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릭스
1. 개요
폴라리스 랩소디의 등장인물. 판데모니엄의 하이마스터로, 7대 죄악 중 탐욕을 관장한다. '새매의 공작'이라는 이명이 있다.
모든 거짓말을 관장하기 때문에 거짓말쟁이 하이마스터로도 불린다. 벨로린은 그를 '듀크'라고 부르며, 어쩌면 비니힐만큼이나 이해하기 어려운 하이마스터라고 말한다.
2. 작중 행적
'''벌쳐'''라는 가명을 사용하면서 패스파인더 일을 하고 있다. 데스필드와 완전히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으며, 이를 이용해 그에게 자연스레 의뢰를 했다.[1] 이때 대금으로 팔라레온의 로드 데자크에게 받은 스완 대거를 주었다. 데스필드에게 한 의뢰의 내용은 파킨슨 신부를 펠라론 게이트까지 안내해달라는 것. 이는 라오코네스가 기릭스에게 한 부탁으로, 비니힐이 선택항인 파킨슨 신부와 돌탄 선장을 보고 고를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2]
비니힐이 선택항을 결정한 후에 물수리호에 나타나 알버트 렉슬러의 맛을 보고 있는(...) 벨로린을 조롱한다. 그리고 잔뜩 경계하는 벨로린에게 알버트 렉슬러가 자신의 선택항 중 하나라고 말해 그녀를 경악하게 만든다. 직후 자신의 얼굴을 보자마자 알았어야 했다고 말하면서 나머지 선택항이 데스필드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모든 거짓말을 관장하는 하이마스터지만, 모든 것을 알 수 있기에 거짓을 꿰뚫어보는 벨로린 앞에서는 거짓말을 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벨로린도 거짓말을 관장하는 그의 앞에서 거짓말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서로 진실만을 이야기하는 묘한 상황이 된다. 그래서 둘이 만났을 때 기릭스는 계면쩍은 듯한 얼굴을 했고, 벨로린은 서로 진실만을 말해야 한다니 영 악마답지 않은 대화가 되겠다며 깔깔 웃었다.
벨로린과의 사이는 꽤나 험악한 편. 이는 진실 그 자체를 몸으로 느껴버리는 벨로린이 인간들이 알아듣을 수 있도록 끊임없이 진실을 깎아내려 단순화시키기 때문. 즉, 어떤 의미에서는 사실의 왜곡이라는 '거짓'을 만들어내 기릭스의 영역을 침범하고 있는 것이다. 작중에서는 그녀에게 멱살을 잡혀 뱃전에 부딪히는 굴욕을 당한다.[3]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하이마스터들의 선택이 끝날 때까지 자신의 결정을 미루며 캐스팅 보트(결정권)를 쥐려고 한다. 그러나 때때로 자신을 시간의 패스파인더라고 부르는 것을 보면 아무래도 어떤 것에 대해 결정을 하는 것 자체를 즐기는 것 같다.[4] 벨로린도 그를 시간 저편에 있는 목적지보다는 흘러가는 시간 자체를 사랑하는 시간의 패스파인더라고 말한다.
하리야 헌처크와 두캉가 노보의 대화를 들었을 때 바보는 부질없는 목숨값이 확인되는 순간에 환호를 지른다고 말하지만, 벨로린이 그 말이 인간에게만 통한다고 생각하냐며 응수하자 의아해한다. 이후 칸나에게 에레로아의 행방을 물으며 협박하던 중 키 드레이번을 만나게 된다. 키는 허락도 없이 물수리호에 있는 그를 밖으로 내던지라고 명령하지만 칸나는 무릎을 꿇고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쥐며 꼼짝도 하지 못한다. 기릭스는 웃으며 제 발로 나가려 하지만, 바로 그 때 키가 그의 얼굴을 움켜쥐고 성전 구절을 암송하면서 크게 한 방 먹는다. 이 때 드러난 본 모습이 참으로 후덜덜하다.
인간을 우매한 종족, 참혹하도록 얼빠진 생물, 두 발 달린 벌레라 부르며 멸시한다. 때문에 필마온 기사단의 함대를 온 몸으로 부딪혀 침몰시키느라 멍투성이가 된 에레로아를 조롱하며, 천 년이나 제국을 지켜줬으면 그 남자에 대한 의리는 충분한 거 아니냐고 했다가 그녀의 분노를 산다.키가 움켜쥐고 있는 것은 벌쳐가 아니었다. 사람도 아니었다.
키는 가장 큰 술통보다 더 큰 심장을 움켜쥐고 있었다. 펄떡거리고 있는 거대한 심장 위로 정맥과 동맥이 부풀어 터질 것 같았다.
그것이 터져버렸다고 생각한 순간 칸나는 얼어붙은 피기둥을 움켜쥐고 있는 키를 보았다.
터져버린 모습 그대로 얼어붙은 핏줄기는 겨울 들판의 헐벗은 나무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키는 잠을 움켜쥐고 암흑을 움켜쥐고 잊혀진 시간들과 불신을 움켜쥐고 있었다.
그리고 키는 모든 방향을 가리키는 이정표를 움켜쥐고 있었다.
칸나가 마지막으로 본 것은 자유호보다 더 큰 새매의 모가지를 비틀어쥐고 있는 키 드레이번의 모습이었다.
새매의 날개는 뼈다귀로 이루어진 거대한 그물 같았고 그 그물코마다 불꽃의 깃털이 너울대고 있었다.
(중략)
저 까마득한 밤하늘조차 낮다는 듯이 솟아있는 것이 있었다.
두 다리는 다림 앞바다에 담그고 있었지만 그 허리는 자유호의 메인마스트보다 훨씬 높은 곳에 있었다.
벌쳐는 그런 까마득한 크기가 되어 다림 앞바다에 서 있었다. 그리고 그 얼굴은 이미 사람의 얼굴이 아니었다.
불꽃이 넘실거리는 입과 코, 투박하게 휘어진 뿔과 늑대처럼 튀어나온 입, 뒷머리와 어깨에 걸쳐 무질서하게 돋아있는 크고 작은 비틀어진 뿔들. 핏빛 극광처럼 펼쳐진 날개는 하늘을 온통 뒤덮고 있었고 여럿으로 갈라진 꼬리는 마른 나무껍질처럼 죽은 피부가 일어나고 있었다. 통상 있어야할 위치보다 훨씬 낮은 곳에 있는 두 눈은 화구처럼 붉게 타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비늘과 털과 물집으로 뒤덮인 벌쳐의 오른손은 키 드레이번을 움켜쥐고 있었다.
후에 봉인에서 풀려난 아델토에게 트로포스가 직스라드를 불러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그리고 휘리 노이에스가 전사하자, '못박혀 움직이지 않는 자'인 알버트 렉슬러를 선택한다. 반대항은 '움직임 위에 못박힌 자'인 데스필드.[5] 이로써 하이마스터들은 인간에게 '''복수'''를 주기로 결정하며, 이에 따라 그들의 배례의 주이자 증오의 주인 카코스 다이몬이 현신하여 인간에게 복수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