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산용어 순화 운동
1. 개요
1990년대 '낭만기' PC통신 시절에 PC통신상에서 일어났던 운동.
'전산용어 한글화 운동'이란 용어로 알려졌으나 '전산용어 순화 운동'으로 바꾸는 게 적절하다. 한글화 문서 참고.
2. 상세
당연하지만 컴퓨터가 외국에서 개발된 것이니 모든 용어가 외국의 말일 수밖에 없다. 이에 김중태 현 IT문화원 원장이 1990년대 초부터 PC통신상에 전산용어 순화 BBS인 '멋'을 설립한 것이 원류라고 한다.
한글 폰트의 제작과 배포를 시작으로 했는데, 이때 만들어진 폰트로 이야기와 새롬 데이타맨에서 쓰인 '둥근모꼴', 일간스포츠의 로고에 사용되었던 '중태세모꼴', 그리고 현재 지하철 및 버스의 LED 전광판에 쓰이는 폰트(둥근모꼴과 같은 서체) 역시 이때 만들어졌다. 이외에 CD를 만들어 배포하는 등 꽤나 열성적으로 한국어 번역에 앞장섰고, 한때는 PC통신 전역에서 이 운동이 퍼져 한글 용어를 쓰는 게 대세가 되기도 했다. 마이컴을 위시하여 당시 발간된 컴퓨터 잡지에는 국산 OS, 국산 게임 등과 함께 당대의 핵심 화두로서 지면을 차지했다.
PC통신이 몰락한 현재로서는 이 운동이 이어지고 있지도 않고, 거기다가 인터넷이 등장한 뒤에 순화하기에는 난해한 용어들도 수도 없이 늘어남에 따라서 진행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컴퓨터 발전이 워낙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는 터라 이 운동이 일어나던 과거엔 없다가 현재는 있는 용어도 많다. 예를 들면 'USB' 같은 건 뭐라고 표현할지 느낌조차 안 잡힌다. 거기다 2010년대에 핫한 SSD, NVMe, M.2, 옵테인 메모리 같은 것들은 어떻게 순화할지 감을 잡기 어렵다. 다만 m.2랑 옵테인은 상표명이라 국립국어원 원칙상 순화의 대상이 아니다
특히나 기술 분야에 있어서는 새로운 기술과 표현이 끊임없이 새로 생겨나고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어 번역할 겨를도 없거니와, 섣불리 특정 한글 단어와 대응시켜 놨다가 나중에 생겨난 다른 기술 용어와 의미가 겹쳐 낭패를 보는 일이 잦다. 이 경우 원어 발음식 표기, 초기 한국어 번역 용어, 수정 한국어 번역 용어(세력별)가 혼재되며 특정 용어가 어느 범위까지의 의미를 포함하는지까지 뒤섞이는 등 혼돈의 카오스가 된다. 이 때문에 많은 최신 기술서적들은 책 서두에 영문 기술 용어와 역자가 사용한 '기준이 되는 번역 용어 대응표'를 넣고 시작하는 경우도 많다.
그래도 몇몇 단어(글꼴[1] 등)는 어느 정도 정착되어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고, 특히 1990년대의 PC통신 세대들을 중심으로 여전히 쓰는 사람들이 간혹 있는 편. 오픈소스 커뮤니티에서 비교적 자주 보이고, 이들이 언어팩 번역에 기여하면 해당 용어가 들어간 배포판을 볼 수도 있다. 때문에 초심자가 해당 용어를 몰라 당황하는 경우도 있다. 한 예로 2018년 5월 WINE 한국어 번역에 누군가가 순화어를 집어넣은 사건이 있었으나, 발견 5개월 만에 되돌려졌다. #
3. 사례
'''굵은 글씨'''는 당시 어느 정도 널리 쓰였었거나 현재도 나름대로 잘 쓰이고 있는 번역 용어다.
아래의 단어들은 현대에 이르러 대부분 사어가 되었다. 오픈소스 진영의 경우 순화어가 들어간 배포판이 있는 관계로 쓰이는 경우가 있으나 오픈소스에서만 벗어나면 쓰이는 경우가 없다. 당장 '글꼴'만 해도 Microsoft社가 한글 Windows 보조 프로그램들에 채용하면서 그나마 남아 있는 용어지, 나머지 단어들은 불 보듯 뻔하다. 게다가 상당수의 단어가 표현이 번잡하고 글자수가 늘어나 언어적 경제성이 저하되는 것도 문제였다. 한자어 부분은 기울임 표시.
4. 여담
포항공대의 모 교수가 번역한 일부 컴퓨터 책은 이것이 여러 의미로 폭넓게 적용되어 있어서 전용 사전을 참고하면서 읽지 않으면 책을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분명 나는 한국어를 보고 있는데 이해를 못 하겠어'란 좌절감을 안겨주기도 한다. 문제의 책 중 일부는 재판을 다른 역자가 번역하면서 용어가 좀 더 정상적으로 바뀌었다.
이상이 보통 1990년대의 민간기업이나 동아리 차원에서 한국어로 번역한 단어라면, 2000년대 이후에는 국립국어원과 KBS, 동아일보가 주축이 되어 만들어낸 단어도 적지 않다. 예로서, '댓글(코멘트)', '누리꾼(네티즌)', '누리집(홈페이지)' 같은 단어가 여기에 해당한다. 다만 몇몇 참여자들의 인터넷 투표만으로 일방적으로 번역 단어를 결정하는 게 타당한지 논란이 있다. 그나마 이 중 댓글은 상당히 많이 정착된 상황이지만, 누리꾼과 누리집은 일부 언론사나 소수 활동가 사이트에서만 쓰이지 거의 쓰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썩 효과적이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사실 이런 개념이나 용어들은 대중적 수준에선 분야를 막론하고 결국 사용하기 편리하고 직관적인 표현들이 받아들여지게 마련이라 의도적으로 운동을 한다고 되는 게 아닌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역으로 '(프로그램을)깐다'[3] 거나 '(자료를)받는다(또는 올린다)[4] ' 또는 '비번'[5] 을 넣는다는 식으로 그냥 둬도 일반 사용자들이 자발적으로 현지화하는 경우도 흔하며 오히려 이게 더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