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협주곡 3번(라흐마니노프)
마르타 아르헤리치의 1982년 연주. 지휘자는 리카르도 샤이.
【라흐마니노프의 다른 작품】
'''Rachmaninoff Piano Concerto No.3 Op.30'''
1. 개요
[image][1]
라흐마니노프가 1909년 9월 23일 완성한 그의 세 번째 피아노 협주곡이다.
2. 특징
1악장의 카덴차가 두가지 버전으로 존재한다. 하나는 무겁고 크게 지나가는 화음 위주로 구성되어 있고, 다른 하나는 좀 더 스피디하면서도 가벼운 느낌을 준다.[2]
1악장 카덴차에는 ossia가 있다. 3악장에서도 ossia가 2번이나 등장한다. 하지만 3악장에 쓰여 있는 ossia를 연주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되는데 들어가는 노력에 비해 효과도 크지 않고 피아니스트의 존재감을 어필할 부분은 굳이 그 부분이 아니어도 이미 차고 넘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제로 ossia를 듣기는 어렵다. ossia 버전 카덴차로 연주한 피아니스트 중 한 명인 그레고리 소콜로프는, 그는 3악장 마지막 페이지의 양손 옥타브 하행 부분을 ossia로 연주했다.
3. 편성
플루트 2(제1플루트는 피콜로 대체), 오보에 2, 클라리넷 2, 파곳 2, 호른 4, 트럼펫 2, 트롬본 3, 팀파니, 큰북, 캐스터네츠, 탬버린, 심벌즈, 현5부, 독주 피아노
4. 악장별 구성
- 1악장 Allegro ma non tanto. d단조, 4/4박자. 자유로운 소나타 형식. 현의 반주에 따라 차분하면서 음울한 제1주제가 피아노에 의하여 제시된다. 이 주제가 확장되고 발전한 후, 경과구를 거쳐 2주제가 또한 피아노에 의하여 제시된다 (첨부 동영상 기준 4분 24초). 제2주제는 제1주제와는 대비되는 평화롭고 서정적인 선율로, 점차 고조되면서 라흐마니노프 특유의 벅차오르는 느낌을 준다. 매우 짧아서 있는듯 없는듯한 소종결구를 거쳐, 제1주제 선율이 연주되며 전개부가 시작된다 (6분 53초). 이 주제는 전조되면서 긴장감을 조성하며 이를 바탕으로 점점 긴박하게 전개되다, 이윽고 8분 28초 즈음부터 오케스트라와 피아노가 격하게 대립하고, 8분 52초 즈음 폭발하면서 사그라든다. 이후, 폭발의 잔해와 후유증처럼 곡이 전개되다 10분 39초부터 이 곡의 악명에 크게 일조한 카덴차가 시작된다.[4] 카덴차 중간에 제1주제가 변주되어 재현되고, 12분부터 플룻을 비롯한 목관군과 호른이 차례로 번갈아가며 등장하며 경과구를 연주한다. 제2주제는 12분 39초부터 피아노 독주만으로 재현된 후, 14분 15초부터 1주제를 기반으로 하는 코다에 다다르고, 조용하게 사그라들면서 악장을 끝맺는다.
- 2악장 Intermezzo. Adagio. F#단조 [5] , 3/4박자. 첨부 동영상 기준 16분 28초부터 시작한다. 명상적이고 몽환적인 악장이다. 선법적인 화성(주로 리디아와 믹소리디아)이 적극 사용되어, 피아노 협주곡 2번의 2악장보다는 몽환적인 느낌이 든다.[6] 중간부분은 피아노가 가세하여 러시아적 애수가 가미된 클라이막스가 등장한다. 이후, 제1부가 재현되고, 재빠른 왈츠 부분에 이어 강렬한 관현악 총주와 함께 쉼없이 3악장으로 이어진다.
- 3악장 Finale. Alla breve. d단조, 2/2박자. 론도 소나타 형식.[7] 첨부 동영상 기준 27분 28초부터 시작한다. 갑작스러운 분위기 전환과 함께 관현악 반주 위에 피아노가 급박한 제1주제를 연주한다. 28분 45초부터 밀어올리는 듯한 경과구를 통해 자연스럽게 전조하면서 G장조의 제2주제가 29분 20초부터 등장한다. 제2주제는 제1주제와는 다르게 서정적이면서 광활한 듯한 느낌을 연상하게 하는 선율이다. 이후, 피날레를 위한 힘을 점차 축적하고, 35분 50초부터 다시 힘차게 달려나가다가, 39분 20초에 전곡을 관통하는 클라이막스가 등장한다.[8]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과 마찬가지로, 1악장에서의 음울함은 모두 극복하고 벗어던져버린 것 같은 순수한 환희를 노래하며, 화려하게 곡을 끝맺는다.
5. 난이도
대중에게는 어려운 피아노 협주곡의 대명사로 알려져 있다.[9] 테크닉적으로는 프로코피예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처럼 더 어려운 협주곡들도 있지만, 작곡가 본인의 무지막지하게 큰 손과 거대한 체구에 맞춰 작곡된 난곡인 만큼 엄청난 체력소모를 요구한다. 손이 작은 연주자는 도전하기 매우 힘든 작품이다.'''"라흐마니노프 3번은... 불멸의 곡이야! 미치지 않고서야 이 곡을 연주할 수는 없네!"'''
- 파크스 교수, 영화 《샤인》 中
5.1. 기교적 어려움
- 불규칙한 속주 구간
- 11~12도 분산화음 아르페지오
- 불편하지만 다른 방법이 없는 손가락번호
- 3도, 6도, 8도
- 미친 수준의 도약
1.단독으로 나오면서
2.틀렸을 경우 매우 치명적인(...)[12]
도약이 나오는 파트는 없다.또 대부분이 오케스트라반주에 묻어가기 때문에 연주 시 부담감이 훨씬 덜하긴 하다.
- 연속적인 Full-Chord 진행
- 연타음
- 오케의 tutti 속에서도 뚫고 나와야 하는 피아노 솔로.
5.2. 짜증나는 악보읽기
'''악보를 읽는 것부터 난관'''이다.음표 자체의 개수가 너무나도 많기 때문에 초견이 아무리 좋은 사람인들 음표 머리도 잘 안 보이도록 새까맣게 그려진 부분들은 그저 답이 없으므로,끓어오르는 빡침을 참아가며 하나씩 읽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
팁이 있다면 복잡한 부분은 '''확대 복사'''를 해서 읽으면 좋다.음표들이 수많은 슬러표시나 지시표 때문에 복잡하게 엉켜져 있어 그냥 보면 매우 짜증나고 눈 빠진다.
다만 이 난관을 극복하고 한번 손에 익히는 데 성공한다면 '''의외로''' 오히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보다 연주 준비할때 부담이 덜하다. 2번은 손의 포지션이 아주 짜증나고 불편하게 그려져 있어(특히 3악장) 도무지 연습해도 손에 붙지 않는데, 3번은 악보 읽는거 자체가 시간이 많이 걸려서 그렇지 의외로 어려운 부분들은 2번보다 손에 잘 붙는다.이것은 2번 3번 모두 연주해 본 국내의 탑급 유명 피아니스트들이 모두 했던 이야기다.
5.3. 쳐야할 음표는 많은데...
연주를 들어보면 피아니스트는 수많은 음표들을 연주하고 있는데 '''대부분이 들리지 않는다.''' 일단 음표는 정신나가게 많지만 정작 귀에 들어오는 메인 멜로디와 들러리 수준의 음표의 비율은 조금 과장하자면 1대 10 수준이다.[14] 그리고 피아노란 물건은 떡대만한 덩치에 비해 음색의 명료성이 다른악기에 비해 떨어지는지라, 오케랑 투티로 같이 나오는 부분들은 이런 현상이 더욱 심해서 팔이 빠져라 쳐도 청중에겐 들리지도 않는다. 연주자로서는 꽤 억울하게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이고, 피아니스트들 사이에서는 아무 음이나 마구 쳐도 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농담까지 있다.반면 실연에 비해 정규녹음에서는 피아노 파트가 더 잘들리는데 이건 다 마이킹 등 후작업이 들어갔기 때문이다.'''"피아노 파트의 95%는 오케스트라한테 잡아먹힙니다. (피아노에게) 양보되는 건 5% 정도."'''
6. 국제 콩쿠르에서
불과 8-90년대에만 해도 국제 콩쿠르에 이 곡을 들고 나오는건 그 자체로 이슈거리였다. 당시에는 정말 웬만큼 테크닉이 좋지 않고서야 이 곡은 손댈 생각도 못 했으며 완주하는 것이 마라톤에 비유될 정도였고 이 곡을 한번 연주하면 석탄 3톤을 혼자 옮기는 힘이 들어간다느니 하는 소리까지 떠돌았다.
그런데 21세기로 넘어오자 국제콩쿨 참가자들의 평균 실력이 미친듯이 향상되어[15] 이 곡도 '''어지간한 전공생이면 다 치는 정도'''가 되었으며[16][17] 국제콩쿨 입상자가 미친듯이 쏟아지기 시작한 2010년대부터는 전공자들 사이에서 이 곡을 치는 건 별로 대수로운 일도 아니고[18] 누가 이거 친다고 음악계의 이슈거리 따위가 될 일은 더더욱 없다.[19] 당장 차이콥스키 콩쿠르 등 유명 콩쿠르 파이널만 봐도 라피협3번+차피협1번의 피협 조합은 거의 필수요소수준.[20] 퀸콩도 가만보면 파이널리스트 12명중에 1/3은 라흐3, 그 다음은 다 플콥2 이런 식이다.1티어 국제콩쿨이 이러니 하위 티어 콩쿨들은 말할 것도 없다.
7. 음반, 연주
라흐마니노프 본인의 음반은 1939년에 녹음이 되었는데, 육중한 체구와 거대한 손으로 유명했던 작곡가 본인의 힘을 보여준다. 1악장의 7분 구간에서 피아노로 오케스트라를, 그것도 후대의 피아니스트들보다 1.5배는 빠른 속도의 협연인데도 불구하고, 66세의 고령의 나이로 뚫다 못해 압도하는 괴력을 보여준다. 호로비츠 역시 3종의 공식 음반과 다수의 비공식 녹음을 남겼다. 그 중 1950년대의 녹음이 기술, 음악적인 면에서 가장 균형을 이루었다는 평을 받는다. 블라디미르 아쉬케나지 또한 라흐마니노프를 즐겨 연주하여 녹음을 남겼다. 마르타 아르헤리치의 1982년 실황 녹음 역시 좋은 평가를 받는다. 빠른 연주를 좋아한다면 아르헤리치의 연주가 잘 맞을 수 있다. 한편 알렉시스 바이센베르크의 1968년 연주는 3악장 말미의 거대한 클라이막스 최고음역에서 오케스트라 전체를 뚫고 강렬하게 메아리치는 관통력을 지닌 피아노 소리로 유명하다. 오시아 카덴차를 원한다면 데니스 마추예프의 실황 영상도 추천한다.
8. 매체에서의 활용
영화 '''샤인'''에서 다뤄진다. 이 영화는 데이비드 헬프갓이라는 피아니스트의 생애를 다루는데 극중 이 곡 때문에 주인공이 고통받는 모습이 나온다. 정확히는 정신분열증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 영화에서 등장하는 카덴차는 무거운 화음을 중심으로 한 버전. 해당 장면
9. 기타
- 이 곡이 작곡된 후, 라흐마니노프는 이 곡을 그의 친구이자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인 호프만에게 헌정했으나, 자신을 위한 곡이 아닌 것 같다며 연주하지 않았다. 호프만의 손이 워낙 작아서 연습하기 난감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있다.
- 라흐마니노프는 이곡을 1909년 여름과 가을에 작곡하고 초연은 미국에 가서 했는데, 당시 스케줄이 너무 빡빡해서 미국으로 가는 배안에서 소리없는 건반으로 연습해야 됐다.[21]
- 라흐마니노프 본인이 초연 후 이렇게 발언했다. "내가 왜 이런 곡을 작곡했는지 모르겠다."
[1] 1악장의 카덴차 부분이다. 위 영상의 11:21부터 11:51까지.[2] 첨부 영상의 연주이다.[3] 단, 프로의 연주는 아니므로 프로의 연주를 보고 싶다면 이 문서 최상단의 영상을 참고하자[4] 영상의 경우, 앞서 언급된 두 버전 중 후자에 해당한다. 전자의 무거운 화음의 연타로 진행되는 카덴차를 듣고 싶다면 아쉬케나지의 연주를 추천한다. [5] 워낙 조성의 변화가 많아서 종잡을 수 없다. 차례대로 D단조, F#단조, Db장조, Bb단조, F#단조, D단조. [6] 라흐마니노프의 곡들이 전반적으로 낭만파 느낌이지만 피아노 협주곡 2번만 해도 20세기에 작곡된 곡이다. 참고로 드뷔시의 목신의 오후 전주곡 초연이 1894년이다.[7] 론도 소나타는 소나타처럼 1, 2주제와 제시부, 제현부가 존재하지만 전개부가 없고 대신 론도처럼 C주제가 새로 등장하는 형식이다. 엄밀히 따지자면 A - B - C - A' - B' 이다. [8] 거의 마지막에 등장하는 피아노의 미친듯한 기교 부분의 멜로디는 1악장의 카덴차에서 그대로 따왔다. 1악장의 ossia 버전으로 들으면 이 부분이 더욱 잘 들린다.[9] 영화 샤인의 영향이 크다 [10] 물론 어거지로 손가락을 뒤집어가면 칠 수야 있다.하지만 그 댓가로 1번에 자연스럽게 악센트가 들어가게 되면서 그 부분이 요구하는 음색의 equality 등은 물건너가게 된다.흔히 피지컬이 안 되는 사람이 연습과 노력으로 옥타브 아르페지오 극복 운운하는데 그건 일반 양민 전공생 수준 얘기다.한끗차이로 프로데뷔 하냐 못하냐가 갈리고 국제콩쿨등수로 티어가 갈리는 최상위권 전공생 레벨에선 평균미만의 피지컬은 유의미한 차이를 가져온다.피지컬이 안되면 단순히 손이 닿고 안닿고 문제가 아니라 표현의 범위도 줄어들게 된다.[11] 예를 들어 오른손으로 도-미-솔-시를 각각 1-2-3-5번 손가락으로 누르고,이어서 1번 손가락을 넘겨 그 다음의 도를 눌러 보자.[12] 맨 끝에서부터 두세 번째 줄에 있는 도약을 틀리면 그낭 잘해놓고 다 망치는 거다.사실상 25-5의 최종보스.[13] https://www.youtube.com/watch?v=OSKKq4RKdxI 본인의 코멘트[14] 3악장의 초반부가 좋은 예시다. 가볍게 3-4도를 두세 번 누르는 듯 했던 부분이 사실 연타에 9도 도약까지 있으니 충격과 공포 그 자체(...) 듣기만 하다가 악보를 처음 보는 사람들이 꽤 놀라는 부분이다.[15] 현직 40~50대 교수, 유명 연주가가 부정하지 않는 팩트는 본인들이 20대 때 현역으로 국제콩쿨 뛰었을 때보다 콩쿨러들의 평균 실력이 엄청나게 상향평준화 되었다는 것이다.[16] 지금 한예종 상위권 정도면 다 친다.서울예고 실기 원탑쯤 하는 학생들도 치며 심지어는 아마추어가 세컨피아노 붙여서 치는 경우도 있다.물론 콩쿨 입상할 정도로 ''유의미''한 연주를 하려면 최소한 한예종 최상위권을 부동으로 찍을 실력은 되어야 한다.[17] 근데 문제는 작곡가들은 이걸 반영해 점점더 어려운 곡을 만들확률이 높다....[18] 당연히 국제콩쿨 돌리는 한예종,서울대 상위권 얘기.인간계의 양민 전공생들에게는 여전히 꿈같은 이야기다.[19] 애들끼리 야 너 라흐3하냐? 난 플콥2하는데.하는 정도.[20] 차콩 룰에는 파이널때 차피협 1개와 다른 자유 피협 하나를 치도록 되어있다. 근데 자유 피협을 꼭 러시안 피협을 쳐야만한다는 것도 없고, 오히려 자유 피협은 완벽하게 자유로운 선택권을 주고있는데도 그러한 것이다. 그래서 국제 콩쿠르 파이널에서 해가 가면 갈수록 참가자들이 누가 하라고 한 것도 아닌데 하나같이 라흐3 플콥2같은 피협만 들고 나오니까 중상위급 이상되는 국제 콩쿠르에서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이나 프로코피예프 피아노 협주곡 2번같은 빵빵대는 피협을 못치게 철저히 배제하고 모피협이나 베피협, 쇼피협같이 치는사람 실력이 완전 뽀록날수밖에 없는 피협만 치도록 규정에 써놓는다.[21] https://www.arkansassymphony.org/rachmaninoff-sergei-piano-concerto-no-3-in-d-minor#close[22] 말러의 사망 1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