 아프리카의 아틀라스 산맥 등으로 그 흔적이 남아 있다.[5] 추정에 의하면 육상생물의 80% 바다 생물의 '''96%''' 특히 조개류는 '''99%'''가 멸종할 것이라고 한다. 이런 대멸종이 벌어질 원인은 판게아가 형성되며 발생하는 화산분화일 것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