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술거부권
1. 개요
'''진술거부권'''(陳述拒否權) 또는 '''묵비권'''(默秘權)은 피고인·피의자·증인·감정인 등이 질문 또는 심문에 대하여 진술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2. 상세
모든 국민은 고문을 받지 아니하며,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12조 제2항
피고인이나 피의자가 수사기관의 조사나 공판에 있어 각 심문 시 진술을 거부하는 권리(형사소송법 제244조의3, 제283조의2)를 그 대상자에게 사전에 알려주어야 한다.당신은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당신이 한 발언은 법정에서 불리하게 사용될 수 있습니다. 당신은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으며, 질문을 받을 때 변호인에게 대신 발언하게 할 수 있습니다. 변호인을 선임하지 못할 경우, 국선변호인이 선임될 것입니다. 이 권리가 있음을 인지했습니까?
진술거부권은 강제적인 고문에 의한 자백의 강요를 방지하여 피의자·피고인의 인권을 옹호하려는 취지에서 나온 것이다. 강요에 의하여 받은 자백은 증거 능력이 부정된다.[2] 덕분에 수사관들은 범인이 자백하더라도 물증을 찾으러 지속적으로 수사를 한다.
피고인과 피의자는 '''이익과 불이익을 불문하고''' 진술을 거부할 수 있으며, 성명, 연령, 등록기준지, 주거와 직업 등 본인 확인을 위한 심문의 경우에도 이러한 진술거부가 인정된다. '''진술거부권 행사 자체로 인해 법적 제재를 받거나, 불리한 추정을 받거나 양형상 불이익을 받는 것은 원칙적으로 금지되어 있다.''' 그러나 진술거부권 행사의 범위를 넘어 객관적이고 명백한 증거가 있음에도 진실의 발견을 적극적으로 숨기거나, 법원을 오도하려는 시도에 기인한 때에는 가중적 양형의 조건으로 참작될 수 있다.(대판 2001.3.9, 2001도192)
수사기관은 피의자 및 피고인에게 이러한 권리가 있음을 적극적, 명시적으로 고지할 의무를 진다. 수사기관이 피의자를 신문하면서 진술거부권을 고지하지 않은 경우 그 피의자의 진술은 위법수집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어서, 그 증거 자체뿐만이 아니라 그걸로 얻어낸 '''모든 증거가''' 증거로 사용될 수 없다는 것이 통설이자 판례의 태도다.
다만, 일반적인 생각과는 다르게 '''자백과 무관히 수사 과정에서 독립적으로 얻어낸 증거가 있음이 확실[3] 한데도''' 자백을 거부하고 모르쇠로 뻗대는 것은 오히려 수사 협조 태도 불성실로 양형과정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 그리고 여기서도 수사협조 불성실은 어디까지나 물증이 확실한 특수한 경우이며 이는 다수판례가 증명하나 '''원칙적으로는 진술거부권 행사, 그러니까 자백 거부 자체로는 불이익이 없다.''' 정확히 표현하면 '''진술거부권 행사죄라는 죄목은 없다'''고 해석하면 된다. 수사 협조 태도 불성실로 양형가중 요소가 되는 것(위에서 말한 2001도192에 해당한다.)도 자백거부죄네 뭐네 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
가장 많이 오해되는 피고인의 권리로 진술거부권은 '''긍정도, 부정도 아니다'''. 영화나 드라마상의 법원이나 수사 현장에서 형사의 질문에 피의자가 진술을 거부하면 "이 자식 찔리는 게 있으니까…" 운운하는 방식은 전부 위법하다. 어떤 질문에 대해 진술거부권이 행사되면 '''그 질문은 그냥 처음부터 없었던 거다.''' 아울러 피의자 및 피고인은 모든 진술을 거부할 수도 있고, 일부 진술을 거부할 수도 있다.
정황상 범인임이 뻔히 보이는 사람들이 구사하면 형사들은 물론이고 그 소식 전해들은 사람들까지 복장이 뒤집히게 하는 권리이지만, 이 권리는 근대사회의 시민들이 권력자들을 상대로 죽어라 싸워서 얻어낸 빛나는 권리이다.[4] 명백히 보이는 범인을 보호하는 권리로 비칠 수도 있지만, 진술거부권은 부당한 힘에 대항하여 '''바로 여러분을 보호하는''' 권리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봐도, 말하기 싫은 걸 억지로 말하게 하는 방법이 고문밖에 더 있는가?
미란다 원칙에서도 언급되는 권리 중 맨 앞에 있는 녀석. "당신은 묵비권을 행사할 권리가 있으며…" 그래서 미국 드라마에서는 범인이 잡히면 경찰들이 허구한 날 읊어 주는 단어이다.
미국 드라마와 같은 대중매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경찰이 체포권 행사 시 즉석에서 진술거부권을 고지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과거의 대한민국 형사소송법상으로는 체포 시 변호인 선임과 변명이 가능함만 고지하고 진술거부권은 나중에 피의자 조사실에서 고지해도 되었다. 2019년 2월 12일, 경찰 내부지침 개정으로 경찰이 피의자 검거 시 진술거부권도 고지해야 한다.[5]
중국 형사소송법에서는 2007년까지만 해도 진술거부권이 인정되지 않았다. 형사소송법 제93조에 "범죄 혐의자는 마땅히 자신의 범죄를 사실 그대로 진술하여야 한다"라는 구절을 떡하니 박아놓고, 피해자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 저 법에 근거하여 처벌해 버렸기 때문. 이 조항은 중국 공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2007년 말에야 개정되어서, 현재는 중국법(중국 형사소송법(영문판) 제93조 참조)에서도 진술거부권을 인정"'''은'''"한다. 물론 실제로는 어떨진 아무도 모른다.
그런 관계로 21세기 한국에서는 더 이상 문제가 될 일이 없을 줄 알았지만…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사건에서 피고인 류우성 씨의 동생 유가려 씨에게 상기했던 바처럼 필수적인 일인, 진술거부권과 변호사 접견권 고지를 하지 않아서 독수독과이론의 직격을 맞고 유가려 씨의 모든 증언이 통째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판정이 나왔다. 유가려 씨는 중국 국적을 가지고 있어 진술거부권을 알지 못한 것으로 추정. 그런데 검찰이 고지하지도 않은 것.관련 기사 1관련 기사 2 후에 재판은 계속 진행되었고, 유우성의 무죄가 판정되었다. 후에 이번에는 검찰이 민변이 공안 관련 사건에서 진술거부권을 이용해 진술을 막았다며 변협에 징계를 요청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따라서 21세기 한국 검찰이 이 권리를 인정하는지가 의문[6] . 결국 변협은 헌법상 보장되는 정당한 권리를 변호사가 법적 조언을 한 것이라며 징계를 거부했다.
2020년 11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피의자가 휴대전화의 비밀번호에 진술거부권을 행사할시에 처벌하는 법률을 제정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참여연대와 민변은 비판하는 의견을 내놓았으며, 테러방지법에 필리버스터로 반대하던 추미애의 과거발언과의 모순이 지적되었다.# 인권위는 시민단체로부터 “휴대전화의 비밀번호 진술을 법률을 통해 강제하는 것은 진술거부권,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등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인권위는 추 장관에게 법률 제정 지시를 철회할 것과 재발방지를 위해 인권교육을 받을 것을 권고해 달라”는 진정서를 접수하고 인권침해 조사에 착수하였다.#
음주운전 단속 시 호흡으로 알코올 농도를 측정하는 행위는 '''진술(자백의 일종)이 아니다'''(96헌가11). 부가적으로 명백한 위험을 차단하기 위한 측정행위(2005헌바95)이기도 하다. 신체 현상에 대한 검사이므로 진술거부권의 영역도, 침묵의 자유(표현의 자유에 속한다)도 아니다. 누가 거짓말탐지기를 예시로 들었는데 그건 진술이 수반되니 진술거부권의 영역이지만 혈중알콜농도는 달랑 숫자 데이터만 뽑는 것이므로 진술이 아니기 때문이다. 증거수집은 이렇게 진술거부권과 상관없이 가해자임을 특정할 수 있는 확실한 물적 증거를 수집할 수 있어야하고 이 경우 용의자의 진술 여부와 상관없이 유죄 판결도 충분히 가능하다.
사례별 요약정리
- 문: 언제 현장에 있었나? 답: 잘 모르겠습니다. → 정당한 진술거부권 행사.
- 위 질문에 대해 카드내역이 확인되어 현장에 있었음이 명백하게 증명됨 → 심각한 양형가중요소.[7]
- 위 질문에 대해 카드내역으로 알리바이가 성립됨 → 무혐의 또는 무죄 가능성이 있음. 이런 경우를 보호하고자 피의자에게 진술거부권이 보장되는 것이다.
- 경찰에 체포된 군인이 신분(군인)을 밝히고 헌병대 인계를 요청함 → 정당한 진술거부권 행사.
- 경찰에 체포된 뒤 수사관을 통해 변호인 선임을 요청함 → 정당한 진술거부권 행사.
- 거짓말탐지기 거부 → 정당한 진술거부권 행사.
- 음주운항으로 선박간 충돌을 일으킨 선장에 대한 혈중알콜농도 측정을 거부한 행위 → 진술거부권이 아니며 측정거부죄로 별도 처벌이 가능. 마약검사에 대한 모발측정 거부도 압수수색 영장을 통해 가능하다.[8]
2.1. 미국
미란다 원칙에 따라서 미국도 진술거부권이 인정되지만, 진술거부권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본인의 미란다 원칙을 간결하고 '''확실하게''' 수사관에게 밝혀야 인정된다.[9] 분명하고 확실하게 미란다 원칙을 발동했으면, 그다음부터는 묵비권을 행사해야 한다. 즉, 수사관의 어떠한 질문에도 대답해서는 안 되며, 수사관이 지속적으로 질문할 경우, 모든 질문에 미란다의 원칙을 다시 간결하고 확실하게 언급해야 한다. 만약 미란다의 원칙을 발동하고 나서 수사관의 질문에 대답하면 진술거부권이 무효화됐다고 간주될 여지가 있으며, 수사관과 나눈 대화가 법정에서 불리하게 적용될 수 있다. 또한 미란다 원칙은 언제든지 발동될 수 있기 때문에, 수사관의 질문에 대답했다고 해서 발동을 못하는 것이 아니다. 가령 체포되고 나서 일부 질문에 대답했다고 미란다의 원칙을 발동 못하는 것이 아니다. 수사관은 미란다 원칙이 발동된 순간부터의 묵비권을 인정해야한다.##
ACLU도 어떤 상황에서도 수사관과 경찰의 질문에 대답하지 말고, 어떤 진술서에도 서명하지 말라고 조언하고 있다.
3. 관련 항목
[1] 다만, 이건 미국의 미란다 원칙으로, 대한민국의 미란다 원칙은 이거랑 완전히 다르다. 대한민국의 형사소송법상 미란다 원칙에는 진술거부권이 없다.[2] '자백의 임의성'이라고 한다. 자세한 내용은 자백 문서 참고.[3] DNA 검출로 10년 전 성폭행이 발각된 경우 등이 이에 해당한다.[4] 극단적인 예시로 정황상 확실하다고 생각했는데 모두 그의 특징을 알고 있던 누군가가 수사방향을 돌리려고 DNA같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을 최대한 은폐, 그 외의 증거들을 조작해서 범인으로 만드는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하는가의 문제가 있다.[5] 다만 어디까지나 경찰 내부지침만 개정된 것이지 형사소송법이 개정된 건 아니기에 설사 진술거부권을 고지하지 않고 체포했다고 해도 그 체포가 위법해지는 건 아니다.[6] 진지하게 물론 이건 비꼬는 표현이고 현실적으로 검찰은 진술거부권을 인정해야 하고, 이런 행동을 한 것 자체가 검찰총장 탄핵의 사유가 될 수 있을 정도의 불법 행위이다(국회는 검찰총장에 대한 탄핵소추권이 있다. 국회의원 1/2가 동의해야 한다.).[7] 정봉주가 이렇게 대응했다가 완전히 인생을 말아먹었다.[8] 물론 압수수색 영장이 있더라도 강렬하게 저항하지 않는 한 강제로 모발을 뽑아서는 안 된다.[9] 보통 "I am going to remain silent. I would like to have a lawyer"라고 부르는 것이 가장 합법적이라는 조언이 있다. 너무 장황하게 말하면 중요한 부분을 빼먹을 수 있고, I'm taking fifth도 수사관/법원에 따라서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Should I talk to lawyer?" 같이 어중간한 질문과 "maybe I should talk to a lawyer" 같이 어중간한 문장은 미란다 원칙 발동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수사관한테 '''분명하고 확실하게''' 미란다 원칙을 발동한다 말하고 그 뒤로는 수사관의 어떠한 질문이나 발언에도 "I am going to remain silent. I would like to have a lawyer"라고만 대답하거나 묵비권을 행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