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서
1. 설명
'''설명서'''(說明書)는 무언가의 사용법을 설명하기 위한 글과 그림을 담은 문서를 말한다. 흔히 매뉴얼(manual)이라고도 한다. 도움말과도 유사하지만 같지는 않다. '메뉴(Menu)'와 헷갈리는지, '메뉴얼'이라고 잘못 쓰기도 한다. (ㅐ와 ㅔ의 구분)
Manual은 '손의, 손으로 하는, 손에'라는 뜻이다. 손톱에 바르는 화장품을 매니큐어라고 하는 것도 이 때문. 마찬가지로 Visual은 '눈의, 눈으로', Aural은 '귀의, 귀로'의 뜻을 갖고 있다.
2. 역사
역사적으로 생겨난 것은 20세기 초반이다. 급격한 기술 발달로 인한 전자기기의 사용에서 사용자인 소비자가 제품의 작동 방법이나 원리를 몰라서 자꾸 사고가 생기고, 여기에 고소로 인한 회사의 손해가 막심해지자 생겨난 것이다.
법적으로 따지자면 계약의 부수적 의무이자 기업의 활동에 대한 간접책임의 인정 및 책임 범위의 확대에 해당한다. 가장 대표적인 예는 도시전설로 나오는 고양이 전자레인지의 경우. 명백한 허위지만 해당 항목을 설명할 때 자주 인용되곤 한다.[1] 현재 법 체계에서는 구매 등에 있어 직원의 설명과 설명서를 첨부하는 의무가 법제화되어 있다.
3. 현황
대부분의 전자기기에 들어가며, 쪽수와 글자량은 기기의 기능에 비례하고 글자 크기는 반비례한다. 특히 핸드폰은 설명서가 작고 두껍고 오밀조밀해서 읽으려면 마음의 준비를 좀 해야 한다. 회사 컨셉에 따라 다기능 기기에도 간략한 설명서만을 넣는 경우(애플 아이팟 터치)도 있으며, 상당수의 제조사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말 그대로 기계를 켜고 끄는 법만 적혀 있는 간략한 매뉴얼과 CD 혹은 파일 형태의 진짜 매뉴얼을 제공한다. 최신의 고급 스마트폰 기종들은 Out of The Box라 해서 사용자가 매뉴얼 없이도 필수적인 기능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도록 해준뒤, 차근차근 필요한 세부기능을 알수 있도록 해준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사용자가 매뉴얼을 읽기 싫어하기 때문이다.
성격이 급한 사람들은 읽기 싫어하는 경향이 있다. 설명서뿐만 아니라 세 줄을 넘어가는 설명은 뭐든지 읽기 싫어한다. 때문에 주의사항을 숙지하지 못하고 기기를 고장내어 해당 업체에 전화, 직원이 "설명서에 써 있습니다."고 하면 누가 설명서를 읽냐고 적반하장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때문에 생긴 말이 RTFM이다.
설명서에 큼지막히 적혀있는 내용을 안 읽어서 생긴 문제에 대해서 고소하면 역관광당한다. 조그맣게 써져있다면 고소에서 이길 껀수가 있긴 하지만 그냥 제대로 개념 박힌 소비자라면, 한번쯤 훑어보기라도 하자.
만약 기술직을 포함한 전문직이라면 필수 중에서도 필수. 아무리 좋은 장비라도 매뉴얼 없으면 제대로 써먹지 못하는 경우가 매우 많기 때문이다. 고등 기술을 구사하는 전문가라고 해도 중요성이 떨어지지 않는다. 이런 경우의 매뉴얼은 대부분 책 한권 이상의 분량인 경우도 많다. 2010년대 이후부터는 그런 경향이 좀 줄어들었지만, 예전에는 사람들이 전문가들이 작업중에 매뉴얼을 체크해보는 걸 목격하면 초짜 취급을 하기 일쑤였고 그 목격자가 의뢰주일 경우 심하면 계약까지 파기하는 경우가 실제로 있었다. 매뉴얼은 초보나 보는 것이라는, 장인 이미지에 대한 뒤틀린 선망과 전자/기계 공학에 대한 무지가 빚어낸 씁쓸한 현상이며 2010년대에도 가끔이지만 벌어지는 일이다.
매뉴얼대로 안해도 잘 되던데? 하는 사람들을 위해 적자면, 현장에서 매뉴얼대로 하지 않는 방법의 9할은 안전규정을 무시하는 방법이거나 마구잡이 사용이라 나중에 뒤탈이 생기는 것이다. 또한 기능이 수많은 정밀기기의 경우 수 년을 쓰던 베테랑도 '어 이런 기능이 있었어?' 하는 케이스가 나오는 등, 정확한 운용/관리를 하려면 착각하거나 잊어버리기 쉬운 인간의 기억보다 수치와 방법이 정확하게 기록된 매뉴얼을 기준삼아야 한다.
특정 제품(특히 전자제품)의 성능이나 기능의 한계를 정확하게 알려면 설명서를 인터넷으로 받아서 보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중국산이 아닌 제대로 된 물건의 설명서라면 제조사가 카탈로그에 쓰기 싫어하는 제품의 정확한 성능과 한계치 등을 포함한 모든 정보를 포함하고 있을 것이다. 인터넷 리뷰에 나오는 것과 달리 이 정보는 지극히 객관적인 정보이므로, 이 제품의 장단점과 나의 사용 용도에 맞는지를 정확히 알 수 있다.
4. 게임 설명서
전자기기뿐만 아니라 복잡한 조작이나 시스템을 숙지해야 하는 게임에도 있다. 하지만 이것 역시 안 읽는 사람은 안 읽는다. 이런 사람들 때문에 만들어진 것이 튜토리얼이다.
패키지 게임의 경우는 별도의 설명서 덕분에 튜토리얼이 강하게 들어있지 않지만(있다고 해도 간단한 조작법만 알려주고 땡)[2] , 온라인 게임은 게임의 특성상 설명서를 볼 가능성이 '''제로'''이기 때문에 튜토리얼이 상당히 강하다.
재미있는 사실은 게임에 경험이 많은 사람일수록 게임을 새로 접하면 매뉴얼, 온라인 게임의 경우 안내 페이지를 한번 읽어본 뒤 게임 켜지면 옵션부터 본다는 것이다.
한편 게임 매뉴얼에는 게임 본편에는 설명되지 않는 각종 설정 사항이나 배경 스토리 따위가 들어있어 설정덕후들은 무시할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특히 고전게임 쪽으로 갈수록 그 특성상 게임에서 프롤로그 따위를 일일이 설명하기 힘들어 설명서에 써놓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설명서에서 충격적인 사실이 쓰여있는 경우도 있다.
옛날 패키지 게임 중에는 설명서가 불법 복제 여부를 판정하는 암호문 역할을 하는 것도 있다. 설명서 몇 쪽 몇 번째 단어를 입력하라는 식. 다만 이런 식의 방지 장치는 구조가 간단하므로 보통 크랙으로 무력화된다.
게임 매뉴얼 계의 전설로 남는 게 '''팔콘 매뉴얼이다.''' 팔콘 시리즈는 대대로 리얼리티를 강하게 추구해왔고, 이를 설명해주기 위해 매뉴얼의 분량을 대폭 크게 잡고 만들어냈다, 하지만 후속작 팔콘 4.0에서는 그 리얼리티 추구의 정신이 도를 지나친 수준이 되었다. 공식 리뉴얼판인 얼라이드 포스 한글판 매뉴얼은 페이지수가 무려 600페이지를 넘는다. 공군사관학교 교재에서나 볼법한 두께를 자랑하는 수준이다. 제대로 하려면 공부하겠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타 비행 시뮬레이션 같은 경우, 이륙 정도까지는 누구나 약간의 시행착오만 거치면 할 수 있게 했으나, 팔콘 4.0에서는 그런 거 없다. 실제 비행을 하듯이 이륙 전 '''각종 스위치를 키고 이것 저것 만지고'''해야 전투기 시동을 가능하게끔 구현해놓았다. 한마디로 군사 보안에 걸려서 재현 '''못''' 하는 부분 말곤 다 재현했다. 즉, 재현 '''안''' 한 부분은 없다는 소리.
이 게임을 최소한 이륙이라도 해 보려면 매뉴얼의 힘이 필수다. 팔콘4.0 패키지는 90년대 후반에 주로 보이던 A4 용지 넓이 정도의, 요즘의 패키지보다는 큰 패키지로 나왔는데, 내부 공간을 매뉴얼이 다 잡아 먹고 있다. 게임 패키지가 아니고 매뉴얼 패키지급. 결국 이 설명서를 '''미군을 포함한 공군에서 파일럿 훈련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복돌이들의 경우 이 설명서를 갖고 있을 리가 없다. 아주 드물게 설명서까지 스캔떠서 공유하는 경우도 있으나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그래서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정품 증명의 수단 중 하나로 사용되기도 한다. 다만 얼라이드 포스의 경우 게임내에 PDF파일로 따로 존재한다. 그러나 영어로 쓰여져 있고 페이지수도 만만치 않아서 다 인쇄하려면 용지가 많이 필요하다. GOG.com은 구매한 게임의 설명서까지 PDF로 같이 제공하고 있다.
5. 장난감 설명서
장난감에 설명서가 없으면 앙꼬 없는 찐빵이라 할 수 있다. 특히 구조가 복잡한 변신로봇 완구의 설명서는 구조가 복잡하면 복잡할수록 무슨 프리젠테이션 문서 하나 읽는 기분이 들 정도. 설명서를 잘 보지 않으면 파손이나 잘못 변신하기 십상. 하지만 떄로는 너무 불친절한 설명서 떄문에 곤욕을 치르는 경우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