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빈 플란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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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Alvin Carl Plantinga (1932~) 미국의 분석철학자.
알빈 플란팅가는 종교철학, 인식론, 형이상학, 그리고 기독교 변증 연구로 유명하며 현재는 노트르담 대학교 철학과 명예교수로 있다. 그의 연구는 대부분 기독교와 관련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현대철학, 특히 인식론 분야에 크게 이바지하였다. 즉, C.S.루이스, 윌리엄 크레이그 같은 대중을 상대로 한 단순한 기독교 변증가는 아니라는 소리다. 참고로 루이스는 전문적인 철학자가 아니며 크레이그는 철학계에서 활동하는 전문철학자이긴 하지만 그의 철학적 연구는 현대철학에서 쟁점이 되는 철학적 논의들에 초점을 두기보단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철학에 가깝다. 이런 점에서 루이스, 크레이그의 기독교 변증은 철학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어도 쉽게 이해할 수 있으며 그래서 대중적으로 유명한 것이다. 그에 비해 플란팅가의 기독교 변증은 굉장히 추상적이고 엄밀하므로 대중들이 이해하기는 다소 까다로운 측면이 있어서 변증가로서 전자와 비교하면 인지도는 덜한 편이다.[1]
그러나 플란팅가는 철학계, 특히 분석철학계에서 무신론이 지배적이었던 시대적 흐름 속에서 유신론이 철학적으로 합리적이고 유의미하다는 걸 보여주려고 했던 철학자인 만큼[2] 그의 영향력은 대단하다고 할 수 있겠다. 특히 분석철학적 전통에 속하는 대다수의 기독교 철학자들은 플란팅가의 철학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타임즈에서는 플란팅가를 가리켜 "미국의 선구적인 정통 개신교 철학자"라고 언급한 바 있으며,[3] 2017년 그간의 공로를 인정받아 종교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템플턴상을 수상하였다.
2. 생애
1932년 11월 15일 미시간 앤 아버에서 태어났다. 플란팅가의 아버지 코넬리우스 A. 플란팅가는 네덜란드에서 태어나서 미국으로 건너온 1세대 이민자다. 코넬리우스는 듀크 대학교에서 철학박사학위와 심리학 석사학위를 받고 여러 대학교에서 수년 간 가르친 학자였다.[4] 이 때 아버지가 재직한 대학 중 하나가 그랜드 래피즈에 있는 캘빈 대학교인데 이를 계기로 플란팅가는 본인이 사는 지역의 학교인 캘빈 대학교에 입학하게 된다.[5] 그러다 1학기 도중 플란팅가는 하버드 대학교에 지원해서 장학금을 받고 하버드 대학교에 입학하게 된다.
플란팅가는 하버드에서의 대학생활이 본인의 신앙에 크게 도전이 되었다고 회고한다.# 하버드의 학문적 분위기는 무신론적이였고, 이곳 교수들과 학생들의 논증들은 지적이고 강력하여 그전까지 확신하던 자신의 믿음에 대해 의심을 품게 되고 신이 존재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들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다 봄방학 때 부모님이 계신 그랜드 래피츠에 잠시 머물게 되는데 캘빈 대학교와 하버드 대학교의 방학 기간은 일치하지 않아 아직 학기 중인 캘빈 대학의 수업을 몇개 들었다고 한다. 플란팅가는 그전에 아버지로부터 캘빈 대학교 철학과 교수 윌리엄 해리 젤레마(William Harry Jellema)에 대해 자주 듣던 탓에 이 때 젤레마의 수업을 청강하고 인생의 큰 전환점을 맞게 된다.[6] 플란팅가는 하버드에서 가졌던 기독교에 대한 의심들을 젤레마의 합리적인 변증들을 통해 극복할 수 있었으며, 이를 계기로 그의 밑에서 수학하고자 캘빈 대학교로 돌아오게 된다. 플란팅가에 따르면, 만약 자신이 하버드에 계속 머물었다면 기독교인으로 계속 남기 어려웠을 것이며, 기독교나 유신론이 자신의 지적 삶에 (현재와 같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 뒤 플란팅가는 미시간 대학교에서 유명한 기독교 변증가이자 분석철학자인 윌리엄 알스톤 지도아래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1958년 예일 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마치고 웨인 주립 대학교 교수가 되었다. 그리고 몇년 뒤, 캘빈 대학교로 옮겨 19년 동안 교수로 활동했으며 1982년 노트르담 대학교로 다시 교수직을 옮겨 현재까지 이곳 교수로 지내고 있다.
플란팅가의 형 코넬리우스 N. 플란팅가 Jr.는 유명한 신학자이며 현재 캘빈대학 총장으로 재직 중이다. 다른 형제 레옹 플란팅가 역시 예일 대학교 음악학과 명예교수로 재직 중이다.
1955년 캐서린 더 부르(Kathleen De Boer)와 결혼하였다. 슬하에 칼(Carl), 제인(Jane), 해리(Harry), 앤(Ann) 네명의 자녀를 두었는데 두 아들들은 현재 캘빈 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장녀 제인 플란팅가는 시애틀에 있는 장로교회 목사고 앤은 카메룬에서 선교활동을 하고 있다.
기독교 분석철학자로 유명한 니콜라스 월터스토프(Nicholas Wolterstorff)와 함께 캘빈 대학교를 다녔으며 이 둘은 친구이자 개혁주의 인식론이란 철학적 입장을 함께 발전시킨 동료이기도 하다.
3. 견해
3.1. 양상논리에 대한 '현실주의' 해석
플란팅가가 기독교 변증론 뿐만 아니라 분석철학계의 유력한 형이상학 연구자 중 하나로 떠오르게 된 계기.
솔 크립키가 제시한 양상논리의 표준적 의미론은 라이프니츠와 카르납으로부터 유래한 '가능세계'(possible world) 개념이 도입되는데, 현실세계(actual world)와는 달리 '가능할 뿐인 세계'라는 것이 대체 무엇이냐는 문제가 촉발된다. 예컨대 데이빗 루이스처럼 그런 '가능할 뿐인 세계'라는 것이 현실 세계가 존재하듯이 (현실세계와는 독립적으로)'정말로 존재한다'고 보는 견해는 부조리한 것처럼 보인다.
플란팅가는 가능세계를 현실세계에 존재하되 마치 수처럼 추상적인 대상이라고 보는 '''현실주의'''[7] 견해를 제시하고, 이런 틀 아래서 다양한 형이상학적 문제들을 해결하는 방안을 제시하였다. 이러한 플란팅가의 방안은 기타 경쟁 이론들보다 비교적 더 '현실적'이라는 장점을 가졌다는 점에서 20세기 후반 가능세계론에서 유력한 견해로 받아들여졌다.
3.2. 보증 인식론
3.3. 악의 문제
1965년 플란팅가는 "자유 의지 변론 (free will defense)" 라는 논문을 게재했다. 이 논문은 논리적 악의 문제ㅡ악의 존재와 전지, 전능, 전선한 신의 존재는 양립불가능하다는 입장ㅡ을 비판하고 있다. 플란팅가의 논증에 따르면 "신이 전능함에도 불구하고 그에겐 악을 선택하지 않는 자유로운 피조물이 있는 세계를 창조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뿐만 아니라, 신이 전적으로 선하다고 해도ㅡ만약 도덕적 선이 자유로운 도덕적 피조물들이 필요하다면ㅡ그가 악이 존재하는 세계를 창조하기를 원했을 가능성이 있다."[8] 이러한 플란팅가의 논증은 도덕적 악에 관해서는 현대 철학자들 사이에서 널리 수용되고 있다. 그러나 자연적 악에 관해서 그가 다룬 부분은 여전히 논쟁거리로 악의 문제에 관하여 도덕철학자 J.L. 맥키와 오랫동안 논쟁한 바 있다.
3.4. 개혁주의 인식론
개혁주의 인식론에 따르면 신의 존재에 대한 논증이나 증거 없이도 신에 대한 믿음은 합리적이고 정당화될 수 있다. 플란팅가는 이러한 주장의 근거로 신에 대한 믿음은 기초적 믿음이라는 점을 든다. 가령 우리는 타인이 마음을 가진 존재라고 믿는다. 이러한 믿음은 정당화될 수 없지만 우리는 그것이 참되다고 믿는다. 즉, 우리는 타자가 우리 자신과 같이 마음이 있는 존재라고 가정한다. 그러한 것처럼 신에 대한 믿음도 정당화되지 않아도 가질 수 있는 기초적 믿음인 것이다. 이 인식론을 개혁주의 인식론이라 부르는 이유는 그 뿌리가 개혁주의 신학자 장 칼뱅의 신의식 (sensus divinitatis)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3.5. 존재론적 논증
3.6. 자연주의에 대한 진화론적 반론
이 견해에 관한 건 다음의 문서를 참조. 자연주의에 대한 진화론적 반론
3.6.1. 공통조상 논제의 거부
플란팅가는 공통조상 논제 등을 비롯한 진화론의 핵심논제가 옳을 개연성보다는 그렇지 않을 개연성 (즉, 기독교 성경의 여러 해석들 중 일부 해석을 따라, 기독교의 신이 각 종을 따로 따로 창조했다는 설이 옳을 개연성)이 더 높다고 주장한다.
출처 인용 (13쪽)
3.7. 유신론적 과학, 어거스틴 과학의 요청
플란팅가는 “크리스천으로서 알고있는 것으로부터 출발하며 그것을 당연하게 인정하는 고유한 과학”을 추구한다. 그가 추구하는 바람직한 과학은 기독교적인 세계관을 전제하고 포함하는 과학이다. 그는 이러한 과학을 ‘어거스틴(아우구스티누스)적 과학’(Augustinian Science)이라고 부르면서 크리스천들은 그들의 신앙과 모순되지 않는 과학을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는 이러한 과학을 만들기 위해서는 기존의 ‘방법론적 자연주의’(methodological naturalism)를 재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모든 형이상학적이고 종교적 전제를 완전히 배제하는 방법론적 자연주의 대신 모든 과학 이론 뒤에 형이상학적 전제를 발견하고 인정하는 프랑스의 과학철학자 뒤엠(Duhem)의 과학개념을 받아들인다.
플란팅가는 방법론적 자연주의에 의해 규제되는 것만을 과학으로 볼 것이 아니라 자연의 법칙을 포함하여 신의 직접적 개입(위반기적)을 허용하는 것까지도 과학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틈새의 신학과 과학의 훼방꾼이라는 두 가지 비판의 딜레마에 봉착한 아우구스티누스 과학에 대해 플란팅가는 “기독교 공동체는 하느님에 대한 믿음을 갖고 과학적 탐구를 시작하기에 변증적인 목적을 갖고 과학을 하지 않으며, 하느님은 과학적 탐구를 격려하기 위해 또는 우리 과학자들의 편리를 위해 이차적 원인(자연의 법칙)을 사용하는 방법으로 생명을 창조했다고 생각할 하등의 이유도 없다”고 말한다.
그는 기독교인 학술공동체라면 방법론적 자연주의를 수용할 것이 아니라 더 폭넓은 유신론적 과학방법론을 통해 문제점들을 극복해나가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은 지적설계론자들의 입장과 상당부분 일치를 보일 뿐만 아니라 특정지점에서는 지적설계론자보다 더 나아간다고 볼 수 있다. 상당수의 지적설계론자들은 자연계에서 일어나는 모든 진화현상을 자연주의적 관점으로 설명할 수 있는건 아니라는 선에서 그치지만, 플란팅가는 진화현상과 자연주의가 모순이라고 말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그의 면모들을 볼 때, 유신진화론의 입장을 유지하는 알리스터 맥그래스나 피터스와는 다르다고 할 수 있다.
4. 저서
- God and Other Minds <신과 타자의 정신들>. 이태하 역. 살림.
- God, Freedom and Evil <신·자유·악> 김완종·우호용 역. SFC출판부.
5. 관련 문서
[1] 그러나 그 역시 대중 서적에서는 크레이그 등과 비슷한 심리적 논증을 동원하는 경향이 있다. '신과 타자의 정신들'같은 책이 그러하다.[2] 물론 그의 논증에 대해 비판도 상당하다.[3] Epistemology as Theology: An Evaluation of Alvin Plantinga's Religious Epistemology, p. 29[4] 다만 알빈 플란팅가만큼 학자로써 유명세를 떨치진 않은듯 하다[5] 캘빈 대학교(Calvin University(구 Clavin College)는 미국의 유명한 개혁주의 노선의 개신교 대학교다. 이러한 성향 덕인지 보수적 신앙의 색깔을 갖는 한국의 목회자나 신학자들이 캘빈 대학교로 유학을 적지 않게 간다. 참고로 경기도 용인시에 있는 칼빈대학교와는 무관한 곳이다.[6] 젤레마는 캘빈대학교 철학과의 설립자로 플란팅가를 포함한 걸출한 제자들을 배출하였다.[7] 쉽게 말해서 가능세계란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세계 안에 존재하거나, 혹은 현실세계에 존재하는 것들만으로 충분히 구성할 수 있다는 입장.[8] Meister, Chad (2009). Introducing Philosophy of Religion. Routledge, p. 1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