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교향악단
BBC Prom 중 시벨리우스의 핀란디아
1. 개요
영국의 오케스트라. 런던을 본거지로 하며, 명칭대로 영국방송공사 소속이다.
2. 연혁
1930년에 창단되었고, 초대 상임 지휘자로 에이드리언 볼트가 부임했다. 볼트는 1950년까지 20년 동안 직책을 유임하면서 악단의 조련과 영국 음악을 중심으로 한 연주 곡목 향상에 주력했고, 2차대전 시기 동안에도 악단의 굳건한 버팀목이 되었다. 볼트가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로 이임한 후에는 맬컴 사전트가 후임으로 부임해 1957년까지 재임했고, 볼트와 비슷한 노선을 걸었다.
사전트 퇴임 후에는 오스트리아에서 이주해온 루돌프 슈워츠가 제3대 상임 지휘자로 부임했는데, 재임 초기에는 평단의 평가가 후한 편이었지만 1961/62년 시즌에 말러의 교향곡을 공연했다가 망쳤는지 그 때부터 평론가와 악단 행정진들로부터 디스를 당하기 시작했다. 결국 BBC의 음악 부장이었던 윌리엄 글록이 1962년에 헝가리 태생의 지휘자인 언털 도라티를 후임으로 불러왔고, 슈워츠는 1963년까지 버티다가 물러났다.
도라티는 '오케스트라 빌더'라는 별명답게 슈워츠 시절에 처져 있다는 평을 받았던 악단의 연주력을 다시금 최상급으로 끌어올리는데 성공했고, 1966년 스웨덴의 스톡홀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로 옮겨갈 때까지 유임했다. 1967년에는 도라티의 후임으로 콜린 데이비스가 발탁되었고, 데이비스는 1970년부터 맡기 시작한 코벤트 가든 왕립 오페라단의 지휘에 집중하기 위해 이듬해 사임할 때까지 악단을 이끌었다.
데이비스의 후임으로는 프랑스 출신의 작곡가이자 지휘자인 피에르 불레즈가 발탁되었는데, 저명한 현대 작곡가였던 만큼 현대음악 공연을 중시하고 기존 작품도 매우 파격적인 관점에서 재해석해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불레즈가 1975년 퇴임한 후 1년 뒤에는 독일 출신의 루돌프 켐페가 부임했지만, 켐페는 부임 후 몇 달 지나지 않아 스위스에서 건강 악화로 요양 중 세상을 뜨고 말았다.
결국 악단 측은 몇 시즌 동안 객원 지휘에 의존해야 했고, 1978년에 소련의 겐나디 로즈데스트벤스키가 제8대 상임 지휘자로 초빙되었다. 로즈데스트벤스키는 창단 이래 최초의 공산권 출신 지휘자였고 러시아/소련 음악의 적극적인 공연과 양질의 연주로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로제스트벤스키는 BBC보다 런던의 명문 오케스트라인 런던 심포니의 객원 지휘자로서 음악팬들에게 훨씬 각광받았다. 소련 국적자로서 활동에도 제약이 있어 1981년 물러났다.
로즈데스트벤스키의 후임으로 존 프리처드가 부임해 1989년 타계할 때까지 재임했다.
프리처드 사후에는 역시 같은 영국 지휘자인 앤드루 데이비스가 부임해 2000년까지 재임했다. 데이비스는 음악적으로 높은 수준의 지휘자는 아니었지만 대중적 친화력이 뛰어난 지휘자였고 당시 프롬나드 콘서트(현재의 프롬스 콘서트) 등 세미 클래식 성격의 비정규 콘서트에서 큰 활약을 했다.
2000년 데이비스위 뒤를 이어 미국의 레너드 슬랫킨이 상임지휘자에 취임했다. 슬래트킨은 음악성으로는 데이비스보다 한 수 위였던 지휘자로 BBC로 오기 전에 이미 RCA 등에서 음반을 내던 중견 지휘자였다. 하지만 해외 지휘자들에게는 가혹하지만 자국 지휘자들한테는 엄청난 고평가를 하기로 악명높은 런던의 평단은 예외없이 슬래트킨에게 혹평을 가했다. 이와 더불어 악단과의 불화도 있어 2004년에 물러났다.
약 2년 동안의 공백기 후에 체코 출신인 이르지 벨로흘라베크가 상임지휘자에 취임했다. 2013년에 겸임하고 있던 체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상임 활동에 집중하기 위해 퇴임했다.
이후 핀란드 출신의 사카리 오라모가 직책을 이어받아 2014년부터 현재 재임 중이다.
3. 역대 상임 지휘자
- 에이드리언 볼트 (Adrian Boult, 재임 기간 1930-1950)
- 맬컴 사전트 (Malcolm Sargent, 재임 기간 1950–1957)
- 루돌프 슈워츠 (Rudolf Schwarz, 재임 기간 1957–1963)
- 언털 도라티 (Antal Doráti, 재임 기간 1962–1966)
- 콜린 데이비스 (Colin Davis, 재임 기간 1967–1971)
- 피에르 불레즈 (Pierre Boulez, 재임 기간 1971–1975)
- 루돌프 켐페 (Rudolf Kempe, 재임 기간 1976)
- 겐나디 로즈데스트벤스키 (Геннадий Рождественский, Gennady Rozhdestvensky, 재임 기간 1978–1981)
- 존 프리처드 (John Pritchard, 재임 기간 1982–1989)
- 앤드루 데이비스 (Andrew Davis, 재임 기간 1989–2000. 퇴임 후 계관 지휘자 호칭 수여)
- 레너드 슬랫킨 (Leonard Slatkin, 재임 기간 2000–2004)
- 이르지 벨로흘라베크 (Jiří Bělohlávek, 재임 기간 2006–2013. 퇴임 후 계관 지휘자 호칭 수여)
- 사카리 오라모 (Sakari Oramo, 재임 기간 2014–)
4. 특징
런던 빅5 중 하나로 꼽히기도 했던 나름 영국에서는 인지도 있는 오케스트라다. 런던의 오케스트라들 가운데 매우 부유하지만, 오케스트라의 네임 밸류는 가장 떨어지며 알려진 명반도 거의 없다. 역대 상임지휘자들의 네임 밸류 또한 앞선 Big 4에 비해서 확연히 떨어진다. 보통은 BBC 교향악단을 제외한 나머지 4개의 악단을 묶어 런던 Big 4라 부르는 경우가 많다. 창단 이래로 재정적으로는 가장 풍요로웠던 악단이지만 돈빨에 비해서 실력은 늘지 않아서 1980년대까지만 해도 어딘지 모르게 약간씩 나사빠진 모습을 보여주었다. 요즘은 전세계 악단들이 상향 평준화를 이루어 BBC도 그다지 모나거나 크게 모자란 모습은 모이지 않고 있으나 여전히 두각을 나타내는 오케스트라는 아니다.
영국의 다른 명문 오케스트라들이 기본적으로 민간 교향악단이기 때문에 재정적인 문제에 항상 시달려 왔지만, BBC 교향악단은 BBC 방송국이라는 든든한 배경을 가진 '''부유한''' 오케스트라다.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나 런던 필, 로열 필 등 런던 심포니를 제외한 다른 Big 4들이 재정난에 처할 때 마다 BBC 방송국이 쇼미더머니를 시전하여 이들 오케스트라의 우수한 수석단원들을 빼앗아오는 것이 BBC 심포니의 특기다. 그러나 들인 돈에 비하면 악단의 실력은 전반적으로 안습한 수준이다. 영국에서 가장 가성비가 떨어지는 오케스트라. 심지어 앨런 시빌[1] 같은 위대한 연주자도 BBC 심포니에 들어가고 나서 평범한 연주자가 되어 버리는 마법을 발휘하기도 한다.
볼트와 사전트가 악단을 이끌던 초기에는 영국 특유의 자국 중심 주의 덕에 자국 음악의 연주와 보급에 큰 비중을 두었고, 특히 2차대전을 거치면서 이러한 경향이 강해졌다. 하지만 전쟁이 끝나고 과거 추축국들과의 앙금도 가라앉으면서는 독일 등의 고전 레퍼토리 연주에도 주력하기 시작했다.
다만 독일 등 중부 유럽의 방송 교향악단들처럼 현대음악 연주에 큰 비중을 두기 시작한 지는 그리 오래 되지 않았는데, 불레즈 재임기에 이 쪽 공연에 발을 담그면서 체질 개선이 시작되었다. 비록 프롬스 같은 대중 콘서트를 비롯한 통속적인 공연에 열광하던 보수적인 팬들은 이런 움직임에 별로 호의적이지는 않았지만, 불레즈가 총대를 맨 덕에 이후 영국 작곡가들뿐 아니라 해외 작곡가들의 신작을 위촉해 공연하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있다.
방송국 소속 악단 답게 BBC Radio 3을 통해 모든 공연이 생방송으로 중계되고 있으며, 방송국에서 제작한 실황 녹음이나 영상물도 상당히 많아 이걸 가지고 CD나 DVD를 내는 경우도 많다. BBC의 음반 레이블인 'BBC 레전즈(BBC Legends)'에서 출반된 음반들 중에도 이 악단의 연주가 든 것들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 다만 음반 매출의 세계적인 격감으로 이들도 인터넷을 비롯한 온라인 매체를 사용한 스트리밍이나 유료 음원 다운로드 등의 판로를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2005년 기획한 'The Beethoven Experience.' 여기서는 맨체스터, 리버풀 등에서 연주한 실황 MP3을 기간 한정으로 '''무료로 풀었다.''' (ㅎㄷㄷ)
상주 공연장은 초기에 퀸즈 홀을 사용하고 있었지만, 2차대전 발발과 함께 독일군 공군 폭격기들에게 피폭당할 위험이 커지자 브리스톨로 임시 피난하기도 했다. 하지만 영국 본토 항공전 시기에는 브리스톨도 자주 독일군의 폭격 대상이 되었고, 1941년 7월에는 다시 베드퍼드로 옮겨 공연과 방송녹음을 진행했다. 그 사이에 퀸즈 홀은 폭격으로 잿더미가 되었고, 런던 공연 때는 여타 악단들과 마찬가지로 로열 앨버트 홀을 사용했다.
종전 후에도 로열 앨버트 홀을 비롯해 런던 외곽의 이런저런 강당이나 곡물거래소 등지에서 공연 활동을 했고, 이후 로열 페스티벌 홀 등을 거쳐 1980년대 바비컨 센터가 준공된 뒤로는 여기서 주로 공연하고 있다. 다만 같은 공연장에 상주하는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때문인지 공식 상주 악단 자격은 없는 듯 하며, 대신 방송 연주회의 개최에 주로 사용되는 BBC의 메이다 베일 스튜디오를 사실상 상주 공연장처럼 사용하고 있다.
물론 로열 앨버트 홀에서도 가끔 공연하는데, 특히 비시즌기인 여름에 개최하는 BBC 주최의 여름 음악제인 더 프롬스(The Proms)[2] 의 상주 악단으로 엄청난 존재감을 발산하고 있다. 이 때문에 역대 BBC 교향악단 상임 지휘자들은 대부분 이 음악제에서도 지휘하고 있으며, 음악제의 마지막 공연인 '프롬스의 마지막 밤(Last Night of the Proms)' 때의 홀 분위기는 웬만한 록 음악 이나 팝 콘서트와 맞먹을 정도의 열광적인 분위기로 유명하다.
합창 붙는 작품들을 공연할 때는 같은 방송국 소속인 BBC 싱어스(BBC Singers)나 BBC 교향 합창단(BBC Symphony Chorus) 같은 합창단들과 자주 협연하고 있다.
여담으로 존 케이지의 명곡 4분 33초를 실제 연주(?)했고, 끝나고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았다(...)
[1] 데니스 브레인의 뒤를 이어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의 호른 수석이 되었다. 오토 클렘페러의 반주로 모차르트 호른 협주곡 전곡을 녹음했으며,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이 베를린 필과 바흐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을 녹음할 때 협연자로 녹음하기도 했다. 1963년 카라얀에 의해 공석이 생긴 베를린 필의 수석 호른 연주자로 초빙되었으나, 영국에서 활동하던 아내의 직장 문제와 자녀의 학업 문제, 베를린 장벽 건설 때문에 급격히 악화된 베를린의 안보 문제 등으로 베를린 필 수석 자리를 포기했다. 직후에 월터 레그가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해체를 선언하면서 악단이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고 결국 1966년 BBC 교향악단으로 이적했다!!![2] 공식 명칭은 프롬나드 콘서츠(Promenade Concerts)이며, 약어로 프롬스라고 부르던 것이 아예 공식 명칭으로 굳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