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루카곤
1. 호르몬
1.1. 개요
글루카곤(Glucagon)은 이자의 랑게르한스섬[1] 의 α세포에서 분비되어, 인슐린과는 반대로 혈당량을 증가시키는 역할을 하는 호르몬이다.
1920년대에 킴볼(Kimball)과 멀린(Murlin)이 이자 추출물을 연구하다가 '''고혈당을 일으키는 물질'''을 발견하고, 1923년, 그들은 그 물질을 글루카곤이라고 이름 붙여 발표한다. 이후 1950년대 후반에 이르러 아미노산 배열이 밝혀졌고, 방사 면역 분석 기술이 개발됨에 따라, 1970년대에 글루카곤과 관련된 질병이 밝혀지기 시작했다.
1.2. 역할
글루카곤은 간에 저장된 글리코겐을 포도당으로 분해하거나[2] , 당의 신생합성[3] 을 촉진해 혈당량을 증가시킨다. 그리고 지방 분해를 통해 포도당 생성속도를 조절한다.
혈당의 조절은 글루카곤, 인슐린, 갑상선 호르몬(T3, T4), 성장 호르몬, 아드레날린, 자율신경들이 관여하는데, 그중에서도 인슐린과 자주 엮인다. 그 이유는 글루카곤과 함께 이자(췌장)에서 같이 분비되는 인슐린이 글루카곤의 길항작용[4] 을 하기 때문이다. 즉, 글루카곤이 혈중 포도당이 부족할 때 분비되어 혈당을 증가시킨다면, 인슐린은 혈중 포도당이 많을 때 분비되어 혈당량을 감소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평소엔 아예 글루카곤이 분비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평소에도 일정량의 인슐린과 글루카곤은 분비되고 있으며, 혈당량에 따라 분비량이 올라갔다 내려갔다 한다. 이는 다른 길항작용을 하는 다른 호르몬들도 마찬가지로 가지는 특징이다.[5]
1.3. 작용
글루카곤은 간세포 세포막의 G단백질 연결 수용체(G protein-coupled receptor, GPCR)인 글루카곤 수용체에 결합하여 그 작용을 끌어낸다.
글루카곤이 GPCR에 결합하면 GPCR수용체에 결합되어 있는 G단백질을 활성화시키게 되고, 활성화된 G단백질은 세포막에 붙어 있는 아데닐산 고리화효소(adenylate cyclase)를 활성화시켜 버린다.[6] 이렇게 활성화된 아데닐산 고리화효소는 그 이름 그대로 ATP를 가지고 cAMP(cyclic AMP)를 마구마구 생산하게 된다. 많은 농도로 불어난 cAMP는 단백질 인산화효소A(Protein kinase A)의 활성화를 유도하고, 그 효소들은 가인산분해효소인산화효소(phosphorylase kinase)를 활성화시키며, 이는 글리코겐 인산화효소 b를 인산화시켜 글리코겐 인산화효소 a가 되게 한다. 이 효소가 바로 글리코겐을 조각내어 글루코오스-1-인산의 형태로 분해되게 만든다.
이 과정에서 활성화된 단백질 인산화효소 A(Protein kinase A)는 PFK-2/FBPase-2[7] 를 인산화해 활성화시키는 작용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글루카곤이 작용하게 되면 과당-2,6-이인산의 농도가 낮아져서 PFK-1[9] 의 작용이 떨어지고 FBPase-1[10] 의 작용은 반대로 살아나[11] 간에서 해당과정(glycolysis)을 저해하고 포도당신생합성(gluconeogenesis)을 촉진하기도 한다.
1.4. 용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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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슐린 분비가 정상보다 훨씬 적기 때문에 혈당이 너무 높아지는 당뇨병 환자는 직접 인슐린을 주사해야 하는데, 지나치게 많은 양을 주사하거나 평소보다 식사를 적게 했을 경우,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혈당이 떨어지게 된다. 즉 저혈당이 오게 되는데, 심각한 저혈당은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위험한 상태이다. 이 때 보통 당분이 많은 포도당 캔디나 초콜릿 같은 식품을 먹어서 대처하지만, 환자가 결국 정신을 잃거나 그 외 이유로 음식을 먹을 수 없으면 글루카곤을 주사한다.[12] 가루로 된 글루카곤을 물에 녹여서 사용하며, 아주 빠른 속도로 혈당이 올라가 회복된다. 단, 부작용으로 두통이나 구역질이 일어날 수 있으며, 또한 항응고제와 상호작용을 하여 출혈을 일으키는 경향이 있다.
베타 차단제[13] 중독을 치료하는 데도 쓰인다. 베타 아드레날린이 작용하는 과정 중에 2차 전달자로서 cAMP가 쓰이는데 글루카곤이 이 cAMP의 농도를 증가시켜 주기 때문. 같은 이유로 아드레날린에 저항성을 가지고 있는 아나필락시스 환자에게 혈압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쓰이기도 한다. 당연히 부작용의 위험[14] 이 있기 때문에 의사와 상담 후 처방받아 이용한다.
1.5. 여담
- 아직 글루카곤의 생성경로가 밝혀지진 않았다. 현재로써는 중추신경계에 의존하여 생산되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 중학교 3학년 과학에서 간단하게 다루나,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 '항상성' 단원에서 혈당의 조절을 하는 호르몬 중 하나로 다룬다. 같은 단원에 글리코젠이 등장하기 때문에 둘의 이름을 학생들이 많이 헷갈려한다.
- 생명 과학Ⅰ에서 인슐린과 글루카곤의 혈당 조절 과정에 대해 배운다. 3단원에서 중요한 주제로 나오고, 학평, 모평, 수능의 단골 문항으로 등장한다. 관련된 문제는 보통 혈당 그래프가 제시되는데, 인슐린과 혼동하지 않도록 자료 파악을 정확히 해야 틀리지 않을 수 있다.
1.6. 관련 문서
2. VOCALOID 오리지널 곡
글루카곤(VOCALOID 오리지널 곡) 문서 참조
[1] 이것을 처음 발견한 독일의 의사 랑게르한스의 이름을 딴 불규칙한 세포군이다. 인슐린이 분비되는 세포군이기도 하다(인슐린은 랑게르한스섬의 베타 세포에서 생성된다). 여담이지만 랑게르한스섬의 섬은 우리가 아는 그 섬(島) 맞다. 이 기관의 일부가 이자액에 떠 있는 것이 섬과 흡사하기 때문. 고등학교 생명 과학1 에는 이자섬으로도 쓰인다. 랑게르한스섬이라는 단어가 너무 어렵기 때문이라고. 무라카미 하루키는 이걸 가지고 '랑겔한스 섬의 오후'라는 제목의 수필을 쓰기도 했다. [2] Glycogenolysis[3] Gluconeogenesis, 당질 코르티코이드의 주요한 역할 중의 하나이다.[4] 같은 기관에서 서로 반대되는 역할을 맡아 서로 상쇄 작용을 하는 것.[5] 이유는 알다시피 우리 몸의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6] 이 과정을 자세히 말하면, 우선 글루코오스의 수용체에의 결합 이후 변형된 단백질의 구조는 G단백질의 α소단위 내 GDP 분자가 다른 GTP 분자로부터 인산을 받아 GTP가 되게 한다. 그 영향으로 G단백질은 α소단위와 βγ복합체로 해리되며, 여기서 α소단위가 다른 효소에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7] phosphofructokinase-2/fructose-2,6-biphosphatase. 과당-6-인산으로부터 과당-2,6-이인산을 만드는 반응을 촉진하거나 그 반대작용도 하는 효소이다. PFK-2 부분과 FBPase-2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단백질 인산화효소 A는 PFK-2 부분을 인산화시킨다. 인산화 시 과당-2,6-이인산에서 과당-6-인산을 만들고 인산화가 안 되었을 시 그 반대작용을 한다.[8] 과당 6-인산이 과당-1,6 인산으로 바뀌는 화학반응은 비가역적인 반응이다.[9] phosphofructokinase-1. 해당과정에서 과당-6-인산을 과당-1,6-이인산으로 바꿀 때 쓰이는 비가역 효소[8] 이다.[10] fructose-1,6-biphosphatase. 이는 해당과정의 반대과정이라 할 수 있는 포도당신생합성에서 과당-1,6-이인산을 과당-6-인산으로 바꿀 때 쓰인다.[11] 과당-2,6-이인산은 PFK-1의 작용을 촉진하고 FBPase-1의 작용을 저해한다.[12] 환자가 직접 섭취를 못 하는 것도 있지만 의식을 잃은 환자에게 저런 음식을 먹이다간 기도가 막혀서 사람 구하려다가 죽이는 경우가 있다.[13] 심장 박동수와 심장의 운동량을 줄여주는 약물로 협심증, 고혈압 등을 치료하는 데 쓰인다.[14] 내성 같은 일반적인 약물에도 적용되는 부작용 외에도, 글루카곤이 원래 혈당을 높이기 위한 호르몬이다 보니 혈당이 높아지는 부작용이 당연히 생기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