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철
1. 개요
鑄鐵 / 무쇠 / cast iron
탄소함량이 2.0%를 넘은 철을 주철이라 한다. 이름대로 주조에 주로 사용한다. 쇳물 선을 써서 선철(銑鐵)이라고도 부른다. 순우리말로 무쇠라고 하는데, 이는 주철이 너무 강하다보니 연성이 부족해 잘 깨져서 오히려 무른 쇠라고 무쇠라는 이름을 붙였다 카더라는 설이 있다. 다른 설로는 주철이 완전히 액체로 녹여서 주물을 만드는 데 많이 쓰이다 보니, 물처럼 녹이는 쇠라고 '물쇠'라고 부르던 게 무쇠가 되었다는 설이 있다.[2]기운 센 천하장사 무쇠로 만든 사람
이 주철을 베세머 전로에 넣고 공기를 불어넣어 탄소와 불순물을 제거하면 바로 강철이 된다. 강도나 경도를 보면 주철이 강철보다 더 단단하지만 탄력성이 없어 충격을 받으면 잘 깨진다. 마치 유리가 경도는 철보다 높지만 잘깨지는 것과 같다. 그래서 강철이 귀하던 중세에는 대포 포신을 주철로 만들지 못하고 비싸고 강도가 낮은 청동으로 만들어야 했다.
이쯤 되면 슬슬 다 녹지 않은 탄소가 흑연(Graphite) 상으로 미세조직에 나타나며 열처리에 따라 이 탄소가 다시 철과 결합하게 한다든가 뭉친 모습을 바꾼다든가 하는 식으로 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
대체로 철이나 강철에 비해 더 단단하고 잘 부러지는 경향이 큰 반면, 강철에 비해 주조성이 높고 이를 이용해 엔진이나 조리도구를 만들기도 한다.[3] 돔 건축에도 활용되었는데, 대표적인 사례가 성 이사악 대성당과 미국 국회의사당이다.
강철이 널리 쓰이기 전에는 생산이 어려운 연철을 대신하여 일상용품 제작에 주로 쓰였다. 거기다 모양내기가 쉬웠기 때문에 강철을 완전히 대체하지 못했다.
초기에는 철도 레일도 주철로 만들었다. 그러다 증기 기관차가 등장하면서 무게가 크게 늘어나자 레일이 깨지는 현상이 나타났고, 이후 연철을 사용하다가 지금은 강철을 사용한다.
주철을 선철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다만 실생활에선 약간 구분을 두기도 한다. 단순히 1.7% 이상의 탄소가 들어간 걸 선철이라고 하고, 선철에 코크스(Cokes)를 넣어 만든 걸 주철이라고 한다.
인터넷에서는 강철이라는 단어보다 주철이라는 단어를 쓰는 게 좀 더 전문적으로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해서인지, 강철로 만들어진 제품을 주철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종종 있다. 대표적인 것이 자동차의 스틸휠을 주철휠이라고 부르거나, 강판구조물로 만들어진 서스펜션암을 주철 로워암이라고 부르는 것.
동양에선 기원전 전국시대에 무쇠가 발명되었고 유럽에선 중세시대때부터 무쇠가 쓰이기 시작하였다.
1.1. 조리 도구로서의 특성
흔히 장점으로는, 한번 달궈지면 열을 오래 보존하고, 차가운 식재를 넣어도 접촉표면이 금세 식어버리지 않아서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요리로 완성되며, 단순한 삼겹살이나 부침개, 스테이크도 주철에 구우면 더 맛있다고 한다. 사실 비열은 스테인레스가 좀더 높은데도 주철이 쉽게 식지 않는다고 하는 이유는, 흔히 파는 무쇠팬이 더 두꺼워서 질량이 크니, 당연히 열용량도 크기 때문이다(물체의 열용량은 비열에 질량을 곱한 값이다). 다른 빵에 비해 높은 온도에서 구울 필요가 있는 발효종 빵을 굽는 사람들도 빵틀 대용으로 많이 찾는다. 캠핑족들이 특히 애용하는 더치오븐의 재질도 바로 이것.[4] 특히 똑같은 밥도 전기밥솥에 지은 것보다 더 맛있으며, 여기서 생기는 누룽지는 별미 중의 별미. 가마솥도 이걸로 만든다.
또, 요리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미량의 철이 용출되기 때문에 빈혈의 예방에도 좋다. 테플론을 쓰지 않으므로 코팅이 벗겨져 건강에 해로울 것을 걱정할 일이 없으며, 수십 년을 쓰고 자식들에게 물려주는 일이 흔할 만큼 내구성도 좋다. 오히려 쓰면 쓸수록 시즈닝이 깊어져, 적은 기름으로도 식재가 달라붙지 않고 매끄럽게 조리되고, 세척도 쉬워진다.
그리고 철이기 때문에 인덕션 방식의 전기레인지에도 사용 가능하다.
단점으로는, 스킬렛 같은 두꺼운 후라이팬은 무겁기 때문에[5] 팔 힘이 들며[6] , 무엇보다 관리가 힘들다는 것이다. 녹이 슬기 쉽고[7] 자칫하면 팬자체에서 오는 탄맛이 난다. 또한 코팅이 되어있지 않기때문에 기름이 적은 요리를 하기 적합하지않다. 가열시 단백질/탄수화물이 쉽게 팬에 달라붙기 때문이다.
1.2. 길들이기
보통 처음 사용하기 전에 시즈닝(길들이기)[8] 을 한다. 불에 달궈서 물기를 바싹 말린 후,[9] 식물성 기름을[10] 얇게 발라 연기가 나기 직전까지 가열하는 것을 수차례 반복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표면에 기름이 코팅되어 음식이 잘 달라붙지 않고, 녹이 스는 것도 막는다. 시즈닝을 안 하고 판매하는 제품(non-seasoned)은 조금 더 저렴하지만, 초기 시즈닝은 냄새와 열기 때문에 은근 노가다라서 몇 번 쓰다가 포기하고 창고에 처박는 경우가 있으므로, 주철 식기에 입문하는 사람이라면 시즈닝이 되어 있는 것을 구입하는 것이 좋다.
초반에 무쇠 냄새와 기름 냄새 때문에 거부감이 든다면, 시래기를 물과 함께 넣거나 쌀뜨물을 넣고 30분~1시간 정도 약불로 끓여주면 냄새가 싹 사라진다.
이후에는 식기를 사용한 후 세제 없이[11][12] 물로 씻어서 키친 타올 등으로 물기를 닦아주고, 중~강불에 올려 연기가 날 때까지 가열해주자. 연기가 스멀스멀 올라오면 바로 불을 꺼주자. 만약 세제를 사용해서 설거지를 했다면 아주 얇은 기름막을 둘러주고, 키친타올 등에 묻어나지 않을 때까지 닦아주고, 중~강불에 가열, 연기가 나면 바로 꺼주자.[13] 철제 수세미는 시즈닝에 상처를 내므로, 녹을 제거할 때 외에는 쓰지 않는다. 일반적으로는 스펀지나 대나무솔을 사용한다. 참고로, 뚜껑을 덮어 내부를 밀폐한 상태로 보관하면 습기가 차 녹이 스는 경우가 있으므로, 뚜껑은 덮지 않거나 천을 끼워 보관하는 것이 좋다.
시즈닝 후의 모습이 기름막 같거나 충분히 견고하지 않다면 시즈닝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이다. 시즈닝은 기름을 고열에 노출시켜 지방산이 중합되게 해 표면에 단단한 코팅을 만드는 작업이다. 시즈닝이 제대로 될 경우 식기세척기에도 견딜 정도로 단단한 막이 형성된다. # 화학 구조상 중합이 잘 되어 코팅을 잘 만드는 건성유(drying oil)를 사용하는 것이 권장된다.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건성유로는 아마씨유, 들기름, 호두기름 등이 있다.[14] [15]동물성 기름은 권장하지 않는다.
유명 브랜드로는 롯지(미국), 이와츄(일본), 르크루제(프랑스), 스타우브(프랑스), Krampouz(프랑스, 크레페/와플 틀로 유명), 스켑슐트 (스웨덴)등이 있다.
참고로, 주철식기에서 쇠로 된 손잡이 부분은 가열 1분이 지나면 뜨거워지므로 주의. 키친 글러브 등을 반드시 껴야 한다. 만약 오븐에 넣을 일이 없다면, 손잡이 부분에 마(麻: 삼)끈을 감아 두는 것도 한 방법이다. 2010년대엔 내열 실리콘 고무로 된 스킬렛 손잡이 감싸는 원통형 도구를 파니까, 그걸 쓰면 간단하다.
2. 주철의 종류
철이 으레 그렇듯이 열처리와 다른 원소의 첨가로 성질을 바꿀 수 있다.
2.1. 백주철
주철의 탄소 함량에서 시멘타이트(Fe3C)는 준안정상인데, 시멘타이트가 안정상인 페라이트와 흑연으로 분리되지 않고 그대로 존재하는 주철을 백주철이라고 한다. 이름은 시멘타이트상의 특징인 벽개파괴로 생긴 파단면이 흰색인 데서 유래하였다. 주철의 용탕을 고속으로 냉각하면 백주철이 된다.
2.2. 회주철
준안정상의 시멘타이트가 충분한 시간을 들여 페라이트와 흑연으로 완전히 분리된 것을 의미한다. 미세조직상에 흑연이 관찰된다. 흑연 조직은 플레이크상을 띤다. 이름은 파단 시 플레이크상의 흑연이 다수의 미세 크랙을 만들어 파단면이 회색을 띠는 데서 유래하였다. 백주철에 비해 냉각속도를 늦추면 회주철이 된다.
2.3. 가단주철
백주철에 열처리를 해서 흑연이 구상(球狀)을 띠게 만든 주철. 구상흑연은 벽개파괴의 진행을 방해하므로, 회주철과는 달리 단조가 가능하다.
[1] 사실 작중에서 마징가Z의 재료는 무쇠가 아닌, 초합금이다. 무쇠같이 단단하다는 것으로 비유한 것.[2] 솔+나무가 '소나무'가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ㄹ이 탈락한 경우라고 해석할 수 있다.[3] 멀리 갈 것도 없다. 예로부터 한국에서 쓰던 가마솥도 무쇠로 만든 것.[4] 드물게는 알루미늄이나 스테인레스로 만든 제품들도 있긴 있다.[5] 밀도는 오히려 스테인레스보다 약간 낮다. 상술했지만 무쇠팬이 무거운 것은 그 두께 때문이며, 웍 같은 얇은 팬은 크기 대비 가볍다.[6] 따라서 얇은 후라이팬처럼 돌려서 뒤집기는 어렵다. 전을 부칠 때는 옆벽이 낮은 팬을 쓰면 뒤집개를 쓰기 편하다.[7] 르쿠르제 같은 브랜드는 무쇠 표면에 아예 아예 세라믹이나 에나멜로 코팅을 해서 판다. 이 경우 녹이 슬 염려는 없지만, 더 이상 시즈닝되지도 않는다. 코팅이 벗겨지기 전까진 유리, 법랑 식기나 다를 바 없다.[8] seasoning - 양념한다, 간한다는 뜻도 있다.[9] 불에 달구는 이유는 말리는데도 목적이 있지만, 철을 팽창시켜, 철과 철 사이의 아주 미세한 구멍에도 기름이 들어가게 만들기 위해 가열시킨다.[10] 올리브유는 쓰면 안된다.[11] 세제를 쓰면 시즈닝이 없어지거나 깨지진 않는다. 시즈닝이 제대로 되어있지 않으면 시즈닝이 깨질 수 있다.[12] 냄새가 심하거나, 기름이 과하게 남아있으면 세제를 써도 된다. 다만 '일반적인' 주방 세제만 사용하자. 수산화 나트륨이 포함되어있는 세제를 사용하면 시즈닝이 순식간에 제거될 수 있다.[13] 주철의 특성상, 뜨거워진 상태에서 바로 식힌답시고 차가운 물을 끼얹으면 휘거나 금이 가기 쉽다고 하니, 반드시 충분히 식힌 다음에 씻자.[14] 굳이 저런 기름일 필요는 없고, 식물성 기름이면 된다. 시중에서 더욱 쉽게 구할수 있는 콩기름, 포도씨유, 해바라기유 또한 강한 코팅을 만들 수 있다. 올리브유는 발연점이 너무 낮아 추천하지 않는 종류이다. 가장 중요한 건 얇게 칠하고 태우고. 두 가지만 기억하자.[15] 돼지 기름도 괜찮은 방법이다. 정육점에서 돼지 기름을 구해, 약불에 기름을 내고, 기름이 어느 정도 쌓이면 기름을 전부 따로 담아두고, 키친타올로 팬을 깨끗이 닦아준다. 묻어나지 않을 때까지 닦아준다. 그리고 중~강불 가열, 연기가 나면 꺼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