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너
- Fate/Zero의 등장인물: 그라니아(Fate 시리즈)
- 슈퍼로봇대전과 마장기신 THE LORD OF ELEMENTAL의 등장인물: 세니아 그라니아 빌세이아, 모니카 그라니아 빌세이아
1. 개요
아일랜드 신화의 피나안 신화군에 속하는 코르막 막 아르트 왕의 딸이며, 핀 막 쿨 관련 이야기에 등장한다. 전승에 따라 마법사로 등장하기도 한다.
페이트 제로를 비롯한 일본 쪽 창작물의 영향으로 국내에 '''"그라니아"'''라는 표기가 널리 퍼져 있지만 아무리 따져 봐도 그렇게 읽을 수는 없다. 게일어 발음이 아니라 영어 발음으로 읽어도 '''"그레인"'''이면 모를까 "그라니아"는 절대 아니다.[1]
2. 전설
2.1. 핀과 그라너
중세 아일랜드 어로 쓰여진 이 문서는 10세기 정도(이르면 9세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측된다. 근대 아일랜드 어로 쓰여 있으며 빨라도 16세기 정도에 완성된 '디어머드와 그라너'보다 오래 전이기 때문에, 이 쪽이 '디어머드와 그라너'보다 원형이 더 가까운 이야기로 추측된다.
그라너는 핀과 결혼하기 싫어서 불가능에 가까운 조건을 내거는데, 그것은 에린(아일랜드)의 모든 동물을 한 쌍 끌고서 타라의 성벽으로 데려와 달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핀의 충성스러운 부하인 발빠른 칼리트(Cáilte the "swift-footed"(coslúath))가 그 조건을 해내고 그라너는 핀과 결혼하게 된다.
하지만 결혼식에서 그라너가 너무나 슬픈 표정을 짓고 있었으며, 심지어 결혼한 뒤에는 그라너가 아파서 드러누웠다. 이에 핀은 그라너를 걱정하여 그녀와 이혼을 하게 된다. 그 뒤에는 핀과 코노르 왕이 이혼으로 벌어지는 법적 문제에 대해서 토의하는 시간을 오래 가진다.(…) 결국 핀과 그라너가 이혼하며 이야기는 끝난다.
여기까지면 훈훈하게 끝난 것 같은데…….
2.2. 알버의 구애
'알버의 구애(Tochmarc Ailbe, The Wooing of Ailbe)'는 '핀과 그라너'에서 이어지는 속편이다.
'핀과 그라너'에서 코르막 왕은 그라너의 이혼 문제를 해결하고 핀 막 쿨과 화해하였다. 그래서 자신의 다른 딸들을 핀과 결혼하도록 주선하게 된다. 이 무렵에 코르막 왕의 딸 알버[2]는 드루이드로부터 운명의 남자가 온다는 예언을 받고, 그 모습을 꿈에서 볼 수 있는 포션을 받았다. 그 남자는 다름아닌 핀 막 쿨.
문제는 알버는 '''코르막 왕의 가장 어린 딸'''이었고, 핀은 이미 수염이 반백이 되었다고 묘사될 정도로 늙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코르막 왕은 이 결혼을 싫어했다. 애초에 그라너 때도 '나이 차이가 너무 많아서' 문제가 됐는데, 알버는 그라너의 여동생이니 나이 차이는 당연히 더 많다.(…) 게다가 이번에는 반대로 코르막 왕은 왜 늙은 남자와 결혼하려 하냐며 반대하는데 알버는 핀과 결혼하겠다고 우긴다.(…)
결국 알버가 기어이 핀과 결혼하겠다고 고집을 부린 나머지 성사된다!
2.3. 디어머드와 그라너
근대 아일랜드 어로 쓰여 있으며 대중적으로는 이 이야기가 잘 알려져 있다.
코르막 왕의 딸, 아름다운 그라너는 젊은 나이에 피아나 기사단의 수령인 노웅(老雄) 핀 막 쿨과 억지로 정략결혼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라너는 비록 영웅이라고는 하나 이미 늙을대로 늙은 핀 막 쿨에게 별로 호감이 없었고, 오히려 핀 막 쿨의 부하인 디어머드 우어 두브너에게 반하게 된다. '디어머드와 그라너 '에서는 이때 핀 막 쿨의 나이는 그라너의 아버지인 코르막 왕보다 많고, 심지어 '''핀의 손자'''인 오스카르의 나이가 그라너보다 많았다고 묘사되니 그럴 법 하다.(…) 그리하여 그라너는 약혼 피로연에서 다른 손님들에게 수면제를 먹인 후에 디어머드에게 '''같이 도망치자고 강요를 해서''' 도망친다. 이 부분에 대해선 전승마다 다른데, 애초에 디어머드가 '어린 여성의 부탁은 거절하지 못하는 맹약(게쉬,기아스)을 가지고 있어서 그녀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했다는 설과, 그라너가 기아스를 걸어서 명령했다는 설 등 여러가지 설이 있다.
당연히 거부하고 싶었던 디어머드였으나 기아스를 거역할 수는 없었고, 다른 기사단원에게 '충의와 기아스 어느 쪽을 지켜야 하는가'에 대해 조언을 구했는데 '''모두 당연히 기아스를 따라 같이 도망가야지라고 대답'''했다. 심지어 핀 막 쿨 자신도 디어머드가 그라너가 그랬다는 것만 숨긴 채 조언을 구하자 '''당연히 같이 도망가야지라고 대답'''했다.[3] 결국 디어머드는 그날 밤 그라너를 들고 튀었지만, 절대로 연인은 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4] 하지만 모두가 예상하듯이, 우여곡절 끝에 둘은 결국 연인이 된다.
그렇게 앙구스의 도움으로 장장 16년 가까이 기나긴 도주생활을 하다가 붉은 마가목 열매 나무 아래에서 샤르반이라는 외눈박이 괴물의 양해를 얻어 숨게 되는데, 하필이면 그라너가 '''"마가목 열매 먹고 싶어요!"''' 라고 징징대는 바람에[5] 열받은 샤르반은 디어머드와 대판 싸워서 죽고 만다. 그리고 핀 막 쿨은 샤르반이 죽었다는 소식에 디어머드가 거기 있다고 짐작해 그들을 포위한다.
결국 앙구스의 중재로 디어머드와 핀 막 쿨은 화해. 디어머드는 왕의 사위로 인정을 받았고, 핀 막 쿨은 코르막 왕의 다른 딸과 결혼했다. 디어머드와 그라너는 결혼하여 케리(kerry, 아일랜드의 서남쪽 지방)에 정착하였고 다섯 아이를 낳았다[6]고 한다.
그러나 그 이후 디어머드는 핀 막 쿨의 음모에 휘말려 멧돼지 사냥 나갔다가 죽었다. 원인은 판본에 따라 다르다.
'멧돼지 사냥 나갔다가 죽었다'는 건 동일하다.
이후로는 전승에 따라 다른데, 어떤 전승에서는 죽을 때까지 디어머드의 죽음을 애도했다고도 하고, 어떤 전승에서는 아들과 함께 핀 막 쿨에게 복수할 것을 맹세했다고도 하고, 핀 막쿨과 결국 재혼했다고도 한다.
3. 해석
3.1. 핀과 그라너
이 연작은 로맨스보다는 구혼의 예절과 신랑 선택의 교훈을 드러내는 민담에 가까운 이야기로, 보다 원형적이고 민간 설화에 가까운 구성이다. 이 교훈이라는 게 또 '외모 너무 밝히지 말고 조건을 봐라.'는 것 같지만(…).
3.2. 디어머드와 그라너
켈트 신화에서는 그라너, 디어머드, 핀와 비슷하게 젊은 남자, 젊은 여자, 늙은 남자로 구성된 삼각관계 모티브가 여러 차례 반복된다. 얼스터 신화군의 데르드러와 콘코바르 왕의 이야기도 그라너의 이야기와 비슷하다. 아서 왕 전설의 랜슬롯과 기네비어도 이와 유사한 이야기이며, 무엇보다도 닮은 것은 콘월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이야기다. 이 점에 따라 디어머드와 그라너는 이런 전설군의 원형 가운데 하나로 추측된다.
그런데 '핀과 그라너'와 '알버의 구애' 연작은 이와는 매우 다른 이야기였다. 이 때문에 디어머드와 그라너는 트리스탄과 이졸데 같은 궁정 문학의 영향을 받아 변질된 결과물이라는 설도 있다.
[1] "그라니아"라고 읽으려면 Grania 또는 Grannia 로 철자가 완전히 바뀌어야 한다. 디어머드와 그라너 전설을 이 철자로 기술한 것은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의 1901년 희곡 작품 "디어머드와 그라니아"(''Diarmuid and Grania'')외에는 발견이 되지 않는다.[2] 전작의 그라너가 '아름다운 그라너'라고 미모를 칭송받는 것과는 달리, '주근깨 소녀'라고 묘사되어 있어서 비교적 평범한 외모를 나타내는 것으로 보인다.[3] 켈트 신화에서 기아스는 어겨서는 안되는 금기의 최고봉이다. 쿠 쿨린도 기아스를 어겼다가 죽었다. 원해서 어긴건 아니었고 함정이었지만..[4] 물론 그라너는 그걸로 충분하다고 대답.[5] 실제로는 징징대는 수준이 아니라 못 먹으면 죽을 정도로 시름시름 앓았다. 거기다 이 때의 그라너는 임신한 상태였다고 한다. 한마디로 입덧. 아이고야. 열매 하나 때문에 산모에 애까지 다 죽을판…. [6] 전승에 따라서는 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