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항공 006편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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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3일''' 전에 찍힌 사고기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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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2000년 10월 31일, 타이베이을 출발하여 LA으로 향하는 싱가포르항공 006편(기종 : B747-412 / 기체 등록번호 : 9V-SPK)이 이륙 중 국제공항 활주로 상의 중장비들과 충돌, 대파된 사고.
탑승자 179명 중 사망자 83명, 부상자 71명을 기록한 항공 사고이다. 싱가포르항공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고 단 한 번도 사망 사고가 없는 항공사로 유명했지만 이 사고로 무사고 기록이 깨졌다.
또한 보잉 747-400의 3번째 손실 사고이자 최초의 사망 사고이다. 사고기인 9V-SPK는 1997년 1월 12일에 최초 비행을 하고 동년 1월 12일에 싱가포르항공으로 인도되었다.
2. 사고 진행
현지 시각 밤 9시, 폭우와 거센 바람이 몰아치는 상황에서 싱가포르항공 006편(이하 SQ006편)은 B5 게이트에서 출발 준비를 하고 있었다. 당시 타이베이에는 제20호 태풍 '샹산(Xangsane)'이 북상하고 있었고 서둘러 이륙하지 않을 경우 기상 악화로 이륙을 포기해야 되는 상황이었다.
밤 9시 5분 57초, SQ006편은 그라운드로부터 05L 활주로로 택싱을 허가받고 서둘러 05L 활주로로 택싱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야간과 더불어 기상상태가 아주 불량해 통상적인 택싱 속도의 1/3 수준인 9노트로 서행할 수밖에 없었다. 조종사들은 점점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다. 만약 시간이 지체되어 기상 악화로 이륙이 포기되면 항공사는 상당한 손해를 볼 것이기 때문이었다.
밤 9시 15분 22초, 활주로에 도착한 SQ006편은 관제탑으로부터 이륙허가를 받고 밤 9시 16분 36초, 이륙을 위해 스로틀을 끝까지 밀어붙였다. 드디어 이륙한다는 안도감에 한시름 덜은 조종사들은 기체가 V1(이륙 결심속도)에 도달하자 조종간을 당길 준비를 했다. '''그 순간 엄청난 진동과 함께 불길이 치솟았고 비행기는 동강이 났다.(밤 9시 16분 3초)'''
밤 9시 17분 36초, 중정국제공항 소방대에 비상벨이 울리고 소방차 41대, 구급차 58대, 조명차 9대, 436명의 인원이 투입되어 '''화재를 진압함과 동시에 생존자들을 구출하기 시작했다.'''
3. 사고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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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승객 159명 중 79명 사망, 승무원 20명 중 4명이 사망하였다. 96명의 생존자들 중, 71명의 부상자가 발생했으며 중상자 39명, 경상자 32명으로 피해가 전무한 생존자는 단지 25명뿐이었다. 특히 연료탱크가 위치한 중앙부에 탑승한 승객들은 747기가 지상 구조물에 충돌하자마자 폭발하여 탈출 시도조차 못하고 대부분 사망했다.
4. 사고 조사
대만에서 가장 바쁜 공항 중 한 곳인 중정국제공항은 폐쇄되었다.
기장이 생존했기 때문에 자세한 이야기를 기장으로부터 들을 수 있었다. 기장은 무언가와 충돌했다고 했기 때문에 3가지 가설안이 고려되었다. 그러나 사고 당시 다른 항공기는 발견되지 않았으며 장애물 흔적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가설안 중 2가지는 빠르게 조사대상에서 제거되었다. 그리고 나온 결론은 SQ006편이 활주로 상의 중장비들과 충돌하여 대파됐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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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중정국제공항은 05R, 05L 그리고 6번 활주로를 가지고 있으며 이 중 05R 활주로는 공사를 위하여 폐쇄된 상태였고 공사 구간에는 각종 건설자재와 중장비들이 방치되어 있었다. 조사 결과 SQ006편은 05L 활주로보다 215m 전방에 위치한 05R 활주로로 이륙을 시도했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륙 결심속도에 도달한 거대한 여객기가 폐쇄된 활주로상에 방치된 중장비들과 충돌한 것이다.
4.1. 05R 활주로에서 이륙한 이유
기장과 인터뷰한 결과, '''지상 관제사가 유도로 변경을 지시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태풍으로 가시거리는 바닥까지 떨어졌으며 신경이 분산된 상태에서 조종실에서는 착각이 일어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조사관들은 가정했다. 그러나 조종사들은 침착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할 일을 정확히 했다.
그렇다면 왜 조종사들이 활주로를 착각했던 것인가? 보잉 747의 통상적인 유도로 택싱 속도는 25노트였으나 태풍으로 인하여 비행기는 9노트의 속도로 유도로를 택싱했었다. 모두 완벽한 절차를 거쳤으나 조종사들과 공항은 각각 심각한 문제를 하나씩 가지고 있었다.
SQ006편의 조종사들은 비행편이 취소되기 직전이었기 때문에 마음이 상당히 급했다. 또한 당시 측풍이 심했기 때문에 측풍에 신경이 집중되어 있었다. '''유도 시설이 낙후되어 잘못된 활주로에 있다는 것을 알려주지 못한 것도 주 사고 원인'''이었다.
싱가포르항공의 허브 공항인 창이공항이나 이웃 홍콩 국제공항은 항공기를 인식하여 특정 활주로까지 안내해주는 서비스가 있었지만, 중정국제공항에는 그런 게 없었다.
ICAO 규정상 05R 활주로의 갈림길에는 16개의 유도등이 설치되어 있어야 했지만 실제로는 4개만 설치되어 있었고, 그마저도 2개는 작동하지 않았다. 때문에 악천후였던 당시 05R으로 가는 유도등밖에 안보였다. 또한 유도로의 중앙선까지 끊어져 있었기 때문에 조종사들을 혼란에 빠트렸다. '''유도로의 중앙선이 끊어진 것과 유도등이 작동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ICAO규정위반이었다.'''
이외에도 05R 활주로의 진입을 막는 설비를 유도로에서 한참 떨어져 맑을때도 보기 힘든 곳에 설치했고, 당시 대만은 예산부족을 이유로 지상관제 레이더를 설치하지 않았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잘못된 활주로에서 이륙을 하지 않을 방법이 있었는데, PVD 계기에 ILS가 활주로를 이탈했다는 경고를 띄웠기 때문이다. 부기장은 이를 보고 기장에게 경고하였으나, 태풍을 피해 빨리 이륙하고 싶었던 기장은 이 마지막 경고를 무시하고 말았다. 결국 성급함이 사고를 일으키고 말았다.
결국 잘못된 것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활주로의 위치를 착각한 것이 사고의 주요 원인이었다. 기장이 부조종사의 마지막 경고를 무시한 후 SQ006편이 사고를 피할 확률은 없었다.
5. 사고 이후
대만 항공청은 기상 상태가 좋지 않을 경우, 조종사들에게 관제탑과의 더 빈번한 통신을 권고했다. 중정국제공항은 당연히 갖추어야 할 장비들을 정확히 가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비난을 받았다.
싱가포르항공의 안전 기록에 심각한 오점이 남았으며, SQ006편의 조종사들은 해고되었다. 또한 항공편을 030편으로 바꾸었으며 028편을 거쳐 논스톱 비행과 나리타 국제공항 경유인 38, 12편으로 바꾸었으며 트로피칼 도장의 기체들을 모두 일반 도장으로 바꾸었다.
현재는 나리타 국제공항 경유편만 있으나 인천국제공항 경유편으로 바꿈과 동시에 A380 2 데일리로 취항했으며, 기존 샌프란시스코 노선은 홍콩을 경유하지만 직항으로 변경되었다. 즉 로스엔젤레스 노선에 인천/홍콩 경유편이 있는 셈이며 샌프란시스코 노선은 직항이다.[1]
싱가포르항공 입장에서는 억울할 만한 게, 낙후된 공항 설비 탓이 큰데 자칫 자신들에게만 모든 화살이 돌아갈 수 있어서 억울했을 것이다. 중정국제공항은 이웃 홍콩 국제공항이나 싱가포르항공의 허브인 싱가포르 창이 공항에 비해 현저히 시설이 후달렸고, 관제 능력도 뒤떨어졌었다.[2] 참고로 1999년이면 김포국제공항에도 비슷한 문제가 있었으며, 인천으로 서울의 중심 공항이 이전되면서 이 문제는 해결되었다.
조사관들은 항공기 탑승객에게 비행기의 사고 상황때 살아남을 수 있는 좌석에 대하여 정확하지는 않지만 앞쪽보다는 뒤쪽, 창가쪽 좌석보다는 복도좌석이 생존확률이 높다고 권고한다. 또한 출구에서 앞뒤로 5자리 떨어진 곳을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