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싯돌
1. 부싯돌과 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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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기 시대부터 사용해온 전통적인 점화 도구.
'플린트-앤-스틸'에서 부싯돌(Flint)과 짝을 이루는 철편을 파이어스틸(Firesteel), 또는 파이어스트라이커(Fire Striker)라고 한다. 우리말로 이 철편을 '부시'라고 부른다.
부싯돌[1] 이나 그 외의 단단한 돌멩이로 철편의 날을 내려치면, 부딪히면서 살짝 긁혀나간 미세한 철의 분말이 공기 중의 산소와 반응하는 산화반응이 일어나고 이 과정에 열이 발생하면서 불똥이 일어난다. 이 불똥을 솜이나 탄화시킨 면, 숯, 아마두 버섯[2] 같은 불이 잘 붙는 부싯깃(Tinder)에 튕겨서 점화하는 구조.
C자형이나 D자형, 말굽형 부시가 흔하지만, 없는 경우 탄소강 나이프의 칼등 따위를 써도 된다.
이름이 부싯'돌'이라서 그런지 흔히들 돌멩이 두개를 부딪쳐서 불똥을 만든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제아무리 손에 꼭 맞는 돌멩이를 찾았다고 해도 평범한 돌끼리 부딪쳐서는 죽었다 깨어나도 불을 붙일 수 없다. 철과 석영을 부딪쳐서 불씨를 만드는게 부싯돌이지 절대 평범한 돌멩이끼리 맞부딪치는 게 아니다. 돌끼리 부딪쳐서 불씨를 만드는게 불가능한건 아니지만 그 경우는 우연히 한쪽 돌이 철광석이고 다른 쪽이 석영 이상의 경도[3] 를 지닌 돌이어야 하는데[4] , 그럴 확률이 얼마나 낮을지는 말할 필요도 없다. 에드 스태포드 같은 생존전문가나 제대로 된 생존물의 주인공이 도구 없이 불 붙일 때 돌멩이 줍는게 아니라 나무를 찾는 건 이 때문이다.
역시 흔한 오해로 부싯돌의 작동 원리는 마찰열이 아니다.[5] 인간이 돌멩이를 순간적으로 부딪치는 정도로는 발화점까지 온도가 올라가지 않는다. 부싯돌의 원리는 철을 부싯돌에 부딪히면 금속 부스러기가 날리면서 순간적으로 공기 접촉면적이 커지면서 산화과정이 이루어지고 이 과정에서 산화열이 발생해 불똥이 튀는 것이다. 물리가 아니라 화학의 영역. 핫팩이 부싯돌과 근본적으로 같은 원리이다. 참고로 몇 시간씩 나무를 비벼서 불지피는 경우에는 마찰열의 원리로 불 피우는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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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방식.
부싯돌의 날을 잘 세워서 불똥을 잘 만들어내고, 그 불똥을 받아 점화하기 위한 잘 타는 부싯깃(불쏘시개)을 준비하는 것이 요령. 이 때문에 부싯돌 점화 방식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알토이드 캔 등에 부싯깃과 파이어 스트라이커, 플린트를 준비해 다닌다. 이렇게 부싯돌과 부시, 부싯깃 등을 한곳에 모아서 담아놓는 통을 부싯깃통(Tinderbox)라고 부른다.
불붙이기 강좌.
옛날 일본에서는 집을 떠나는 사람의 무사를 기원하는 의미에서 집의 불단 앞에서 떠나는 사람을 향해 부싯돌을 쳐서 정화나 액막이를 하는 풍습이 있었다. 화류계 등에서 손님 들에게 또는 불단에게 바치는 제물이나 장인집단 등에서 축복이나 정화, 액막음의 의미로 하기도 한다. 이것을 키리비(切り火 / 鑽火)라고 부르는데, 신령 앞에서 경건하고 깨끗하게 피운 새로운 불로 악운을 정화한다는 의미이다.
일본 신사에서는 부시와 부싯돌로 불을 피우는 것보다 더 오래된 방법, 즉 나무와 나무막대를 비벼서 나온 불똥을 불쏘시개에 옮겨 새로 불을 피우는 것을 종교적 의례로 여전히 거행하는데, 이 또한 키리비(鑽火)라고 부른다. 전용도구까지 따로 있을 정도.
2. 페로세륨 막대 (Ferrocerium Rod)
막대기를 긁으면 어떻게 되는지 구경하자. 루스터 티스 소속의 The Slow Mo Guys 채널에서 촬영한 슬로모 영상.
불붙이기 강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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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 파이어스틸이라고 하면 철과 세륨, 마그네슘을 섞어 만든 금속제 부싯돌, '페로세륨[6] 막대 (Ferrocerium Rod)'를 말하는 것이다. 부싯돌식 1회용 라이터에 사용되는 미슈메탈(misch metal)이라는 것이 있는데, 거기서 좀더 내구성을 강화한 물건 정도라 보면 된다.
파이어 스타터, 메탈 매치(금속 성냥), 아우어메탈[7] 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전통적인 부싯돌 방식에서는 부시(철편)가 하던 역할을 파이어스틸에서는 페로세륨 막대가 한다. 즉 현대식 파이어스틸에서는 페로세륨 막대가 잘 타는 금속 분말을 만들어내는 역할이고, 쇠긁개는 페로세륨 막대를 긁어 금속 분말을 만드는 부싯돌 역할이다. 세륨은 철보다 훨씬 저온에서 점화하기 때문에, 전통적인 플린트 앤 스틸 부싯돌보다 훨씬 불꽃이 잘 일어난다. 전통식 부싯돌은 불똥 몇 개 튕기는데도 상당히 요령이 필요하지만, 페로세륨 막대는 겉면을 그냥 나이프 칼등이나 쇳조각 같은 거친 표면으로 긁어주면 섭씨 1650도에 달하는 불똥이 우수수 쏟아지는 좋은 성능을 발휘한다.
구조적으로나 불 붙이는 성능면에서나, 불똥이 쉽게, 많이, 빨리 튕길 뿐 전통적 부싯돌과 원리 면에서 전혀 다를바가 없는 이런 원시적 점화 도구가 인기가 있는 이유는, 그 단순성 때문이다. 라이터도 기름 떨어지면 쓸모가 없어지며 보관을 잘못하면 폭발의 위험성이 있어 보관하기 까다로우며 험하게 다루면 고장나는 구조인데, 파이어스틸은 그냥 합금 막대기일 뿐이므로 물에 담가도 되고, 아무리 오래 방치해도 통째로 녹슬어버리지 않는 이상은 기능에 문제없으며, 녹스는 걸 방지하는 게 어렵지도 않고, 고장 날 일도 거의 없다. 사용 횟수도 작은 모델이 수천 번, 굵은 것은 수만 번도 사용하며, 가격도 저렴하다. 그 단순함과 신뢰성을 높게 평가해 많은 서바이벌 전문가와 아웃도어맨도 사용[8] 했고, 병만족도 이거 안 쓰겠다고 했다가 호되게 욕을 본 적이 있다.[9]
당연히, 파이어스틸보다는 라이터 쓰는 것이 편하다. 일단 파이어스틸은 라이터처럼 불을 내는게 아니라 불똥을 이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걸로 불을 만드는 걸 익히는데는 연습이 좀 필요하다. 라이터가 비나 바닷물에 젖을 것 같으면 방수백에 넣어가면 된다. 아예 자체 방수가 되는 튼튼한 서바이벌 라이터도 있다. 잃어버릴 것이 걱정되면 하나 더 가져가면 된다. 하지만 라이터나 성냥을 갖고 있더라도 파이어스틸 하나쯤 더 갖고 있는 것은 전혀 무게 부담이 되지 않으며, 그 모든 수단을 잃어버리거나 고장 났을 때에도 의지할 수 있는 든든하고 확실한 비상용품이기 때문에 심리적/물리적 안전을 더해준다.
파이어스틸을 사면 페로세륨 막대에 손잡이가 달린 모양의 파이어스틸과, 쇠로 된 긁개가 동봉되는 것이 보통. 긁개가 없어도 나이프 칼등 등의 각진 금속으로 긁어주면 문제없다. 긁개가 꼭 고탄소강일 필요는 없다. 날카롭게 각이 서기만 한다면 스테인리스강 나이프 따위를 써도 무방하다.
파이어스틸 자체는 작고 간단한 도구이지만, 언제 쓸지 몰라 항상 소지해야만 하는 비상용품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일반 크기의 파이어스틸의 부피조차도 귀찮아 하는 사람이 있다. (동봉된 긁개도 덜렁거려서 귀찮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서 엑소텍 나노 스트라이커 같은 크기를 최소화해 휴대성을 중시한 제품이나, 그냥 얇은 페로세륨 막대만 파는 제품도 있다. 심지어 신발끈의 양 끝에 페로세륨 막대를 달아두고, 긁개는 신발 앞부분에 고정할 수 있는 형태로 파는 제품조차 있다(...) 반대로, 사용의 편리와 오랜 사용성을 위해 일부러 페로세륨을 굵고 크게 만들거나, 별도의 긁개가 달리는 대신 스프링 식으로 꾹 누르면 눌려지면서 불똥을 튕기게 하는 제품도 존재 - 이런 제품은 블래스트 매치(Blast Match)라고 한다. 블래스트 매치의 경우 대개 일반 파이어스틸보다 고가에 부피가 크고 스프링이 망가질 수 있는 등 단점도 여럿 있지만, '''한 손으로 불똥을 튀길 수 있다는 장점 하나''' 만으로 다른 모든 단점을 감수할 가치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물건이라 선호하는 사람이 많다. 특히 부상을 입은 상황 등이 고려되어야 하는 생존주의 입장에서는 큰 장점. 영상
마그네슘 막대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지만 표현이 정확하지 않다. 이 도구는 주로 철과 희토류(주로 세륨과 란타넘)을 합금해서 만든 것이고, 마그네슘은 5% 미만으로 약간만 들어간다. 굳이 어느 금속의 이름을 써야 했다면 차라리 '세륨 막대'가 더 적절했을 것이다. 마그네슘 파이어스타터라고 부르는 모델은 옛날에 군용으로도 쓰였던 어느 파이어스틸 제품이었다. 납작한 마그네슘 덩어리 옆에 파이어스틸을 붙여놓은 물건으로, 마그네슘을 연필 깎듯 칼로 살살 깎아서 모아놓은 다음 파이어스틸을 긁어서 불똥을 튕겨주면 마그네슘에 점화되면서 불이 붙는 구조였다. 다시 말해 파이어스틸은 불똥을 일으키는 도구이고, 마그네슘은 그 불똥을 받아서 크게 키우기 위한 일종의 고성능 부싯깃. 지금도 마그네슘 덩어리와 파이어스틸이 같이 셋트로 붙은 물건이 판매된다. 여튼 두 개를 따로 떼어놓고 써도 전혀 문제가 없다.
참고로, 라이터 돌도 사실상 파이어스틸이라 다 쓴 1회용 라이터도 파이어스틸처럼 쓸 수 있다. 라이터 휠을 반대 방향으로 천천히 살살 돌리면 라이터 돌이 조금씩 갈려 나오는데, 그 분말을 일정량 종이 등에 모았다가 라이터 휠을 세게 팍 돌려서 불똥을 튕기면 한 번에 점화가 제법 크게 된다. 1회용 라이터 돌의 크기 자체가 작다 보니 여러 번 사용할 수는 없지만, 알아두면 비상시에 써먹을 수 있는 기술.
지포 라이터 역시 이 기술을 쓸 수 있다. 특히 지포를 오래 다룬 사람은 예비용 라이터돌을 연료솜 밑바닥에 몇 개 더 깔아놓는 경우가 많고, 연료 솜 역시 좋은 점화용 부싯깃이다. 다만 지포는 기름이 금세 증발하기 때문에, 생존주의적인 관점에서 그다지 좋은 도구는 못 된다.
이를 이용해 라이터 휠만 때서 spark wheel fire starter라고 따로 팔기도 한다. 지포[10] 나 엑소택[11] 같이 유명 메이커에서 만든 물건부터 고장 난 라이터로 만든 것까지 다양하다. 이런 물건들은 일반적인 파이어스틸보다 작고 돌이 다 닳으면 새 돌로 바꿔줄 수 있지만 파이어 스틸보다도 불피우기 어렵다는 것이 단점. fire starter kit을 구성할 때 공간이 남으면 보조용으로 고려해보자.
간혹 파이어스틸이 가스라이터보다 습기에 강하다는 식으로 이야기되는 경우가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500원 미만으로 판매되는 가스라이터도 물속에 담가뒀다 물을 잘 털어내고 가스 출구를 훅 불어준 다음 불 붙이면 잘 붙는다. 애초에 여기 들어가는 라이터 부싯돌=파이어스틸이니 당연한 이야기. 액화가스라는 연료까지 공급해주므로 습기 찬 불쏘시개에 불 붙이기는 오히려 라이터가 훨씬 더 쉽다(!). 라이터 이외에 파이어스틸을 챙기라는 이유는 습기 문제가 아니라 내구성에서 큰 차이가 나기 때문. 파이어스틸만의 강점은 단순성과 내구성에 있다. 서바이벌 환경에서는 예비용 파이어스틸+라이터 조합이 가장 추천된다.
한편 성냥은 여러 가지 면에서 취약하지만 몇 가지 장점이 있어서 후보에서 빠지지 않는다. 성냥을 보관하려면 방수케이스가 필요하고, 방수 성냥이라도 여러 개를 소지해야 해서 부피가 더 커지기 때문에 휴대성이 떨어진다. 하지만 성냥은 그 스스로 부싯깃의 역할을 할 수 있기에 열악한 환경에서도 다른 도구들보다 더 쉽고 확실하게 불을 피울 수 있다. 또한 부싯깃으로서 역할을 살려 다른 도구를 보조하는데 쓸 수도 있다.[12] 그래서 생존 성냥이 개발되고 서바이벌 킷이나 EDC에 라이터와 파이어스틸 등과 함께 성냥이 들어간다. 외국 포럼에서 서바이벌 킷을 구성한 걸 보면 성냥+라이터 조합이나 성냥+파이어 스틸 조합도 흔하다. 극단적으로 72 hour survival kit이나 EDC는 불 피우는 도구로 성냥만 넣었다. 여튼 성냥도 상황에 따라서는 유용한 도구인건 분명하다. 하나같이 휴대성위주의 물품들이니 굳이 욕심내서 다 가지고 다니기보다는 본인 상황에 맞는 조합을 꾸리자.
3. 관련 문서
[1] flint; 석영등의 규산염 광물로 이루어진 광석.[2] 말굽버섯의 일종.[3] 황옥이나 강옥, 금강석등도 가능하다 전부 보석으로 분류되는 돌들이라 석영보다도 찾기 힘들지만. [4] 물론 반드시 석영 이상의 경도여야 하는 건 아니고 철보다 경도가 세기만 하면 되는데, 그럴 경우 오히려 부시가 부싯돌을 긁는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고, 부싯돌이 더 빨리 소모된다는 것은 뭐 말할 필요도 없다[5] 마찰열은 한 물체가 다른 물체와 닿아 있는 상태에서 운동을 하면, 물체의 운동 에너지는 빼앗기고 흩어진 에너지가 열로 변하는데 이게 마찰열이다.[6] 철(ferro) + 세륨(cerium)의 합금이라 페로세륨이다.[7] 네오디뮴과 프라세오디뮴의 발견자인 칼 아우어 베셀바흐가 발명해서 나온 이름[8] 베어 그릴스 자신도 초기 시즌에서는 핸드드릴이나 보우드릴 같은 원시적 수단으로 불을 피우려 했지만, 불 피우는 데 하루 종일 걸리는 건 그조차도 못 해먹을 짓이었는지 몇 번 하다가 학을 떼고는 그 이후로는 파이어 스틸을 항상 지참해 들고 다닌다. 가끔 파이어 쏘우로 몇십 초 만에 불을 내는 기술도 선보이지만 그 정도로 얇은 나무/풀 역시 아무 데서나 구할 수 있는 게 아니고, (베어 그릴스는 Man vs Wild 촬영을 하면서 노하우도 많을뿐더러 영국의 특수부대 SAS 복무 당시 생존틸로 해결하는듯하다.[9] 파이어 스틸이라면 몇 번 긁으면 될 것을, 나무끼리 무려 '''8시간'''이나 비벼댔다. [10] Zippo Emergency Fire Starter Kit 이놈은 부싯깃 포함이라 원본 지포만하다.[11] EXOTAC nanoSPARK Fire Starter[12] 일회용 라이터는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30초 정도로 오래 켜두면 플라스틱이 녹아서 파손될 수도 있고, 파이어스틸은 부싯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