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라르 드 빌포르
1. 개요
몽테크리스토 백작의 등장인물.
2. 작중행적
2.1. 에드몽 당테스를 내치다
에드몽 당테스를 무기징역수로 만들어버린 담당 검사대리다. 사실 에드몽과 같은 날에 본인도 약혼식을 올려서 그런지, 처음에는 그에게 어느 정도 동정심을 느끼기도 했고 에드몽의 역할이 단순한 편지 운반일뿐이라는 점에서 유죄로 취급할 생각도 없었다. 심지어 원래는 용의자에게 보여줘서는 안 되는 밀고장을 당테스에게 보여주고는 "이게 누구 필적인지 알아볼 수 있겠나? 혹시 그동안 누군가에게 원한을 산 적은 없었나?" 하고 물어보기까지 했을 정도였다.
그런데 에드몽 당테스가 운반했던 편지가 하필 보나파르트 파인 그의 아버지에게 전달되어 나폴레옹의 귀환 준비를 하도록 만드는 것이었고, 그에 연루되어 자신의 출셋길이 막힐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당테스를 재판도 없이 감방에 집어넣고, 편지는 태워버렸다. 이때 매우 친절하게 대했기 때문에 당테스는 몇 년 후 파리아 신부가 지적해주기 전까지 제라르 드 빌포르를 원수로 생각조차 못하다가 진실을 깨닫고 당글라르나 페르낭 때보다도 격한 충격을 받는다.[1]
2.2. 조반니 베르투치오와의 갈등
조반니 베르투치오의 형이 나폴레옹파로 프랑스 육군에 근무하다 죽은 적이 있는데, 베르투치오는 죽인 자를 처벌하거나 유공자 가족으로 대우해달라 부탁했지만 당시 시대가 루이 18세가 즉위하고 부르봉 가문이 왕정복고했던 시절이라 그게 불가능하다고 거절한다. 그러자 베르투치오는 피의 복수를 하겠다고 선전포고하고, 이에 두려움을 느껴 일하던 지역을 옮기게 된다.
2.3. 에르민 드 당글라르 사이에서 베네데토가 생기다
에드몽 당테스에게 음모를 꾸몄던 당글라르 남작의 아내, 에르민 드 당글라르는 당글라르와 혼인하기 전에 한 대령과 혼인했었는데, 대령이 해외에 나간 사이에 그녀와 불륜을 저질러 아이까지 갖게 된다. 9개월 만에 돌아왔더니 아내가 임신 6개월인 걸 본 대령은 치욕을 느껴 자살해버린다. 아들이 태어나게 되자 그 아이(베네데토)를 죽이려고 했지만 자신을 죽이려고 한 조반니 베르투치오에 의해 실패하고 도주한다. 베르투치오는 그대로 빌포르가 죽은 걸로 오해하고 남겨진 아기 베네데토를 가엾게 여겨 자기 형수에게 맡겨 양육하게 된다.
2.4. 가정이 생기다
처음 혼인한 르네 드 상메랑[2] 과의 사이에서 발랑틴 드 빌포르라는 딸이 생기고, 르네가 사망하자 엘로이즈 드 빌포르와 재혼해 에두아르 드 빌포르라는 아들이 태어나게 된다. 사생아 베네데토에게는 치욕스럽다고 내치는 등 냉혹했지만 정당한 가족에 대한 사랑은 진심이었다.
그 뒤 존경받는 법조인으로서 살아왔고, 결국에는 검찰총장이라는 높은 지위에 오른다.
2.5. 가장 비참한 파멸
빌포르를 가장 비참하게 파멸시키려고 한 몽테크리스토 백작의 암약으로 주위에 연쇄독살사건이 일어나면서 가문이 풍비박산난다. 이때까지만 해도 가문의 명예를 생각해 집안에 독살마가 있다는 것을 쉬쉬했지만, 급기야 딸 발랑틴 드 빌포르까지 독살당하자[3] 이번에야말로 반드시 범인을 잡겠다고 맹세한다. 그런 빌포르에게 아버지 누아르티에가 알려준 범인의 이름은 다름아닌 그의 아내 엘로이즈. 귀족 카발칸티로 행세하던 범죄자 베네데토의 재판이 있던 날 아침 빌포르는 아내를 찾아가 추궁하고, 그녀에게 "내가 돌아왔을 때도 당신이 살아있다면, 오늘 밤은 콩시에르주리[4] 에서 보낼 준비를 하라"는 선고를 내린 후 집을 나선다.
하지만 재판에서 그가 상상도 못 한 일이 벌어진다. 피고 베네데토가, 자신의 생부는 생모와의 불륜 관계에서 태어난 자신을 생매장하려 한 자이며 그 이름은 다름아닌 검찰총장 빌포르라고 말한 것. 재판을 참관하던 뤼시엥 드브레, 라울 드 샤토 르노, 보샹이 "나 같으면 이 꼴 보느니 차라리 모르세르 씨처럼 했겠는걸," "저 사람 딸은 이런 일 모르고 죽었으니 차라리 다행이구만"이라고 수군댈 정도의 엄청난 스캔들이었고, 빌포르는 만천하에 드러난 자신의 치부를 부정하지 못하고 도망치듯 법원을 빠져나온다.
2.6. 광기로 물든 최후
집으로 돌아가는 마차 안에서 퍼뜩 자신이 아내에게 했던 말을 떠올린 빌포르는 '나조차도 법정에 설 죄인인데, 내가 무슨 자격으로 아내에게 죽으라고 말했나' 하는 생각에 서둘러 말리러 가지만, 이미 때는 늦어서 아내는 물론 어린 아들도 아내에 의해 동반자살당한 뒤였다.[5] 몽테크리스토 백작에게도 이 사태는 계획한 것 이상이었는지, 빌포르에 대한 복수를 끝마치러 나타났다가 이 비극을 보고 더 이상은 신이 내 복수를 가호한다고 할 수 없으리라고 경악한다.[6] 심지어 에두아르만이라도 필사적으로 소생시키려 노력했지만 끝내 실패하자 빌포르를 위로하려는 모습까지 보였을 정도. 하지만 이미 빌포르는 광기에 들린 채 자신이 오래 전에 묻었던 아이를 찾겠다며 정원 이곳저곳을 마구 파헤치고 있었다.
사실 발랑틴 드 빌포르는 백작이 은인인 피에르 모렐의 아들이었던 막시밀리앙 모렐이 부탁했기 때문에 구해줘서 살아있었지만, 신변을 보호하기 의해 죽은 것으로 위장하고 백작에 의해 숨겨져 있었기 때문에 가족 전부를 잃었다고 착각해서 자아를 유지하지 못하고 끝내 '''완전히 미쳐버린 것이다.''' 이 장면의 묘사가 정말로 살 떨리는데, 빌포르가 갑자기 광기에 들리는 게 충분히 이해가 될 정도.
3. 기타
각색물 등에서 간혹 비리 법조인 같은 이미지로 나오기도 하는데, 원작에서는 야심이 컸을 뿐 비리보다는 오히려 다른 모든 부분에서 엄격하고 흠잡을 데 없이 살아온데다 과도하게 깐깐한 모습이다. 그래서 당글라르와 페르낭과는 달리 한 번 크게 망설이기까지 한다. 그러나 그 야심으로 인해 죄없는 에드몽 당테스에게 누명을 씌우는 바람에 에드몽 당테스가 그에게 복수의 칼날을 꺼내든데다 결정적으로 에르민 드 당글라르 부인과의 사이에서 사생아 베네데토를 만든 것이 강력한 타격이 되어 스스로를 파멸로 이끈 것이다.[7][8] 게다가 프란츠 데피네와 발랑틴과의 결혼식 부분에서도 이 인간의 부조리한 모습이 나오는데 프란츠는 어릴적 아버지가 죽었는데 결혼식 하려던 도중 난데없이 누아르티에가 그 죽음의 진상을 알고 있다며 얘기해줄려고 하자 빌포르는 필사적으로 막으려고 했다. 프란츠가 워낙에 끈질기게 알려달라고 해서 실패했는데 그 죽음의 진상이 누아르티에가 프란츠의 아버지를 결투로 죽였다는 것이었음을 생각해보면 결국 빌포르는 공적으로는 엄할지 몰라도 사적으로는 너무나도 관대한 인간이다.
이렇게 가장 비참한 최후를 맞은 것은, 비록 한 번의 잘못이나 세 원수들 중 에드몽에게 가장 큰 잘못을 저질렀기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다. 빌포르가 그 한 번 에드몽 당테스를 공정하게 심리해 주었다면 당글라르와 페르낭이 편지 공작을 벌였더라도 에드몽이 그 비극을 겪을 일은 없었으니 말이다. 단 한 번의 실수 때문에 개고생을 넘어 엄청난 파멸을 겪은 셈.[9]
에드몽 당테스의 사회적 성공(선장 자리)을 빼앗아간 당글라르가 재산을 모두 잃는 것으로, 그가 가장 사랑한 가족(아버지와 약혼녀)를 빼앗아간 페르낭이 가족에게 버림받는 것으로[10] 응보를 받았다면 빌포르가 미쳐버린 것은 에드몽을 감옥 속에서 미쳐가도록 만들었던[11] 죄의 응보라고 볼 수도 있다.
한편으로 이 사건은 에드몽 당테스가 변화를 겪는 계기가 되었던 사건이다. 빌포르 가문의 비참한 파국에 대해서도 냉혹한 반응을 보인 백작이었지만, 그것이 자신의 예상조차 넘어서자 자신의 복수의 정당성과 도덕성이 희석되었고 그로 인해 자신의 행동이 이전처럼 마냥 신의 가호를 받거나 정당하다는 등의 확신을 지닐 수 없게 되었다. 그로 인해 당글라르는 결국 용서해준 계기가 되었던 것. 그렇기 때문에 제라르 드 빌포르의 사건은 결코 의미가 적지는 않다.
한결 작 만화에서는 원작대로 빌포르에 대한 복수가 가족에게까지 확산되고 빌포르 본인도 결국 미쳐버리자 에드몽이 '복수가 너무 지나쳤어. 하느님 용서하소서. 하지만 빼앗긴 나의 인생은? 그래. 끝까지 가보는거야.' 라고 독백한다.
TVA 암굴왕에서의 성우는 아키모토 요스케. 근데 이분이 베네데토의 성우와 같이 출연한 작품에서의 배역이 각각 이 분과 이 친구라는 걸 안다면 성우 팬들은 실소를 자아내게 될 듯(...).
[1] 그 때문에 증오심이 가장 심해서, 빌포르의 딸인 발랑틴 드 빌포르의 죽음을 방관하려고 할 때 은인의 아들인 막시밀리앙 모렐이 그녀를 제발 구해달라고 하자 그녀가 죽든 살든 그것이 나와 무슨 상관이냐고 성냈을 정도였다. 막시밀리앙이 자신은 그녀를 죽도록 사랑한다고 털어놓으며 애원하자 백작은 왜 하필 발랑틴을 사랑하느냐고 외치며(막시밀리앙을 힐난한다기보다는 왜 상황이 이 모양이냐고 탄식하는 식의 혼잣말에 가까운 투였지만) 상당히 충격받은 반응을 보였지만, 결국은 마음을 돌려 발랑틴의 목숨을 살려준다.[2] 후작가의 딸이었다.[3] 사실 거의 죽을 뻔 하긴 했지만, 발랑틴을 사랑하는 막시밀리앙 모렐의 애원을 들은 몽테크리스토 백작이 남몰래 가사 상태에 빠지는 마취제를 주어 빼돌린 상태였다. 하지만 빌포르 일가와 다른 사람들은 영락없이 그녀가 죽은 줄로만 알고 있었다.[4] La Conciergerie. 본래는 프랑스 왕실의 궁전이었지만, 프랑스 혁명을 거치면서 1914년까지 감옥으로 쓰인 건물. 현재는 역사기념관이 되어 있다. 마리 앙투아네트가 사형당할 때까지 여기 갇혀있었던 등 주로 사형수들이 수감되는 감옥이었기에, 빌포르의 말은 '스스로 죽음으로 죗값을 치르지 않겠다면 내 손으로 당신을 고발해 사형 선고를 내리겠다'는 의미이다.[5] 이 아들 에두아르 드 빌포르는 빌포르 부인이 너무 오냐오냐 키운 탓에 성격이 고약한 악동으로 묘사되지만, 그것이 엄마 손에 독살당할 죄는 아니었다.[6] 백작이 원하던 것은 모든 악행이 드러나 절망한 제라르가 자살하는 것 정도였는데, 제라르는 가족들의 죽음에 완전히 정신이 나가버렸고, 그의 아내는 어린 아들을 죽이고 자살해버리는 말그대로 집안을 완전히 아작내버리는 결과를 초래해버렸다.[7] 빌포르 가는 누아르티에 드 빌포르, 발랑틴 드 빌포르를 제외하면 모두 전멸해 사실상 멸문당했고 둘 다 독살 위험을 겪기까지 했다.[8] 특히나 그 베네데토를 생매장하려고 한 것은 자기가 검사든 판사든 간에 절대 용납못될 범죄다. 몽테크리스토 백작이 오퇴유의 별장에 당글라르, 당글라르 부인, 빌포르, 빌포르 부인, 카발칸티 부자(백작이 귀족으로 행세시킨 베네데토와 그의 가짜 아버지) 등을 초대했을 때 은근슬쩍 이 일에 대해 운을 띄우는데 이 때 카발칸티 소령이 당글라르에게 "프랑스에서는 아기를 생매장한 사람에게 무슨 벌을 주냐" 라고 물었을 때 당글라르는 "단두대에 보냅니다." 라고 답해 당사자 격인 빌포르와 당글라르 부인이 겁을 먹은 대목이 나온다. 한 마디로 법조인으로서의 경력이 끝나는 것 정도로 끝나면 다행이고 목숨이 간당간당할 짓을 저지른 것이다.[9] 사실 작중 빌포르는 등장인물들 중에서 가장 위선자이기도 하다. 물론 빌포르가 범죄를 저지른 건 아니기 때문에 몽테크리스토 백작조차도 한동안 망설이기도 했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결국 그를 파멸시킨 것은 백작보다는 그 자신의 위선에 의한 것이 더 컸다.[10] 알리 파샤 사건의 진상이 드러나 명예를 잃은 것은 에드몽보다는 하이데의 복수다.[11] 실제로 파리아 신부를 만나기 전까지 에드몽은 감옥 토굴이라는 극한 상황에서 반쯤 미쳐가고 있는 상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