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 배티
1. 개요
로이 베티(Roy Baty[1] /Roy Batty[2] )는 필립 K. 딕의 소설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Do Androids dream of electric sheep?》와 1982년에 개봉한 영화 《블레이드 러너Blade Runner》의 등장인물이다. 지구에 불법으로 잠입한 안드로이드/레플리칸트 집단의 리더다.
영화 블레이드 러너는 해당 소설을 원작으로 채택했으나, 각색에 의해 영화의 줄거리가 소설을 크게 벗어남에 따라 로이 베티에 대한 두 작품의 묘사도 큰 차이를 갖게 되었다.
2.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
화성에서 지구로 탈출한 8명의 안드로이드 그룹의 리더. 똑똑하며 강해 매우 위험하다고 알려져 있다. 이름가르트 베티(Irmgard Baty)라는 이름의 안드로이드 아내가 있다. 로이 베티는 인간의 감정 이입 능력에 대해 관심이 많은 안드로이드였다. 인간들이 추종하는 머서교처럼, 안드로이드의 집단을 조직해 약물로 감정의 공유를 흉내내 보았지만 실패했으며, 그것이 인간에 대한 살상과 지구로의 도피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지구에서 로이는 이름가르트, 프리스와 함께 인간 조력자인 이시도르(John R. Isidore)의 아파트에서 숨어 지내면서도 비정하게 이시도르를 제거하는 쪽에 투표하기도 했다.
결국 현상금 사냥꾼 릭 데커드가 이시도르의 아파트에 와 이시도르의 흉내를 내자 로이와 이름가르트는 속아넘어가 문을 열어주고, 그들은 데커드와 조우하게 된다. 로이가 먼저 레이저 튜브를 두 발 쐈지만 모두 빗나가고, 데커드는 사격한 이들을 안드로이드로 판단하여 바로 퇴역시키기로 한다. 데커드가 먼저 마주친 이름가르트를 총으로 사살하자 다른 방에 있었던 로이는 뜻밖에도 고통스러운 신음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로이는 이름가르트의 죽음을 슬퍼하며 다른 행동은 하지 않는다. 다른 존재의 생명에 무감각한, 감정 이입 능력이 없는 안드로이드가 마치 다른 안드로이드의 죽음을 애도하는 듯 이례적인 행동을 한 것으로, 소설의 흥미로운 지점 중 하나다. 특히나 로이는 인간의 감정 이입 능력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고는 그것이 사기라고까지 생각하고 있었지만, 삶의 끝에서 그것을 희미하게라도 알게 된 것 같다.
그러나 데커드는 로이를 신속하게 퇴역시킨다. 로이의 시체는 경련을 일으키고, 데커드는 그 것을 외면한다. 데커드는 이 시점에서 인간성을 잃어버리고 있었고, 인간화되는 안드로이드와 안드로이드화 되는 인간이 교차하고 있는 지점으로 해석할 수 있다.
3. 블레이드 러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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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 베티는 레플리칸트로, 엘든 타이렐(Eldon Tyrell)[3] 이 설립한 타이렐 사에서 창조한 인조인간이다. '넥서스-6(Nexus-6)'에 속한 레플리칸트들은 우주 공간의 식민지에서 활용할 목적으로 창조되었으며, 외형은 인간과 유사하지만,[4] 근력과 민첩성, 온도에 대한 내성은 인간보다 훨씬 뛰어나다. 그중 로이 베티는 군용 레플리칸트로서, 높은 지능과 뛰어난 전투 기술 역시 보유하였다. 가장 우수한 능력을 지닌 레플리칸트이나, 여타 레플리칸트와 마찬가지로 4년이라는 짧은 수명을 가졌다.
3.1. 작중 행적
자신과 마찬가지로 넥서스-6에 속한 레온 코왈스키(Leon Kowalski)[5] , 조라 살로메(Zhora Salone)[6] , 프리실라 프리스 스트래튼(Priscilla "Pris" Stratton)[7] 을 포함한 다섯 레플리칸트들과 함께 식민 행성의 우주선을 탈취한 후, 선내에 있던 인원을 살해하고 지구로 향한다. 제한된 짧은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 지구로 이동한 그들은 자신들의 창조자 엘든 타이렐과의 접촉을 시도하나, 그 과정에서 두 레플리칸트들을 잃는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방법을 탐색한 로이는 레온 코왈스키와 함께 타이렐 사를 위해 일하는 한니발 츄(Hannibal Chew)[8] 를 찾아간다. 로이와 레온 등 넥서스 6의 안구를 유전적으로 디자인한 한니발은 저온으로 유지되는 연구소에 침입한 두 사람에게 착용하고 있던 방한 외투를 빼앗기고 심문당한다. 로이가 엘든 타이렐과 접촉할 방법을 알려줄 것을 요구받자 그는 J.F. 세바스찬(J. F. Sebastian)[9] 에 대해서 이야기 하지만, 한니발은 결국 동사한다.
한편 이들을 추적하던 릭 데커드는 LAPD에 소속되어 레플리칸트들을 제거하는 임무를 맡은 블레이드 러너로, 레온의 집에서 수집한 단서를 통해 유흥업소에서 댄서로 일하던 조라를 찾아내고 제거하는 데 성공한다. 데커드에 의한 조라의 사망을 목격한 레온은 데커드에게 다가가 수차례의 구타를 가한 후 살해를 시도했으나, 레이첼이 격발한 데커드의 권총[10] 에 맞고 숨진다.
프리스가 위치한 세바스찬의 집을 방문한 로이는 프리스에게 두 동료의 죽음을 알리고 비애를 표출한다. 로이는 세바스찬과 타이렐이 체스를 하고 있던 것을 알아냈으며, 타이렐을 상대로 승리할 수 있는 수 역시 알아낸다. 세바스찬은 로이와 프리스에 대해 우호적이었으며, 그들이 로이를 타이렐에게 데려다줄 것을 설득하자 이에 응한다.
세바스찬은 로이가 가르쳐 준 방법을 통해 타이렐과의 체스에서 승리하고, 이에 타이렐은 자신을 찾아온 세바스찬의 방문을 허락한다. 문이 열리고, 타이렐은 자신을 찾아온 세바스찬의 동행 로이를 목격한다. 타이렐은 로이에게 자신을 찾아온 이유를 물었고, 자신에게 주어진 짧은 수명을 연장하길 원한다는 로이의 대답에 해결할 수 없다고 한다. 로이는 문제 해결에 대해 자신이 탐색한 방법들을 말하나, 타이렐은 그것들을 모두 반박하고 자신 역시 많은 방법을 갈구했으며 해결책이 없다는 것을 납득시킨다. 이에 좌절한 로이는 자신의 악행을 업적이라고 포장하는 타이렐에게 입을 맞춘 후 그를 잔인하게 살해하고, 도망치는 세바스찬도 살해한다. 로이는 타이렐 사의 엘레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며 쏟아지는 듯한 하늘의 별을 보게 되고, 크게 동요하는 모습을 보인다.
데커드는 세바스찬의 집에 있던 프리스를 살해하고, 그곳에 돌아온 로이 역시 제거하고자 한다. 데커드는 로이를 발견하고 권총을 격발했으나, 로이는 회피하고 사라진다. 데커드의 측면에 있던 벽을 손으로 뚫고 권총을 쥔 그의 손을 가져온 로이는 조라와 프리스를 살해한 대가로 두 손가락을 부러뜨리고, 총을 쥐어주며 다시 격발을 시도하라고 한다. 두 번째 격발 역시 로이의 회피로 실패하자, 데커드는 잠시의 도망갈 기회를 주겠다는 로이의 말에 달아나기 시작한다. 로이는 프리스의 곁에서 애도하며 눈물을 흘린 후, 데커드를 추적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로이의 수명은 다해 가고 있었으며[11] , 굳어가는 자신의 손을 계속 사용하기 위해 손바닥에 못을 찌른다. 그 후 로이는 재개한 추적을 통해 데커드를 옥상까지 몰아붙인다. 데커드는 로이로부터 달아나기 위해 다른 건물로 몸을 날렸으나, 거리가 충분하지 못해 지붕에 위태롭게 매달리게 된다. 로이는 해당 건물에 무사히 도약한 후 위기에 처한 데커드를 내려다보며 조롱한다. 그러나 데커드가 손을 놓자, 로이는 갑자기 못이 박힌 손을 재빨리 뻗어 데커드를 구한다. 그가 자신을 구한 의도를 알지 못해 두려움을 가진 데커드는 로이로부터 4년의 일생에서 겪은 이야기를 들으며 그의 죽음을 지켜본다.
3.2. 대사
타이렐: 개량되길 원하나?
Would you... like to be modified?
로이: 그보다는 조금 더 근본적인 것을 바래.
I had in mind something a little more radical.
타이렐: 뭐가 문제라고 생각하나?
What... what seems to be the problem?
로이: 죽음.
Death.
타이렐: 죽음이라. 음.. 그건 내가 어쩔 도리가 없는 일이야. 넌...
Death. Ah, well that's a little out of my jurisdiction. You...
로이: 더 긴 삶을 원해, 아버지.[12]
I want more life, father.
타이렐: 두 배로 밝게 타들어가는 빛은 절반만 지속된단다. 그리고 로이, 넌 아주, 아주 밝게 빛났어. 너를 봐라. 넌 돌아온 탕아야. 넌 굉장히 자랑스러운 존재야.
The light that burns twice as bright burns half as long and you have burned so very, very brightly, Roy. Look at you. You're the Prodigal Son. You're quite a prize.
로이: 난... 의문스러운 일들을 했어.
I've done... questionable things.
타이렐: 대단한 일들이기도 했지. 남은 삶을 즐기거라.
Also extraordinary things. Revel in your time.
로이: 생물역학의 신이 당신을 천국에 들이지 않을 이유가 없겠군.[13]
Nothing the God of biomechanics wouldn't let you into heaven for.
공포 속에서 살아있는 기분이 어때? 그게 바로 노예로 산다는 거야.
Quite an experience to live in fear, isn't it? That's what it is to be a slave.
난 너희 인간들이 믿지 못할 것들을 봤어.
I've seen things you people wouldn't believe.
에서 불타오르는 강습함들.Attack ships on fire off the shoulder of Orion.
탄호이저 게이트 곁의 암흑 속에서 반짝이는 C-빔들도 봤지.
I watched C-beams glitter in the dark near the Tannhauser gate.
그 모든 순간들이 곧 사라지겠지. 마치 빗속의 눈물처럼.
All those moments will be lost in time, like tears in rain.
죽을 시간이야.
Time to die.
3.3. 여담
- 비둘기는 유대교 등에서 '영혼의 형태' 등으로 간주되는데, 로이 베티가 데커드를 구해주기 직전에 비둘기를 가지고 있는 것은 그가 영혼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로이가 죽으면서 비둘기가 하늘로 올라가는 것은 그의 영혼이 자유롭게 풀려난 것을 의미하는 초현실적인 장면으로 해석해볼 수 있다. 베티가 비둘기를 가지고 있는 것은 룻거 하우어의 제안으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한다.
- 한니발 츄의 작업실에서 로이가 말한 시는 윌리엄 블레이크의 <아메리카:예언(America: A Prophecy)(1793)>에서 따온 것이다. 로이는 "불같은 천사들이 추락하고, 큰 천둥이 온세상을 휘감으니, 거대한 뱀(Orc)의 불길로 타버린다.(Fiery the angels fell, deep thunder rolled around their shores, burning with the fires of Orc)"[15] 라고 말하는데,[16] 이것은 자신들이 창조자인 신의 질서에 반하는 타락한 천사라고 말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 로이는 데커드에게 "지옥으로 가던가 천국으로 가던가(go to hell or go to heaven)"라고 묘한 말을 하는데, 위의 타락한 천사와 결부시켜 해석해보면 흥미롭다. 천국은 신이 있는 곳이며 그의 질서에 따르는 장소이다. 그러나 로이는 타락한 천사이며 신을 죽였다. 즉 지옥으로 가는 것은 로이의 길을 말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 로이가 질서에 따라 자신을 잡으러 온 데커드에게 어떤 길을 갈지 물어보고 있는 묘한 질문인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데커드는 이후 법을 어기고 레플리칸트 레이첼과 도주하는, 로이와 비슷한 길을 가게 된다.
- 각본가인 햄튼 팬쳐는 레플리칸트의 짧은 수명은 타이렐이 만든 의도적으로 계획적 구식화(Built-in obsolescence)라 생각한다며 이를 통해 회사 입장에서 이득을 취할 수 있다고 밝힌바 있다. 레플리칸트가 빨리 죽어버리면 고객이 다시 새로운 상품을 사게 될 것이니까. 현실의 자동차 업계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따라서 타이렐이 어쩌면 넥서스 6 레플리칸트의 수명을 늘릴 방법을 알면서도 거짓말을 했을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타이렐이 자신의 목을 스스로 조른 셈. 이와 관련되어, 속편에서는 타이렐이 사망한 직후 타이렐 사에서 수명 제한이 사라진 넥서스 8 모델이 출시된다.
- 사용되지 않은 각본 중에는 로이가 타이렐의 머리를 으스러트리자 각종 기계 부품이 튀어나오는 상황도 있었다. 로이가 만난 타이렐은 안드로이드였던 것. 로이가 세바스찬에게 진짜 타이렐을 만나게 해달라고 하자 세바스찬은 그를 타이렐의 영묘로 데려간다. 타이렐은 이미 암으로 죽었으며, 일종의 거대한 피라미드인 타이렐 사 안에는 훗날 기술이 발전하여 치료할 수 있을 때까지 타이렐의 시체를 보존해놓고 있었던 것. 이러한 연출은 각본가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았으나 리들리 스콧이 좋아했었다고 하는데, 제작비 등의 이유였는지 촬영된 적은 없다고 한다.
- 세바스찬은 레플리칸트를 유전적으로 설계하는 인물이니 머리가 좋은 인물일텐데, 그런 세바스찬이 타이렐을 체스로 딱 한 번 이겨봤다고 한다. 그런데 로이는 그런 타이렐과의 체스 게임에서 세바스찬 대신 중간부터 두면서 몇 수 안에 타이렐을 이겨버렸다. 기본적으로 체스는 상대를 굴복시키는 전략게임이기 때문에 군사적 전략이나 전술에 필요한 뛰어난 지능을 부여받은 로이가 "천재라고 불리우는 인간"보다 더 잘 둘 수 있는 듯 하다. 데커드와의 추적전에서도 로이는 자신을 죽이러 온 "블레이드 러너"를 쉽게 궁지에 몰아넣었다..
- 영화에서 대사로 묘사된, 귀중한 퀸을 희생시키고 비숍으로 체크메이트를 얻어낸 대담한 전략은 "불멸의 게임(The Immortal Game)"이라는 별칭으로 불리우는 1850년에 있었던 유명한 체스 승부의 명장면과 닮았다. 다만 영화 속에서 보여지는 체스 판은 말의 배치가 대사와 달라 이 명승부와도 관련이 없다.
- 룻거 하우어는 1982년 영화 블레이드 러너에 대한 존 티베츠(John C. Tibbetts)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은 로이 베티를 악당(villain)으로 여기지 않으며, 해리슨 포드가 연기한 릭 데커드가 악당이라고 발언했다.
- 데커드와 조우한 이후에는 상의를 벗어 로이 몸에 있는 문신 같은 것을 볼 수 있는데, 우주용 전투복에 연결되기 위한 소켓 위치가 표시된 것이란 설정.
- 블레이드 러너가 일본에서 인기있는 작품이 되었기 때문에 철권 시리즈의 등장인물 브라이언 퓨리 등 로이 베티로부터 영향을 받은 캐릭터들이 많다. 주된 특징은 냉혈한, 흰 머리, 강력한 근력.
- 룻거 하우어는 블레이드 러너 영화의 배경년도와 같은 2019년에 사망했다. 향년 75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