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김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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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통영시의 옛 지명이었던 충무에서 유래한 김밥의 한 종류.
2. 상세
손가락 굵기의 아무 속 없는 김밥과 깍두기, 정확히는 '섞박지'라 부르는 크게 썬 무김치[1] 와 오징어 어묵 볶음, 또는 무침이라는 김밥이라기 보다는 주먹밥에 가까울 정도로 매우 간단한 구성을 자랑한다.
일반 김밥과 다른 점은 조리법뿐만 아니라 먹는 법에도 있는데 '''젓가락이 아닌 기다란 이쑤시개 같은 나무 꼬치로 꽂아서 먹는다.''' 실제 충무김밥의 원형이라 할 수 있는 옛날 통영항을 거쳐가는 연안 여객선 내에서 팔던 충무김밥의 경우 지금과 같은 도시락 형태가 아니라 이 김밥과 반찬들을 꼬치와 같은 형태로 꽂아 넣고 팔던 것이라고 한다. 당시에 1회용 용기 자체가 귀하던 시절이기도 하고, 대도시도 아닌 지방에서 구하기란 더더욱 쉽지 않았다. 충무김밥이 일반 김밥과 달리 김밥 속이 없는 맨김밥인 데다 옆구리 폭이 상당히 넓으면서 지름은 작은 형태다 보니 꼬치로 쑤셔도 터질 가능성이 현저히 적고, 반찬으로 나오는 것들도 꼬치로 잘 꽂아지는 속성이 있어 이런 구성이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물론 통영 원조 식당에 가서 먹는 경우 수저가 비치되어 있긴 한데, 충무김밥 주문 시에 이 기다란 이쑤시개 같은 꼬치는 식당에서 먹어도 기본적으로 주고 실제 사람들도 웬만하면 꼬치로 먹는다.
충무의 별미로만 알려진 지역색이 강했던 충무김밥이 전국구 음식으로 명성을 떨치게 된 건 1981년 어용 관제 축제였던 국풍81에서 선보인 뒤부터다. 소위 뚱보 할머니라 불리던 어두이(魚斗伊, 당시 63세)씨를 데려와서 천막김밥집을 차려놓고 선보였는데 700인분이 3시간도 안 걸려서 다 팔렸다고 한다. 당시에는 양념 잘 바른 꼴뚜기와 우렁쉥이를 꼬지에 끼워 김밥과 함께 제공했다고 한다. 이후 서울 명동 충무김밥은 대단한 인기를 끌면서 명동의 랜드마크나 다름없는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후로 한동안 잠잠했지만 1박 2일[2] 을 비롯한 각종 프로그램에서 떠들기 시작하면서 다시 한 번 인기가 급부상했다. 꿀빵과 함께 통영에 가면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음식. 그런데 과거에는 저렴한 가격에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서민음식이었는데 요즘은 딱히 양이 많은 것도 아니고 별 특별한 맛도 없으면서 가격은 비싼 음식의 대명사가 되어버렸다. 2019년 4월 기준 어묵이 들어있는 일반충무김밥은 5,500원이고 꼴뚜기와 홍합이 추가된 특별충무김밥은 7,000원이다. 성인남자 기준 2인분은 먹어야 든든한 양이므로 실질적으로는 1인분에 만 원이 넘는 가격이 되어버렸다. 덕분에 후술될 창렬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음식이기도 하다.
호불호가 꽤 갈리는 음식이다. 맵고 짠 반찬이 메인인 주객전도형 구성으로, 자극적인 맛을 좋아한다면 김에 들어간 밥이 적절히 매운 맛을 완화해 주겠지만 그렇지 않은 취향이라면 전혀 입에 맞지 않는 음식이다. 또한 반찬에 오징어가 꼭 포함되므로 해산물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어울리지 않는다. 때문에 단체 식사로 무난한 일반 김밥과는 달리, 충무김밥은 사전 합의 없이 단체 메뉴로 정하지 않는 게 좋다.
3. 유래
충무김밥의 탄생은 크게 2가지 설로 나뉜다.
먼저 1945년 광복 이후 남편이 바다에서 물고기를 잡느라 제 때 식사하기 어려워하는 것을 보고 아내가 간편한 김밥을 만들어 줬다는 것이다. 옛날에 바다로 나가던 사람들이 끼니 해결용으로 대개 김밥을 싸 가지고 나갔는데, 뱃일은 원래 하루를 꼬박 잡아먹는 데다가 밥 먹는 시간이 정확하지 않기 마련이라 점심 시간을 한참 넘겨서 먹는 일도 잦았다. 당시 고깃배에는 마땅한 냉장시설이 없었기 때문에 김밥이 쉽게 상해 버리는 문제가 있었다. 이름 모를 누군가가 만들었다는 이야기도 있고 해변가에서 김밥을 팔던 한 할머니가[3] 이것에 대해 고민하다가 김에 밥만 싸는 구성을 생각해 냈고, 그것만 먹으면 밍밍하니까 거기에 잘 안 상하는 반쯤 삭힌 꼴뚜기무침과 무김치를 따로 싸서 팔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또 한 가지는 통영은 해상 뱃길의 중심지였기 때문에 통영여객선터미널(현 문화마당, 뱃머리라고도 불림)에는 사람들의 왕래가 잦아 이들을 상대로 주전부리를 파는 행상들이 많았다. 따뜻한 남쪽 날씨로 인해 상하기 쉬운 김밥을 밥과 반찬을 분리해서 팔았다는 설이다.
어쨌거나 일반 김밥과는 다른 별미로 취급되어서 퍼져나가게 되었다.
덕분에 통영의 강구안~여객선 터미널 구간의 해변도로에는 1960~80년 전통, 3대 등의 이름을 단 원조 골목이 형성되어 있다. 물론 저 연 단위는 10년을 채우지 않은 채 10년씩 올라가기 일쑤. 심지어 신장 개업하는 곳도 원조라고 써놓는다(...). 대부분의 간판에는 할머니 사진이 있는데, 기원 속에 나오는 김밥 파는 할머니가 그 할머니라고 하는 모양이다.
다른 음식들도 어디가 원조인지는 정확하진 않지만 충무김밥은 유난히 원조 논란이 거센 음식 중 하나인데 한일[4] , 통영할매, 그리고 뚱보할매 세 곳 모두 사실상 원조라고 보면 된다. 본래 할머니 셋이 협업하여 강구안 여객터미널에서 충무김밥집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강구안 여객터미널이 폐쇄, 광장으로 바뀌며 셋이 각각 가게를 차리게 됐다.
과거 본고장 통영에서 사면 밥 양만큼 무김치를 주고, 또 밥 양만큼 오징어 어묵 무침을 줬다. 그러니까 밥 양의 2배로 반찬을 줬다는 소리. 덕분에 무김치와 오징어 어묵 무침은 반찬통에 넣고 몇 번은 더 먹을 양이 됐었는데, 지금은 본고장에서 사도 거의 딱 맞을 정도거나 약간 모자라는 정도다.[5]
게다가 시래기 국물도 나오는데 국물과 같이 먹는 충무김밥은 정말 맛있다. 다만 이건 취향이 좀 갈리는 데다가 시래깃국 자체가 가게마다 맛이 조금씩 다른 경우가 있는데, 무침은 한일이, 시래깃국은 통영할매가 더 잘한다. 원래 만드는 걸 분담했을 때 그렇게 했다고.
통영 지역 충무김밥집이나 일반 식당에서는 아침밥으로 시래기 해장국을 파는데 밑반찬으로 오징어 무침과 깍두기가 나온다. 아침과 점심을 사실상 같은 메뉴를 판다는 이야기.
4. 창렬함의 상징
인터넷상에서 창렬 음식을 꼽을 때 빠지지 않는 대표주자다. 그나마 같이 창렬 음식 후보로 많이들 꼽히는 족발이나 아구찜 같은 경우에는 충무김밥이랑 비교하기도 민망한 게, 저 조리법이 복잡하거나 재료가 비싸든가 하는 등, 두 음식은 가정에서 만들기 힘들다는 변명이라도 있는데 충무김밥은 그냥 '''밥에다 김 싸서 오징어 볶음이나 깍두기에 같이 먹는 것 뿐'''이다. 최소한의 요리실력조차도 필요없고 집에서도 해먹을 수 있는 쉬운 음식이면서 재료도 딱히 구하기 힘든 것도 아닌 흔하고 값싼 재료에 특별한 맛도 없으며 양이 굉장히 적다. '''그런 주제에 양에 비해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는다.'''
이 음식이 '''김밥'''이라는 이름을 붙인 탓에, 구성하는 식재가 김과 밥 외엔 같은 게 없음에도 하필이면 값싸게 먹을 수 있는 한국형 패스트푸드인 김밥과 같은 선상에 놓이기 때문에 더더욱 비교된다. 충무김밥 1인분 가격이면 일반김밥 2~3줄을 살 수 있기 때문. 2020년 기준 일반김밥이 2000~3000원 선인데, 충무김밥은 1인분에 6,000~6,500원선인데 딸랑 꼬마김밥 8개 남짓 나온다. 그리고 명동에선 2019년부턴 9000원을 받는다. 심지어 요즘은 오징어 가격이 비싸다고 오징어 대신 어묵 볶음이나 일미포무침을 주는 양심리스한 업체들도 있으니.... 하다못해 김치도 국내산은 아닐지언정 중국산도 아니고 심지어 동남아산 김치를 주는 곳도 있다.
이를 SBS 뉴스는 "일반 김밥은 길게 한번 말지만 충무김밥은 따로 싸기 때문에 같은 길이를 싸더라도 8배는 힘들다. 고로 인건비가 들어가있으며 충무김밥의 브랜드 가치도 고려해야만 한다."라는 아리송한 취재결과를 내놓았는데 당연히 사람들의 반응은 싸늘한 편. 사실 결론은 맨 뒤에 있는, '너가 안 사먹어도 이런 가격에도 찾는 사람있으니 배짱장사 한다'는 거로 정의된다. '''사먹는 사람이 있으니 저 가격을 유지한다.'''
저 취재 결과대로 일반 김밥과 비교해봐도 들어가는 재료의 양과 가격, 그리고 만드는 노력을 종합적으로 비교해보면 사실상 일반 김밥이 충무김밥보다 힘들면 힘들었지 폄하될 이유가 전혀 없다. 김밥 항목에도 잘 설명되어 있지만 김밥은 일반적인 김밥은 아무리 기본적인 것이라도 속재료가 4~5가지는 들어가기 때문에 말아서 썰어내는 난이도가 기본적으로 높으며, 까딱 잘못하면 옆구리가 터져서 버려야하기 마련. 또한 속에 들어갈 계란, 햄, 단무지, 시금치, 당근, 맛살 등은 충무김밥의 반찬처럼 한 번에 우르르 장만했다가 보관해도 되는 것이 아니라 그날그날 장사하기 전에 새벽부터 종류별로 따로 손질하고 볶고 지져내 준비하는 것이 기본이라 손이 배는 많이 간다. 그나마 보존성이 높은게 단무지, 시금치 정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 김밥이 저렴한 것은 짜장면에 필적하는 국민 패스트푸드이자 분식으로서, 소비자물가지수의 관리 대상이 될 정도로 많이 팔리는 대중식이기에 가격이 어느 정도 하한선 근처에 묶일 수밖에 없다.
반면 충무김밥의 경우 본체인 김밥은 간을 하지도 않고 속재료가 들어가지도 않기 때문에 그야말로 어린애도 쌀 수 있는 수준의 난이도이고, 길게 말아 썰어내지 않고 일일이 하나하나 만다지만 '''이 작업을 아주 잘 해주는 기계가 진작에 나와 있다.'''[6] 곁들이로 내놓는 오징어무침과 석박지는 한 번에 대량 조리도 가능하고 보존 기간도 일정하게 길며, 아예 외주화도 가능한 메뉴이다. 일반 김밥집이 꼭두새벽부터 나와 속재료 손질하고 볶고 지지고 있을때 충무김밥집은 그냥 출근해서 냉장고 열고 오징어 무침 꺼내면 준비완료. 즉 준비 난이도와 원가를 고려할 때 일반 김밥에 비해 월등히 마진이 많이 남고 있는 것이다. 결정적으로 충무김밥과 완전히 같은 사이즈에 속재료가 두세가지는 들어가는, 즉 오히려 수고가 더 들어가는 꼬마김밥이 2020년 현재 서울의 분식집에서 개당 5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팔리고 있다. 이제 소비자들에게 남겨진 설명은 '''브랜드 가치''' 하나뿐인데, 저런 단순하고 자동화가 가능한 음식의 어디에서 브랜드 가치를 찾아야 하는지는 다소 의문이다.
물론 충무김밥은 누구나 한 번쯤 들어 보았고 접해 보았을 만큼 유명한 고장 명물이고, 아무 맛이 없는 김밥에 섞박지와 오징어무침을 곁들이는 조합은 분명 독특한 중독성이 있다. 정말 아무 맛도 없는 식품이라면 저런 배짱 장사를 하기도 전에 망해버렸을 것이고, 국풍 축제 당시 초청받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대중들의 입맛도 변하고 눈높이도 높아지는 시대에, 충무김밥은 나름대로의 진화를 모색하는 대신 '''양은 줄이고, 가격은 올리는 막나가는 배째라 전략'''을 선보이고 있다는 것이 문제로 지적된다.
일부 통영 사람들은 통영이 아닌 다른 휴게소 등에서 먹는 충무김밥은 훨씬 양이 적고 무침의 맛이 약한 편이라고 느낀다지만, 충무김밥에서 차별화할 것이라고는 음식의 양과 사소한 조리법밖에 없다. 순전히 느낌의 차이일 뿐.
[1] 통영 이외의 지역에서는 그냥 깍두기를 잘게 썰어서 곁들이기도 한다.[2] 일반 충무김밥과 고추냉이가 들어간 충무김밥 복불복으로 일반은 요트, 고추냉이는 통통배를 타고 섬으로 향했다. 맨 처음 시도한 이수근, 김종민, 지상렬이 걸린 건 덤.[3] 정확히는 세 명이 장사를 같이 했다. 이게 뒤에 설명되는 난립의 원인 중 하나.[4] 무전점의 경우 한일김밥에서 근처에 한일식당이 있는데 거기는 전혀 다른 김치찌개 파는 집이다. 헷갈리지 말자.[5] 13년만에 가서 먹어본 결과 양은 30%정도 줄고 가격은 2.2배로 올라갔다. 대충 짜장면보다 충무김밥이 전에는 더 싸고 양이 많았는데 지금은 짜장면보다 충무김밥이 더 비싸고 양이 적다.[6] 규모가 작은 업장에서는 기계를 도입하지 않는 편인데, 기계 가격도 있겠지만 '''기계 없어도 일반 식당 정도의 물량 소화에 어려움이 별로 없기 때문에''' 도입에 소극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