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데토
1. 개요
몽테크리스토 백작의 등장인물.
2. 작중행적
2.1. 부정으로 태어난 아이
본래 제라르 드 빌포르와 에르민 드 당글라르 부인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다. 엄밀히 말하면 에르민이 전 남편인 대령이 출장을 나간 사이에 불륜을 해 생긴 아이로 대령은 9개월간 바깥출장 나갔다 돌아왔더니 아내가 임신 6개월인 걸 보고 자살했고 베데데토를 낳은 이후에 당글라르와 혼인했다. 어쨌든 당시부터 이미 에르민 드 당글라르는 유부녀였고, 유부녀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사생아였기 때문에 태어나자마자 그를 자신의 오점으로 생각한 빌포르는 그를 죽이려고 했다.
하지만 제라르 드 빌포르에게 원한이 있던 조반니 베르투치오가 그를 죽이려 빌포르의 별장에 침입했다가 우연히 아이를 발견한다. 조반니 베르투치오는 아이를 처음에는 고아원에 보냈지만 이내 신경이 쓰이게 되고[1] , 그의 형수로 얼마 전 과부가 된 아순타는 그 기색을 알고 고아원에서 아이를 찾아와 둘이 함께 키운다. 따라서 친부모가 지어준 이름은 없고, 베네데토는 베르투치오와 아순타가 지어준 이름.[2]
양모 아순타는 베네데토를 진심으로 아껴주며 길렀지만, 뭐가 문제였는지 베네데토는 걸핏하면 엇나가 이웃의 돈을 훔치고 동네의 불량배들과 어울리며 베르투치오의 골칫거리가 된다. 베르투치오가 호되게 혼내보려고도 했지만, 베네데토가 오히려 "내 아버지도 아니면서 날 야단치겠다는 거냐"며 낄낄대자 그만 아연실색해진 사이 또 집을 빠져나가버렸다고.
그러던 중 베르투치오가 전부터 하던 밀수업자 일 때문에 집을 비운 사이, 베네데토는 동네 불량배들과 함께 돈을 내놓으라며 양모를 불로 고문하려다 실수로 그녀를 태워죽이게 되고 코르시카에서 도망쳐버린다.
2.2. 몽테크리스토 백작의 포섭
이후 다양한 범죄를 저지르며 악인으로 성장하고, 감옥살이를 하던 중 윌모어 경이라는 사람이 우연히 그의 탈옥을 위한 도구를 구해다주는데... 윌모어 경의 정체는 바로 몽테크리스토 백작. 백작이 복수의 도구로 쓰기 위해 그를 감옥에서 꺼낸 것이다. 이후 베네데토와 변변찮은 이탈리아 군인 하나를 파리로 불러들인 백작은 그들에게 돈을 쥐어주고 임의로 '카발칸티'라는 성을 지어주어 이탈리아 출신의 대귀족 부자(父子) 행세를 시킨다. 이때부터 베네데토는 '안드레아 카발칸티'라는 이름을 쓰고 백작으로부터 '아버지가 주는 용돈'이란 명목으로 매년 5만 프랑을 받게 된다.[3]
백작은 당글라르 가문을 몰락시키기 위한 복수의 수단 중 하나로 그를 에르민 드 당글라르에게 접근시켜서 외제니 드 당글라르와 위장약혼을 하는 등 다양하게 활동한다. 참고로 베네데토가 카발칸티 행세를 하며 돌아다닐 때 백작이 그에 대해 하는 말을 보면 의외로 거짓말은 하지 않는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자기 말로는''' 자작이라고 하더라", "부소니 신부의 소개를 받고 뒤를 봐주기는 하지만 '''부소니 신부가 속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나는 그 젊은이에 대해 잘 모른다"는 식. 물론 모든 것이 백작이 짜놓은 판이기는 하지만, 대외적 상황은 '카발칸티 부자가 부소니 신부를 속였고, 부소니 신부에게 그들을 소개받은 백작도 속은 것'으로 흘러간다.
하지만 유서에 '안드레아 카발칸티 앞으로 50만 프랑' 이라고 남기는 등의 행동으로 인해 백작을 자신의 아버지라고 착각, 복수심이라기보다는 재물 욕심에 가스파르 카드루스와 작당하고 백작을 죽이려고 했다. 그러나 미리부터 카드루스의 침입에 대비하고 있던[4] 백작은 부소니 신부로 변장해 대기하고 있다가 역으로 그를 제압해, 당글라르에게 '당신 사윗감 안드레아 카발칸티는 탈옥수 베네데토이다'라는 편지를 쓰게끔 한다.
이후 백작이 그냥 보내주어 도망치려는 카드루스를 공격해 죽이는데, 이때 카드루스와는 단 한 마디의 대화도 나누지 않았던 것을 보면, 백작 살해의 성공여부에 상관없이 죽일 생각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카드루스는 바로 죽은 게 아니라 백작의 앞까지 도망치고 나서 죽었고 죽기 직전 베네데토가 자신을 죽인 범인임을 지목하는 자신의 진술서를 받아써달라고 말한다. 그러나 백작은 경찰에 진술할 때 이 두번째 진술서만 주고 당글라르에게 가야 할 '베네데토가 카발칸티로 행세하고 다닌다'는 첫번째 편지는 쏙 빼놓았기 때문에, 자신에 대한 수배령이 내려진 상태에서도 베네데토는 안드레아 카발칸티로서 마음껏 활개치고 다닌다.
2.3. 결말
그렇게 모든 것이 잘 돌아가는가 싶었지만, 결국 안드레아 카발칸티가 살인범 베네데토라는 것이 들통나게 된다. 안드레아 카발칸티와 외제니 드 당글라르의 결혼식이 있기 전 바로 그 날 아침에 백작이 첫번째 편지를 뒤늦게 발견한 증거물인 척 경찰에 제출했고, 그날 저녁에 있을 결혼식에 헌병이 들이닥치게 만든 것. 이 일로 결혼은 취소되고 그의 정체가 만천하에 드러난다.
하지만 베네데토는 무엇인가 일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는 것을 느끼고, 헌병이 오기도 전에 결혼선물 중 비싼 것만 챙겨 이미 도망친 상태였다. 한동안 열심히 머리를 굴려가며 도주를 이어나가던 중 한 여관에서 가출한 외제니 드 당글라르&루이즈 다르미와 우연히 조우하지만, 꼴사나운 모습만 보이다가 체포되고 만다. 이때 베네데토가 들어온 것을 보고, 침대에 누워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보내던 외제니와 다르미가 꺄악꺄악 놀라는 장면이 매우 재미있다. 여담으로 외제니 드 당글라르는 당글라르와 에르민 드 당글라르 사이에서 태어난 딸로 그의 친어머니가 그를 낳은 후 당글라르와 재혼해서 태어난 '''이부 여동생'''이다.
하지만 그는 법정에서 자신의 아버지가 빌포르라는 사실을 밝혀 복수의 결정타를 날린다. 수감될 때까지만 해도 자기 친아버지를 몽테크리스토 백작이라고 착각하고 있던 베네데토였지만, 그의 출생의 비밀을 아는 조반니 베르투치오가 면회를 다녀간 후 법정에서 제 입으로 사실을 밝혔으니 누가 알려줬는지는 명백하다.[5] 베르투치오가 친부에 대해 알려준 것이 백작의 지시였는지는 밝혀지지 않는데 지시였을 수도 있고, 지시가 없더라도 백작의 복수귀 행적이 늘 그렇듯 계획된 것일 수도 있다.
법정에서의 이 결정적 발언이 마지막 등장. 빌포르가 자신의 치부를 인정하고 법정에서 도망치듯 떠나면서 판결은 뒤로 미뤄지고, 재판을 방청하던 뤼시엥 드브레 일행이 법정 경비원에게 "저놈 어떻게 될 것 같소?"라고 묻자 "글쎄요, 뭐 정상참작이라는 게 있지 않겠습니까"라고 대답하는 장면 이후로는 언급도 되지 않는다.
3. 기타
이후 베네데토가 어찌 되었는지는 작중 알려지지 않지만, 미래가 그리 밝아 보이지는 않다. 백작이 각종 범죄에다 현실에서도 최고의 중죄 중 하나인 살인을 두 번이나 저질렀고[6] 자신에 대한 살인미수까지 벌인 이놈을 빼내어 뒤를 봐 준 것은 오직 '''제라르 드 빌포르의 몰락을 위한 도구'''로 쓰기 위해서인데, 그 도구로서의 가치가 자기 출생을 까발린 상황 이후로 사라졌겠다, 백작의 충복인 조반니 베르투치오까지 형수님 살해로 그에게 이를 갈고 있으니 백작이 더 이상 신경써줄 이유가 없다. 위의 경비원 말대로 정상참작 같은 것을 받더라도 살아서 감옥 밖으로 나오기는 어려울 듯.
애초에 백작은 베네데토를 복수의 도구일 뿐 그 외에는 불쾌한 존재 정도로만 여기고 있었고, 그런 백작이 손을 뗐을 테니 베네데토가 좋은 결말을 맞기는 어려웠을 듯하다. 베네데토가 자신의 앞에서 가식을 떨다 떠나자, 백작이 "불쾌한 것은 증오스러운 것보다 견디기 어렵군"이라고 말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애니메 암굴왕에서의 성우는 세키 토모카즈. 그런데 친아버지의 성우와는 이 작품에서 유명한 사제지간으로 나온다는 걸 안다면... 한 술 더 떠 자기가 죽인 카드루스는 이 양반이다(...).
[1] 빌포르를 죽인(실제로는 죽이지는 못하고 심한 상처를 입힌 데 그쳤지만, 베르투치오는 작중 현재 시점에서 빌포르를 다시 보기 전까지는 그가 죽은 줄로만 알았다) 것은 원수를 갚은 것이니 조금의 가책도 없지만, 아버지를 죽이고서 아이를 그렇게 내버린 것만은 가책이 들었다고 한다.[2] 베네데토(영어 이름 베네딕트와 어원이 같다)라는 이름은 '선한, 축복받은'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이 인물이 태어날 때 축복받지도 못했고 이후 선하게 자라지도 않았다는 점을 생각하면 아이러니컬한 이름. 베르투치오에게 이 사정에 대해 듣던 몽테크리스토 백작이 "이름이 잘못 지어진 놈이군"이라고 평하기도 했다.[3] 나중에 백작에게 외제니와에 약혼시 300만 프랑을 일시불로 상속받고 그 이자로 해마다 17만 5,000프랑을 받게 된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4] "누군가가 당신 집에 침입해 도둑질을 하려 한다"는 익명의 편지가 오는데, 베네데토의 짓일 가능성이 높다.[5] 판본에 따라서는 수감되었을 당시에는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했는지 절망적인 표정을 짓다가 베르투치오의 면회를 받고는 어딘가 밝은 모습으로 법정에 섰다고 묘사된다.[6] 어린 시절 친어머니처럼 보살펴준 양모이자 베르투치오의 형수 아순타, 그리고 가스파르 카드루스. 작중 법정 기소된 것은 카드루스 살인뿐이고 아순타를 죽인 것은 엄밀히 따지면 직접 죽인 게 아니라 죽을 상황에 처한 사람을 두고 도망간 것이긴 하다만, 여하튼 사람이 할 짓이 아닌 건 도긴개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