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반니 베르투치오
1. 개요
몽테크리스토 백작의 등장인물.
2. 작중행적
몽테크리스토 백작의 집사로 그의 시중을 들고 있다. 백작의 신뢰는 상당한데, 베르투치오가 큰돈을 턱턱 써도 자신의 명령을 받들기 위해서라면 일절 간섭하지 않고 횡령할 거라는 의심도 않는다.[1] 백작의 설명에 따르면 하인이 주인의 돈을 슬쩍하는 것은 자기가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불안감이 있을 때 노후나 처자식을 위해 하는 짓인데, 베르투치오는 먹여살릴 가족도 없고 백작이 더 나은 집사를 구하지 않는 이상 그를 해고하지도 않을 테니 삥땅 같은 것은 꿈도 안 꿀 거라는 것. 백작은 자신에게 최고의 하인이란 자신이 생사여탈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고, 그건 베르투치오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인다. 즉 베르투치오는 이미 백작에게 사실상 목줄이 채워진 상태라 횡령을 해봤자 별로 자기한테 득 될 것도 없고, 아닌 게 아니라 작중에서 베르투치오가 크게 쓰는 돈은 모두 백작의 지시를 받들기 위해 쓰는 비용인데다 백작 자신에겐 껌값이나 다름 없으니 그냥 맡겨놓고 있는 것이다.
본래는 코르시카 출신으로 몽테크리스토 백작을 만나기 전까지 밀수업을 했다. 나이 차이가 많아 아버지처럼 대하던 형이 하나 있었는데, 나폴레옹파였던 이 형은 남프랑스의 보나파르트 파 학살 사건 당시 죽었다. 이 때 제라르 드 빌포르에게 찾아가 살해범을 체포하거나 유가족에 대한 최소한의 혜택이라도 베풀어달라고 요청하나, '죽을 짓을 했기 때문에 죽었고, 유족에게도 어떤 혜택도 줄 수 없다' 는 대답을 듣고 그에게 피의 복수인 벤데타를 빌포르의 면전에서 맹세한다.
사실 이건 제라르 드 빌포르가 악인이라기보다는 어쩔 수 없던 시대적 상황 때문이었다. 당시 시대는 나폴레옹이 몰락하고 루이 18세가 왕위에 앉아 부르봉 왕가가 왕정복고된 상황이었기 때문에 나폴레옹파였던 그의 형에 대한 보상을 주기 어려웠다. 19세기는 지금과 형법체계가 달라서 이런 경우에는 유공자 혜택을 안 베풀어줬다. 그렇기 때문에 빌포르의 입장에서는 다소 억울할 수도 있다. 죽은 사람을 반역도 취급하며 매몰차게 내친 것이 좀 인간미 없다고는 할 수 있겠지만.
이후 복수를 두려워해 베르사유로 전근한 제라르 드 빌포르를 추적해 그의 장인이었던 생메랑 후작의 별장 내에 있는 정원에서 다른 유부녀와의 불륜으로 낳은 사생아를 생매장하려 한 제라르 드 빌포르를 뒤에서 찌르고[2] 빌포르가 죽이려고 한 베네데토를 줍는다. 처음에는 무슨 보물이라도 되는 줄 알고 주워왔다가 상자를 열어 보니 웬 어린애가 있길래 고아원에 맡긴다. 하지만 그 후로 그 아이가 계속 신경이 쓰였고, 과부가 된 형수 아순타가 그것을 눈치채고는 고아원에서 아이를 찾아와 베네데토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둘이 함께 키우게 된다. 곱게 키운다고 애를 쓰는데도 자꾸 엇나가며 온갖 비행을 저지르는 베네데토 때문에 골머리를 앓긴 하지만...
이후 밀무역 등 여러 일을 하면서 식구들을 먹여살리던 도중, 알고 지내던 가스파르 카드루스가 보석상을 죽인 일에서 범인으로 지목되어 무고하게 감옥에 갇힐 뻔했지만 사정을 들은 부소니 신부가 찾아와 어떻게 된 일인지를 듣고 변호를 해 준다. 이 때 자신과 제라르 드 빌포르의 악연, 그를 죽이려 했던 일도 신부에게 고백했는데 사실 그의 정체는 다름아닌 변장한 몽테크리스토 백작이었다.
원수인 빌포르를 몰락시키기 위한 단서들을 모으고 있던 백작의 입장에서 죠반니 베르투치오는 만족스러운 카드였기 때문에 부소니 신부가 백작, 그러니까 자기 자신(...)에게 추천장을 써 주어 백작 밑에서 일하게 된다.
감옥에서도 풀려나고 좋은 일자리를 구하게 된 베르투치오는 얼른 집으로 돌아오지만 그를 기다리는 것은 충격적인 소식. 베네데토가 양아치 친구들과 함께 친자식처럼 길러 준 양어머니 아순타를 고작 숨긴 돈 때문에 고문하려 들었고, 잘못해서 그녀의 몸에 불이 붙자 내버려두고 달아났으며 아순타는 그대로 타 죽고 말았다는 것이었다. 돌아와서야 이 일을 알게 된 베르투치오는 베네데토에 대한 증오를 가슴에 묻은 채[3] 백작의 밑으로 들어와 만능에 가까운 충실한 심복으로 활동한다. 그러던 중 백작이 오퇴유 별장을 사고 집을 둘러보자며 베르투치오를 데리고 가자, 빌포르와 베네데토에 얽힌 트라우마로 벌벌 떨다가 백작에게 모든 사정을 고백한 것이다.[4]
백작의 오퇴유 별장에서 자기가 죽인 줄 알았던 제라르 드 빌포르가 살아있는 것을 보고 경악하기는 했으나 다시 빌포르에게 복수하려고 하지는 않는다. 그 사이 오랜 세월이 흘렀기에 복수하려는 마음이 옅어졌거나, 주인인 백작 몰래 움직일 엄두가 안 나서인 듯.
이후 충직한 집사답게 백작이 시키는 일을 착실히 수행하는 모습으로 나오다가, 안드레아 카발칸티로 행세하던 베네데토가 붙잡혔을 때 감옥에 갇힌 그를 면회 온다. 베르투치오의 면회를 받은 베네데토가 그 후 법정에서 자신의 담당 검사 빌포르가 다름아닌 제 생부임을 밝힌 것을 보면 이때 그의 출생의 비밀을 낱낱이 알려준 것이 분명하다. 자기 손으로 피의 복수를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빌포르는 결국 가정이 완전히 파탄난 끝에 미쳐버리고 형수님의 원수인 베네데토 역시 좋은 꼴은 못 보리라는 것을 안다면 만족스러워할 것으로 보인다.
3. 기타
TV 드라마나 영화 등에서는 자코포와 퓨전되곤 한다. 배역을 줄이기 위함인 듯하다.
[1] 그래도 베르투치오가 어디어디 썼다고 보고는 다 하는 모양. 백작이 알베르 드 모르세르와 여행을 하며 말 이야기를 하던 도중 "아주 비싼 종마를 구한 적이 있지. 돈은 베르투치오가 냈으니 값은 잘 모르겠지만."이라고 하자 알베르가 "아무래도 유럽에선 백작님 다음으로 베르투치오가 제일 돈이 많겠는데요"라고 감탄했는데, 백작은 "천만의 말씀. 그 친구가 쓰는 돈은 다 일일이 내게 묻고 쓰는 거라네."라고 대답한다.[2] 이때 죠반니 베르투치오는 오퇴유에서 백작의 별장이 된 생매랑의 별장에서 다시 보기 전까지 제라르 드 빌포르가 죽었다고 생각했다.[3] 빌포르와 달리 베네데토에게는 굳이 뒤쫓아서 복수해야겠다는 생각도 없었던 듯하다. 백작에게 말하길 이제 그 녀석이라면 이름조차 지긋지긋해서 두 번 다시는 꼴도 보고 싶지 않다고 한다.[4] 그런데 생각해보면 백작은 이때 이미 베르투치오가 오퇴유 별장에 갖고 있는 트라우마를 알았는데, 그럼에도 그를 데려가 기어이 사실을 들었다는 이야기다. 평소에는 따뜻하게 대해주는 자기 사람에게조차 그 사람이 가진 정보가 복수의 도구로 필요할 때는 무슨 수단을 써서라도 집요하게 캐내는 백작의 면모를 볼 수 있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