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뇨리지
1. 개요
Seigniorage. 중앙은행이나 정부가 화폐를 발권함으로서 얻는 수익. '''화폐주조차익''', '''인플레이션 조세'''(Inflation Tax)라고도 한다. 중세 시대의 봉건 영주(세뇨르, Seignoir)들에게서 따온 말이다.
2. 원리
예를 들어, 한국에서 1만원권 화폐를 하나 찍어내는데 비용이 2천원 든다고 가정해보자. 그럼 1만원권 화폐를 하나 찍을 때 2천원을 소비하고 1만원권 화폐를 하나 얻으므로, 결국 화폐를 찍어내는 정부 입장에서는 8천원의 이득을 가질 수 있다. 따라서 돈을 만들 때마다 차액만큼의 이득을 계속 얻는 셈이다.
일반적으로 거래시 잘 쓰는 지폐는 위조지폐 문제 때문에 아주 돈이 안 드는건 아니지만, 지폐는 대부분이 고액권인 만큼 차액이 어마어마하다. 그리고 국가가 돈을 한두장 찍어내는 것도 아닌 만큼 한번 찍어낼 때 마다 얻는 실제 금액은 더욱 대단할 것이다.
대신 기본적으로 금속으로 만드는 주화라면 반대가 될 수도 있다. 1960년대 즈음 미국에서 1달러 은화를 녹여 은으로 만들면 2.x달러의 가치가 있었던 시절이 있었으며, 현재 한국은행에서 10원짜리를 작게 만드는 이유도 이것. 대한민국은 국가에서 이를 관리하기 때문에 문제가 생긴다 싶으면 '''현행법상 처벌 규정이 없더라도 기존에 있는 처벌규정을 총동원해서 하나라도 트집잡히면 그대로 붙잡는다'''. 그 이후 법개정은 덤.[1] 예를들어 2010년에 십원 주화 5억원어치를 녹여 12억어치 구리로 만들어 팔아제낀 사건이 벌어졌는데, 이때는 주화를 동으로 녹이는 과정에서 생긴 폐기물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은걸 확인하고 '''폐기물관리법 위반'''으로 붙잡았으며, 지금은 법이 개정되어서 화폐훼손에 대한 처벌 조항이 마련되었다.
상품권 역시 시뇨리지로 볼 수 있다. 백화점에서 상품권을 발행할 경우, 발행 시점에서 상품권이 실제 사용돼서 소비될 때까지는 일정 시간이 걸리며 아예 사용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백화점 입장에서는 상품권을 판 시점에서 현금을 얻고, 이자 수입도 올리게 되는데 이것을 시뇨리지로 볼 수도 있다. #
3. 부작용
그러나 무조건 찍어낸다고 다 좋은건 아니다. 돈을 발행한다고 다른 것도 느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돈만 늘어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돈의 가치가 줄어들면서 실질적인 부가수익은 이보다는 적고, 아무런 후속 대책도 없이 엄청난 양을 찍어내면 끔찍한 사태가 초래된다. 한국에서의 대표적인 예가 바로 흥선대원군의 당백전.
김정은이 북한 돈을 수천조 원 규모로 찍어낸다고 가정해 보자. 이렇게 찍힌 어마어마한 양의 돈이 시장에 유통되면 화폐의 양이 증가하므로,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의해 재화를 사기 위해 필요한 화폐의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즉 인플레이션이 발생, 화폐 생산 전만 해도 1가마당 10원이던 쌀값이 1가마당 10만원으로 뛸 수 있다! 이렇듯 너무 심하게 돈을 풀면 초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 정부가 일시적으로 이득을 볼지는 몰라도 돈의 가치가 턱없이 떨어지고, 현금자산을 갖고 있던 다수 국민들의 삶은 피폐해지며 국민들의 삶이 피폐해지면 정부가 멀쩡할 리가 없잖은가? 결국 같이 패망하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정부도 생각없이 닥치고 돈을 찍어내는 짓은 안 하고, 인플레이션이 '''통제 가능한 범위에 있을 정도로만''' 돈을 발행한다. 대한민국의 용인 인플레율은 2.0~4.0%.
그런데 실제로 김정일이 디노미네이션을 통해 비슷한 짓을 하려다가 초인플레이션만 부르고 끝난 사례가 존재한다. 자세한 것은 북한의 2009년 화폐개혁을 참고하기 바란다. 실은 이보다도 전에 시뇨리지 효과만 노리고, 돈을 무작정 닥치고 찍어낸 나라가 있었다. 세계적으로는 후자쪽이 더 유명하다.
4. 역사
4.1. 고대
기원전 6세기 아테네를 이끌던 솔론이 1달란트 = 6,000드라크마의 가치를 1달란트 = 6,300드라크마로 만든 것이 기록상 남아있는 최초의 주조차익이다.[2]
그 후 3세기 이후 점령지가 부족해진 로마는 지출은 그대로인데 수입이 줄어들자 재원 확보를 위해 은화(데나리우스)의 은 함량을 줄여 주조차익을 감행했다. 함량을 줄이게 되면 같은 무게의 은으로 만들 수 있는 동전의 수가 더 늘어나기 때문이다. 심지어 네로는 은도금(...)을 한 은화를 발행하기도 했다. 결국, 시민들은 은 함량이 높은 은화를 사용하지 않고 집에 감춰두었으며 결국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상황이 벌어지며 296년 디오클레티아누스가 순도 100%짜리 은화를 발행하지만 이미 때가 늦어버렸다.
4.2. 글로벌 시뇨리지 : 기축 통화의 특권
미국 달러는 세계의 기축 통화이기 때문에 조금 특별한 지위를 누리고 있다. 1945년 브레튼우즈 체제가 수립된 이래, 달러화는 세계적으로 수요가 아주 많기 때문에 미국에서 천문학적인 시뇨리지를 얻어도 가치가 크게 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달러 발행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충격이 전 세계로 흡수 분담되기 때문. 실제로 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 미국은 매'''월'''평균 400억 달러(45조원), 연 최대 5000억달러(약 550조원)라는 대한민국 국가예산급의 돈을 국채매입이라는 수단을 통해서 시장에 뿌려댔다. 이마저도 눈에 띄는 효과가 없어서 무려 QE1부터 QE3까지 3차에 걸쳐 08년부터 2014년까지 6년을 해먹었다(...) 미국의 무지막지한 경제규모와 미국이 찍어낸 달러가 미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에 고루 뿌려진다는것을 실감하는 대목.[3]
연방준비제도는 미국이 기축통화인 달러의 발행으로 누리는 시뇨리지가 연간 110억~150억 달러에 달한다고 추정하고 있다. 물론 여기에도 한계가 없지는 않으며, 사실 미국이 16조달러 규모의 경제라는 것을 생각하면 의미없는 수준의 효과에 불과하다. 총생산의 0.1퍼센트도 되지않는 것이니까.
유로 역시 유로화 사용국은 유로 발권으로 상당히 높은 시뇨리지를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5. 기타
- 늑대와 향신료 1권의 주요 스토리가 바로 화폐주조차익과 관련된 내용이다. 트레니 왕국이 자신들이 주조하는 화폐, "트레니 은화"의 은 함량을 조절해 화폐주조차익을 얻고자 한다는 정보를 얻은 크래프트 로렌스가 밀로네 상회와 손을 잡고 한몫 챙기려다 발생하는 사건들을 다루고 있다.
[1] 당연히, 개정법 시행일 이전에 발생한 건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소급해서 적용하기가 불가능 하기 때문에 정부에서는 어떻게든 적용 가능한 규정들을 동원해서라도 처벌받게 하려든다.[2] 출처 - 세계속 경제사[3] 단순히 뿌려진다는 의미를 넘어 전세계에서 미국 달러를 끊임없이 갈구하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아무리 찍어내도 갖고자 하는 국가와 기업은 넘쳐나는 반면, 누구도 자신의 달러 소유량에 대해 충분하다고 생각하지 않으니 웬만한 발행량으로는 인플레이션이 심각해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