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진적 중도
1. 개요
Radical centrism / Radical center(미) / Radical centre(영)
중도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정치사상이다. 제도의 근본적인 개선을 위해 이상과 감성뿐만 아니라 사실과 실용을 내세운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정치 세력은 대체로 기존의 좌우 논리를 떠나서 중도적인 관점에서 좋은 이념이나 생각들을 적극적으로 차용하겠다는 목표와 경향을 가진다. 국내에서는 급진적 중도, 혁신적 중도로 번역되기도[1] 한다.
2. 실제로 존재하는 이념인가?
위키백과 영문판에는 Radical Centrism#로 등록되어 있는데, 여기서도 중도주의와의 차별성이 크지 않다는 이야기가 있다. 또한 국제적으로 이를 표방하는 정당이나 정치인도 많지 않으며, 집권하였거나 그 국가의 주요 정당 중에서 급진적 중도를 내세운 경우는 더 적다.
공식적으로 급진적 중도를 노선으로 하는 영국 자민당의 닉 클레그는, "좌파는 국가에 대한 집착. 우파는 시장에 대한 숭배. 그러나 자유주의자로서, 우리는 사람에 대한 신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각자의 손에 힘과 가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의 경쟁자들은 우리를 낡은 좌우의 이름으로 나누려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왼쪽에 있지도 않고, 오른쪽에 있지도 않습니다. 자유주의자라는 우리의 이름이 있습니다. 우리는 자유주의자이며, 영국의 정치에서 중도의 길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정치는 급진적 중도에 기반한 정치입니다."[2] 와 같이 선언하였다.
애초에 세계적으로 큰 축을 차지하고 있는 자유주의가 극중주의 사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급진적 중도라는 새로운 세력이 등장하게 된 배경은 2008년 경제위기 이후 미국 민주당 등의 사회자유주의 정당들이 경제나 사회적 측면에서 좌경화 되어가고 있는 것에 반감을 가진 기존 리버럴들의 대응책이라고 보는 것이 합당하다.[3] 실제로 본 문서에서 예시에 나와있는 대한민국의 국민의당과 프랑스의 앙 마르슈 모두 폴리티컬 컴퍼스 상 [자유주의(=개인 중시) vs. 권위주의(=집단 중시)]의 기준(Y축이라고 지칭)에서는 자유주의임을 확실히 하고 있으며, 단지 [좌파 vs. 우파]의 기준(X축이라고 지칭)에서만 중도를 주장하고 있다. 이렇듯 현재 나타나는 급진적 중도는 X축과 Y축에서 모두 (0,0)을 추구하는 원론적인 것과는 거리가 있기 때문에, 단지 편의상 붙여진 이름으로 보아야 한다.
3. 대한민국에서의 급진적 중도
2017년 8월 3일 안철수 전 의원이 당대표 출마를 선언하면서 자신의 입장을 정리, 발표하면서 '극중주의'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크게 주목받았다.보통 극좌나 극우에 대해 말씀들을 많이 하지만 반면에 '극중(極中)'이 있다. 좌우 이념에 경도되지 않고 실제로 국민에게 도움되는 일들에 치열하게 매진하는 것, 중도를 극도의 신념을 가지고 행동하는 것이 바로 '극중주의'"라며 "이미 세계적으로도 극중주의로 정권 잡은 곳이 프랑스이고[4]
전 세계적으로 파급될 거라고 확신한다. 대한민국에는 그 중심에 국민의당이 있다. 그 노선에 대해 보다 더 분명하게 국민에게 알리는 기회가 이번 전당대회가 될 것이다. ###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거대 양당의 기득권 정치는 국민들을 포퓰리즘의 대상으로 만들 뿐이며, 정쟁의 동원 수단으로만 삼을 뿐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진영 논리, 편 가르기의 논리를 떠나서 국민 모두를 이롭게 하는 정책을 채택하자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의료분야의 방향성을 두고 안철수 대표는 공공의료 시스템[5] 을 기반으로 민간의료 시스템[6] 의 신속성을 적절하게 활용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1945년 8월 15일이 광복절인지 건국절인지' 같은 과거에 대한 논쟁보다, 에스토니아의 IT산업을 모델로 국가가 주도하여 미래를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였다.
혹자는 '극'이라는 글자에서 극단주의를 연상한다거나, 존재할 수 없는 완전한 중립을 지향하는 이념이라는 오해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적극적인 중도주의 관점으로 정책에 있어서 좌우 이념을 따지지 않겠다는 것으로, 극우나 극좌에서 나타나는 뉘앙스와는 거리가 있다.
다만 2017년 8월 7일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임상훈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전 편집장에 의하면, 극중주의는 프랑스 역사학자인 피에르 세르나 프랑스어 위키가 프랑스 혁명기에 좌(공화파)-우파(왕당파)의 대립이 극에 달할 때, 관료들이 좌파와 우파로 나뉜 정치권을 배제하고 자기들의 논리대로 국정을 이끌어 나가는 현상을 비판하기 위해 만든 말이었다고 한다. 다시 말해 '행정부의 관료들이 정치권의 좌/우적 간섭과 민의를 거스르고 자의적인 행정논리로 펴나가는 국정편의주의'를 지칭하는 부정적인 개념인데, 안철수는 이에 대한 이해가 없이 사용했다고 견해를 밝혔다.[7] 따라서 극중주의는 화제를 끌기 위해 편의상으로 네이밍한 것일 뿐, 안철수가 표방하는 정치는 정확하게는 급진적 중도라고 표현하는 것이 옳다.[8]
중도주의에 동의하지 않는 이들은 당장 급진적 중도주의에 매우 비판적이다. 안철수의 '극중주의' 뿐 아니라 중도주의 역시 기회주의 혹은 회색주의로 보는 것이다. 이상돈 전 국민의당 의원은 7일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주장한 극중주의(極中主義)에 대해 “영어단어로 불싯(bullshit·헛소리)이나 마찬가지”라고 비난했다.[9]
4. 비판
중도주의적 관점이라는 것은 진보주의나 보수주의보다 정의 내리는 사람 혹은 각국의 정치 환경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좌우에서 골고루 차용한다고 다 같은 중도가 아니라는 것. 각 이슈에 있어서 어떤 관점을 차용할 것인가가 명확해야지 지지자들이 어떤 정책을 내놓을 것이다라는 예상을 하고 지지하게 될 것이다. 좌우의 대표격인 진보주의와 보수주의는 처음부터 가리키는 것이 명확하기 때문에 기대하게 되는 것도 정해지지만, 극중주의를 포함한 중도주의는 그것이 명확하지 않다.
벨기에의 샹탈 무페(Chantal Mouffe)는 좌우의 대립 과정은 민주주의의 특징이라고 극중주의자들을 비판하기도 하였다. 좌우 정책에 대해서 어떤 것이 더 좋다고 결론 내릴 수 있다는 것은 대립과 논쟁에서 나오는 민주적 가치를 무가치한 것으로 취급했다는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좌우가 대립하면서 논쟁하는 것에 의해 민주주의가 발전하는 것이라는 관점에서, 극중주의적 관점은 그것을 부정하고 자신의 관점이 타협점이라고 주장한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신좌파인 타리크 알리는 자신의 저서인 《극단적 중도파》[10] 를 통해서 중도주의는 신자유주의의 옹호론자에 불과하다고 # 주장하였고[11] , 해외의 블로거들은 극중주의를 옹호하는 칼럼을 쓰는 사람들의 특징으로 엘리트 중심적 관점이 많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실제로 마크롱은 이런 행보를 보이다가 서민들의 분노가 터지면서 발생한 노란 조끼 운동으로 큰 타격을 받았다.
5. 비고
알아둘어야 할 점은 나라마다 정치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Radical centrism 마저도 가리키는 방향이 세부적으론 조금씩은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각국에서 급진적 중도를 표방하거나 그쪽으로 분류되는 정당이라고 해도 좌측이나 우측으로 약간 더 기울 수는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캐나다 자유당 소속인 쥐스탱 트뤼도는 더불어민주당과 같은 사회자유주의를 내세우지만 캐나다 정치 기준에선 극중주의의 사례로 여겨지기도 하는데, 애초에 한국 정치가 캐나다보다 보수적이며, 캐나다 정치가 한국보다 진보적이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상한 현상은 아니다. 안철수 같은 한국의 극중주의자들이 쥐스탱 트뤼도와 비교했을때 노동, 복지, 사회 등 많은 이슈에서 훨씬 보수적인 성향을 띰에도 극중주의로 분류되는데 이 또한 마찬가지다.
그렇기에 리버럴한 정치 환경을 가진 영국과 캐나다의 급진적 중도 정당들이 중도~중도좌파에 좀 더 가까운 성향을 띄는 데 반해 보수적인 대한민국에선 극중주의나 제3지대 정당들이 중도~중도우파에 가까운 성향을 띄는 것만 봐도 Radical centrism 그 자체조차도 완전한 '극중'에 속하지 않는 경우도 꽤 있음을 알 수 있다.[12]
결국 급진적 중도라는 개념은 사실 깊은 정치 철학을 가진 사상이 아닌 매우 상대적이고 추상적인 현실주의에 기반한 정치 개념에 가깝다. 그래도 공통점을 찾자면 급진적 중도를 표방하는 정당 대다수는 자유주의 성향에 가깝다.
6. 관련 정당 및 정치인
7. 같이 보기
- 자유주의 - 유럽권 극중주의 정당들은 정치적으로 리버럴 성향을 띤다.
- 제3의 길 - 다만 극중주의는 영국 자유민주당 같은 중도 리버럴 정당들이 표방하는 이념이지만, 제3의 길은 노동당, 사회당, 사회민주당, 미국/한국 민주당 등 각국에서 진보정당이라고 불리는 당들의 온건파가 주장한 중도좌파적 성격도 띠는 이념이라 정치적으로 완전히 중앙에 위치한 극중주의와는 차이가 있다.
[1] 실제로 2017년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이 번역이 더 일반적으로 쓰였다. 극중주의라는 번역이 쓰인 것은 2017년에 안철수 전 의원이 국민의당 당대표 출마 선언 때 사용한 것이 언론 등에서 쓰여 굳어진 것이다.[2] 원문은 다음과 같다. "For the left, an obsession with the state. For the right, a worship of the market. But as liberals, we place our faith in people. People with power and opportunity in their hands. Our opponents try to divide us with their outdated labels of left and right. But we are not on the left and we are not on the right. We have our own label: Liberal. We are liberals and we own the freehold to the centre ground of British politics. Our politics is the politics of the radical centre."[3] 대한민국에서는 좌경화라는 말에 우파 진영이 중도 및 좌파를 싸잡아서 비난하는 부정적인 의미가 부여되어 있으나, 여기서는 문자 그대로의 뜻만을 의미한다. 상술했듯 리버럴은 중도 자유주의 사상이기 때문에, 철학적 엄밀함을 중시하는 리버럴이라면 우경화를 경계하는 것 만큼이나 좌경화 또한 경계하는 것이 당연하다.[4] 마크롱은 자신을 radical centrist라고 표현했다. 극중주의라는 단어의 출처가 radical centrism의 번역임을 알 수 있는 부분인데, 화제성을 위해서 의도적으로 잘 쓰이지 않은 번역을 사용한 듯.[5] 주로 진보층에서 지지[6] 주로 보수층에서 지지[7] 급진적 중도주의 정권을 부정적으로 본 형태가 세르나의 '극중주의'인 것이다. 따라서 세르나가 정의한 극중주의와 안철수가 정의한 극중주의는 결국 시각 차이일 뿐이다.[8] 번역 전의 원문인 radical centrism은 극중주의보다 급진적 중도, 혁신 중도와 같은 번역으로 더 많이 사용해왔다. 검색 결과에서도 중도에 대한 결과는 많지만 극중주의의 정의나 의미를 다룬 언론 보도나 문서를 자세하게 확인하기 힘들다.[9] 다만, 이상돈의 경우 국민의당 공동선대위원장이었을 때 여당과 제1야당의 경직성을 비판하면서 영국 자유민주당과 같은 것이 장점이라고 하였던 일이 있다.#[10] The Extreme Centre: A Warning. (2015)[11] 실제로 현대의 좌우파를 차지하는 극단적 중도세력과 달리 정통 보수주의자는 계급타협을 중시하고, 정통 좌파들은 복지국가를 옹호하기 때문에 과격한 신자유주의와 세계화에 부정적이다.[12] 애초에 중도주의 문서에서도 나와있지만 사실 기계적으로 완전한 중도적 입장을 취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게 안건의 절대다수는 양자택일의 성질을 가지기 때문이다.[13] 의외로 들리겠지만 영어 위키백과에서도 극중주의의 사례로 언급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