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베르 드 모르세르

 

1. 개요
2. 작중행적
2.1. 첫 등장
2.2. 갈등과 결착
2.3. 결말
4. 기타
5. 각색


1. 개요


몽테크리스토 백작의 등장인물. 풀 네임은 모르세르 자작 알베르 몽데고이나, 작중에서는 단 한 번, 보샹만이 이렇게 부른다. 알베르가 말도 안 되는 억지 요구를 하자 잔뜩 짜증난 보샹이 경고의 의미로 이렇게 부른 것.[1] 작중의 다사다난한 일들을 겪고 최후반부에 이름을 바꿀 것이 암시된다.

2. 작중행적



2.1. 첫 등장


페르낭 몽데고메르세데스의 아들. 프란츠 데피네이탈리아 로마의 사육제를 구경 갔다가 친절하게 대해준 몽테크리스토 백작을 만나 친해지고, 산적에게 붙잡혔을 때 백작이 구해주면서 완벽히 백작에게 빠져들게 되는 것으로 2부가 시작된다. 참고로 그 산적은 루이지 밤파. 작중에서 드러나지는 않지만 정황상 백작이 사전에 손을 쓴 것은 분명하다.[2]
처음 등장한 로마 여행에서는 다소 경박한 청년으로 그려지지만, 모친의 훌륭한 교육 덕인지 배짱 두둑하고 사교성도 뛰어난 인물이다. 인맥이 넓어 다양한 분야의 젊은 전문가들을 친구로 두었으며, 악명 높은 산적 밤파의 산채에 잡혀있으면서도 겁먹지 않고 수면을 취하는 담력을 보여준다. 다만 성급한 면모가 있고 자존심이 강해 적이라고 판단하면 앞뒤 안가리고 살의를 품는다거나, 백작이 "자네는 남의 자존심에 도끼질 하는 건 서슴치 않으면서 자네 자존심에 손톱만한 흠집이 나는 건 못 참는군"이라는 식으로 지적하기도 하는 장단이 명확한 인물. 하지만 스토리가 진행되면서 성장해나간다.
백작과 만나 우정을 쌓는데 거의 존경을 넘어서 경외, 혹은 사랑으로까지 보이기도. 뭔일만 있으면 백작에게 헤헤대며 달려가 보고하고, 부비적부비적거리는 느낌이다. 백작 쪽에서도 알베르는 메르세데스의 아들이라는 점에서 (페르낭의 아들이기도 하지만) 정상적으로 자신과 메르세데스가 맺어졌다면 자신의 아들일 수도 있었던 청년이라고 여기는 듯하다. 자식이 없는 백작이므로, 은인의 아들인 막시밀리앙 모렐과 함께 알베르에게도 아들의 이미지를 투영했을 수 있다. 게다가 알베르는 아비와는 달리 근본적으론 선량한 청년이라, 그가 자신의 복수로 큰 충격을 받았을 때는 백작도 조금 가엾다는 투의 혼잣말을 하기도 했다. 물론 알베르가 가엾다는 이유로 복수를 그만둘 백작이 아니었지만.

2.2. 갈등과 결착


허나 백작이 아버지의 과거를 폭로하여 그의 명예를 실추시키자 복수를 위해 백작에게 결투를 신청. 백작과 죽느냐 죽이느냐 하는 지경에 가게 된다. 이 때 백작은 메르세데스가 '나를 못됐다고 생각해도 좋으니 아들을 살려달라'라고 빌자, 복수 자체에 회의를 느끼고[3] 결투에서 일부러 죽임을 당하는 사실상의 자살을 하려 했다. 백작이 잠시나마 복수 자체를 포기한 것은 이 때가 유일하다.
못된 짓을 한 건 페르낭인데 왜 백작에게 복수를 하려드는지 의아할 수도 있는데 이는 알베르의 자존심 강한 성격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상술한 것처럼 알베르는 자존심이 굉장히 강한데 전후 사정을 모르는 당시 알베르가 보기엔 백작이 '''모르세르가에 아무런 원한도 감정도 없지만 내 노예의 원수니까 심심풀이 삼아 박살내주자'''란 터무니없는 짓을 벌인 것처럼 해석할 여지가 다분했다. 게다가 백작은 평소 알베르를 데려다 하이데 이야기를 들려 주었고, 알베르가 아버지 일로 마음고생을 할 때 아무것도 모르는 척 여행이나 가자는 말까지 한다. 이쯤 되면 '''모르세르가 박살나는 동안 그 아들놈이나 가지고 놀자''' 식이었다는 의심까지도 가능하다.[4][5]
실제로 아버지의 명예를 실추시킨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라면 하이데를 가만 놔둘 이유가 없는데, 정작 알베르는 하이데를 원망하는 언행은 한번도 보여주지 않았다.[6] 알베르는 하이데와 백작이 사이좋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주종관계에 불과하다고만 알고 있었고 아버지가 저지른 또 다른 죄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으니 오히려 이쪽 해석이 설득력 있다[7][8].
하지만 메르세데스로부터 모든 진실을 알고 결투를 포기하며, 어머니와 함께 집을 나가게 된다. 어머니가 설득하는 장면은 안 나오지만 정황상 그 외에는 해석할 방법이 없으며, 백작도 메르세데스가 말했을 거라고 추측했다.[9] 결투장에서 몽테크리스토 백작과의 접견을 청하며 결투의 포기를 알리는 장면은 소설 전체에서도 손에 꼽히는 명장면.
"백작님." 알베르의 목소리는 처음에는 떨렸으나, 갈수록 침착해졌다.
"저는 백작님께서 제 아버지 모르세르 백작의 에피로스에서의 행위를 폭로한 것에 대해 결투를 신청했습니다. 제 아버지는 분명히 죄를 지었으나, 백작님께서 제 아버지를 벌할 권리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후 저는 당신께서 그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제가 백작님을 용서해야 하는 이유는 페르낭 몬데고의 알리 파샤에 대한 배신이 아니라, 어부 페르낭이 당신에게 행했던 배신, 그리고 그에 뒤따른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비극 때문입니다. 저는 다음과 같이 공언하건대, 백작님께서 제 아버지에게 복수하신 것은 정당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아버지에 대한 당신의 복수가 그 이상 가혹하지 않았던 것을 아들로서 감사드리는 바입니다."

2.3. 결말


백작에게 사죄한 이후 집안의 재산도 모두 버리고 메르세데스와 파리를 떠난다. 이때 어머니에게 자신의 결심을 말하며 "저는 이제 모르세르란 이름을 가지고는 고개를 들고 살 수가 없습니다"라고 말하고, 메르세데스는 그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며 '네 외할아버님의 이름', 즉 자신의 결혼 전 성인 '에레라'라는 이름을 쓰도록 권유한다. 이후 엔딩에서는 군에 입대하여 알제리로 파병을 간다. 이때 입대를 말리는 메르세데스에게 유명한 장군들도 아프리카에서 죽지 않고 공을 세워 돌아오지 않았느냐면서 어머니를 안심시킨다. 백작 역시 메르세데스에게 알베르가 좋은 결심을 했다고 칭찬하며, 성실한 젊은이니 미래가 밝을 것이라고 위로해주었다.
사실 작중 초반부터 알베르가 아버지의 작위와 재산에 기대어 편안히 생활하는 한량같은 모습을 보여 이미지가 좀 망가진 감이 없지는 않으나, 가문의 명예가 걸린 사건에서 보여준 결단력도 그렇고 친구인 보샹이나 프란츠 데피네와의 관계를 보았을 때 기본적인 인간 됨됨이나 주변인들의 평판은 꽤나 좋은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자기 아버지의 과오를 알게 되었을 때 자신의 명예가 추락하는 것마저 무릅쓰고[10], 백작에게 용서를 구하며 복수를 포기하고 그 본인도 아버지를 져버리는 것으로 단죄하였다. 겉으로는 철딱서니 없고 유약한 놈팽이 같아 보였어도, 실은 굉장히 성숙한 인간이었던 것.

3. 마더콘


엄마랑 둘이서 여행하고 가출도 하고 온갖 낮뜨거운 찬사도 서슴지 않는 '''고레벨 마더콘'''. 자기 방에 어머니 초상화를 걸어 놓고, 모든 재산을 버리고 집을 나갈 때도 어머니의 초상화만은 가지고 갔다. 하필이면 이 초상화는 메르세데스가 좀 더 젊은 시절의 외모로 카탈루냐식 옷을 입고 그린 그림이어서, 결혼식 때의 그 모습을 마지막으로 기억하던 백작에게 충격을 안겨주었다. 이를 감추기 위해서 '알베르 자작께서는 참으로 아름다운 연인을 가지셨군요.'라고 말하자 알베르는 이건 어머니의 초상화라고 한 뒤 초상화에 대한 이야기를 말해 준다. 이 초상화를 그린 뒤, 아버지인 페르낭은 이상하게도 이 그림을 매우 불쾌하게 여겨서 할 수 없이 알베르 자신의 방에 걸어놓았다는 것. 부모님이 그토록 험악한 분위기를 만든 것은 그 때가 유일했단다. 물론 왜 페르낭이 그토록 싫어했는지는 알베르도 알지 못했다.
어머니와 단 둘이 여행갔을때도 황홀할정도로 기뻤다고 백작에게 고백하며 정신을 못차린다. 무엇보다 어머니의 말 한마디로 아버지를 버리고 날라버린다는 점이 결정타. 전날 저녁에 죽여버리겠다고 으르렁대던 백작을 다음날 만나서는 '죄송합니다 저는 지금까지 숨만 쉬고 밥만 먹는 기계였던 것 같습니다' 하고 사과할 정도로 엄마 말을 잘 듣는다. 덧붙여 외제니 드 당글라르와는 약혼한 사이로, 알베르는 그녀가 예쁘다고 생각은 하지만 외제니가 기가 워낙에 센 여성인지라, 아내로 삼으면 아르테미스악타이온[11]처럼 될 것 같다며 껄끄러워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약혼은 결국 파토가 나는데, 백작이 당글라르에 대한 복수 계획의 일환으로 안드레아 카발칸티(베네데토)를 백만장자 공작으로 가장시켜 당글라르 집안에 접근시켰기 때문이었다. 그가 밝히는 이상형은 자기 어머니보다 20살쯤 젊은 여자들 중에서 자신의 어머니와 유사한 외모와 성격을 가진 여성이라고 하니 구제할 방법이 없는 완벽한 마더콘이다. 나중에 어머니와 단 둘이 도피생활을 하게 되는데 어쩌면 나름 소원성취를 한 걸 지도.

4. 기타


BL부터 시작해서(알베르 x 몽테크리스토 백작, 알베르 x 프란츠) 다양한 커플링에 이용될 수 있는 젊은이로 에로게적 주인공의 자질을 보유. 발이 넓어서 친구도 아주 많은데(뤼시엥 드브레, 프란츠, 보샹, 라울 드 샤토 르노도 있고, 하여튼 많다.) 이것이 BL의 의혹을 더욱 강하게 만든다. 백작에게의 접근은 결코 연상의 멋진 남성에 대한 동경 때문만은 아닐지도.

5. 각색


각색이나 번안판에서는 출생의 비밀 구도에 따라 실은 알베르는 에드몽의 아들이었다는 결말이 되는 일이 참 많다. 페르낭은 졸지에 네토라레 탁란를 당한 뻐꾸기 아빠가 되어버리고 핏줄마저 끊어져버린 엄청난 복수를 당한 셈이다.
그러나 원작 기준으로 메르세데스는 에드몽이 잡혀간 지 1년 반(18개월)만에 페르낭과 결혼을 했고, 알베르의 출생은 그로부터도 약 9개월 후일 가능성이 높으니 시기상으로는 어떻게 봐도 에드몽의 아들일 수는 없다.
또 사실 따지고 보면 '''친아들인 알베르가 혈육의 정마저 끊어버리고 페르낭을 버리는''' 결말이야 말로 페르낭에 대한 진정한 복수일 것이다. 페르낭 본인이 메르세데스와 알베르에겐 진심으로 애정을 기울이는 좋은 남편이자 아버지였기에 오히려 그 타격이 더 큰 것. 1975년 영화판에선 백작의 친자였지만 더이상 가까이하는 건 서로에게 상처가 된다며 백작과 메르세데스 모두 함구하고 이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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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판에서는 메르세데스가 결혼하기 전에 에드몽과 관계를 맺어 임신한 것으로 각색되었다. 즉 이 작품에서 알베르는 페르낭이 아닌 에드몽의 친아들인 셈. 훗날 슈퍼맨으로 유명해지는 헨리 카빌의 데뷔작으로 선이 가늘고 풋풋하던 시절의 헨리 카빌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애니메이션 암굴왕에서는 아버지와 백작의 결투를 최후까지 지켜보는 것으로 나오며 어린시절 친구인 외제니 드 당글라르와 잘되는 것으로 나온다. 여기서도 정신적인 성장이 두드러지는 인물. 덧붙여 성우는 후쿠야마 준/김일/조니 용 보시.

[1] 보샹의 신문에 '그리스 총독 알리 테베린이 오스만 제국으로부터 독립하려다 실패하고 죽은 것은 그 휘하에 있던 프랑스 장교의 배신 탓인데, 그 이름이 페르낭이다'라는 기사가 났고, 이것이 알리 테베린 휘하에 있던 아버지 페르낭을 모함하려는 가짜 뉴스라고 생각한(사실 페르낭이 한 짓이 맞긴 했으나, 페르낭이 그동안 자신의 악행을 철저히 감춰와 아들인 알베르는 그 사실을 꿈에도 모르고 있었다) 알베르는 보샹을 찾아가 "내 아버지 이름이 모르세르 백작 페르낭 몽데고인데, 어디서 이런 가짜 뉴스를 들은 거야? 당장 취소해줘, 아니면 결투를 신청하겠어"정도로 요약되는 거의 억지에 가까운 태도로 기사를 취소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자신도 짜증이 난 보샹이 "이봐 모르세르 자작 알베르 몽데고 씨, 어디서 협박이야?"라고 받아친 것. 평소 "철수야" 하고 부르던 친구에게 화가 나서 "야 김철수" 하고 부르는 것에 가깝다.[2] 각색물 등에서는 아예 처음부터 알베르를 납치하라고 시킨 것으로 나오는 경우도 있지만, 일단 원작 기준으로는 알베르를 납치하도록 사주했다는 묘사나 복선은 없다. 그보다는 여러 상황을 뒤에서 조종해 '알베르가 밤파에게 납치당하는 상황'이 일어나도록 만들었다고 봐야 할 듯. 작중에서 인물들이 백작의 요청이나 지시가 굳이 없어도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백작의 계획대로 움직이는 경우는 허다하다.[3] 메르세데스의 이 호소가 백작이 꿈에도 잊지 못한 옛 연인의 애원이었음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단순히 그 때문만이라고 일축하기도 어렵다. 자세한 설명은 메르세데스 문서의 '그녀가 작중에 끼친 영향력' 문단 참조.[4] 작중에서 페르낭이 과거 저지른 악행이 본격적으로 폭로되기 시작하면서 알베르가 친구 보샹과 함께 '아버지(페르낭)을 노리고 있는 적이 누구인가' 추적하던 상황을 보면, 처음에는 (페르낭의 과거에 대한 결정적인 증거를 처음 물어온) 당글라르를 의심하고 추궁하지만 당글라르와의 대화 과정에서 당글라르에게 '페르낭의 과거를 알고 싶으면 자니나에 사람을 보내 조사해 보면 되지 않느냐'고 충동질한 인물이 백작임을 알게 되는 것. 그리고 당글라르에게 이 이야기를 들은 뒤 알베르가 한참 아버지 문제로 고민하고 있을 때 같이 여행을 가자고 제안함으로써 알베르를 사건이 진행되는 파리에서 떼내어 (가문의 일은 가문 사람들이 직접 해결하는 것이 당연한 시대였고, 사회적 입장때문에 함부로 움직일 수 없는 페르낭에 비해 알베르는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는 입장이었다. 그리고 사교성 좋은 알베르가 넓은 인맥까지 가지고 있던 것까지 생각하면 한참 몽테그리스토 백작이 모르세르에 대한 폭로전을 벌일 때 알베르가 파리에 있었다면 백작의 계획이 방해받아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없지는 않았다.) 아무 손을 쓸 수 없게 만든 것이 백작이라는 것에 생각이 미치고 이런 점들을 종합하여 '모르세르 가문(과 그 가장인 모르세르 백작)을 노리는 적은 바로 몽테크리스토 백작' 이라는 점까지 추리해낸 것. 즉, 작중 구조상 (페르낭의 파멸이 자신이 저지른 죄에 대한 대가라는 점은 일단 차치하고) 페르낭과 모르세르 가문을 노리던 흑막속의 적이 몽테크리스토 백작이었고, 몽테크리스토 백작이 모르세르 가를 파멸에 몰아넣기 위해 알베르를 유인하여 함정에 빠트린 것도 맞다.[5] 이 부분은 작중 딱히 명장면이라거나 서사 진행에 핵심적인 영향을 끼친 부분은 듣는 것은 아니지만... 일종의 극중극으로써 높은 완성도를 가지고 있다고 평가받는 경우가 많다. 알베르의 입장에서 이 부분을 보면 '흑막 속에 숨어 가문을 파멸시키려는 적' 을 찾아내기 위해 친구 보샹과 함께 추적하는 일종의 미스테리 스릴러나 추리활극의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 정체를 알 수 없는 적이 아버지(와 가문)을 파멸로 몰아넣고 있고, 따라서 적의 정체를 밝혀서 가문과 아버지를 구해내기 위해 친구와 함께하는 추리와 모험 이야기인 셈이다. 그리고 이 극중극의 정점은 적이 누군지 밝혀낼 열쇠를 쥐고 있는(처음에는 적 그 자체라고 오해하기까지 했던) 당글라르를 따라잡아 '널 사주한 배후가 누구냐'고 추궁하자 돌아온 대답인 "그건 '''당신의 친구'''인 몽테크리스토 백작이오". 처음에는 (알베르만큼 백작과 친하지 않던) 보샹조차 이 말을 믿지 않고 '당신은 지금 파리를 떠나있어서 자신을 변호할 수도 없는 입장인 몽테크리스토 백작에게 자기 행동의 책임을 떠넘기려고 하는 거 아니냐'고 반문하지만 여기서 '가문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파리를 떠나 함께 여행하자고 제안했던 점' 이라거나 '곧 결투를 해야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알베르가 검술과 사격의 달인인 백작에게 결투 방법을 좀 가르쳐주고, 결투를 하게 되면 증인이 되어달라고 부탁했지만 백작은 모두 거절한 점' 등과 같은 복선들이 싹 회수되면서 진짜 적은 바로 친구로 위장하고 있었다는 결말의 반전이 완성되고, 알베르는 그 진정한 적을 쓰러트리기 위해 결투장으로 향하는 것이다. 물론 이 소구조는 이야기 전체의 대구조 속에서 전혀 반대의 이야기로 완성되지만, 이 부분만 떼어내서 내용을 보충하면 일종의 독립된 작품이 될 수 있다는 것.[6] 특히 페르낭이 알리 파샤를 배신하고 그의 가족들을 노예로 팔아버렸을 때 그의 딸 하이데가 4살이였던 걸 감안하면, 페르낭은 아들인 알베르조차 구명할 수 없을 정도로 명백한 범죄자가 맞다. 4살짜리 어린 아이를 노예로 판 짓은 그때나 지금이나 감옥에서 상당히 오래 살아야 하는 극악한 범죄이고, 특히나 이 일로 페르낭은 결국 유죄판결까지 받았으니 알베르도 이 대목에서만큼은 하이데에게 뭐라 할 말이 없다. 오죽하면 보샹이 방청했던 모르세르 백작의 자기변호 이야기에 오히려 알베르가 부끄러워 했을 정도.[7] 이 부분은 작품의 도덕관이 '명백한 죄에 대해서는 피해자 이외의 다른 사람(예를 들어 사회나 공권력)도 처벌하고 제제할 수 있다' 는 현대적인 관점이 아니라 전근대적 복수관, 즉 '상대의 죄에 의해 피해를 입은 당사자가 직접 죄인을 처벌해야 한다' 는 관점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꼭 알베르뿐 아니라 메르세데스가 백작을 찾아와 희대의 정당성 배틀을 벌이는 상황 을 보더라도 백작의 복수가 가지는 정당성을 논박하기 위해 메르세데스가 첫 번째로 지적한 부분이 '모르세르가 알리 파샤를 배신한 것이 당신과 무슨 상관이냐' 였다. 그리고 메르세데스 역시 (아들인 알베르와 마찬가지로) 하이데가 모르세르를 파멸시킨 것 자체에 대해서는 아무런 원망도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모르세르가 알리 파샤를 배신하여 파멸시키고 그 딸인 하이데를 노예로 팔았으니 하이데가 자기 자신과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모르세르를 파멸시키는 것은 어디까지나 정당한 복수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작중에서도 알베르의 친구로써 명백하게 알베르의 편인 보샹조차 귀족원 청문회에 출석하여 페르낭의 죄를 규탄하고 고발하는 하이데의 모습에 대해 "자네(알베르)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마치 베르길리우스가 묘사한 여신들과 같이 당당하고 아름다웠다"고 찬탄했고, 알베르 역시 이에 대해서는 별다른 반론을 하지 않고 받아들인 것. 따라서 알베르가 백작에게 분노한 것은 (메르세데스가 백작의 정당성에 대해 문제를 지적한 부분과 마찬가지로) "왜 너와는 상관 없는 일로 네가 모르세르를 파멸시키려고 하냐"는 부분이다. 이때까지 메르세데스 및 알베르가 알고 있던 페르낭의 죄는 '알리 파샤를 배신한 것' 이었고, 그 죄는 당연히 복수당해 마땅하지만 그 복수는 알리 파샤의 딸 하이데의 몫이지 몽테크리스토 백작(에드몽)의 몫이 아닌 것이다. 말하자면 "왜 너랑 아무 관계없는 일로 네가 복수하겠다고 나대냐. (자기 죄에 대해서 대가를 치르는 건 당연하다 쳐도) 죄인이라고 아무나 와서 동네북처럼 패도 되는건 아니다" 에 가깝다. 말하자면 복수극의 논리에서 당사자가 아닌 이가 복수하겠다고 나서는 건 아무 이유 없는 가해나 마찬가지로 여겨지는 것.(객관적인 제 3자 -예컨데 공권력- 이 범죄를 처벌하는 데 익숙한 현대인의 관점에서 보면, '아무리 죽을 죄인이라도 본인이 짓지도 않은 죄를 뒤집어쓰고 그에 대해 처벌받을 이유는 없다, 죄인이라 만만하다고 아무 죄나 뒤집어씌우려는 것은 용서할 수 없다' 라는 감성에 더 가까울수도 있을 것이다)[8] 결국 이 작품은 인과응보의 이야기지만... 여기서 '응보'는 피해자가 직접 사적, 주관적으로 가해자에게 되갚아주는 '복수' 이지 제 3자가 공적, 객관적으로 가해자에게 묻는 '처벌'은 아닌 것. 정확히 말하면 주인공 에드몽 당테스가 하려는 '복수'의 상위 개념으로 신(기독교의 신)에 의한 심판이 제시되고, 에드몽 역시 자신의 복수의 정당성을 신에게서 찾고(신이라도 처벌하실만한 죄이다. 그러니 내가 복수하는 것도 정당하다) 복수가 실패할 경우 최후의 희망으로 신의 심판을 기대하지만(메르세데스에게 말빨로 밀려 복수를 포기했을 때, '이는 단지 내가 너희에 대한 복수를 포기한 것일 뿐, 사후에 도래할 신의 심판은 여전히 너희를 기다릴 것이다' 라는 유서를 남기려 했다. 또한 이는 에드몽처럼 스스로 복수할 힘이 없는 피해자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작품이 주는 일종의 답이기도 하다.) 여하간 '심판과 처벌'은 인간의 영역이 아니고, 인간이 할 일은 (당사자 스스로) 복수하는 것이라는 점이 본작의 주된 갈등구도인 것. '복수는 어디까지나 스스로 할 일, 당사자도 아닌 이가 자기 일도 아닌 것에 복수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아무 이유 없는 눈먼 폭력과 다를 것이 없다'는 윤리관을 기반으로 한 작품이고, 이 점에서는 똑같은 복수극 구조이지만 동양적 협객 상이 '자신과는 상관없는 남이 당한 억울함이라도 자기 목숨을 걸고 되갚아주려 하는 인물' 을 영웅으로 보는 것과 좋은 대조를 이룬다.[9] 판본에 따라서는 반대로 알베르 시점에서 메르세데스가 알베르를 직접 설득하는 장면이 나오며 여기서는 메르세데스가 백작에게 직접 찾아가 애원을 했다는 식으로 알베르에게 말하는 식으로 구성되기도 한다.[10] 내막을 모르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아버지의 원수에게 복수를 하기는커녕, 빌면서 목숨을 구걸하는 것과 같은 모양새가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11] 아르테미스의 저주로 사슴으로 변신당해 자기 사냥개에 물려 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