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권
1. 개요
著者權, Authorship
어떤 연구성과가 문헌의 형태로 출판될 때, 그 연구에 대한 실질적인 기여를 인정받아 저자로 간주되는 자격. KAMJE[1] 에서는 '''"저자됨"''' 으로 번역하였다.
2. 설명
일반적으로 단독으로 작성하게 되는 인문학 분야의 논문과는 달리, 학제간 연구가 활발한 과학 분야에서는 다수의 저자들이 크고 작게 협력하는 경우가 많다.[2] 어떤 이들은 연구비를 조달하고, 어떤 이들은 행정업무를 맡으며, 어떤 이들은 아이디어를 내고, 어떤 이들은 데이터를 분석하며, 어떤 이들은 관리감독을 하고, 어떤 이들은 출판사나 저널에 교신을 담당한다. 그렇다면, 이 모든 사람들이 모두 저자로 간주되어야 할까? 모든 사람들의 기여도가 모두 똑같다고 봐도 괜찮을까?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했다. 이 때문에 새롭게 "저자권" 이라는 단어가 학계에서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저자권은 지난 2006년에 국제 의학저널 편집자 위원회(ICMJE; International Committee of Medical Journal Editors)에서 정식으로 제안했으며,[3] 이후 세계적인 생물학 및 의학 관련 저널들이 저자권 개념을 적극적으로 채택하고 있다. 또한 국내에서도 연구윤리정보센터에서 이 개념을 그대로 준용(遵用)하고 있다. 국내에는 연세대학교의 강호정 교수가 저술한 《과학 글쓰기를 잘 하려면 기승전결을 버려라》 에서도 소개된 바 있다. #
유사한 것으로는 '''기여권'''(Contributorship)이라는 것도 있다. 이것은 저자권을 포함하는 보다 넓은 개념인데, 기여권을 인정받는 사람들의 일부는 저자권은 불인정될 수 있다. 저자권이 있는 연구자들은 논문 상단에, 기여권이 있는 연구자들은 논문 최하단에 명시한다는 것은 두 개념 사이의 차이점. 기여권을 쓸 때는 "누가" 이 연구에서 "어떤 과정" 에 "어떻게" 기여했는지를 남김없이 모두 밝혀야 한다.
저자의 이름이 어떻게 등재되느냐의 문제는 은근히 중요하다. 나 먼저 원리의 경향은 연구자들이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며, 심지어 귀찮다고 대충 et al.로 때웠다가는 (인용도 아니고 다름아닌 논문 최상단에 들어갈 이름들인데도!) 문자 그대로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 이 되는 사태가 벌어진다. 저자권 개념이 덜 중요한 분야에서는 알파벳 순을 지켜서 등재하기도 하지만[4] , 저자권에 굉장히 예민한 분야에서는 뭔가 다른 기준이 필요하다.
그래서 나온 기준이 바로 주저자(primary author)로 하여금 일정한 순서를 따라서 저자 등재를 결정하게 하는 것이다. 여기서 주저자는 '''각각의 기여도의 순서대로''' 등재를 하게 되는데, 몇몇 학문들의 경우, 해당 출판전 논문을 작성한 주인공이 제1저자가 되는 영광을 누리고, 기타 공저자 및 교신저자들이 기여도 순으로 뒤따르며, 연구부서 책임자가 가장 마지막에 위치하게 된다. 이걸 잘못하면 그때부터는 학문 외적인 대인관계의 고충이 시작되기 때문에(…) 항상 신중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이 순서는 연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기 전에 당사자 모두의 합의를 얻어서 확정된다.
흔히 생각하기에는 연구에 기여한 저자들 중에 이름을 누락하는 경우에만 문제가 될 것 같지만, 이하에 설명하듯이 괜히 쓸데없는 이름을 넣는 경우에도 문제가 된다. 심지어 (떠도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어떤 연구자가 모 교수와 단단히 틀어진 뒤, 그 교수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그 교수와는 독립적으로 수행한 자신의 연구에 임의로 교수의 이름을 넣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물론 교수는 그 사실을 알고 좋아하기는커녕 길길이 뛰었다고. 보다 평범하게는, 저자인지 아닌지 애매해서 "일단 넣고 보자, 당사자도 좋아하겠지?" 라는 생각으로 저자를 잘못 등재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5] 그러니 저자권을 확정하는 것은 조별과제에서 조원 목록을 만드는 것 정도의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이렇게 다른 교수나 연구원이 쓴 저자목록에 무임승차하거나 혹은 제자의 논문에 무임승차(심지어 실험부터 시작해서 논문작성까지 모두 도맡은 제자의 이름이 한 글자도 남김 없이 빠지고 교수의 이름만 남는 경우도 있다!)하는 일은 생각보다 공공연하게 일어나며, 특히 폴리페서들에게서 많이 보인다. 정계에 입문하려면 정계사람을 만나러 다니는 동시에 많은 실적이 쌓여야 하는데 이런 경우 정상적으로는 실적이 쌓이기 어렵기 때문. 비단 정계진출만이 아니라 대학이나 연구소의 높은 직위를 호시탐탐 노리는 경우에도 이러한 행보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다만 내부고발자의 고발이 없는 이상은 현실적으로 적발하기가 아주 어려운데, 교수와 교수나 교수와 연구원은 서로 상부상조하는 것처럼 서로 상대방의 이름을 자신의 논문에 넣어주며, 보통 이런 연구자들은 학계에서의 영향력도 적잖은 편이어서 그들의 제자의 경우 이런 일을 당하더라도 학계에서 소멸당할까봐 오늘도 묵묵히 참는다.
만일 어떤 저자가 출판 과정에서 사망했다면, 유가족이나 법적 대리인이 저작권이양 관련 서류에 대신 서명할 수 있다. 이 경우 고인의 이름을 저자명으로서 표시하되, 그 뒤에 십자가 표시( † )를 하고, 기일을 함께 적어두면 된다. 간혹 기일 정보 없이 " † Deceased." 라고만 해 놓기도 하는 모양.
3. 누가 저자인가?
저자로서의 자격을 얻으려면 다음의 기준을 만족해야 한다.
- 연구의 아이디어, 실험설계, 자료의 수집 및 분석, 연구결과의 해석에 대한 실질적인 기여가 확인될 것
- 논문의 초안을 직접 작성한 인물일 것
- 논문의 중요한 지적 콘텐츠에 있어서 결정적인 수정을 가한 인물일 것
- 논문이 출판될 버전에 대한 최종적인 승인이 확인될 것
- 직접적으로 혹은 간접적으로, 어떤 식으로든 간에 연구에 기여하였지만, 상기 저자로서의 자격을 갖추지 못한 인물일 것
- 연구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한 인원
- 연구를 감독한 인원
- 연구에 쓰인 실험실에서 사소한 지원을 한 인원
- 연구에 필요한 행정업무를 지원한 인원
4. 일반적인 저자
- 제1저자
투고한 논문 원고의 초안을 작성했으며, 연구의 자료수집 및 도출, 분석, 해석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 사람이다. 영광스럽게도 그 이름은 논문에 최우선적으로 등재된다. 물론 이것이 제1저자가 그 논문의 소유권(ownership)을 갖고 있다는 건 절대로 아니다. 이상적인 교수는 대학원생들 중에 가끔 실력있는 인재가 보이면 그 학생을 제1저자로 삼아서 후학을 격려한다고도 하지만, 현실은...
- 주저자 (책임저자)
연구의 전체 과정에 있어서 책임이 있는 사람으로, 연구에 대해서 일종의 보증을 하게 된다. 주저자는 이 연구에 각각의 연구자들이 얼마나 많은 기여를 했는지 평가하고[6] , 이를 통해서 그 논문의 저자등재의 순서를 정해야만 한다. 저자명 중에서는 최후반부에 위치.
보통 원생들이 논문을 쓰면 이 자리에 지도교수의 이름이 들어가고, 공동연구인 경우 연구보고서에 총괄 책임자로 이름을 올린 사람의 이름이 들어간다.
보통 원생들이 논문을 쓰면 이 자리에 지도교수의 이름이 들어가고, 공동연구인 경우 연구보고서에 총괄 책임자로 이름을 올린 사람의 이름이 들어간다.
- 공저자
제1저자와 주저자 사이에 따라오는 다른 이름들. 제1저자만큼은 아니지만, 이들도 이 논문의 저자라는 호칭을 받기에 부족함이 없을 만큼 연구에 지대한 기여를 한 사람들이다. 물론 공저자들 사이에도 각자의 기여도의 차이는 존재하고, 이 차이에 따라서 내림차순으로 이름이 정렬된다.
- 교신저자 #
투고저자, 통신저자라고도 한다. 저자 중에서 학술지나 저널, 학회 측에 연락을 유지하면서 원고의 제출을 담당한 사람. 이 사람은 원고의 제출 후에도 심사자 혹은 심사위원회와 지속적으로 연락을 취하며, 전체 출판 과정에서 저자들을 대표한다. 더불어 출판을 위해 편집된 결과물을 검토하고, 최종 인쇄본을 접하게 되는 인물이기도 하다. 일부 저널들은 복수의 교신저자 등재를 허용하고 있다.[7] 일반적으로는 교신저자가 책임저자를 겸하는 경우가 많다.
논문의 교신저자로 등록되면, 그 논문을 찾아 읽고 여러 가지 질문이 생긴 전 세계의 연구자들이 질문 메일을 보낸다. 의외로 많이 온다고 하는데 기꺼이 답장을 보내줄 만큼 영양가 있는 질문은 몇 개 없다고.
논문의 교신저자로 등록되면, 그 논문을 찾아 읽고 여러 가지 질문이 생긴 전 세계의 연구자들이 질문 메일을 보낸다. 의외로 많이 온다고 하는데 기꺼이 답장을 보내줄 만큼 영양가 있는 질문은 몇 개 없다고.
5. 부당한 저자등재
이하의 행위들은 권장되지 않을뿐더러, 했다가 걸리기라도 하면 짤없이 '''연구부정행위'''로 간주되어 학계에서 불이익을 받게 된다.
하지만 선물저자나 교환저자의 경우는 대학원생이거나 학계에 종사해 본 사람이라면 이런 사례들을 주변에서 매우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예컨대 교수가 자기 자녀를 공저자로 참여시키는 관행이 2017년 말에 국내에서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
- 선물저자 : 연구자의 사적 친분에 의하여 저자 자격이 없는 외부인을 저자로 끌어들이는 경우.
- 유령저자 : 해당 연구에 저자 자격이 있지만, 성과발표 시에 저자등재에서 제외된 경우.
- 교환저자 : 연구성과 부풀리기의 일환으로, 그 분야 연구자들끼리 서로서로의 연구에 저자로 임의 등재해 주는 경우.
- 도용저자 :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그 분야 권위자의 이름을 허락 없이 도용하여 저자로 등재하는 경우.
5.1. 제자 논문에 무임승차
2015년 11월 2일, 교육부는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훈령을 새롭게 개정하여, "지도교수가 석박사 과정의 제자들에게 논문을 쓸 때 자신의 이름을 관행적으로 등재하는 것을 연구부정행위로 규정한다" 고 새롭게 밝혔다. 관련기사 이는 제자가 쓴 논문을 자신이 쓴 논문처럼 꾸미는 소위 "논문 가로채기" 관행과는 구별되어야 하나, 현실적으로 무임승차라는 표현이 혼용되고 있는 상태.
이에 대해서는 "교수는 제자의 논문에 대해서 책임저자로서의 성격을 갖고 있으며, 학생의 연구성과를 가로채는 것이 아니라 지도교수로서의 당연한 권리" 라는 반박도 존재한다. 관련기사[8]
5.2. 관련 문서
6. 외부 링크
- 에디티지 인사이트: 저자 기준
- 윤리적 저자권: 어느 저널 에디터의 다이어리 기록
- '저자의 자격' : 누가 저자이며 저자가 아닌가?
- 연구윤리정보센터 인포그래픽 : 저자권
- BMJ - 《Authorship and Contributorship》 (영어)
[1] 대한의학학술지편집인협의회[2] 심지어 물리학 분야의 어떤 연구논문에서는 저자가 215명(!)인 것이 있다고 한다. 논문 첫 페이지 전체가 깨알같은 이름들로 가득하다고. 생물학 분야의 간단한 사례[3] 따라서 저자권은 소위 "ICMJE 지침"(ICMJE recommendations)에서 출발했다고도 볼 수 있다.[4] 대표적으로 수학같은 경우 알파벳순인 경우가 많다. 하나라도 빠지면 큰 정리를 못 얻기 때문이라는데 믿거나 말거나[5] 물론 당사자는 절대 좋아하지 않는다. 자신이 그다지 개입하지 않은 연구의 저자가 되어서 공연히 책임을 나누어 갖게 되는데 좋아할 리가...[6] 국가에서 연구비를 받는 과제는 과제 신청할 때 이미 기여도를 정해서 들어가기 때문에 따로 기여도를 평가할 필요가 없다는 장점이 있다.[7] 에디티지(Editage)에서는 이에 대해, 주 교신저자가 박사후과정(postdoc)이거나 혹은 언제든 랩을 떠날 수 있는 상황에서는 필요한 조치라고 설명하고 있다.[8] 이 기사는 위의 훈령이 있기 1년 전에 게시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