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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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대장간에서 연철을 두드려서 전통적인 방식으로 만들어진 한국 고유의 낫.
잘 보면 모양이 한글 낱자 ㄱ을 닮았다.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른다'라는 속담의 낫이 바로 이 조선낫을 말하는 것.
조선낫은 날 두께가 어지간한 식칼보다도 두꺼운 데다가 슴베가 낫의 날 길이의 절반 가까이 될 정도로 길고, 낫자루에서 슴베가 빠지지 않도록 고정시키는 놀구멍을 파 낫놀(고정쇠)을 박아 단단히 결합시키며 작업과정에서 강한 힘을 받게되는 꺾이는 부분을 두껍게 만드는 낫공치 구조로[1] 로 보강이 되어 있다. 덕분에 공장에서 찍어낸 싸구려가 아닌 제대로 된 조선낫은 엄청난 내구도를 자랑한다.
2. 상세
두꺼운 날 덕분에 꽤 무겁고 날을 잘 갈아도 베는 맛이 좀 떨어지긴 하지만 대신 힘쓰기에는 좋은 구조이다. 덕분에 힘을 실어서 찍어버리거나 던져서 토마호크처럼 '''나무에 꽂아버리는''' 것이 가능하며,[2] 낫질에 좀 숙달되면 조선낫으로 쿠크리 비슷하게 굵은 나뭇가지를 베어낼 수 있다. 잡초와 관목이 같은 방식으로 베어져나간다.
나무하러 갈 때 도끼가 아니라 낫 하나만 챙겨서 올라갔다는 이야기도 있고, 현재도 벌초할 때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은 좀 가늘다 싶은 나무는 낫으로 모조리 처리해버리신다. 사용하는 것을 보자면 거의 마체테 수준. 물론 일반적인 낫으로 이런 짓을 했다간 얼마 안가서 날이 휘어져 버린다. 풀만 베는 경우라면 일반적인 낫이 가볍고 얇은지라 사용하기에 더 편하지만, 조선낫도 숙련된 사람이 사용한다면 그에 못지 않은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사실 군대같은 경우에도 팔목굵기 이하의 나무를 베어야 할 때는 짬킹 부사관들이 그냥 낫 하나 가져와서 베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낫질을 할 때는 손목을 고정하고 팔만을 휘둘러 사용하는 것으로 추가적인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 손목을 움직여 위에서 아래로 휘두를 경우 팔은 몸에서 떨어져 있는데 숙여진 손목으로 인해 튀어나온 날 끝부분이 다리에 박히는 경우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 손목을 위쪽으로 고정하면 몸에 닿더라도 날이 아니라 손잡이와 손이 먼저 닿는다. 낫이 몸쪽으로 안 가는 동선으로 움직이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지만 자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몸으로 향하게 될 경우 이렇게 하면 큰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또한 낫으로 풀을 벨 때 손목이든 팔힘이든 그 회전력으로 '''몸쪽으로'''베어내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풀이 단순 잡초 수준의 질기지 않은 경우라면 몸쪽으로 베어내기보다는 날을 몸 바깥쪽으로 향하게 해서 베어내는게 좋다. 손목의 스냅은 베어낼 잡초를 잡고, 그 다음 베어낼 잡초로 옮겨잡을때 쓰는 것이다. 말하자면 역수로 사용하는 것이다. 보조를 하는, 즉 베어낼 풀을 잡는 손은 풀을 잡은 채로 조금 몸 안쪽으로 당기면 부상 위험도도 줄어들고 풀을 베기에도 편하다.
물론 날붙이를 사용하는 이상 부상 위협이 없을 수는 없지만, 날이 몸쪽으로 향하는 상태에서의 치명적인 위협은 제거가 가능하다. 군대에서의 제초작업 때 예초기를 사용하는게 아닌 이상 십중팔구 낫을 이용하게 되는데, 이때 그냥 몸쪽으로 휙휙 스냅해서 풀을 베는 경우가 대다수다. 본인의 몸뚱아리가 소중하다고 생각한다면 좀 귀찮더라도 최소한 날을 몸 바깥쪽으로 향하게 하고 역수로 사용하자.
요즘은 찾아보기 힘들지만, 비교적 최근의 과거까지도 산중의 불교 사찰들 중 사찰로 들어가는 길에 초목이 울창할 경우 입구에서 낫을 대여해준 후 회수하기도 했다. 지금은 사람들이 통행할 만한 절들은 다 길을 편하게 뚫어놓았으니 큰 해당은 없지만.
북한의 조선로동당 당기에도 이 조선낫이 그려져 있는데, 여느 공산국가에서의 낫과 망치의 의미처럼 농민을 상징하는 것이다. 다만 다른 나라에서는 모두 둥근 형태의 낫이 그려져 있는 반면 북한에서는 낫도 로컬라이징하여 조선낫을 그려 넣었다. 참고로 낫 외에는 망치(노동자)와 붓(지식인)이 그려져 있다.
3. 종류
사실 위의 그림에서도 나와있듯 여기에서 설명하는 '나무도 잘라버리는 두껍고 강한 낫'은 원칙적으로는 따로 분류하여 나무낫이라고 부르며, 조선낫에도 왜낫처럼 풀베기 전용으로 만들어진 얇은 풀낫이 존재한다. 그러나 대체로 튼튼한 나무낫 하나 가지고 나무도 베고 풀도 베는 경우가 많은 편이었고, 그런 연유로 조선낫하면 그냥 나무낫을 일컫는 것으로 굳어졌다. 보통 이런 농기구나 일상에서 쓰이는 생활 도구들은 한국이나 어디나 전통적으로 한 가지 일을 특별히 잘하기 보다는 차라리 여기나 저기나 범용성 있게 편하게 쓰일 수 있는 것이 좋다고 여겨지는 탓이다.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의 방침에 따라 일본의 농학자들이 일본식 농기구와 농사법을 조선에 이식하려던 적이 있었는데, 그 때 그 농학자들이 감탄한 한국의 농기구 중 하나가 바로 이 조선 나무낫이다.
참고로 일본식 농기구와 농사법을 이식하려는 계획은, 일본식 농기구인 가마니나 탈곡기를 도입하고 쟁기를 약간 개량하는 정도의 부분적인 변화 외에는 실패하였다. 이는 일본식 농사법이 일본 기후에 맞는 습식 농사법에 기초했기에 건식 농사법인 한국에 맞지도 않았고, 기존의 한국 농기구가 한국의 농사에는 당연히 더 적절하고 성능도 좋았기 때문이었다.[3]
4. 무기로서의 조선낫
보통의 낫이 그러하듯 이 물건도 무기로 쓰일 수 있다. 조선낫은 겉보기엔 무기로 쓰기에 난감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날 두께와 슴베 덕분에 웬만한 같은 리치의 무기를 능가하는 파괴력을 낼 수 있다. 그 파괴력을 직접 접해보면 "고작 농기구로 뭘 하겠어?"라는 생각은 일찌감치 버리는 게 나을 정도이다. 예를 들어 농촌에서 싸움이 났을 때, 부엌칼을 들고 나온 사람과 조선낫을 들고 나온 사람이 있다면 어느 쪽이 물러서겠는가? 크기·무게·내구도 등에서 일반인들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우리 나라는 농경 사회였으니까) 가장 강력한 무기가 바로 이 낫이었다.
다만 범용성은 쿠크리에 비해 떨어지는 게 사실이긴 하다. 낫의 주된 동작인 당겨서 베는 행위가 전투에서는 적극적으로 쓰이지 못하는 반면 휘둘러서 베는 물건인 쿠크리는 쓰임새 자체가 직관적이기 때문에 전투에서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물론 조선낫도 밑날로 직접 베거나, 심지어는 날카로운 끝으로 적을 찍어버릴 수도 있긴 하지만 쿠크리에 비해 길게 굽어진 형태라 휴대성이나 사용법에서 불리한 점이 있다.
하지만 이것도 정면으로 싸울 때의 이야기이다. 최근 현대전에서는 도검이 뒤에서 습격하는 것이나 위급 상황에나 주로 쓰인다는 것을 가정할 때 더 효과적일 수도 있다. 사실 현대전에서는 도검이라는 것 자체는 전투를 상정하고 들고 다닌다고 해도 거의 쓸모가 없다. 그런 점에서 평소에는 평범하게 풀 베고 덤불 치우고 나무 자르는 데도 쓰일 수 있고, 유사시에는 제법 무기 역할도 해줄 수 있는 조선낫이 현대의 병사가 휴대하는 근접무기로서는 나을 수도 있다는 얘기. 게다가 쿠크리 나이프 자체도 익숙하지 않은 일반인이 들면 오히려 불리한 점이 존재한다. 결국은 무기로서의 위력과 활용도는 개인의 체력과 훈련량이 관건이라는 소리.
조선낫은 말이 낫이지 절삭력에 있어서는 도끼 이상의 위력을 지니고 있어 잡목과 나무는 물론 사람 두개골쯤은 매우 간단히 두동강낼 수 있다. 농기구라는 인식이 조선낫의 전투기능을 희석시킬 수는 없는 것이, 카람빗이나 마체테, 혹은 그 유명한 쿠크리나 토마호크원래 기원은 무기가 아니라 나무를 베거나 하는 등 일할 때 쓰는 막칼 같은 도구였다. 심지어 바이킹 전투도끼도 원래는 노르드족 화전민들이 쓰던 멀티툴 도끼에서 유래했다. 만약 실제 전쟁터 같은 곳에서 조선낫으로 무장한 한국군이나 용병이 백병전에서 큰 공적을 세웠다면 온갖 FPS 게임에서 조선낫이 나왔을 지도 몰랐을 일이다. 쿠크리가 그토록 유명해진 것도 이를 쓴 주인공이 바로 유명한 구르카 용병들의 무기였기에 가능한 일이다.
물론 조선낫의 휴대성 낮은 생김새 때문에 애초에 병사들이 백병전 무기로 선택해줄 확률이 낮긴 하다. 쿠크리나 총검같은 도검류는 칼집에 넣으면 편하게 휴대할 수 있다지만 조선낫이나 토마호크같은 자루 무기는... 이것들이 야전삽같은 필수장비인 것도 아니고.
물론 법적으로는 얼마든지 흉기로 분류될 수 있는 날붙이인 만큼, 이걸로 사람을 상하게 하는 일은 전시상황이 아닌 한 절대 없도록 해야 한다.
5. 창작물에서
-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영화) - 주인공이 이걸 들고 무쌍난무를 펼치기도 했다.
- 남한산성(영화) - 날쇠(고수)가 사용한다.무기로는 물론이고, 이걸 아이스 바일로 사용해서 얼어붙은 절벽을 오르기도 했다.
- 명량(영화) - 조선 승병인 옥형 스님이 양손에 들고 쓰신다. 삭제장면에선 소용돌이에 휘말린 이순신의 판옥선을 끌어 올리려던 민초들의 어선을 표류하던 왜군이 올라 타 공격하자, 민초들이 도끼 및 몽둥이와 더불어 조선낫으로 반격에 나서는 모습이 있었다.
- 물괴 - 윤겸의 의형제인 성한이 심운의 사병들을 상대로 무쌍을 찍는다. 심지어 "쓸 만하네?"라는 대사까지 한다(...).
- 불멸의 이순신(KBS) - 명량 대첩 편에서 일본군과 백병전을 벌이던 조선수군의 부무장으로 활약을 했다. 백병전 도중에 원래 들고 있던 창이나 검을 놓쳤을 때 낫으로 무기교체(?)를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조선수군 병사가 일본 무장들까지 처치하는 백병전 씬이 워낙 강렬해서 "불멸의 낫" 드립이 나오기도 했다.
- 육룡이 나르샤 - 이방지가 동생 분이를 구하기 위해 반촌에서 길선미와 대적할때 검이 없어서 급한대로 벽에 걸린 낫 두자루로 싸운다. 두세합 싸우다가 길선미가 아무리 그거 가지고 나한테 되겠냐? 라면서 한심해하는 표정은 덤.
- 천군(영화) - 강민길 소좌는 조선낫이 유격전에서 어떻게 쓰이는지 교본으로 써도 될 법한 활용법을 보여주었다. 빠르게 베어 휘두르고 마무리로 던지기까지! 아쉬운 게 있다면 던졌을 때 뒤통수가 아니라 그냥 등에 박혔다.
- 크라임씬3 - 11회 섬마을 살인사건에서 범인이 피해자를 살해할 때 쓰였다.
- AVA - 근접 무기로서 등장. 아마 최초로 FPS 게임에 등장한 조선낫이 아닐까 싶다. 이름도 똑같고.
- PLAYERUNKNOWN'S BATTLEGROUNDS - 근접 무기로 나온다. 이름은 그냥 낫으로 나오지만 조선낫 맞다.
- 칼부림 - 주인공 함이가 3부에서 장돌뱅이들에게 둘러싸여 공격당해 죽을 위기에 처했을 때 무기로 쓰인다. 조선낫 자체가 사실상 무기에 가까운 위력을 지녔는데 주인공이 칼로 사람 죽이는 데 이골이 난 사람인지라 더더욱 흉악한 무기가 되었다.
[1] 왜낫은 이 부분이 따로 없이 바로 수평의 낫날이 끝나는 지점에서 수직으로 슴베가 내려와 자루에 결합되는 형태라 힘이 가해지는 관절부가 상대적으로 취약하게 된다.[2] 실제로 군대에서 작업 도중 휴식시간에 이 조선낫을 가지고 나무에 던져 맞히는 걸로 내기를 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이걸 간부, 특히 행보관에게 걸리면...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3] 참고도서: 『한국역사민속학강의(민속원)』, 『한국의 농기구(어문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