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잔 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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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1437년부터 1552년까지 볼가 강 유역 오늘날의 카잔과 타타르스탄을 중심으로 한 칸국이었다. 킵차크 칸국의 계승국들 중 하나이다.
볼가 강 수운을 이용하여 모스크바 공국과 아스트라한 칸국을 연결하는 중개 무역으로 상업이 번창했으며, 과거 이 지역에 위치한 불가르 칸국처럼 반농반목 경제였다.
2. 상세
카잔 칸국은 킵차크 칸국의 칸이었던 울루그 무한마드(Oluğ Möxämmäd)에 의해 1438년 건국되었다. 울루그 무한마드는 칭기즈 칸의 후손으로, 사이드 아메드에게 쫓겨나자 동쪽으로 도주하여, 1438년 카잔을 수도로 국가를 건국하였다. 울루그 칸은 이웃한 모스크바 공국을 복속시키고 울루그 칸 자신의 자식인 카심 칸이 1445년에 건국한 카심 칸국을 통해 통치하였다.
울루그 칸 이후 그의 자식인 마프무데크(Мәхмүт)가 즉위하여 칸국의 기반을 다지는 데 힘썼다. 마프무데크의 뒤를 이어 즉위한 이브라힘(Ибраһим)은 모스크바 공국과의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면서 일부 영토를 병합하였다. 이 시기 카잔 칸국은 강성했으나 킵차크 칸국의 후계국가로써 갖춰야 할 국력을 갖추지는 못했다. 게다가 이브라힘의 뒤를 이어 그의 아들들인 알함(İlham)과 무한마드 에민(Möxämmät-Ämin) 사이에 제위 계승 분쟁이 일어나면서 국력은 날이 갈수록 줄어들었다.
그리고 이 틈을 이용하여 모스크바 공국은 몽골-타타르로부터 독립을 추진하였다. 1480년 킵차크 칸국이 완전히 붕괴하자 모스크바 공국의 이반 3세는 몽골-타타르로부터 독립을 선언하였다. 그리고 1487년 카잔 칸국을 침공하여 알함과의 제위 계승에서 패배한 무한마드 에민을 카잔 칸국의 칸으로 옹립하였다. 그리고 카잔 칸국에 대한 모스크바의 영향력을 확대하였다.
1506년, 무한마드 에민은 모스크바 공국의 간섭에서 벗어나기 위해 모스크바의 군대와 전투하여 그 세력을 일시적으로 몰아내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모스크바의 위협은 여전하였고, 1521년 카잔 칸국이 크림 칸국의 영향력 하에 놓이자 카잔과 모스크바 두 국가의 관계는 다시 험악해졌다.
1518년 무한마드 에민이 자식을 남기지 않고 죽고, 이로써 울루그 무한마드의 가계는 단절되었다. 그리고 토카 테무르의 후손들이 카잔 칸의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1530년대부터 모스크바 공국은 매번 카잔 칸국을 침범하였다. 이 시기 카잔 칸국은 또 다시 제위 분쟁을 겪고 있었고, 이를 감지한 모스크바 대공 이반 4세는 카잔 칸국을 병합하기로 결심한다. 이반 4세는 카잔 칸국을 대대적으로 침공하였고 1552년 10월 2일, 카잔 칸국이 함락되어 모스크바 공국으로 흡수되었다. 이후 카잔 칸국의 제위는 모스크바 공국이 차지하게 된다.
3. 영향
카잔 칸국이 멸망하여 러시아에 흡수된 1552년은 루스 차르국의 역사에 있어서 중요한 분기점으로 여겨지는 편. 루스인들이 몽골 제국을 몰아낸 이후 슬라브족 이외의 여러 타 민족(무슬림 튀르크)을 지배하는 첫 번째 시기가 바로 이 즈음이었다. 러시아는 키예프 공국 멸망 이후 중단되었던 중앙아시아 무역을 볼가 강의 카잔 칸국과 아스트라한 칸국을 손아귀에 넣음으로써 다시 직접 시작할 수 있게 되었고 이에 러시아는 다민족-다종교 사회가 되었다. 모스크바 공국은 카잔 칸국을 정복하고 그 지배 계층을 흡수함으로써 루스 차르국으로 거듭났다.
카잔 칸국의 볼가 타타르족과 바시키르인들은 기마술이 뛰어났기 때문에, 러시아 제국에서 경기병으로 활약하면서 많은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었다. 무슬림이었던 이들은 중앙아시아의 무슬림 상인들과 거래하면서 많은 이익을 보았고, 많은 타타르인들이 러시아인 평균보다 더 높은 교육 수준과 경제력을 지녔다. 러시아 제국에서는 이들에게 기독교로 개종하면 많은 혜택을 주겠다고 약속했으나 무슬림 국가들과의 교역에서 많은 이익을 보고 있던 이들은 기독교 개종을 거부할 수 있었다. 아스트라한의 타타르족들도 카잔 칸국의 타타르족들과 동화하며 볼가 타타르족을 이루게 되었다.
반면 카잔 칸국의 보병으로 복무했던 추바시인과 마리인들은 가난한 농노로 전락했으며 이후 정교회로 개종하게 되었다. 모르드바인들도 보병으로 복무했지만, 이들은 러시아의 카잔 지배에 호의적이었기 때문에 처우가 비교적 나았다. 카잔 칸국의 지배를 받던 여러 민족들이 러시아에 흡수되면서 루스 차르국은 북카프카스와 카바르다 지역으로 확장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