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사전)
1. 개요
字典
자전(字典), 혹은 한자사전(漢字辭典)은 개개의 한자를 설명하기 위해 제작된 사전이다.
흔히 옥편(玉篇)으로 알려져 있으나, 옥편은 원래 543년에 중국 양나라 사람 고야왕[1] 이 편찬한 것으로 자전의 일종이다. 그런데 옥편이 너무나 유명한 나머지 자전이라는 말보다 옥편이라는 말을 많이 쓴다. 그래서 '자전' 하면 몰라도 '옥편' 하면 알아듣는 사람이 부지기수. 일본에서는 '漢和辞典(かんわじてん)'이라고 한다.
사실 '자전(字典)'이란 명칭은 청나라 강희제 때 편찬된 강희자전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 전까지만 해도 주로 '자서(字書)'라고 불렀고, '자전'은 곧 강희자전을 가리키는 고유명사였다. 강희자전이 한자사전의 대명사가 되면서부터 그 뒤에 나오는 한자사전들은 죄다 'OO자전'이란 명칭을 붙여 나오기에 이르면서 '자전'은 보통명칭이 되었다. '옥편'이라는 이름도 처음부터 고야왕이 직접 지은 제목이 아니라, 완성된 초판을 본 당시의 왕이 매우 감탄하며 마치 구슬을 꿰어놓은 것처럼 귀한 물건이라하여 '옥편'이라고 칭한 것을 그대로 제목으로 채용한 것.
2. 사용법
한자는 그 특성상 부호 자체가 무궁무진하므로 문자 순서대로의 정렬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자전은 의미의 기본이 되는 부수를 대신 사용하고 부수를 제외한 획수와 모양을 통해 찾게 된다. 이 글자의 부수가 뭔지 모르는 경우를 대비하여 자전에는 총획수를 통해서 찾거나[2] 본문과는 별개의 페이지에서 음가별로 모아놓는 방식을 제공하지만... 그래도 찾긴 힘들다. 최근 포털 사이트들이 제공하는 한자 사전에서는 필기 인식 기능이 제공되어 종이 옥편보다 찾기가 훨씬 편해졌다.
2.1. 본래 사용 이외의 사용
대부분의 자전은 해당 사항이 없겠지만 가끔씩 독특한 것들이 들어간 자전들이 있다. 위키러들의 자전 중 하나에는 역대 중국 왕들의 계보도와 (쓸데없이 하나라부터 청나라까지 중간 오호십육국과 춘추전국시대 오대십국 등 분열기까지 다 설명되어 있다.[3] ) 한나라, 당나라, 송나라, 명나라, 청나라와의 관직 비교, 지도까지 나와있어 자전은 때에 따라 한자사전이 아니라 중국사사전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3. 낡은 훈풀이
현대어 기준으로 한자사전의 훈풀이가 낡은 편이다. 이를테면 '가로 왈(曰)'[4] , '선거[5] 병(浜)', '지게 호(戶)'[6] 등이 이런데, 상당수가 사어(死語)로 된 뜻풀이이다. 이는 한자의 훈이 언어 변화에 매우 뒤늦게 따라가는 보수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으로, 뜻을 알아듣기 힘들 때가 있지만 그렇게 큰 문제는 없다. 고어(古語) 연구에 종종 활용되고, 오히려 '옛날 고유어가 이거야?' 하며 신기해하는 일도 있다. '山'의 뜻이 '뫼'로 되어 있는 게 대표적('뫼'는 옛날에 쓰이던 고유어이다). 물론 한자어 훈풀이도 있으니 주의('백성 민(民)'의 '백성'이 '百姓'인 게 그 예의 하나).
그 밖에도 '女(계집 녀)', '者(놈 자)' 같이 옛날에는 비속어가 아니었으나 현대에 와서 비속어가 된 뜻이 들어있기도 하다. 각각 '여자 녀', '사람 자'라고 해야겠다('여자'의 '여'가 '女'이다). 비속어는 아니지만 '貸(빌릴 대)'는 아직도 '빌려줄 대'가 아니다.[7]
'世(인간 세)'의 '인간(人間)'[8] 은 '인류' 말고 '인류가 사는 세상'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요새는 '세상 세'라고도 하며, 윈도우에서 한자를 변환할 때 '世'는 '대[9] 세'로 적혀 있다.
'인(因)하다'는 사어는 아니지만 현실에서는 '인하여(서)/인해(서)', '인한'으로만 변화하다 보니 '인할 인'의 '인할'은 사실상 낡은 훈풀이이다.
4. 종류
4.1. 나무위키에 항목이 존재하는 자전
4.2. 한한대사전
단국대학교에서 1978년부터 작업을 시작하여 2008년에 완간한 한한대사전(漢韓大辭典)이 언론에 보도되기도 하였다. 16권짜리 초대형 한자사전으로 일반인이 아닌 전문가용이라 개인이 구매하기에는 가격의 압박이 매우 크다. 총 5만 5천 자를 수록하여 한중일에서 발행된 모든 한자사전들 중 분량이 최대이며, 한자의 음에 대하여 근거가 되는 반절과 그 출전을 일일이 제시하고, 한자의 음과 훈도 현대어로 좀 더 이해하기 쉽게 풀이하였다.
단국대학교에서는 한한대사전의 오류를 정정하고 이를 데이터베이스화하여 인터넷으로 공개하는 작업 중이다. 이 작업이 완료되면 한문학 하는 사람들에게는 신세계가 열릴 것이다. 다만 단국대에서도 이 작업이 언제 끝날지는 확언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4.3. 온라인 자전
대한민국의 포털사이트에서는 네이버와 다음에서 제공되고 있다.
5. 그 밖에
玉자가 얼핏 보면 헷갈리는 것을 이용한 말장난 하나. 어느날 삼형제의 아버지가 자식들의 한자 실력을 알아 보기 위해서 월화수목금토일(月火水木金土日)을 한자로 써 놓고 읽게 했다. 첫째가 월화수목'''김'''토일[10] 이라고 읽었고 , 둘째는 '월화수목금'''사'''일[11] 그리고 셋째가 월화수목금토'''왈'''[12] 이라고 읽자 분노한 아버지의 외침. “야! 가서 '''왕'''편[13] 가져와!”
[1] 왕이 아니다! 성이 고(顧)씨 이름이 야왕(野王)이다.[2] 부수도 음도 확실히 모를 경우에 유용한 방법이다. 예를 들어, 執이란 글자(잡을 집, 土부 8획)를 부수도 음도 모르는 상태에서 찾아보려면 획수를 세어 11획(幸 8획 + 丸 3획)에서 찾아보면 된다. [3] 물론 춘추전국시대의 경우에는 나라가 다 있지는 않고 주요 나라들만 있다.[4] '가로{橫}', '세로{縱}' 할 때 '가로' 말고 '말{말하다}'을 뜻하는 말이다. 성경처럼 오래 전에 번역된 단어들이 쓰인 책에서 '~said'를 '~ 가로되'(또는 '가라사대')로 번역해놓은 것을 생각하면 된다. 수능을 준비하기 위해 고전소설을 읽다 보면 '(보통 높으신 분이) 가로되(말하기를)'라는 표현이 징그럽게 많이 나와서 익숙해질 수는 있다. [5] 배 대는 곳을 일컫는 한자어(船渠)이다.[6] 등짐 운반 도구 말고 (출입)문을 뜻한다. '무지개'란 말에 흔적이 남아 있는데, '물(ㄹ 탈락)로 이루어진 지게(문)'의 뜻이다. 원래 양 쪽으로 여는 문이 '門'이고 한 쪽으로 여는 문은 '戶'인데, 나중엔 크기에 따라 큰 것은 '門'을, 작은 사립문 따위는 '戶'를 썼다. '문호(門戶)를 개방한다'의 '문호'도 동의어를 겹쳐쓴 것.[7] 빌린다는 뜻은 '借(차)'이다.[8] 현대 중국어에서도 '人間'은 '세상'을 뜻하는 말이고, 동물과 비교되는 '인간'을 표현하고 싶으면 '人類'라고 해야 한다. 일본어에서는 그대로 '人間'이라고 하며, 발음은 '닝겐'이라고 한다.[9] '代'로 쓰며, 당 태종의 이름 이세민으로 말미암아 '世'가 '代'로 피휘된 것이다. [10] 金의 독음이 둘인 것을 이용한 말장난. 그런데 김이라고 읽는 경우는 성씨와 지명밖에 없다.[11] 흙 토(土)와 선비 사(士)가 비슷한 것을 이용한 말장난.[12] 가로 왈(曰)과 해 일(日). 참고로 일본(日本)을 '왈본(曰本)'이라 부르기도 한다.[13] 임금 왕(王)과 구슬 옥(玉). 위의 예시에 비해 이건 안 헷갈릴 것 같지만, DQN 네임 문서에 보면 일본에서 이 둘을 헷갈려 자식 이름을 잘못 지은 경우가 있는 걸 보면 그렇지도 않은 듯. 참고로 玉은 변(한자의 왼쪽에 붙는 부수의 모양)으로 쓰일 때 점이 빠져서 '王'자로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