팡크라티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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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그리스의 도자기에 묘사된 팡크라티온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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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의 상상도. 심판이 막대기를 들고 진행할 정도로 폭력적인 경기였다.
1. 역사
고대 그리스의 기원전부터 존재해온 유서깊은 격투기이자 현대 그리스의 전통 무술.
영어: Pankration.
그리스어: Παγκράτιο. 모든(Παγ)+힘(Κράτος)의 합성어.
기원전 2000년, 고대의 격투 노예들이 마구잡이로 싸우던 것을 완벽한 격투기로 만들기 위해 학자들이 연구하고 선수들에게 가르쳤던 격투기다. 잠깐 사라졌다가 역사학자와 그리스의 격투가들에 의해 1990년에 부활했다. 의외인 것이, 고대의 문헌과 그림, 항아리나 벽화에 있는 사진을 보고 기술을 재현했는데 현대의 종합격투기와 유사했다. 현실은 판타지가 아니라서 어차피 사람 몸 움직이는 건 무기술이나 도수 격투나 다 똑같은 법[1] 이다.
일부 학자들은 이 격투기가 전 세계로 퍼져 지금의 유도나 주짓수, MMA까지 다양하게 변화해왔다고 주장하고 있다.[2][3] 그리스의 병사들 또한 무기가 떨어졌을 때를 대비하여 이 격투기를 사용해왔다고 한다. 돈이 없는 병사는 가죽을 주먹에 싸매서 안에 돌을 넣어 고정시킨 이후, 전쟁에 나가 주먹으로 싸웠다는 기록도 내려오고 있다.
2. 특징
현대의 종합격투기와 다른 점은, 펀치의 종류가 스트레이트뿐으로 굉장히 직선적인 공격을 한다. 킥(가스트리젠) 또한 그러하며, 앞차기를 할 때 뒤꿈치로 명치나 낭심을 밀어 차서 타격을 준다. 타격계로 적을 상대하다가 상대의 타격을 피해 테이크다운, 메치기를 시도하는 것이 팡크라티온의 두드러지는 특징. 들어 메치고 상대를 관절기로 꺾어내는데[4] , 고대 팡크라티온의 경기에선 벗어날 수 없을 때 명예롭게 죽기 위해 일부러 기권을 하지 않았을 정도로 과격한 격투기였다.[5] 사망자가 발생하면 사망자의 패배로 간주했다. 단, 상대가 기권하는 제스처를 취하고는 기권하지 않고 기습해 상대를 죽여버린다면 사망자의 승리.
팡크라티온에는 2가지가 있었는데, 선수가 땅바닥에 넘어져도 계속 경기를 하는 카토(Kato) 팡크라티온과 선수들이 서 있는 상태에서만 시합을 하는 아노(ano) 혹은 오르토스탄텐(Orthostanden) 판크라티온이 있다. 경기는 주로 카토 팡크라티온으로 사용되었고 오르토스탄텐은 훈련이나 간이 시합에서 사용되었으며 기원전 648년 올림피아 제전 때에 정식 종목이 되었다.
다른 모든 고대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모든 경기는 나체로 진행되었다. 팡크라티온에서는 레슬링과 복싱의 모든 기술이 허용되었다. 금지하는 것은 손톱으로 할퀴기, 이빨로 깨물기, 눈 찌르기 '''이 세 개가 전부였고 레슬링과 복싱의 기술 말고도 이 규칙을 어기지만 않으면 무엇이든 허용되었다!''' 그런데 이 빈약하기 짝이 없는 규칙마저도 그렇게 엄격하게 금지된 것은 아니었던 듯하다. 특히 스파르타에서는 깨물기나 눈 찌르기조차도 허용되었기 때문에 스파르타인들은 다른 그리스인과 팡크라티온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거기다 더해 상술했듯 규칙을 위반하지만 않으면 실격이 아니었으므로 '''불알 터뜨리기'''라든지 '''항문 찌르기'''같은 괴상망측한 기술들도 허용했다. 다르게 말하자면 스파르타인들은 팡크라티온을 스포츠나 운동이 아니라 실전 그 자체로 여기고 최대한 실전적으로 훈련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과격한 경기방식으로 진행된 팡크라티온은 당연하겠지만 사망자도 적지 않았다. 심지어 어느 비문에는 한 선수의 트레이너가 그 어머니에게 "아드님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는다면 믿으시오. 그러나 아드님이 항복했다는 소식을 듣는다면 '''믿지 마시오.'''"라고 말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러한 과격함을 증명하는 유명한 예가 있는데, 기원전 564년의 올림픽 팡크라티온의 결승 경기가 그것이다. 아리키온이라는 선수는 상대선수에게 목조르기를 당해 숨이 넘어가는 상황에서도 상대 선수의 발목을 꺾어서 탈구시키는데 성공했다. 상대는 고통을 못 이겨서 항복을 하고 말았지만, 그 시점에서 아리키온은 사망했기 때문에 사후에 승자가 되어버린 것이었다.
3. 기타
플라톤은 팡크라티온을 싫어했는지, 권투와 레슬링이 결합된 불완전한 시합이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필로스트라토스는 팡크라티온을 올림피아에서 가장 멋지고 중요한 종목이며 전사들을 훈련시키는데 뛰어난 운동으로 간주하였다. 복빠와 종합격투기빠의 신경전은 고대로부터 있었던 모양이다. 함정은, 플라톤 자신도 레슬링 선수로 올림픽에 출전한 적이 있다.
전 UFC 플라이급 챔피언 드미트리우스 존슨의 베이스 무술이다. 그러나 그의 스타일은 정통 팡크라티온과는 거리가 있다.
한국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무술이지만 충주세계무술축제에서 소개되었다.
3.1. 서브컬처에서
파이널 판타지 11 작중에서 플레이어 캐릭터들이 사역하는 몬스터들을 투기장에서 서로 겨루게 하는 컨텐츠가 팡크라티온이라는 이름으로 존재한다.
Fate/Apocrypha에서 흑의 아처가 이 격투기로 적의 세이버에게 반격한다. 타입문에서 팡크라티온은 복싱과 레슬링이 결합된 완전한 격투기로 취급되고 있다… 아예 세이비어의 칼라리파야트 EX랭크에 '''어떻게든'''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이 팡크라티온을 쓰는 플라톤밖에 없다는 나스의 농 섞인 발언이 있을 정도다.
흑표 2 용과 같이 아수라편에서도 습득 가능한 격투 스타일 중 하나로 등장하며, 보스 중 1명인 아키타 야스토가 이 스타일을 사용한다.
버추어 파이터 시리즈의 제프리 맥와일드가 사용하는 무술이 팡크라티온이다. 그러나 실제 게임상에서 사용하는 기술을 보면 프로레슬링을 메인으로 한 이런저런 잡기에 가깝다.
[1] 재미있는 것은 동서양 모두 기술 면에선 대체로 거기서 거기인데, 그 기술을 쓰기 위한 수련 양상은 굉장히 다르다는 사실이다.[2] 이건 그리스 환빠스러운 의견인 게, 기원전이 분명 오래된 때이긴 하지만 그래 봐야 다른 나라들에서도 몇 차례나 나라가 멸망하고 왕조가 바뀌고 했을 때의 일이다. 전쟁 기술이 발달한 다른 어떤 나라이든 간에 이 정도의 격투 기술 체계가 갖춰지지 못할 이유는 없다. 그보다는 사람 몸으로 쓸 수 있는 최적의 격투 동작을 찾으려는 움직임 끝에 비슷한 동작으로 수렴 진화했다고 보는 것이 적합할 것이다.[3] 비슷한 연대이긴 하지만, 당장 고대 이집트만 해도 이미 레슬링 테크닉이 베니 하산에서 발견된 고분 벽화에 남아있다.[4] 이런 동작들에서 레슬링이 탄생했다.[5] 역사가 오래된 무술들은 대개 그 시초가 '죽이기 위한, 적어도 죽은 것과 다름없을 만큼 무력화시키기 위한 목적'에서 출발한 거라 당연하다면 당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