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선설
1. 개요
'''사람들은 어린아이가 우물에 빠지는 것을 언뜻 보면 다 깜짝 놀라며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생기는데, 이는 그 어린아이의 부모와 교제하기 위한 것도 아니며, 동네의 친구들에게 어린아이를 구해 주었다는 명예를 얻기 위함도 아니며, 어린아이를 구해 주지 않았다고 비난하는 소리가 싫어서 그런 것도 아니다.'''
性善說'''그 모든 일에도 불구하고, 내가 믿는 것은 사람들의 진심은 정말 착하다는 것이다.'''
중국 전국시대의 선진 유교 사상가 맹자가 주장한 학설. 인간의 성품은 선하게 태어난다는 주장.
성선설을 주장한 대표적인 학자로는 맹자가 있으며, 옛 문헌을 살펴보면 맹자 외에도 많은 학자들이 성선설을 주장하였다. 인간의 본성이 악하다고 보는 대조되는 관점에는 성악설이 있으며, 대표적인 학자는 고대의 철학자 순자다. 또한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다는 것으로 성무선악설이 있다.
상술한 우물에 빠진 아이의 사례에서 언급 했듯이, 위험에 처한 사람을 구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대부분의 사람은 기꺼이 선을 행하고자 하는 마음이 동한다는 것이다. 특수한 사례를 제외하고서라도 위의 맹자가 말했던 우물에 빠지려는 아이를 구하는 것을 포함하여, 눈앞에서 지하철로 뛰어들려는 사람을 저지하려는 행동, 건물에서 뛰어내를 사람을 구하려는 행동 등을 하는 것은 그 사람이 무슨 의도가 있어서, 자신이 이득을 얻거나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그 사람을 구하려고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인간은 본디 선(善)을 취하는 입장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대가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자발적으로 선행을 취하거나 약하고 불쌍한 이들에게 동정심을 느끼는 것들이 성선설의 근원이 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성선설이라 하면 일반적으로 독립적인 인간에게 오직 선함만을 타고났다고 착각될 수도있으나 이 이론에선 '인간의 본성'과 '동물의 본능'이 구분되어있고 인간이 둘 모두 동시에 갖고 태어난다는 의미에서 '인간의 본성'이 선함을 의미한다. 따라서 인간은 주변 환경이나 교육 등으로 '인간의 본성'을 발달시키지 못할 수 있는 가능성도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끊임없이 선한 환경과 교육 등을 제공하여 선한 본성을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2. 동양
현대 사회에서 맹자하면 성선설, 성선설하면 맹자를 떠올린다. 이는 반대 학설을 주장한 순자 또한 마찬가지이다.
이 학설들은 철학의 대표적인 쟁점 중 하나인 인성론(人性論)의 핵심을 이루고 있으며, 철학자인 맹자와 순자가 주장한 학설의 핵심을 이루는 개념이기 때문에 맹자=성선설, 순자=성악설과 같은 간단한 도식이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자세한 것은 항목 참고.
이고(李翶)의 성선정악설(性善情惡說)도 성선설에 포함되는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인간의 본성은 선하지만, 감정은 그런 본성을 발휘하는 것을 방해하므로 악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러한 주장은 인간의 본성이 선하다면 어째서 악한 감정이 생기는지를 설명하지 못하는 한계를 갖고 있기 때문에 후에 한유(韓愈)는 성삼품설로 극복을 시도했다.
이러한 논의는 한국 유학에도 영향을 끼쳐 이황과 기대승 사이에서 일어난 사단칠정과 같은 논쟁을 낳았다.
불교에서는 여래장 계열이 중생들의 번뇌보다 중생들 마음 속에 감춰진 불성에 더 집중하는 모습을 보인다. 깨달아서 보살도를 실천해 중생을 이롭게 하고 해탈로 이끌 수 있는 자질은 모든 인간과 중생에게 두루 내재되어 있다는 것인데, 이 점에서는 성선설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다. 단, 유의해야 할 점은 불교에서는 선이나 악 중 어느 개념에도 지나치게 집착하지 말라고 가르친다는 점이다. 역시 여래장 사상의 영향을 크게 받은 선불교에서, 혜능 선사가 '선도 악도 생각하지 않았을 때 당신의 진짜 모습은 무엇인가?'라는 문제를 던진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그렇다고 성무선악설이라고 보기도 어려운데, 인간의 기본 욕구를 인간의 본성으로 단정하지는 않으며 무명으로 말미암아 지은 업의 과보라고만 보기 때문이다. 또한 불교에서는 그러한 욕구를 따랐을 때 발생하는 현상계에서의 유익함과 해로움을 명확히 꿰뚫어 알 것을 요구하므로, '선악 따위는 없다'고 단정하지도 않는다. 부파를 막론하고, 불교에서는 인간이 전도된 망상으로 인해 계속 12연기에 의한 업을 지어가는 존재이며 이로 인해 선업과 불선업을 짓게 된다고 본다. 이를 보면 성악설과 비슷한 요소도 일부 엿보이면서도, 성악설이라고 무 자르듯이 분류하기도 어렵다. 성선과 성악을 동시에 인정하나 이 둘 역시 극복해야 한다는 입장에 더 가깝다. 구체적인 실현 방법론에는 차이가 있을지언정, 이 12연기의 연쇄로부터 자유로워져 열반에 드는 것이 불교의 궁극적인 목표이다.
3. 서양
동양 뿐만 아니라 서양에서도 비슷한 논의가 존재하는데, 에밀의 저자 루소가 성선설에 가까운 이론을 제시한 바가 있으며, 반대로 《리바이어던》의 저자 홉스가 성악설에 가까운 이론을 제시하였다. 일명 '''빈 서판'''(tabula rasa)이라고 불리는 학설이다. 번역하면 빈 서판이라는 뜻이 나온다.
언급된 철학자들은 자신이 주장한 '''자연상태의 인간''' 학설을 바탕으로 정치사상을 전개하였으며, 이러한 정치사상이 중세 정치에 큰 영향을 주었다.
이슬람교의 교리도 성선설에 가까운 내용을 포함한다. 인간은 태어날 때 누구나 순수한 상태로 깨끗하게 태어나며, 기독교의 원죄론을 인정하지 않는다. 모든 인간은 무슬림으로 태어나지만 부모에 의해 다른 종교를 가지게 된다고 주장된다. 따라서 비무슬림이라도 사춘기 이전 성욕을 가지기 전 어린 나이에 죽으면 바로 천국으로 직행한다는 교리가 있다.
해당 이론은 과거 아랍 사회에 만연했던 노예나 여성, 빈민에 대한 학대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강조된 이론이지만 오늘날에는 전근대적인 샤리아 해석에 의해 성범죄 피해자 비난이나 2차 가해의 용도로 악용되는 경우 또한 많다. 다시 말해서 성범죄 가해자가 빽이 있는 경우 "강간범은 원래 착한 사람이지만 사악한 여자가 유혹해서 어쩔 수 없이 강간할 수 밖에 없었다."라는 뻘논리를 주장하며 피해자한테 죄를 뒤집어씌우는 근거가 된다.[1] 또한 이란 같은 이슬람 근본주의 국가에서 "무슬림들은 원래 착하지만, 사악한 서구 만화, 소설, 영화, 음악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정부에 반대되는 불온한 움직임을 보인다."라는 뻘논리로 언론과 문화 예술을 탄압하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2]
기독교에서 아우구스티누스와 대립하던 펠라기우스파의 주장이 성선설에 가까우나(인류는 원죄 없이 "순수히 자신의 힘만으로도" 구원이 가능하다), 논쟁에서 패배해서 5세기경 이단판정을 받았다. 다만 기독교 또한 인류의 영혼은 신(하느님)의 영혼을 본따서 만들어졌지만 나중에 타락하게 되었다는 주장이기에 성선설적이라고 볼 수 있는 면도 있다.
4. 관련 문서
- 맹자
- 순자
- 고자(전국시대)
- 성악설
- 나츠메 우인장
- 마리아 몬테소리
- 장자크 루소
- 이슬람교
- 피해자 비난 : 성선설 자체는 고대 만연했던 노예, 하층민 등에 대한 지나친 학대를 예방하기 위한 좋은 취지로 시작된 개념이지만, 이후 유교 문화권, 이슬람 문화권에서 피해자 비난용 뻘논리로 악용되었다. 참고로 초등학교 교사 중에서도 왕따 가해자 문제를 처리하기 귀찮을 때 왕따 가해자 편을 드는 수단으로 잘 이용되곤 했다.[3]
- 2차 가해
[1] 물론 중동도 사람 사는 곳이고, 성범죄 가해자가 빽이 없는 경우에는 이런 뻘논리 없이 화끈한(...) 처벌이 이루어지긴 한다.[2] 비슷한 경우로 이슬람의 고리대 금지 교리도 권력자들의 편의에 따라서 마음대로 해석된다. 이를테면 일용직 노동자나 농민이 이슬람 율법학자에게 돈을 빌리면 "고리대를 사용한 죄"로 1년에 30~75% 정도의 이자를 부과한다던지...[3] 냉혹한 현실이지만, 교사 입장에서도 여러 학생들을 한꺼번에 훈계하다가 학부모 여러명과 싸움 붙는 거 보다는 순하고 만만해보이는 애한테 잘못을 뒤집어 씌우는 편이 훨씬 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