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혈당증
1. 개요
당뇨병의 급성증상 중 하나. 혈중 당량이 정상 수치에 비해 떨어져 있는 상태이다. 사실 저혈당 자체는 당뇨병만의 특이적인 증상은 아니지만, 당뇨의 대표적 증상인 고혈당에 필적할 정도로 당뇨 환자들이 신경쓰는 부분이다. 고혈당으로 인한 당뇨병은 신체가 서서히 망가지게 하는 반면, 저혈당으로 인한 쇼크는 일순간에 생명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전력난으로 인한 블랙아웃을 생각해보면 대충 비슷하다. 오히려 저혈당을 특이증상으로 가지는 병은 고인슐린혈증, 지속성 고인슐린성 저혈당증(PHHI)이라는 희귀병이다.[1] 인슐린이 결핍된 당뇨병과 달리 인슐린이 너무 많이 나와 저혈당에 빠지는 병으로 심지어 영아기에 발병한다. PHHI의 발병률은 약 5만명중에 1명꼴이라고 한다. 또한 인슐린종 역시 저혈당을 증상으로 가진다.
대략 혈당이 80mg/dL 이하로 떨어지면, 체내 인슐린 생산이 저하되어 혈당을 유지하려 하게 된다. 그러다 혈당이 더욱 낮아지게 되면 글루카곤(glucagon)이라는 호르몬이 췌장에서 분비되는데, 글루카곤은 간에서 저장해 둔 글리코겐(glycogen)을 분해해 포도당으로 변환시켜 혈액으로 분비하게 하며, 다른 물질을 이용해 포도당을 생산(gluconeogenesis)해 저혈당을 막게 된다. 그 외 에피네프린 및 코르티솔(cortisol)이 분비되어 저혈당을 최대한 예방하게 된다. 하지만 혈당이 더욱 떨어져 50mg/dL 이하로 낮아지면, 저혈당증의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당뇨병 환자가 아니더라도 공복 상태에서 무리하게 운동을 하거나, 단시간에 고강도의 운동을 하거나, 중고강도의 운동을 장시간에 걸쳐 할 때에도 혈액속의 당 수치가 일시적으로 떨어지게 되는데 이 때 적절한 보급을 취하지 않으면 구토나 두통 등 당뇨 환자와 비슷한 증상이 생긴다. 이것을 스포츠업계에선 헝거노크, 봉크라고 부르기도 한다. 보통 웨이트 트레이닝을 과하게 하거나 무보급으로 자전거를 장시간 타면 자주 겪을 수 있다.[2] 운동이 아니더라도 밤샘 공부를 하며 커피나 에너지 드링크 등을 다량으로 마신다거나 하면 혈당이 떨어질 수 있다. 이는 첫째로 우리의 두뇌가 당만을 영양분으로 사용하기 때문이며, 둘째로 카페인이 신체의 전반적인 대사활동을 증진시키기 때문이다. 따라서 장시간 공부를 할 때 초콜릿을 옆에 준비해 두는 것이 좋다는 게 틀린 말은 아닌 셈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는데 당뇨병 환자는 단 걸 먹으면 안되지 않느냐? 그런데 왜 사탕이나 초콜렛을 비상용으로 챙긴단 말인가? 먼저 인슐린의 역할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당뇨병은 단순히 '당'을 '뇨'로 배출하는 '병'이 아닌, 인체의 '''항상성 유지력을 파괴'''하는 질병이다. 따라서 1형 당뇨병 환자들은 인슐린을 자기 손으로 투여한다는 점을 생각해 보자. 저혈당이 오는 이유는 인슐린을 과다 투여했거나 정상적으로 투여했어도 당을 조금 섭취해서 오히려 체내에 인슐린이 너무 많아져 혈당이 주욱주욱 내려가기 때문에 발생한다. 정상량 투여하면 되지 않나? 하겠지만 그 적정량은 장기인 췌장이 아는 것이지 사람이 알 수 있는 게 아니다. 물론 병원에서는 병원밥의 칼로리에 맞는 양을 의사가 지정해주지만 일상생활에서 매일 똑같은 메뉴만 먹고살 수는 없으니 말이다. 이 때문에 인슐린에만 의존치 말고 운동을 병행해 혈당을 내리라는 것이다. 물론 과도한 운동만으로도 저혈당 쇼크로 사망할 수 있고, 1형 당뇨병 환자들은 특히 더 주의해야 한다.
증상은 대부분 뇌와 관련되어 있다. 우리 몸의 뇌는 포도당을 주에너지원으로 쓰며, 유리지방산(FFA) 등의 다른 물질들을 사용하지 못한다.[3] 이로 인해 저혈당증은 뇌에 치명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
2. 원인
가장 흔한 원인으로 과다한 인슐린 투여가 있다. 그 외 인위적 저혈당증(factitious hypoglycemia)으로 인해 발생하기도 하는데, 이때는 특성적으로 높은 인슐린과 낮은 C-peptide의 수치가 발견되게 된다. 그 외 인슐린종(insulinoma), 과다한 음주, 간부전(liver failure), 큰 수술 후 합병증, 부신기능부전(adrenal insufficiency) 및 선천적 탄수화물 대사장애로 인해 발병되게 된다.
3. 증상 및 진단
증상은 혈당이 50mg/dL 이하로 떨어질 때 발생하게 된다. 먼저 에피네프린 수치의 증가로 인해 발한(diaphoresis), 수전증(tremor), 심장 고동(palpitation), 빈맥 및 고혈압 등의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혈당이 더욱 떨어져서 뇌에 충분한 영양공급이 이루어 지지 않게 되면서 행동 변화(behavioral change), 무기력함, 졸림(drowsiness), 두통, 의식 저하 등이 나타나며, 결국 혼수 및 사망에 이르게 된다.[4]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어지러움, 식은땀, 두통, 떨림, 두근거림 등이 있고 높은 확률로 혼수상태를 야기한다. 혼수상태까지 가면 이를 저혈당 쇼크라고 하는데 심할 때는 거품을 토하면서 의식을 잃는다. 즉 무언가 섭취할 상태가 아닌 것이다. 이를 대비해 글루카곤 주사법을 배워두고 글루카곤을 항시 준비해주는 게 좋다. 1형 당뇨병 환자의 절대다수가 소아인지라 자가주사는커녕 부모에게 거의 모든 걸 의지해야 하기 때문에 유사시 부모가 주사를 해야 하며 특히 소아들은 교육을 아무리 해도 저혈당 증상이 왔을 때 티를 잘 내지 않는다. 결국 쇼크까지 가기 쉽기 때문에 글루카곤 주사법은 철저히 배워두자. 1형 당뇨병 커뮤니티에 뻑하면 올라오는 게 자녀의 저혈당 쇼크 경험이다. 부모도 사람이라 잠을 자야하는데 하필 그 때 저혈당이 찾아오면 대처하기가 어렵다.[5] 이렇듯 방치하면 매우 위급한 증상이기 때문에 저혈당 증세가 느껴지면 혈당을 체크해 보고 사탕을 물어야 한다. 혈당 측정기가 없더라도 저혈당 증세가 느껴지면 일단 주스를 마시거나 사탕을 물도록 하자.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부터 꺼야 한다. 운전 중 저혈당 쇼크가 오면 사고가 나고, 걷다가는 넘어지면서 다칠 수 있다. 저혈당증만으로는 금방 죽지 않지만, 그로 인한 사고에서는 얼마든지 즉시 사망할 수 있어 매우 위험하다.
혼수상태까지 가지 않더라도 수반되는 증상이 한두가지가 아니라 환자 입장에서는 상당히 괴롭다. 당장 길가다가 저혈당이 왔다면 사탕이나 초콜렛 등을 통해 혈당이 올라가기까지 시간이 필요한데 근육에 당이 공급되지 않아서 힘이 풀려버리기 때문에 쪽팔림이고 뭐고 주저앉게 되어버린다. 여기까지만 하면 그냥 바닥 더러운 줄 모르는 미친 사람이지만(...), 식은땀을 흘리면서 손을 떨기 시작하면 유심히 살펴보자. 때를 놓치면 혼수상태로 이어지며, 심해지면 사망한다. 이런 증세를 보이는 사람이 사탕이나 껌 등을 요구한다면 빨리 주는게 좋다. 특히 단순당이 포함되었고 빠르게 섭취할 수 있는 주스(과당)나 콜라, 꿀(과당) 같은 것이 좋다. 초콜렛이나 에너지바 같은 지방이 포함된 식품은 소화흡수가 지연되어 최선책은 아니다. (병원에서 나눠주는 당뇨수첩에도 초콜릿 먹으라는 말은 없다. 물론 다른 게 없다면 그거라도 먹어야 하지만.) 혈당이 70mg/dl 이하라면 저혈당 상태인데, 이를 벗어나려면 15-20그램의 당질을 먹어야 한다. 대략 콜라 1/2캔, 꿀 한 스푼, 오렌지주스 1/2잔, 아이스크림 1개, 사탕은 생각보다 많은 3-4개를 먹어야 한다. 저혈당 상태인 사람을 보았을 때 당질 식품이 없다면 119에 전화 해 주면 된다. 구급차에는 즉각 회복할 수 있는 포도당 정제, 주사액이 있다. 단당인 포도당에서 이당류인 과당, 다당류인 설탕과 녹말(전분) 모두 당류이지만, 뒤으로 갈수록 체내 분해가 느려서 효과도 늦어진다. 꿀이 좋지만 휴대와 먹기가 불편하다. 약국에서 저혈당 쇼크시 두 번 사용할 양(약 40그램)의 포도당 정제를 3000~-4000원에 팔고 있으니, 환자 본인이나 가족은 갖고 다니자. 당뇨가 없는 사람에게도 피로 회복이나 심한 운동을 해서 지쳤을 때 먹으면 효과가 좋다.
당이 함유되지 않고 감미료나 기타 첨가물로 단맛을 만드는 껌 등은 아무 도움이 안된다. 오히려 시간만 더 지나 상태만 악화될 뿐이다. 사탕은 드물지만 자일리톨 검 등은 이런 제품이 많으므로 주의를 요한다.
당뇨병이 굉장히 심각하지 않는 이상 웬만해서는 고혈당으로 쓰러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으므로, 당뇨병 환자는 보통 저혈당으로 쓰러진다. 위험하기는 저혈당이 훨씬 위급한 상태이기 때문에 어쨌든 빨리 조치해 주는 것이 좋다. 그러므로 당뇨병 환자가 쓰러졌을 시에는 재빠른 신고와 함께 혈당을 체크할 여건이 되면 체크하여 그에 맞는 응급조치를 해주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당뇨병 환자라면 혈당 체크 기계는 들고 다닐 것이다. 또 환자라면 인식표나 인식팔찌 등을 차고 다니는것이 좋다. 이건 당뇨병 뿐만 아니라 치매 등의 질병에도 많은 도움을 준다. 만일을 대비해 메모를 적어 가지고 다닐 때, 사탕이나 콜라 등 당류를 먹여 달라고 쓰고, 갖고 다니는 약은 절대 먹이지 말라고 써 두어야 한다. 사람들은 사람이 쓰러지면 짐이나 주머니를 뒤져서 약을 발견하면 먹이려 들기 때문인데, 당뇨병 환자가 갖고 다니는 약은 혈당을 내리는 약이므로 저혈당 쇼크가 온 상태에서 먹이게 되면 혈당이 더 떨어져서 사망할 수도 있어 매우 위험하다. 무엇보다 이렇게 의식 없는 상태에선 경구투여 자체가 매우 위험하다 기도로 들어가 질식사의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약에 의한 부작용으로 저혈당 증세를 보일 수도 있다. 부정맥이나 떨림에 처방되는 인데놀에서 드물게 저혈당 증세를 일으키는 것이 보고되었다. 또한 인데놀은 저혈당으로 인한 아드레날린 반응을 감소시켜[6] 저혈당 상황을 알아차리기 어렵게 한다.
저혈당증이 의심되면 먼저 혈당을 검사하게 된다. 그 후 휘플 3증후(Whipple triad)를 검사해 인슐린종을 배제해야 한다. 그 외 혈중 인슐린, C-peptide의 수치를 검사해 좀 더 정확한 원인을 찾아내게 된다. 저혈당 증상, 검사, 진단
4. 치료
환자에게 의식이 있으면 사탕이나 초콜릿 같은 설탕이 포함된 음식을 먹이거나, 포도당이 포함된 D50W를 투여해 혈당을 올려야 한다. D50W는 혈당이 약 100mg/dL로 오를 때까지 투여하고, 그 후 D10W을 투여한다. 만성적인 음주(알코올 중독)로 인한 저혈당증이 의심되면 포도당을 투여하기 전 티아민(thiamine)을 먼저 투여하게 된다. 그 외에는 다른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치료해야 한다.
5. 여담
임내현 전 국회의원의 무단횡단 사망사고에 대해 유족들은 저혈당 쇼크로 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1] 서로 다른 병이다.[2] 일반적으로 자전거로 장거리를 뛰려면 라이딩 시작 1시간 전에 식사를 한 후, 20~30분에 한번씩 당도가 높은 음식을 먹으면서 라이딩 해야 한다. 전용팩에 들어간 제품도 있지만, 가격이 부담된다면 양갱이나 초콜릿 등을 애용할 수 있다.[3] 예외로는 우리가 단식할 땐 몸 속 지방을 분해하여 포도당보다 크기가 더 작은 케톤체(ketone body)를 대체 에너지원으로 쓴다. 그 외에도 중쇄지방산, 젖산, 일부 아미노산을 사용하지만 이는 말 그대로 '''몸 안에 포도당이 적을 때 일종의 대체 연료로 쓰이는 것이다.''' 저탄수 고지방 식이요법이 이 원리를 이용한 식이조절법이다.[4] 간단히 말해 정도가 다를 뿐 술에 취한 것과 동일한 증상을 보인다. 술에 취한 사람 역시 뇌가 알콜로 인해 포도당 영향공급을 제대로 받지 못하기 때문. 다른 점이라면 술은 시간이 지나면 깨어나 다시 정상적으로 포도당 공급이 되겠지만 저혈당증은 그자리에서 치료하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는 경우가 태반이다.[5] 이 때문에 해외에서는 24시간 원격 혈당측정기가 상용화되어 있다.[6] 베타 차단제이므로 아드레날린으로 인한 저혈당의 주된 증세인 빈맥, 두근거림, 떨림 등을 감소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