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월드 시리즈
1. 개요
2006년 10월 21일부터 27일까지 벌어진 아메리칸 리그의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 내셔널 리그의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사이의 월드 시리즈. 양 팀 사이의 세 번째 월드시리즈 맞대결이었는데 첫 대결이었던 1934년에는 세인트루이스가, 두 번째 대결이었던 1968년에는 디트로이트가 사이좋게 한 차례씩 우승트로피를 가져갔다. 세인트루이스가 4승 1패로 디트로이트를 꺾고 통산 10번째 월드시리즈 우승을 달성한다. 세인트루이스로서는 더더욱 경사였던 것이 이 해가 그들이 홈구장을 부시 스타디움으로 이전한 첫 해였기 때문.
2. 양 팀 상황
2.1. 2006년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지난 12년 동안의 처절한 꼴랑이 시절을 거친 끝에 화려하게 부활에 성공한 시즌이었다. 짐 릴랜드 감독 지휘 아래에서 케니 로저스에서 저스틴 벌랜더로 이어지는 신구조화가 잘된 투수진과 플라시도 폴랑코와 매글리오 오도네즈로 대표되는, 특출나지는 않더라도 제 몫은 해주던 타선을 바탕으로 디트로이트 타이거즈는 95승 67패를 거두면서 다시금 아메리칸 리그 중부지구의 강자로 발돋움한다. 다만 시즌 막판에 불안한 모습을 보이다 시즌 최종전에서 캔자스시티 로열즈에게 패하면서 미네소타 트윈스에게 중부지구 우승 타이틀을 내주고 와일드 카드로 가을야구에 진출해야 했으며, 12년만의 가을 진출이니 만큼 부족한 경험 탓에 '올 시즌에는 그냥 가을야구 나간 거에 만족하지 않을까'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다수 예상이었다. 그런데 이게 왠 걸. ALDS에서 뉴욕 양키스를 상대로 리버스 스윕을 거둔 데 이어[1] 그리고 이어진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와의 ALCS도 간단하게 4전 전승으로 스윕해버리면서 손쉽게 월드시리즈에 진출한다.
2.2. 2006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우린 안 될 거야 아마. 드립이 아니라 정말로 플레이오프 시작을 앞둔 카디널스의 심정은 저랬다.
<미리보는 NL 디비전시리즈>
최훈의 카툰에서 말하고 있듯이 앨버트 푸홀스 말고는 도무지 믿을 놈이 없었다. 팀의 마무리 제이슨 이슬링하우젠은 시즌 내내 삽질을 거듭하다가[2] 드러누워버렸고 배리 지토와 함께 오클랜드를 이끌던 마크 멀더는 7점대 방어율로 폭망했고, 스캇 롤렌과 짐 에드먼즈, 크리스 카펜터는 시즌 내내 잘해주다가 막판에 삽을 신나게 펐고 데이비드 엑스타인은 시즌 내내 햄스트링 부상을 달고 살아 언제 터질지 모를 폭탄과 같았다. 당연히 리그 성적도 83승 79패로 최악이었다. 그런데 플레이오프가 시작되자 가을 좀비의 본능이 되살아났다! 디비전시리즈에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를 가볍게 3승 1패로 제압한 데 이어, 챔피언십시리즈에서는 이 해 내셔널리그 최강 전력이었던 뉴욕 메츠를 7차전까지 가는 대접전 끝에 9회초 몰리나의 투런 홈런으로 꺾은 것. 전력상으로는 디트로이트에게 한 주먹 거리도 안됐지만 '분위기를 타고 뭔가 대형사고를 칠 수 있다'라는 희망이 선수단과 팬들 사이에서 퍼지기 시작했다.
3. 진행
3.1. 1차전
앤서니 레예스와 저스틴 벌랜더 두 신인 사이의 선발 맞대결. 카디널스는 메츠와의 7차전이 바로 전전날 있었기에 투수진의 소모가 심해서 당시 시즌 5승을 거둔 신인 앤서니 레예스를 선발로 내세웠다. 벌렌더도 신인이었지만 이미 17승은 거두었다.
1회말 카를로스 기옌이 선제 1타점 적시타를 뽑을 때만 해도 레예스를 쉽게 강판시킬 것 처럼 보였다. 그런데 거기까지가 끝이었다. 이후 8회까지 디트로이트 타이거즈는 레예스에게 단 한점도 뽑아내지 못했고, 오히려 이 틈에 벌랜더가 스캇 롤렌[3] 과 앨버트 푸홀스에서 홈런을 맞으며 역관광 당했다. 여기에 디트로이트 타이거즈 3루수 브랜든 인지는 6회에만 에러 2개를 저지르면서 자멸(...) 시즌 5승짜리 투수에게 완투를 허용할 뻔한 디트로이트는 9회말에야 크레이그 먼로의 솔로 홈런으로 레예스를 끌어내릴 수 있었지만 7-1로 뒤진 상황에서 한점 짜리 홈런 때려봤자 무의미.. 결국 7-2로 세인트루이스가 첫 승을 가져갔다.
3.2. 2차전
섭씨 7도라는 추운 날씨에서 벌어진 경기에서 케니 로저스의 호투에 힘입어 디트로이트가 반격의 1승을 챙겼다. 먼로는 이 날도 홈런을 추가하면서 팀 타선을 하드캐리 중. 다만 다른 데서 논란이 터졌는데, 바로 케니 로저스의 손에 무언가가 묻은게 발견되면서 부정투구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 로저스 본인은 송진과 마운드의 흙이 손에 묻었을 뿐이며 2회 종료 후 심판이 손을 씻으라고 해서 따랐다고 주장했다. 팀내 타자들이 뭔가 수상쩍다고 주장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로저스를 계속 내버려둔 토니 라루사 카디널스 감독만 덕분에 자기 팀 팬들에게 신나게 까였다.
3.3. 3차전
케니 로저스의 역투 에 이번에는 카즈의 에이스 크리스 카펜터가 8이닝 무실점 역투로 반격해줬다. 그의 월드시리즈 데뷔전[4] 에서 카펜터는 8이닝을 불과 82개의 투구수에 3안타[5] 만을 허용하는 호투를 펼쳤고 디트로이트는 이길래야 이길수가 없었다. 이날 경기 디트로이트는 단 한 명도 3루조차 밟아본 적이 없고 2루를 밟은 것도 딱 한 명. 이와중에 조엘 주마야와 브랜든 인지는 또 실책성 플레이를 거듭하면서 디트로이트 팬들의 혈압을 한 껏 올려주었다.
3.4. 4차전
비로 인해 하루 미뤄져 치뤄진 4차전에서 데이비드 엑스타인의 맹활약에 힘입은 1승을 추가하며 우승까지 한 걸음 만을[6] 남기게 된다. 엑스타인은 2루타만 세 개를 몰아치면서 카디널스의 공격을 전두지휘. 한편 이 날도 디트로이트의 수비는 엉망진창이었는데, 커티스 그랜더슨이 외야수비를 보다가 벌러덩 미끄러진 것이 단연 백미.[7]
3.5. 5차전
경기 시작 전 또다시 폭우가 쏟아졌지만 다행히도 경기를 시작할 수는 있었다. 이날도 경기는 이전까지와 별다를 바 없이 유사한 흐름이어서, 디트로이트는 엉망진창의 수비를 반복하면서 자멸했고 세인트루이스는 선발 투수[8] 의 호투에 힘입어 승리를 따냈고 도합 4승 1패로 대망의 월드시리즈 패권을 차지한다. 카디널스는 1982년 이후 24년만의 우승을 차지하면서 드디어 V10을 이룬다. 시리즈 전체 MVP는 시리즈 기간 내내 카디널스의 공격을 전두지휘한 작은 거인 데이비드 엑스타인이 차지했다.For the first time since 1982, Saint Louis, has a World Series winner!
1982년 이후 처음으로, 세인트루이스가 월드 시리즈 우승을 차지합니다!
4. 기타
- 데이비드 엑스타인은 타/출/장 .364/.391/.500에 8안타 중에 3개가 2루타, 4타점을 몰아치면서 월드 시리즈 MVP를 수상했다. MVP 부상으로 스포츠카가 주어졌는데 수동기어를 못 다룬다고 형한테 공짜로 주었다고 한다. 오오 대인배 오오
- 디트로이트는 시리즈 내내 8개의 실책을 저질렀는데 이 중 7개가 송구실책이었다. 매 경기마다 투수마저 실책을 하는, 이길래야 이길수가 없는 수비실력에 팬들은 한숨만(...)
- 2016년 7월 16일, 월드시리즈 우승 10주년 기념행사가 열렸다. 그리고 10년 전, 루키 클로져였던 아담 웨인라이트는 커리어 10번째 완봉승을 거두었다.
- 양 팀의 감독인 토니 라루사와 짐 릴랜드는 과거 시삭스와 카디널스에서 한솥밥을 먹은 동지 지간이었고, 이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하면 역대 두번째 양대리그 월드시리즈 우승 감독이라는 영광을 누릴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결과는 상술했다시피 라루사의 승리였고, 릴랜드는 끝내 호랑이의 월드시리즈 우승이라는 숙원을 이루지 못하고 2013년을 마지막으로 은퇴한다.
5. 우승반지
[image]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월드 시리즈 우승반지
[1] 덕분에 시리즈 내내 부진했던 애꿎은 에이로드만 미친듯이 까였다. 부진을 거듭하다 시리즈 마지막 경기였던 4차전에는 8번 타자로 나와서 생긴 '에잇로드' 또는 전년도 에인절스와의 ALDS 패배 이후 '내 플레이는 개같았다.'라고 자조한 데서 생긴 '에이도그'(...)와 같은 별명들이 뉴욕 지역 타블로이드에 대문짝하게 붙었다.[2] 정확히 말하자면 짝수달은 대폭망하고 홀수달은 언터처블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롤러코스터 피칭의 진수였다. [3] 여담으로 이 홈런 전까지 롤렌은 월드시리즈 타율이 0이었다...[4] 2004년에도 카디널스 소속이었지만 부상이라 출전 무산[5] 심지어 볼넷은 없었다.[6] 1968년과 1985년에 3승 1패로 앞서고도 우승하지 못했었다.[7] 다만 이것은 비 때문에 부시 스타디움 잔디가 미끄러웠던 탓도 있다.[8] 이날은 제프 위버가 2차전에 이어서 선발 등판하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