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빠
1. 개요
종합격투기를 추앙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 비슷한 부류로 복빠가 있다.
그나마 가장 무규칙에 가까운 게 종합격투기이다 보니 아무래도 기타 여러 제한을 거는 다른 격투기들의 실전성에 대한 논란에 불을 붙이기 딱 좋은 여건이다. 넓게는 '종합격투기에서 주로 쓰이는 무술들을 과신하여 다른 무술들을 평가절하하는 사람들'을 격빠라 일컬을 수 있겠고, 실제로 택견, 중국 권법 같은 민속 전통 무술들이 폄훼되는 경우도 있지만, 여기서는 '''복싱''', 레슬링, 태권도 등 현 시대에서 대중적으로 수련되는 격투기들에 대한 논란을 다룬다.
2. 상세
현대에 완성된 복싱이야 그렇다 쳐도, 권투 그 자체의 역사는 참으로 오래되었다. 싸움나면 웬만해서는 주먹질부터 오고가는 만큼, 권투는 가장 기본적이고 원초적인 격투기라 할 수 있다. 그것을 극강으로 수련한 사람들은 진짜로 주먹질 몇 방에 사람을 때려죽일 파괴력을 가지며, 실제로 고대는 물론이고 현대의 복싱 경기에서도 선수들이 사망하는 일이 종종 있었다.
그래플링의 경우, 당장 짐승들을 봐도 서로 부여잡고 땅에서 나뒹굴며 싸우는 마당에, 사람이라고 그러지 않으리란 법이 없다. 세계 각 문화권에서 온갖 전통 체계들을 찾아볼 수 있다- 한국의 씨름, 터키의 크르크프나르(기름 레슬링), 북미의 학교 수업으로 가르치는 포크스타일 레슬링, 독일의 링엔 (ringen), 이탈리아의 아브라짜레 (abrazare), 중국의 솔각(摔角), 몽골의 부흐, 우즈베키스탄의 쿠라쉬, 심지어는 일본의 고류 유술까지. 그래플링의 발달에는 냉병기 시대를 잠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데, 냉병기 시대에는 '''갑옷'''을 입었다. 갑옷을 입고 투구를 쓴 상태에서 접근전을 하게 될 경우, 특별한 도구를 쓰지 않는 이상 주먹질과 발차기로는 유의미한 상해를 입힐 수 없다. 그렇지만 그대로 잡아서 땅에 던지고, 관절을 꺽고, 목을 조른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갑옷을 입고 무기를 활용하는 마당에 굳이 맨주먹/맨발 격투술을 단련할 필요는 없었다. 화기 시대가 되며 갑옷이 도태된 후 맨손/맨발 격투술이 예전보다 훨씬 더 유용해지며 이야기가 달라졌지만 말이다.
이렇게 각기 다른 방향으로 특화되며 발전한 격투기들은 종합격투기의 대두로 인한 소위 실전성 논란에 휩싸이게 된다. 종합격투기에서 당연하다면 당연하다는 교훈이 몇가지 나왔는데, '타격으로 끝장을 내 정도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는 타격에 대해 알아야 한다', '반드시 그래플링 공방을 벌이게 되는 상황에서 그래플링에 대한 대비가 되어있지 않으면 타격만으로는 속수무책' 등. 당장 복싱에서도 적절한 클린치로 시간을 끌거나 하는 전략이 있는 마당에, 종합격투기라면 클린치 상황에서 메치기나 니킥 등 순수 권투라면 보지 못할만한 오만가지 기술들이 쏟아져나온다. 순수 그래플링 상황이라면 안전하게 기술을 걸 수 있는 상황에서 종합격투기에서는 대뜸 타격을 당하고 오히려 이쪽이 데꿀멍한다. 이러니 언뜻 보면 규칙에 의해 매우 제한적인 환경에서 수련한 격투가들의 실전성을 의심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선수들의 개인차나 신체조건, 시대에 따른 치안 환경, 그리고 대전 환경 등을 고려해보지 않고 무조건적으로 특정 무술의 강함을 주장하는 것은 잘못되었기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또, 무기 없이 맨손/맨발로 싸운다는 상정 그 자체가 어떻게보면 실전성이 떨어지는 상정이기도 한데 무턱대고 '실전'을 들먹이는 것도 문제가 있다.
3. 역사
무려 고대 그리스에서부터 이 논란은 존재했다. 고대 그리스에서도 오늘날의 종합격투기에 해당하는 팡크라티온이 있었고, 순수 권투 또한 있었다. 이들의 각 추종자들도 실전성이나 가치를 두고 신경전을 벌였다.
4. 종합격투기는 만능이다?
각종 포탈 사이트에서 실전에서의 종합격투기의 우월함을 주장하며 종합격투기의 탑 선수는 다른 어떤 종목의 격투기 선수와 붙어도 '''실전이라면''' 이길 수 있다고 주장한다.
4.1. 신체조건, 체급 등도 무시할 수 있다?
신체조건에서 먹고 들어가면 여러가지 유리한 게 많음에도 불구하고 극단적인 경우에는 라이트급 MMA선수가 '''헤비'''급 복서나 레슬러도 잡을 수 있다는 주장을 하는 경우도 있다.
격투기에서 체급을 나누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몸무게와 그에 따른 키, 그리 키와 필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팔/다리길이도 그렇고, 체중이 더 나가면 유술 기술들을 걸기 힘들고 눈에 띄는 완력 차이도 있다.
4.2. 로우킥은 만능이다?
로우킥을 특히 신성시하는데 타 종목 선수는 아무리 대비 훈련을 해도 이를 막을 수 없고 로우킥 한방에 다리를 봉쇄할 수 있다고 말하며 특히 일부 복싱 선수들의 종합격투기계에서의 참패 경력을 암기하듯이 외우고 다닌다.
당연히 로우킥도 만능은 아니다. 사정 거리도 길지 않은 편이라 제대로 방비하지 않으면 카운터로 스트레이트 맞기에 좋으며, 앤더슨 실바처럼 로우킥 차다가 상대의 방어에 공격한 선수의 정강이가 부러지는 경우도 있다.
4.3. 언론이나 마케팅에 의해 일부러 부채질된 점도 있다
2000년대 종합격투기의 인기로 관련 웹진이 우후죽순격으로 만들어지면서 특히 이런 경향이 심한데 수시로 현 복싱계를 비판하는 기사를 내곤 한다.
하지만 이런 웹진 기자들 상당수가 프로모팅이나 그밖에 스포츠 경기 운영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객원 기자들이라 실제 현업에 종사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코웃음밖에 안 나올 소리도 많다. 한국 복싱계 비판의 달인인 이모 기자가 특히 유명.
이와는 별개로, 아시아권에서는 실전성 떡밥을 마케팅 차원에서 부채질한 적도 있다. 과거 PRIDE나 K-1을 통해 유입된 팬들이 이런 경향을 잘 보이는데 이런 일본 단체들은 최근까지도 실전 마케팅을 고수한다. '''오히려 그때문에 여전히 스포츠로 정착하진 못하고 '이벤트'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특히 K-1은 수시로 복싱을 폄하하는 마케팅을 펼치며 한국 일본 한정으로 주목을 끄는덴 성공했지만 정작 잦은 룰 개정과 막장 운영으로 단체 자체가 존폐의 기로에 서 있다.
5. 종합격투기의 스포츠화
정작 해외에선 종합격투기를 하나의 '''스포츠'''로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중이고 실제로 마케팅 방향도 그쪽으로 나가고 있다. 초기 UFC가 무술간의 대결을 표방한 '이종격투기'였고 '실전'을 표방하긴 했지만 현재는 여러 격투기의 기술을 놓고 조합을 통해 경기를 운영하는 '종합격투기'이고 하나의 종목으로 인식되고 있다.
복싱 대 종합격투기 같은 경기도 양쪽 모두로부터 별 관심을 못한 채 이벤트로나 치뤄지는 형편이고 현재는 각각 제갈길을 가는 중이라 할 수 있다. 한 예로 국내에선 거물급 떡밥인 앤더슨 실바 대 로이 존스 주니어는 정작 미국에선 방송 중계권 협상이 안되어 무산된 실정. 사실 로이 존스 주니어가 이미 퇴물이기도 하고 앤더슨 실바도 인기있는 챔피언은 아니란 점도 있다.
주로 UFC같은 미국 단체들이 이런 흐름을 주도하고 있으며 몇년간 노력끝에 미국내 방송 제한도 그나마 풀렸고 ESPN같은 곳에선 하나의 스포츠 종목으로 구분하고 있다. 특히 현 UFC사장 다나 화이트는 몇 년에 걸쳐 복지 사업을 벌이고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만드는 등 이미지 개선에 힘쓰는 중.
5.1. 규칙 도입과 그에 따른 여파
5.1.1. 규칙 도입과 실전성 논란
UFC는 이미 몇년간 기술 제한이나 룰 개정을 통해 격빠들이 그렇게도 좋아하는 100% 실전과는 거리가 멀어졌다. '''애초에 스포츠화했는데 굳이 자꾸 무규칙 막싸움 떡밥을 들먹여봤자 눈꼴사납다.''' 길거리 싸움꾼 출신인 탱크 애봇도 '''실전에서 그렇게 거북이처럼 누워있으면 당구 큐대로 찍어버리면 그만이다'''라고 한 적이 있다. 하지만 정작 그 탱크 애봇은 UFC에서 초살당한데다가 탱크 애봇이 지적한 창녀권은 UFC에서 나오면 바로 심판이 스탠드 선언을 한다. 해외 포럼에서도 아직까지 실전 운운하는 팬들이 많지만 이는 아직 완전히 스포츠로 정착되지 못한 과도기라 나오는 말이다.
규칙 도입으로 인해 나름 효력을 인정받은 엉뚱한 무술이 오히려 다시 실전성 논란에 휩싸이는 경우도 있다. 혹자는 종합격투기의 규칙만 아니라면 그래플링 싸움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주장한다. 그렇지만, 종합격투기의 그라운드 공방이나 포지션 싸움이 일어나는 이유가 상대방의 그래플링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실전에서도 그래플러와 맞붙으면 이런 장면이 나올 수 밖에 없다. 혹자는 팔을 물거나 하면 탈출할수 있을거라 생각하는데, 그래플러들은 그정도로 상위 포지션에서 물러설 정도로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래플링에 필요한 체력에 비해 그정도로 쉽게 무력화되었다면 그래플링 체계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며, 과거 외국의 전문 주짓떼로가 어설픈 풋내기의 실전에서는 주짓수 기술이 안먹힌다는글을 왜 틀렸는지 실제로 영상으로 찍어줘가며 알려주었다. 물론 그런 장면이 나온다는것도 상대방이 어느정도 그라운드 싸움에 이해도가 있다고 가정했을때의 이야기고, 그마저도 없을 경우 그래플러가 상대방을 일방적으로 농락한다. '''애초에 종합격투기보다 더한 무규칙 환경에서 실전성을 시험받으며 개량되고 진화한 것이 브라질리안 주짓수다.'''
또, 혹자는 '무규칙 상황에서라면 규칙에 맞추어 싸우는 격투기 선수는 불리하다'고 주장하기도 하는데, '''안 하는거랑 못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으며, 격투기 선수들은 상상 외로 교활하여 심판이나 카메라의 시야를 피해 눈뽕이나 로우 블로를 날리는 데에 아주 능숙한 사람들이다.''' 단적으로 초창기 UFC나 다른 무규칙격투기에서 활동하던 선수들이 지금의 여러 제약이 있는 UFC의 프로파이터들과 길바닥에서 싸워서 이긴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또한 애초에 UFC 초창기때부터 나중까지 살아남은 선수들은 모두가 싸움꾼이 아닌 전문프로파이터들이었다. 예시로 알리스타 오브레임과 싸웠던 벤 로스웰은 오브레임이 지속적으로 오블리크킥을 사용한것에 대해 인터뷰하였는데 '''나도 저런식의 더러운 기술은 사용하라면 충분히 사용할수있다. 얼굴을 할귀던지 물어뜯던지 하는것은 나도 할 수 있지만 옥타곤위에서는 하면 안될 것들이있다. 그런 것을 지켜가야하는 것이 스포츠다.'''라고 말한적이있다.
5.1.2. 규칙이 다르다고 스포츠를 폄훼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이들이 주장하는 MMA 우월론이[1] 비판받는 이유는 쉽게 말하면 다음 경우와 같다고 할 수 있다. 만약 사격선수가 양궁선수에게, "사격은 본연의 목적인 실전성이 양궁보다 좋으므로, 양궁보다 사격이 우월한 스포츠이다"라고 주장한다면 어떤 취급을 받겠는가?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이뭐병이라는 반응을 얻을 것이다. 이 주장에 대해서 말을 해보자면 첫번째로, 양궁은 본래 살상을 위해서 탄생하였지만, 오늘날 양궁을 즐기는 사람들은 그저 양궁이 '재미있으니까' 즐기는 것이다. '본래 탄생한 목적'과 '현재 추구하는 방향'이 다르다고 해서 비판을 받아야할 합리적 이유는 그 어디에도 없다.[2] 두번째로, 애초에 사격 선수가 배웠다는 그 사격은 어디까지나 스포츠화된 사격일 뿐이며, 그렇기에 실전성을 운운한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3]
다시 무술 이야기로 돌아와보자. 현대에 복싱이나 태권도를 사람들이 배우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물론 싸움을 잘하고 싶어서라는 이유로 배우는 사람도 있지만, 사람들이 공유하는 가장 보편적인 이유는 그저 '재미있어서' 배우는 것이다. 실전성에서 까이는 태권도가 올림픽 종목으로 남아있는 이유도 간단하다. 한국의 입김이라던가 이러저러한 소리와 의혹이 나오지만,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태권도를 재미있게 즐기는 인구가 많으니까'이다. 태권도의 세계화 전략자체가 '''애초에 누구나 쉽게 따라할수있다''' 와 정신수양 이 두개다. 복싱의 경우도 비슷하게 생각해볼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은 복싱보다 MMA가 소위 말하는 실전에 가깝다고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복싱은 전세계적인 인기 스포츠이고 중계 역시도 발달하여 있다. 팬들은 왜 복싱에 열광하는가? 가장 보편적인 이유는, 복싱 특유의 호쾌함과 스피디함이 재미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MMA 역시도 어디까지나 스포츠화된 무술일 뿐이다. 격투기의 실전성 항목에서 보듯이, 현대국가에서 소위 말하는 '실전 상황'을 겪을 일은 혈기왕성한 중고등학생 시절을 거친 이후로는, 0회에 수렴한다.[4] 그렇기에 격투기는 스포츠화가 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것이며, 이 흐름에서 MMA도 결코 예외가 아니다.
이게 심지어는 내분의 원인이 되기도 하니 더더욱 문제다. 규칙이 다름으로 인해서 각 종합격투기 단체들의 대전환경을 객관적으로 비교하기 힘든데, 프라이드의 팬들이 특히 심각하다. 프라이드 전성기가 한국 종합격투기 인기가 최정상을 달리던 시기인 것도 있어서 현재의 UFC를 까는 경우가 많다. 가장 많이 하는 이야기가 '룰이 ㅁㅁㅁ였다면 결과는 달랐다'라든가 프라이드 출신 선수들이 현재에 비해 우월했다는 이야기인데 애초에 '''룰이 다른 경기에 대고 저런 소리하는건 헛소리에 불과하다.''' 결국 그냥 의미없는 설정싸움.
결국 (이 항목에서도 여러번 강조되고 있지만) MMA 역시도 룰이 있는 하나의 스포츠라는 점은 인정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며, 타 무술의 스포츠화를 비판할 합리적 근거는 어디에도 없으며, 스포츠화를 두고 MMA가 부끄러워할 이유도 없다. 비록 실전성에 한정한다면 무술간에 격차가 있는 것도 현실이지만, 그 실전성 역시도 일반적으로 한 종목이 우수하다고 할 근거로 작용하지는 않는다. 이 점을 무시하고 무작정 실전성을 근거로 MMA>>>>>타 무술을 주장한다면, 같은 원리로 사격은 양궁에게 실전성으로 비판을 할 근거를 얻게 된다.
[1] 무술 본연의 목적인 실전성에 치중한 MMA가 무술 중 가장 우월하다는 주장.[2] 비슷한 사례로, 경마와 창던지기는 각각 군마 양성과 살상이라는 목적에서 탄생했지만 현대에는 이 본래 목적이 아무 의미가 없다. 카누 역시도 오늘날 이것을 타고 강이나 바다를 건너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지만 이들은 충분히 훌륭한 스포츠이다.[3] 당연하겠지만, 사격으로 실전을 이야기하려면 스포츠 사격보다 군대나 각종 전술 컨설팅 기관에서 훈련받는 전술 사격을 내세워야한다.[4] 격투기를 배우는 보통의 성인 남성이 있다고 치자. 이 남자가 참석한 술자리에서 일행을 제외한 주변의 분위기가 이상해지고 자기 일행에 피해가 올 것 같을 때, 이 사람은 어떻게 하겠는가? 신체적으로도 상식적으로도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조용히 그 자리를 벗어나는게 맞다는 생각을 충분히 할 수 있다. 즉, 일반적인 경우라면 싸움을 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