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대본

 


1. 개념
2. 발생원인
3. 문제점
3.1. 사례
4. 장점
4.1. 잘 만든 쪽대본 드라마들
5. 사전제작은 좋은 대안인가?
6. 영화
7. 같이 보기


1. 개념


한국 드라마계에 널리 퍼져 있는 암적인 존재. 말 그대로 달랑 한두 쪽짜리인 대본. 방송 촬영 이전에 대본을 제대로 만들어두지 않고, 촬영 직전에 바로바로 이번에 찍을 만큼만 바로바로 만들어 때우는 것을 말한다. 이는 한국 드라마 촬영이 스케줄과 높으신 분들의 입김에 쫓겨가며 거의 생방송으로 찍어대는지라 작가팀의 대본 집필 속도가 촬영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씬 하나분 대본을 그때그때 찔끔찔끔 만들어내는 것을 말한다.
다만 꼭 드라마뿐 아니라 대본이 존재하는 방송이라면 어디든 존재할 수 있다. 특히 뉴스. "야당은... 나쁘다고 말했습니다."같은 아나운서들의 방송사고성 애드립 상당수가 원고 다음장이 없는 상황에서 발생한다.[1] 그 원인이야 여러가지겠지만. 드라마가 아니더라도 창작물의 스토리가 너무 뻔하거나 문제가 심각하거나 하는 경우 쪽대본이라며 조롱받기도 한다. 다만 애니메이션의 경우엔 각본을 토대로 수천 수만장의 그림을 그려야 하기 때문에 얘기가 좀 다르지만 말이다.

2. 발생원인


가장 큰 이유는 다름아닌 한국 드라마의 '''길이'''다. 대부분 60분 기준으로 방영되며, 심지어 조금씩 늘어나다가 케이블 드라마는 100분에 가깝게 편성되기도 한다. 거기에 '''한 주에 두 번 방영이다'''. 보통 40분 편성에, 일 주일에 일 회 방송이고, 심심찮게 휴방을 때려버리기까지 하는 미드와 비교해보면, 60분 기준이라 쳐도 1주일에 120분, 즉 미드 세 편 분량을 만들어내야 하는 것이다. 이 중 응답하라 1988 18회는 기념비적으로 무려 '''112분''' 편성이었다. 거기에 월화-수목-금토와 같이 방영 요일도 다닥다닥 붙어있으니, 작가는 쪽대본을 써대고 배우는 방영기간 내내 집에 들어가지 못하며, 촬영팀은 팀을 두셋으로 나눠 하루종일 촬영을 돌리고 후반작업을 해야 하는 크런치 모드가 한국 드라마 현장의 디폴트 값이다. 근로기준법 씹어먹는 노동착취는 덤이다.
제작환경 역시 한몫한다. 원래 방송국 자체제작이던 시절에는 적어도 6개월 전에 촬영에 들어가 미리 대본도 나오고 촬영도 여유롭게 진행할 수 있었지만[2][3] 외주제작이 주류를 이루는 요즘 같은 시기에는 위의 이유로 작가들의 입장만 뭐라 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되었다.
어느 정도 입지가 된다면 미리 몇 편 정도 대본을 준비한 드라마를 제작제안을 하거나, 하다못해 미리 세부플롯이라도 잡아놓을 수 있을텐데, 대부분은 제작이 확정되고 작업에 들어가야 겨우 대본 집필이 가능해지고 만약 미리 대본을 써 놓는다 해도 높으신 분들의 압력으로 이미 써 놓은 대본을 갈아엎거나 수정해야 하는 경우도 왕왕 발생하는지라, 만약 최종화까지 완성해놓았는데 중간에 스토리가 엎어지면 뒷부분 대본은 기껏 써놓고 그대로 휴지조각이 되어버릴 것이다. 이에 관련해 드라마 작가계의 대모인 김수현은 작가가 6회분 분량만 미리 집필해 주면 훨씬 더 수월하게 제작할 수 있고, 작가로서 배우나 스텝들에게 이 정도 예의는 갖춰야 한다는 요지의 글을 남긴 바 있다.

3. 문제점


언젠가부터는 그 자리에서 스마트폰 텍스트로 대본을 보내는 만행을 저지르는 작가들도 있는 모양. 이게 애니메이션이라면 뱅크신으로 어찌어찌 땜질이라도 하겠지만, 실사 인물들이 나오는 드라마는 편집에도 한계가 있고, 시청자가 보는 것과 달리 촬영은 작중 스토리진행 순서대로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쪽대본을 하다보면 배우들은 드라마 내용도 이해하지 못하고, 찍고 있는 게 무슨 상황인지 이해하지 못한 채 연기를 해야 하는 게 된다. 그래서 현장에선 쪽대본으로 촬영하는 게 여간 곤욕이 아니라는 듯. 일단 현장에서 급하게 대사를 외워야 하는 데다가 해당 씬이 왜 나오게 된 건지, 등장인물들이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배우들이 이해할 수가 없기 때문에 본의 아니게 발연기를 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고 있다.
드라마에 간접광고가 나오는 게 가능해지면서부터는, PPL이 처음부터 정해져 있는 게 아니라 시청률이 높아지면 여기저기 더 받고, 여러 광고주가 자기 제품이 나오게 할 것을 요구하면서 결국은 예전에 써놓은 대본에 부득이하게 손을 댈 수밖에 없게 된다. 대본에 없던 PPL 상품이 갑자기 등장하는 것만으로 연출이나 극의 환경 등등에 다 영향을 주기 때문에 고치지 않고는 극의 진행이 자연스럽게 될 수가 없다. http://star.mbn.co.kr/view.php?no=548826&year=2015
또한 스토리가 일관적이지 않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작품의 몰입성, 완성도 및 예술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3.1. 사례


한예슬스파이 명월 촬영 펑크 사건에도 쪽대본이 한 몫 거들고 있다는 소문이 있다. 물론, 작가 본인은 '책대본'을 미리 넘겼다고 하는데, 종영 때까지 미친듯이 산으로 달린 드라마 전개를 보면 그다지 신빙성은 없다. 만약에 정말 책대본으로 이런 줄거리를 만든 거라면, 그거야말로 작가 자격이 없다.
2015년 말 응답하라 1988에서 쪽대본 사태가 또 터졌다. 자세한 것은 해당 문서를 참조할 것.

4. 장점


다만, 쪽대본만의 장점 역시 존재한다.
가장 큰 장점은 '''시청자의 반응(시청률)을 실시간으로 반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시청자 반응에 따라 조연급이었던 캐릭터가 주연으로 바뀌거나 그 반대의 상황도 발생하고, 또 파리의 연인처럼 너무 시청자 반응에 신경쓰다가 마지막화에서 망한 경우도 없지 않지만, 대중예술로서 소비자들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은 대단히 큰 장점이 되기도 한다.
드라마는 많은 인력과 자본이 투입되는 상업예술이기 때문에, 작가주의가 가장 좋을 거 같이 느껴지지만 의외로 언제나 그렇지는 않고 문제는 결국 균형을 잡는 것이다.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창작자들의 자유로운 창작을 보장해 주었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들이 하나같이 평도 별로인 데다가 수익성도 바닥인 것이 좋은 예시가 된다. 한국 드라마는 막장에 클리셰 범벅에 사랑타령이라며 욕을 먹기도 하고 또 이것이 사실임은 부인할 수 없지만, 고객(시청자와 광고주) 측면에서는 '''고객 중심'''을 구현해낸 괜찮은 모델일 가능성도 있다. 어디까지나 잘 만들어야 한다는 전제가 있지만.
비슷한 맥락에서 드라마가 생방송급으로 제작되다 보면 해당 시기의 "시사, 풍자"를 드라마 안에 바로바로 담을 수 있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사태 당시 각종 사극에서 "탄핵"이란 단어가 널리 쓰였던 사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당시 오방낭에 천지의 기운 운운했던 것이 그 사례다.

4.1. 잘 만든 쪽대본 드라마들


쪽대본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드라마는 결국 스토리가 엉클어진다는 여태까지의 통념과 달리 유령추적자 더 체이서는 상당한 호평을 받았다. 시청자들은 드라마가 끝나기 직전까지 쪽대본인 걸 대부분 모르다가 통수를 강하게 맞았다. 유령 같은 경우는 추리물의 플롯을 따르기 때문에 이야기의 짜임이 흐트러지면 딱 봐도 망할 것이 분명해보였고, 추적자의 경우도 각 인물들의 입장과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었고 그들의 대사, 연출이 상당한 수준이었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이 두 개의 작품이 설마 쪽대본일 줄은 몰랐다. 덕분에 "한국의 드라마 환경이 여의치 않아 쪽대본을 쓰게 된다. → 내용의 부실은 어쩔 수 없다." 라는 일부 방송계의 핑계거리가 조금 희석된 셈. 다만, 유령과 추적자는 극의 방향성이 흐트러지지 않으면서 시청률 외압이 적은 특이 케이스였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견해가 많다. 대부분 쪽대본이 문제가 되어 스토리가 어긋나는 경우가 갑작스런 사랑타령인 경우가 많은데 위 두 작품의 경우 월화, 수목극임에도 드물게 시청자들이 사랑타령으로 안빠지고 극에 몰입했기 때문에 작가가 집중해서 집필할 수 있었다는 시각.
특히 추적자의 경우 쪽대본이지만, 쪽대본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분량이 많아서 작가 본인도 과로로 끙끙 앓아눕고, 배우들도 촬영을 얼마 남기지 않은 상태에서 매 화 대본을 받았는데 이게 분량이 어마어마해서 애로사항이 있었다고 한다. 특히 류승수박근형, 김상중이 맡은 역할은 셋다 말을 '''엄청나게 잘하고 말도 많은''' 캐릭터여서 배우들이 대사를 외우기 버거워 했다는 후문이 있다. 박근형은 작가에게 싸닥션을 날릴거라고 벼르다가 종방연에 자신의 '''입술'''로 쪽대본을 남발한 작가에게 싸닥션을 날려주었다.

5. 사전제작은 좋은 대안인가?


그러니까 한국도 사전 제작제로 좀 바꾸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어쩌다 사전제작이 된 추노 초반부 같은 부분을 예시로들 많이 든다. 너무 쪼들리지 않기 위해 반 정도만 사전제작을 하기도 하는데, 이 경우도 사전 제작분 바닥나자마자 갑자기 확 맛이 가버리는 경우가 대부분.[4] 이런 이유는 드라마든 뭐든 일단 '돈'이 돼야 만들기 때문에 사전제작 다 해놓고 시청률 꽝 나오면 어쩔거야? 라는 높으신 분들과 광고주의 압박 때문. 그래서 일단 대본 초안을 만들어 놓고 시청률 확인해가며 수시로 방향 바꿔가면서 쪽대본으로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면 어떤 조연이 나오는 장면의 시청률이 높으면 그 다음부터는 주연은 뒷전으로 하고 그 조연이 자주 화면에 비치게 할 것을 요구한다. 덕분에 자기네들 드라마의 실패 원인을 사전 제작 탓으로 돌리는 황당한 경우도 생겨난다.
2015년 들어 쪽대본 대신 사전제작이 다시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표현의 자유도가 낮고 검열이 심한 중국에서는 2015년 4월부터 중국에서 드라마를 방영하려면 대략 방영 60일 전 작품 전편을 심의 신청해야 하게 못박아놨기 때문에, 중국시장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앞으로 한국 드라마에서 쪽대본이 사라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기존처럼 쪽대본으로 드라마를 만들면, 중국에 동시방영을 할 수 없고, 그 결과 한국에서 먼저 방영하고 중국에 늦게 방영된다면, 볼 사람들은 미리 불법영상으로 보기 때문에 제값을 받을 수가 없게 된다. 중국의 사전 심의가 한국 드라마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개선하는, 생각해보면 좀 웃기는 결과로 돌아온 것이다. # 이 때문에 2016년 들어 태양의 후예, 함부로 애틋하게, 화랑(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 달의 연인 - 보보경심 려 등 사전제작 드라마들이 많이 생겨났다. 예를 들면 중국시장을 겨냥한 드라마 달의 연인 - 보보경심 려는 아예 드라마 전체를 사전제작하기로 하였고, 여름에 방영이 시작되기로 예정되었지만 2016년 초부터 촬영에 들어갔다.
그런데 문제는 사전제작, 그것도 100억이 넘는 거금이 투입된 함부로 애틋하게와 보보경심 려가 쪽대본 못지않은 수준낮은 각본을 자랑하며 흥행과 평가 양면에서 부진했다는 것.[5] 시간과 돈이 충분했음에도 각본이 망이라면 답이 없다.
결론적으로 여기 언급된 사전제작 드라마중에 제대로 대박친 태양의 후예를 제외한 나머지 드라마들은 국내 시청률 기준으로는 전부 망했다. 그나마 보보경심 려는 외국에서는 호응이 있었다.

6. 영화


드라마 업계에서만 쓸것 같지만 영화에서 쓰는 경우가 꽤 있다. 다만 주류 영화계에서 보편적으로 쓰는 방식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홍상수 감독의 작품들이 대개 각본을 미리 쓰지 않는다. 대략적인 줄기는 정해져 있으나 아예 제작 컨셉 자체가 다르다는 말.[6] 극 촬영도 로케이션 스케쥴이 아닌 극중 전개에 맞춰서 촬영하기로 유명하다. 다만 현장의 분위기를 면밀히 반영하고 배우와의 긴밀한 협의를 거쳐서 영화가 만들어져서 오히려 배우들이 같이 작업하고 싶어한다. 이런 방식이 배우에게 많이 도움을 주는 듯.
이런 식으로 작업하는 감독들이 의외로 있는 편이다. 누벨바그 감독인 자크 리베트가 대표적인데, 대표작인 셀린느와 줄리 배타러 가다는 주연 배우 둘과 감독이 직접 그날치 각본을 쓰는 방식으로 진행해 감독조차도 어떻게 결말이 날지 전혀 몰랐다고 한다. 이전에 리베트는 드니 디드로의 수녀를 만들면서 연극을 먼저 올리고 영화를 만드는 방식으로 영화 제작을 시도했는데 과정이 매우 지루해서, 이후 이런 실험을 자주 벌였다고 한다. 출처 후기로 갈수록 완성된 각본으로도 영화를 만들긴 했지만, 리베트 영화가 분량이 긴 이유도 이런 즉흥적인 제작 방식의 영향이 크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로마 역시 쪽대본으로 찍은 영화다.

7. 같이 보기


[1] 이계진 아나운서의 책에서 처음 나온 내용으로 이런 에피소드가 한 두 번일이 아닌지 전현무도 말했었다. 대체로 어느 당이 야당이 되건 여당의 정책에 호의적이진 않으니 야당의 반응을 말하는 대본이 없어 그리 말했다고(...)[2] 물론 당시에는 채널이 몇개 없었던 시절인데다가 서울올림픽을 전후해 광고수요가 폭증하면서 90년대 중반까지 웬만한 프로그램들은 광고가 완전판매되었기 때문인 영향도 있었다. 물론 그 시기라고 해서 막장드라마가 없었냐면 그런 건 아니었지만(...).[3] 당시에도 쪽대본은 존재했었고, 작가도 쪽대본으로 옛날부터 유명한 작가다. 다만 이런 경우에는 카메라가 2대가 투입되어 촬영시간이 압도적으로 짧았다.[4] 다만 추노는 사전 제작 분량 이후에도 퀄리티는 그런데로 괜찮은 편이었다. 사전제작 된 부분이 워낙 넘사벽 퀄리티라 상대적으로 떨어져 보였을 뿐.[5] 2016년 9월 6일 당시 보보경심 려는 4화까지밖에 방영을 안 했으나 동시간대에 방영하는 구르미 그린 달빛(드라마)에 비해 압도적으로 시청률이 밀리며 사실상 폭망을 예약한 상태였다.[6] 극초기엔 전문 시나리오 작가가 참가하기도 했으나, 전원사 설립 이후로 쪽대본 스타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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