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갈량/삼국지연의
1. 개요
제갈량의 삼국지연의에서 나오는 모습.
2. 특징
정사에는 엄정한 정치가의 면모가 주로 부각되지만 연의에서는 천재 군략가의 면모가 주로 부각된다. 정사의 제갈량이 원칙에 충실한 청렴한 정치가라면 연의의 제갈량은 남보다 우월한 두뇌로 상대를 농락하는 천재형. 다만 그 때문에 야전 사령관으로 나가서 계략을 사용해 승리를 이끄는 모습에만 편중되어 제갈량의 매우 뛰어났던 정치수완 등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문제가 있다.
이에 대해 연의에서 제갈량 북벌 이야기는 많지만 제갈량이 내정에 힘쓴 내용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면서 연의의 탓이라고 하는 경우도 있지만 연의도 제갈량의 뛰어난 내정능력에 대해서 서술한 바가 없는 것은 아니다. 현대 삼국지를 논하는 이들이 연의조차 읽지 않고 무조건 연의 탓 얘기를 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는 부분이다. 다음은 유비 승하 이후 공명이 승상으로서 촉한을 통치할 때의 모습을 묘사한 연의의 한 구절이다.
어쨌거나 연의에서는 이릉대전의 줄초상 이후 후반을 책임지는 스타 캐릭터다. 사마의는 당시에는 위나라의 장군 중 하나일 뿐인데다 안그래도 조비에게 의심받아 혼자 활약하지도 못하고 크게 이곳 저곳에 개입하기 힘든 데 비해, 제갈량은 승상이라는 위치 때문에 엮일 이벤트가 상당히 많다. 삼국지연의에서 유독 제갈량만 심하게 띄워지는 건 후반부를 책임져야 할 주인공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한편, 제갈 승상이 성도에 머물며, 큰 일 작은 일 가리지 않고, 모두 몸소 공무를 처리하고 결단한다. 양천(동천과 서천, 측 한중과 파촉) 백성들이 기쁘게 태평성대를 즐기니, 밤에도 문을 잠그지 않고, 길에 떨어진 물건도 줍지 않는다. 다행히 여러 해 잇달아 크게 풍년이 들어, 늙은이나 어린이나 모두 배를 두드리고 노래를 부르며, 나라에서 노역을 시켜도, 서로 앞다퉈 부지런히 일한다. 이리하여, 군수물자, 무기, 여러가지 쓸 것들이 완비되지 않은 것이 없다. 쌀은 곳간에 가득하고, 재물은 곳집에 들어찬다.
삼국지연의 87회 - '남쪽의 도적을 정벌하러 승상이 크게 군사를 일으키고, 천자의 군대에 항거하던 오랑캐 왕이 처음으로 잡히다.' 中
3. 작중행적
삼국지연의에서 제갈량과 관련된 일들은 현재까지도 굉장히 자주 쓰이는 것들이 많다. 가장 대표적으로 삼고초려와 읍참마속이다.[1]
삼고초려는 유비가 제갈량을 설득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내용인데, 제갈량은 유비의 정성에 감동해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된다.
읍참마속은 '''원칙을 위하여 자기가 아끼는 사람을 버린다'''는 뜻이다. 북벌 전투에서 가장 중요한 격전지였던 가정에서 마속이 부장이었던 왕평의 말을 무시하고 산 봉우리 정상에 진채를 세웠다가 대패하여 촉군이 북벌을 포기하게 된다. 후에 제갈량이 군율을 위해 마속을 참하였다. 이것이 바로 읍참마속의 유래다. 과거에 유비가 제갈량에게 마속을 중하게 쓰지 말라고 충고한 적이 있기도 하였다.
연의의 후반부의 주인공은 사마의와 제갈량이다.[2] 정사에서는 사마의의 우주방어로 인해 재미없는 부분을 제갈량과 사마의의 두뇌 싸움대결로 꾸며 놓았다. 사마의는 제갈량에게 대부분의 작전 대결에서 패하지만 이후로는 계속 우주방어.
102회~103회에서 제갈량은 장기전으로 끌고 가던 사마의를 밖으로 나오게 하기 위해 호로곡에 농사를 짓는 것처럼 위장한다. 이후 계속해서 호로곡에서의 무력한 모습을 보여준 후, 사마의가 호로곡을 점령하러 올 것을 예측한 공명은 호로곡에 화약을 설치[3] 한다. 이후 자신에게 불만을 품는 위연을 미끼로, 사마의를 호로곡에 유인하는 데 성공, 바로 바위를 굴려 골짜기의 입구를 막아버리고 화약을 작동시켜 사마의는 공명의 함정에 걸려든다.
사마의는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빠져나갈 방도가 없어 자포자기하지만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지는 바람에 화약들이 다 터지지 못하고, 결국 사마의는 무사히 호로곡에서 벗어나게 된다.
멀리서 이를 지켜보던 공명은 처음에는 드디어 사마의를 잡은 줄 알고 기뻐했으나, 골짜기 위로 비가 내리는 것을 보고 침울해하더니, 결국 사마의가 탈출했다는 보고를 듣고 '''"일을 꾸미는 것은 사람이되, 이루는 것은 하늘이다."'''라는 말을 한다. 공명 입장에서는 무심하기 그지없는 하늘이었을듯.
호로곡 패배 이후 사마의는 정말 진채에서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에 공명은 사신을 시켜 여자 옷이나 장신구 등을 사마의에게 보내 도발하지만, 사마의는 참아내고 사신과 태연하게 이야기를 나눈다. 사마의가 공명은 어떻게 지내냐는 질문에 사신은 '''"잠을 적게 자고 식사를 잘 하지 않으시며 작은 형벌까지도 직접 살피신다"'''고 말해주고, 이를 들은 사마의는 '''먹는 것은 적은데 그렇게 과로해가지고 오래 살겠느냐'''라고 말한다. 여기서 나온 사자성어가 식소사번. 결국 머지않아 그의 예측대로 제갈량은 위독해진다.
104회에서 갈수록 건강이 악화되자 어느 날, 강유가 '''7일 동안 촛불이 꺼지지 않고, 하늘에 기도하면 천명을 늘일 수 있는 주술이 있는데 써보는 게 어떻습니까'''라고 제안해 제갈량은 7일 동안 기도 의식에 들어간다. 그러나 6일째, 우연히 밤 하늘을 보고있던 사마의가 제갈량의 별이 흔들리는 것을 보고 야습을 하게 된다. 위연이 적의 기습에 강유의 제지를 뿌리치고 제갈량의 침소에 들어가다 촛불을 떨어뜨려 제갈량의 생명 연장은 수포로 돌아가게 된다.
제갈량은 이후 건강이 급속도로 악화되었고 하늘을 보면서 '''너르고 너른 하늘아, 너에게도 끝간 데가 있더냐?'''라는 슬픈 말을 남기기도 했다. 이후 제갈량은 자신이 지금까지 쌓아온 지식들을 모아 만든 책을 강유에게 물려주고, 자신이 죽은 후에 후계자로 장완과 비의를 지명하며, 위연이 반란을 일으킬 경우 제압할 계책까지 알려준 후, 숨을 거둔다.
제갈량이 죽자, 제갈량의 장성이 떨어치고 이를 보고 제갈량의 사망을 눈치챈 사마의는 바로 추격해오지만, 제갈량이 미리 만들어놓은 목상을 세우고 강유가 공세로 나오자 사마의는 공명이 주술을 써서 별을 떨궈 자기를 나오게 한 줄 알고 그대로 도주, 몇 십리 동안 겁먹은 채로 도망간다.
여기서 나온 말이 사공명주생중달, '죽은 공명이 산 중달을 도망치게 하다'이다. 이 때 사마의는 "내 목, 내 목이 붙어 있느냐?"며 겁먹은 채로 말을 하였고 이내 하후패가 상황을 일러준다. 속았다는 것을 깨달은 사마의는 탄식하고 다시 추격해보지만 이미 촉군은 멀리 퇴각한 상태.
이후 사마의는 돌아오며 제갈량의 진채를 보며 "공명은 참으로 기재였다!"라는 말을 한다.
여담으로 제갈량을 가장 고생시킨 건 북벌이 아니라 남만 정벌이었다. 기본적으로 전쟁은 자신과 상대에 대하여 확실하게 알수록 승산이 높아지는데 남중이 워낙 중원인들 입장에서는 기묘한 땅이라 천하의 제갈량도 예측 못하는 사태가 자주 일어난 것.
4. 기타
요시카와 에이지 삼국지에서는 제갈량이 죽자 유선이 제갈량의 관 위에 엎드려 '하늘이 나를 멸망케 하려 한다.'며 엉엉 울었다고 한다. 이문열 삼국지에도 차용된다. 제갈량이 있었던 기간은 11년, 사후 유선의 통치기간은 29년으로 훨씬 더 길어서 제갈량의 죽음이 촉한의 멸망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것이 아니라는 해석도 있지만, 그것보단 제갈량 사후 제갈량의 후계자들이 워낙 일을 잘해줬고 유비가 생전 준비해준 한중방어선 대로 낙곡대전 등의 대승을 거두어 촉한이 30여 년간 버틸 수 있었던 것이다, 후일 다른 나라의 대신들이 촉한이 멸망할 때 유비의 다스림이 있어서 더 버틸 줄 알았다는 얘기를 하는 것을 보면 이 두 사람이 쌓아놓은 기반으로 촉한이 버텼다고 당시에도 보았다 할 수 있다.
5. 관련 문서
[1] 사실 삼국지연의에서는 꼭 제갈량 관련이 아니더라도 현재까지 자주 쓰이는 사자성어가 좀 많다. 비육지탄이나 괄목상대같은 것이 대표적.[2] 이는 삼국지 최후의 승자인 사마의를 삼국지에서 소개하는 중요한 장치이기도 하다. 그동안 봐왔던 제갈량이라는 캐릭터와 연계시켜 삼국지의 결말인 진나라의 삼국통일로 매끄럽게 이어지는 흐름의 가교를 놓은 셈. 제갈량이라는 캐릭터 없이 사마의를 부각시키려면 많이 뜬금없어지는 면이 있다.[3] 지뢰포라고 하는 무기. 남만에서 유용하게 잘 써먹었었다. 실제 역사에서는 이런 일이 있었다 해도 화약이 아니라 단순 화공이었을 거라고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