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본변경
1. 개요
한국법에서는 국민의 성(姓)•본(本)이 바뀌는 경우가 몇 가지 있다.
흔히 성을 바꾸는 것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한국의 가족관계등록 제도에서는 본관도 신분등록사항이므로 성이 바뀔 때에는 본이 바뀌는 문제도 반드시 생긴다.
얼핏 생각하기보다 상당히 법리가 난해한 사항이어서 가족법 전문가가 아니면 정확히 알지 못하는 예가 많다.
2. 법률상 당연한 성본변경
일정한 신분행위에 의해 사건본인의 성본이 법률상 당연히 바뀌는 경우가 있다. 그 경우에는, 가족관계등록공무원이 해당 신분행위에 따른 가족관계등록부 기록을 하면서 성본의 정정을 직권으로 하게 된다.
성과 본이 당연히 바뀐다는 것은 일반인에게 생소할 수 있는데, 그런 경우가 생기는 이유는 대한민국 민법이 정한 성과 본에 관한 대원칙 때문이다.
조문이 매우 단순해 보이지만, 위와 같은 단순한 조문(특히 제1항 본문의 부성승계주의)에서 온갖 복잡한 법리가 파생된다.'''민법 제781조(자의 성과 본)''' ①자는 부의 성과 본을 따른다. 다만, 부모가 혼인신고시 모의 성과 본을 따르기로 협의한 경우에는 모의 성과 본을 따른다.
②부가 외국인인 경우에는 자는 모의 성과 본을 따를 수 있다.
③부를 알 수 없는 자는 모의 성과 본을 따른다.
혼인신고시에 성본에 관한 협의를 한 경우(애가 태어나면 엄마 성본으로 하겠다고 신고한 경우)에는 문제가 더 복잡해지는데, 너무 복잡한 내용이고, 실제로도 거의 없는 경우이므로, 그 문제는 일단 언급을 생략하겠다.
부가 외국인인 경우에도 문제가 좀 복잡한데, 이 문제도 일단 언급을 생략하겠다.
우선, 짚고 넘어갈 것은, 한국법에서는 혼인이나 보통양자입양에 의해서는 성본이 바뀌지 않는다.
또한, 주의할 사항이 있는데, 아버지의 성본이 바뀌면 그 직계비속의 성본 역시 법률상 당연히 바뀐다. 이 또한, 부성승계주의 때문이다.
2.1. 인지
혼인외 출생자는 모의 성본을 따르지만, 인지가 있게 되면 부성승계주의에 의해 부의 성본으로 바뀌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부모 간에 종전 성본의 계속사용 협의가 있거나 가정법원의 종전 성본의 계속사용 심판을 받은 경우에는 종전 성본이 유지된다. 이 성본계속사용 제도는 호주제가 폐지된 때인 2008년 1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상세한 것은 미혼모가 자신의 성(姓)으로 키우던 아기, 父가 인지하면… 기사 참조.
2.2. 친양자
친양자는 친생자와 같은 지위를 갖기 때문에, 친양자 입양을 하면 친양자의 성본이 양부의 것으로 바뀐다.
반대로, 친양자입양취소나 친양자파양을 하게 되면, 친양자의 성본이 친양자입양 전의 성본으로 되돌아간다.
2.3. 친자관계 판결
부와 자녀 사이에 친생부인이나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 판결이 확정된 경우에도, 부의 성본을 따를 수 없는 상태가 된다. 이 경우에 모와는 친자관계가 부정되지 않았다면 모의 성본으로 바뀌게 된다.
만약 모와의 사이에도 친자관계가 부정되었다면, 성본이 없는 상태가 되므로(가족관계등록부 역시 폐쇄된다), 친생부모가 출생신고를 새로 하든가, 그럴 수 없으면 성본창설허가를 거쳐 가족관계등록창설허가를 받아 성본과 가족관계등록부를 새로 만들어야 한다.
3. 문제점
현행 법상 귀화자 등 특수한 경우가 아니면 개인은 부친과 모친 외의 성을 선택하거나 새로운 성을 만들 권리가 '''주어지지 않는다.''' 이는 유교적 가족주의에 기반한 시대착오적인 인권 침해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게, 대부분의 서구 선진국에서는 범죄 용의자 등 특수 케이스가 아니면 절차가 복잡하더라도 개인이 부모 외의 성으로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1]
사실상 족보도 거의 무의미한 상태에서 내국인의 창성, 부모 외 성본변경을 일방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모순이 있어보인다.
국내 여성계를 포함한 페미니스트, 주류 진보진영에서도 보통 모친 측 성을 자식에게 쉽게 물려줄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자는 보수적인 여성 정체성 정치에 그치는 경우가 많으며, 성본변경의 자유화 혹은 부모 외의 성본을 선택할 권리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경향이 있다.[2]
4. 재판에 의한 성본변경
자녀의 복리를 위하여 성본을 변경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가정법원에 심판청구를 하여 성본을 변경할 수 있다. 호주제가 폐지되면서 2008년 1월 1일부터 시행된 제도이다.
개명 허가가 가족관계등록비송 사건인 것과 달리, 자녀의 성본변경 허가는 라류 가사비송사건이다.
심판청구의 명칭이 '자녀의 성과 본의 변경 허가'이긴 한데 특이하게도(?) 사건본인이 성년이라면 사건본인 자신이 청구해도 된다. 관련 법원 문서 양식은 자녀의 성본을 바꾸는 것을 전제로 작성되어 있기 때문에, 사건본인이 직접 청구한 경우에는 다소 수정을 거쳐 사용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실무상 이혼 여성이 자녀의 성본을 자신의 성본으로 바꾸거나 재혼 후 계부의 성본으로 바꾸는 것을 청구하는 예가 많다.
심판청구서 양식은 대법원 전자민원센터 사이트에 있는 것을 활용하여 작성하면 된다(체크리스트 같은 게 있어서 이것저것 적으라는 게 많다).
가정법원은 자의 성과 본의 변경허가 청구가 있는 경우, 부, 모 및 자가 13세 이상인 때에는 그 자의 의견을 들을 수 있다. 자의 부모 중 자와 성과 본이 동일한 사람의 사망 그 밖의 사유로 의견을 들을 수 없는 경우에는 자와 성과 본이 동일한 최근친 직계존속의 의견을 들을 수 있다(가사소송규칙 제59조의2 제1항).
법문에는 "들을 수 있다"라고만 되어 있지만, 실무상 반드시 의견청취 절차를 거친다. 특히, 부에게 의견조회를 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
허가 기준이 문제인데, 이에 대해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설시한 바 있다(대법원 2009. 12. 11.자 2009스23 결정). 이해의 편의상 내용을 나누어 보면 아래와 같다.
- 고려할 사항
- 자녀의 나이와 성숙도
- 자녀 또는 친권자·양육자의 의사
- 심리할 사항: 아래 두 가지 불이익의 정도를 비교형량하여 자의 행복과 이익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 성·본 변경이 이루어지지 아니할 경우에 내부적으로 가족 사이의 정서적 통합에 방해가 되고 대외적으로 가족 구성원에 관련된 편견이나 오해 등으로 학교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겪게 되는 불이익의 정도
- 성·본 변경이 이루어질 경우에 초래되는 정체성의 혼란이나 자와 성·본을 함께 하고 있는 친부나 형제자매 등과의 유대 관계의 단절 및 부양의 중단 등으로 인하여 겪게 되는 불이익의 정도
매우 구체적인 기준 같지만, 실제로는 애매모호한 문제이다. 대체로 개명보다 심사를 엄격하게 하고, 인용률도 낮다.
주로 성인보다 미성년자의 허가율이 더 높은데, 그 이유는 성년자의 경우 이미 현행 이름으로 사회적 법률적 관계를 유지해 왔는데 이를 변경하면 혼란이 유발된다는 것이다.
미성년자라도, 이혼하자마자 또는 재혼하자마자 청구하면, 특히 모가 아직 젊은 여성인 경우에는, 청구가 기각될 확률이 높다.
허가를 받고 나면 후속절차로서 한 달 내에 '성·본변경신고'를 하게 된다. 여담이지만, 가족관계등록신고 중 가장 나중에 생긴 제도이어서인지 '가족관계등록사무의 문서 양식에 관한 예규' 서식 중 맨마지막에 열거되어 있다.
제씨와 갈씨의 경우 제갈씨에서 갈라진 역사를 인정받아 개인이 원하면 법원 판결을 통해 제갈씨로 복구할 수 있다. 실제 사례로 대림 I&S 부회장인 갈정웅이 법원 판결을 통해 제갈정웅으로 바꾼 사례가 있다.
5. 유사 제도
5.1. 국적취득자의 성과 본의 창설
외국인이 한국 국적을 취득하면 종전의 성을 그대로 사용하게 되는데, 한국식 성본을 사용하고자 한다면 국적취득자의 창성창본 허가 신청을 하여 성본을 만들어야 한다.
이론적으로는 '변경'이 아니지만(후속절차도 성본변경신고가 아니라 '창성신고'이다), 실질적으로는 변경인 셈이다.
5.2. 성본의 정정
성본이 실제와 다르게 가족관계등록부에 기록된 경우에는, 가족관계등록부정정허가 신청을 하여 바로잡을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로, 가족관계등록부상 두음법칙이 적용된 한자 성의 한글표기를 정정하는 사례를 들 수 있다. 특히 柳씨가 유씨에서 류씨로 바꾸고자 하는 사례가 꽤 많다.
그냥 두음법칙대로 성 쓰는 사람 오면 아무나 바꿔주는 게 아니고, 가정법원에 신청을 할 때에 두음법칙을 쓰지 않아야 하는 이유가 있다는 것을 소명할 만한 서류가 필요하다.(두음법칙이 무시된 채로 기재되어 있는 주민등록등본, 혹은 족보 기타 등등) 가족관계등록예규 제257호를 참고할 것.
밝한샘이라는 국어운동가가 박씨를 박혁거세 시절 발음인 밝으로 고치겠다고 호적정정허가 신청을 했지만 이뤄지지 못한 일이 있다. 해당 사건을 계기로 대법원은 아예 다음과 같은 호적예규(제366호)를 만들었고(...),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시행 후에 동일한 내용을 가족관계등록선례(201502-13)로 못 박았다.
성 "박"을 한글인 "밝"으로 정정을 구하는 호적정정허가신청은 호적정정사유나 개명사유의 어디에도 해당되지 아니하는 사유를 들어 호적상 기재의 정정을 요구하는 것이므로 받아들일 수 없다.
6. 외국의 경우
참고로, 일본의 경우에는 부부동성 주의인데, 씨(氏)(한국의 성에 해당)의 변경에 관하여 아래와 같이 규정하고 있다.
일본 민법 제791조 제1항이 무슨 취지냐면, 예를 들어, 아버지의 씨를 따르는 일본인이 부모가 이혼한 경우에 어머니의 씨로 바꿀 수 있다는 뜻이다.
7. 관련 문서
[1] 심지어 한국에선 성인이면 사실상 '''모친의 성으로조차도''' 성본변경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한다. #(2018년 기준)[2] 사실 모친으로의 성본변경도 상당히 어렵고 심지어 돈도 깨진다. # 게다가 호주제가 페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성의 성을 물려주는 것은 예외로 취급된다. 모친의 성을 물려줄려면 혼인 신고 때에 합의서를 제출해야하고 후에 마음이 바뀌어 부부간에 자식에게 모친의 성씨를 물려주도록 합의를 해도 못 물려준다. 이런 문제에 있어서 매우 보수적, 가족주의적인 한국 사회 전반의 문제가 1차적으로 크긴 하지만, 주류 여성계/진보진영의 주장조차도 전반적인 자유주의적 시민권 확대보다는 지나치게 여성 정체성 정치에만 경도된 경향이 있는게, 부친에게 학대당하는 등 트라우마가 있는 자식들의 경우 모친의 성을 택하고 싶을 수 있다며 기존의 복잡하고 어려운 성본변경 제도의 개선을 요구하지만, '''아버지와 어머니 양측 모두에게 학대를 당한 사례의 경우'''까지는 생각을 못한다.[3] 성본변경허가의 소극적 요건은 개명 허가의 경우와 유사하며, 그래서 개명 허가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성년자의 경우 법원이 직권으로 범죄경력조회, 신용정보조회를 실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