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함수
1. 개요
implicit function · 陰函數
보통 음함수라 하면 $$y=f(x)$$ 꼴의 식으로 정의되는 양함수(explicit function)과는 다르게, $$f(x,\,y)=0$$ 꼴의 식으로 정의되는 함수의 표현을 말한다. 양함수 표현이 불편할 때 함수를 나타내는 다른 방식으로 유용하게 쓰인다.
조건 $$f(x,\,y)=0$$ 만으로는 $$x$$에 대해 $$y$$가 유일하게 결정되지 않을 수 있으므로, 이러면 함수의 정의를 만족시키지 못한다. 따라서 보통 음함수가 잘 정의된 함수가 되기 위해서는 정의역과 공역이 잘 제한되어야 한다. 정확히 말하면 정의역 $$X$$, 공역 $$Y$$에 대해 "모든 $$ x \in X$$에 대해 $$f(x,\,y)=0$$을 만족시키는 $$y \in Y$$가 유일하게 존재한다" 는 조건이 성립해야 한다.
고교과정에서는 일변수 음함수가 소개되지만, $$x$$, $$y$$의 변수가 여러 개인 벡터함수의 경우도 생각할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하단의 '음함수 정리'에 서술한다.
2. 예시
예시를 들자면 원의 직교좌표 방정식 $$x^2 + y^2 =1$$ 같은 경우, $$|x|>1$$ 범위에서 점이 없을 뿐더러, $$x$$ 하나에 대해 $$y = \pm \sqrt{1-x^2}$$ 두 개의 값이 대응되므로 $$|x| \le 1$$ 범위 내에서도 함수가 아니다. 하지만 정의역을 $$|x| \le 1$$, 공역을 $$y \ge 0$$으로 놓으면 이 범위 내에서는 $$y = \sqrt{1-x^2}$$로 정의될 수 있는 함수랑 똑같아진다. 만약 공역을 $$y \le 0$$으로 놓으면 $$y = -\sqrt{1-x^2}$$의 다른 함수를 볼 수 있다.
해석학 학습 이전인 고교 미적분에서는 정의역 · 공역 구간으로 제한한 그래프가 함수의 그래프처럼 생겼으면 (즉 $$y$$축에 평행한 수직선과 한 점에서만 만나면) 된다고 받아들이면 충분하다. 위의 원 방정식 경우에서 본다면 원 그래프는 함수가 아니며, 이를 잘라 만든 윗 반원 모양과 아랫 반원 모양이 각각 $$y = \pm \sqrt{1-x^2}$$라는 서로 다른 두 개의 함수에 대응되는 것뿐이다.
한편 종속변수를 추가해 양함수로 만들 수 있는 경우도 있는데, 가령 위의 원의 방정식은 종속변수 $$z$$를 추가해 $$z:(x,\,y)\mapsto x^2 + y^2 - 1$$의 이변수 양함수로 변형이 가능하며, 본래 음함수 식은 반지름이 1이고 높이가 무한대인 원기둥과 평면 $$z=0$$의 교선으로 표현된다.
2.1. 음함수의 미분법
주어진 음함수가 $$f(x,y)=0$$의 식을 만족시키고 잘 정의된 경우, 양변을 $$x$$로 미분하면
$$\displaystyle \frac{\partial f}{\partial x} + \frac{\partial f}{\partial y} \frac{{\rm d}y}{{\rm d}x} = 0$$
물론 편미분을 정식으로 배우지 않는 고교과정에서 이런 식으로 가르치진 않고, 전체 식을 합성함수의 미분법에 따라 미분하는 식으로 설명한다. 사실상의 내용은 같지만 용어를 다르게 하는 식이다. 위 원의 방정식 예시를 들어보면 $$x^2+y^2=1$$에서 양변을 합성함수의 미분법으로 $$x$$에 대해 미분하면
$$ \displaystyle 2x + 2y \frac{{\rm d}y}{{\rm d}x} = 0$$
3. 음함수 정리
해석학 단계로 넘어가면 음함수가 미분가능한 것은 전혀 당연하지 않고, 애초에 음함수가 존재하는지부터 따져봐야 한다. 고교과정에서처럼 음함수의 존재성을 단지 '그래프로 이렇게 잘만 그릴 수 있지 않느냐' 식으로 넘어가는 것도 엄밀하지 못하다. 해석학에서 음함수에 대해 정확한 조건을 제시해주는 정리는 다음과 같다.
4. 다가 함수
'''다가 함수'''(multivalued function)는 대략 함수값이 여러 개일 수 있는 함수, 즉 $$f(x)$$가 원소 하나가 아닌 집합으로 나오는 함수로 생각된다. 어떻게 보면 $$X \rightarrow \mathcal{P}(Y)$$ ($$Y$$의 멱집합)의 함수로 생각될 수 있다. 함수값이 공집합, 원소 유한 개, 무한 개가 되는 것이 모두 가능하다. 일반적인 음함수는 원소 $$x$$에 집합 $$\{ y | f(x,\,y)=0\}$$을 대응시키는 다가함수로 생각할 수 있고, 수학적으로 중요한 대부분의 다가 함수들은 이런 음함수 꼴에서 나온다.
실함수보다는 복소함수가 나오는 복소해석학에서 중요하게 등장하는데, 가장 먼저 나오는 예시로 제곱근과 자연로그가 있다. 제곱근은 음함수 $$y^n=x$$에서 나오는 다가함수, 자연로그는 $$e^y = x$$에서 나오는 다가함수이다. 지수함수가 일대일이고, 거듭제곱근이 양수에서 일대일인(실수까지 넓히면 짝수 제곱근의 경우 1:2) 실수에서의 상황과는 다르게, 0이 아닌 복소 $$n$$제곱근은 항상 $$n$$개가 있고, 로그는 $$e^{2\pi i} = 1$$인 특성 상 무한 개의 값을 가질 수 있다. 실수 음함수의 상황처럼 다가함수를 함수로 명확히 만들기 위해서는 정의역과 공역을 제한해야 하고, 복소해석학 맥락에서는 이에 대해 분기(branch)를 잡아준다는 표현이 많이 쓰인다.
이런 문맥에서 다가함수란 명칭은 단순히 이들을 음함수로 인식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서 가능한 함수값들 전체의 움직임을 생각한다는 의미가 있다. 음함수 정리에서 묘사하는 국소적인 형태뿐만이 아니라 $$f(x,\,y)=0$$을 만족하는 모든 점들 자체의 기하학적인 특성을 보는 것이고, 이는 함수로 정의될 수 없는 특이점들에 대한 묘사까지 포함한다. 예를 들어 세제곱근 $$y^3=x$$의 경우 $$x=0$$일 때는 함수값이 0이다가 0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가능한 값이 3개가 되어 뻗어나간다. 즉 원점에서 3개의 분기가 뻗어나간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생각은 $$f(x,\,y)=0$$ 자체로 이루어진 곡면들과 그 확장인 '''리만 곡면'''(Riemann surface)을 탐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복소해석학의 곡선 취급받는 이들은 기하학적으로 비교적 무던한 실해석학의 곡선과는 다르게, 얘네들은 위상적으로는 곡면이라 별의별 성질들이 다 나올 수 있다.
5. 기타
- 음함수 · 양함수의 명칭은 양 · 음의 이미지와 엇갈려 처음 보는 학습자들에게 혼동을 주는 경우가 있다.[2] 영어 명칭인 explicit · implicit의 구분은 여기서는 '양 · 음'보다는 '명시적인 · 암시적인'의 느낌이 강하고, 이걸 근거로 용어의 번역이 부적절하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이러한 시각에 따라 양함수와 음함수를 다시 명명한다면, 각각 '명(明)함수', '암(暗)함수' 또는 '드러낸함수', '숨은함수' 정도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