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이드 컴리
1. 개요
영국 웨일스의 정당. Plaid Cymru라는 이름 자체가 '웨일스 당'이라는 뜻이다. 이 당은 웨일스가 유럽연합에 속한 독립된 공화국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웨일스 민족주의, 좌파, 사회민주주의 성향으로 간주된다. 스코틀랜드 국민당(SNP)의 웨일스 버전이라고 보면 되며 실제로도 두 당의 관계가 매우 돈독하다. 다만 SNP는 스코틀랜드가 독립 후에 공화국이 돼야 한다는 당론을 채택하고 있지는 않기 때문에[6] 웨일스 공화국을 주장하는 플라이드 컴리와 다소 차이가 있기는 하다.
상징색은 녹색이라 역시 녹색 계열의 색상을 쓰는 영국 내 녹색당계 정당들(잉글랜드 웨일스 녹색당, 스코틀랜드 녹색당, 북아일랜드 녹색당)과 비슷하다. 하지만 녹색당계 정당들은 연한 계통의 녹색을 쓰고, 플라이드 컴리는 짙은 녹색을 쓰기 때문에 서로 구분할 수 있다.
2. 역사
1925년 웨일스 국민당(Plaid Genedlaethol Cymru / National Party of Wales)으로서 창당되어 역사는 오래되었지만 SNP처럼 오랫동안 약간의 하원 의석만 확보한 군소 정당에 불과했다.
그러다가 노동당의 토니 블레어가 집권해 스코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7] 자치의회를 1999년에 설치하게 되면서 사정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스코틀랜드와 웨일스의 자치의회는 현지의 불만을 달래면서 노동당이 영국 정부의 정권을 잃어도 계속 해먹을 수 있는(...) 조직을 설치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성격이 짙다. 실제로 당시만 해도 스코틀랜드는 노동당의 강력한 텃밭이었고 웨일스는 예나 지금이나 노동당이 유리하기 때문에 정략적 계산도 없었다고 하긴 힘들다.
아무튼 웨일스만의 의회가 생기면서 웨일스에서만 활동하는 플라이드 컴리는 듣보잡 상태는 면해서 이전보다는 득표율과 인지도를 높일 수 있게 되었다. 첫 자치의회 선거에서부터 플라이드 컴리는 노동당에 이어 제2당이 되었다. 그리고 2007년에는 아예 2011년까지는 노동당 주도의 내각에 참여해 연립정부를 구성하기도 했다. 드디어 제1당은 아니어도 여당 노릇을 해본 것. 이 당시 노동당-플라이드 컴리 연립 내각의 명칭은 '하나의 웨일스'(One Wales / Cymru'n Un)였다. 자치정부의 총리(First Minister)는 웨일스 노동당(영국 노동당의 웨일스 지부)의 당수였던 로드리 모건(Rhodri Morgan)이 2009년 말까지 맡았다가 카윈 존스(Carwyn Jones)로 교체되었고, 부총리(deputy First Minister)는 플라이드 컴리의 당시 당수였던 유안 윈 존스(Ieuan Wyn Jones)가 맡았다. 하지만 2011년 자치의회 선거에서 노동당이 절반의 의석(전체의석 60석 중 30석)을 확보하면서 노동당만의 단독 정부가 구성됐다. 당시 플라이드 컴리는 야당으로 돌아갔을 뿐만 아니라 근소하게 보수당에 밀려 3당이 되었다.
제56회 영국 총선을 앞두고 영국의 정당 구조가 바뀌기 시작한 것을 방송국들이 반영하면서 플라이드 컴리도 그레이트브리튼[8] 의 주요 정당(?) 중 하나로 취급돼 당수인 리앤 우드(Leanne Wood)가 TV 토론회에 참석하게 되었다. ITV 주최 토론회에서는 보수당, 노동당, 자민당, 영국독립당(UKIP), SNP, 플라이드 컴리, 잉글랜드·웨일스 녹색당의 당수가 참여했고, BBC 주최 야당 토론회에서는 연립 여당이었던 보수당과 자민당을 뺀 나머지 다섯 정당의 당수가 참여했다. 다만 플라이드 컴리는 다른 정당들과의 형평성 문제로 끼워준 것에 가깝다. 2015년 총선 직전 SNP가 스코틀랜드 제1당이 될 것이라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지만 2010년엔 불과 6석만 당선시킨 상태였다. 그리고 녹색당은 1석, UKIP은 2석[9] 만 지니고 있었다. 따라서 3석을 지닌 플라이드 컴리도 형평성 차원에서 낀 것으로 보인다. 플라이드 컴리는 2015년 총선 결과 2010년 총선 때와 동일하게 딱 3석(웨일스에 할당된 하원 의석은 모두 40석이다) 당선시켰다.
스코틀랜드의 SNP와 달리 플라이드 컴리는 크게 뜨지는 못하고 있다. 일단 웨일스 자체가 독립을 지지하는 비율이 얼마 전까지 10%도 채 되지 않다가 2020년대 들어서야 20%를 겨우 넘기기 시작한 것과도 관련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웨일스는 굉장히 오래 전에 잉글랜드에 합병됐던 역사가 있어서 잉글랜드에 더 많이 동화된 경향도 있고. 그래도 웨일스 자치의회 선거에서는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 유권자들 중 일부도 플라이드 컴리에 표를 주기 때문에 독립 지지율 저조와 별개로 현지의 주요 정당 중 하나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전국 단위 선거에서도 웨일스 내에서는 꾸준히 10% 정도의 고정 지지율을 받고 있고, 웨일스 서부에서는 꾸준히 당선자를 내고 있다.
2019년 2월 현재 웨일스 자치의회 의장(Presiding Officer)이 플라이드 컴리 소속 여성 의원인 엘린 존스(Elin Jones)이다.
3. 다른 정당과의 관계
SNP와 영국 내 녹색당계 정당들과 대체로 우호적이다. 실제로 2015년 총선 전 BBC 주최 야5당(노동당, 영국독립당, SNP, 플라이드 컴리, 잉글랜드·웨일스 녹색당) 당수 토론회가 끝난 뒤 SNP 당수 니콜라 스터전(Nicola Sturgeon), 플라이드 컴리 당수 리앤 우드, 잉글랜드·웨일스 녹색당 당수 나탈리 베넷(Natalie Bennett)이 서로 정답게 포옹하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하필 당수들이 전부 여성이다).[10]
플라이드 컴리는 유럽 정당[11] 인 유럽자유동맹(EFA)의 정회원이다. EFA는 유럽 각국 안에서 소수 민족 집단의 독립이나 고도의 자치권을 추구하는 정당들이 가입돼 있는데 대부분 좌파 정당(간혹 우파도 있음)이 많다. 영국 내에서는 플라이드 컴리 외에도 SNP, 메뵨 케르노우(Mebyon Kernow: 콘월 자치[12] 주장)이 EFA의 정회원이고, 요크셔당(Yorkshire Party[13] : 요크셔 자치[14] 주장)은 EFA의 옵저버로 돼 있다.
유럽의회에서는 EFA 회원 정당 다수(일부는 제외)와 유럽녹색당(유럽 각국의 녹색당계 정당들을 회원으로 거느린 유럽 정당)을 묶어 만든 녹색당·유럽자유동맹 그룹(Greens/EFA)이라는 교섭단체에 속해 있다.
여담으로 2016년에는 플라이드 컴리의 친EU 노선과 차별화를 두어 EU 탈퇴와 웨일스의 독립을 모두 지지하는 군소정당도 생겼다. Cymru Sovereign(또는 Cymru Sofren, Sovereign Wales)이라는 정당이다. 하지만 플라이드 컴리에 비하면 인지도와 지지율이 굉장히 낮다.
[1] 정식 명칭이다. 웨일스어와 영어 명칭을 나란히 표기한 것이다. 영국 선거관리위원회에도 이 이름으로 등록돼 있다.[2] 영어에서도 거의 웨일스어 명칭인 Plaid Cymru로 적지 영어 부기(附記) 명칭인 Party of Wales를 쓰는 경우는 드물다. Plaid Cymru와 Party of Wales 모두 '웨일스당'이라는 뜻이다. 웨일스어 남부 방언 발음으로 [plaɪd ˈkəmrɪ\](플라이드 컴리), 북부 방언 발음으로 [plaɪd ˈkəmrɨ̞\](플라이드 컴르), 영어화된 발음으로 [ˌplaɪd ˈkʌmɹi\](플라이드 컴리)라고 읽힌다. 웨일스어 북부 방언에서는 남부 방언에서 소실된 /ɨ̞/ 모음이 보존돼 있고 모음 체계상 이쪽이 보수적인 발음 체계이다. 실제로 웨일스는 방언 뿐만 아니라 문화적으로도 현대 수도 카디프가 있는 남부보다는 북부가 옛 모습을 더 잘 간직하고 있다. 웨일스어 남부 방언에서는 /ɨ̞/ 모음이 소실되어 /ɪ/로 병합되었다.[3] 앞 주석에서 설명했듯이 일반적으로는 영어에서도 웨일스어 당명만 쓴다. 영어 당명은 번역된 당명이 꼭 필요한 경우에 한해 사용한다.[4] 한국어 위키백과에서는 과거에 '웨일스 정당'이라는 표제로 문서를 작성했다가 현재는 '웨일스당'으로 바꿨다. 사실 정당의 이름에 '정당'이 들어가는 경우는 한국의 개혁국민정당, 바른정당 등 소수의 사례에 불과하니 '웨일스 정당'은 굉장히 어색한 번역이었다고 볼 수 있다. '웨일스 정당'이라고 하면 특정 정당의 이름이라기보다 웨일스에 존재하는 정당들을 일괄해서 부르는 명칭에 가깝기도 하고. [5] 웨일스 지역구 의석으로만 한정하면 총 40석.[6] 그래서 2014년 스코틀랜드 분리독립 투표 당시에도 SNP가 집권한 자치정부에서 엘리자베스 2세가 여전히 스코틀랜드의 여왕으로 남을 것이라고 공약했다. 스코틀랜드 내에 아직도 왕실을 지지하는 여론을 고려한 선택. 물론 독립 후에 스코틀랜드 공화국으로 이행하길 바라는 당원들도 있긴 있다.[7] 북아일랜드는 원래 1920년부터 자치의회(Parliament of Northern Ireland)가 있었으나 1970년대에 폐지되었다. 토니 블레어는 북아일랜드 평화 협상을 성사하면서(벨파스트 협정) 그 일환으로 내부 구조와 명칭을 바꾼 자치의회(Northern Ireland Assembly)를 설치하게 한다.[8] 북아일랜드는 유력 정당들이 다르기 때문에, 북아일랜드 정당들은 지방 방송에서 개최하는 자체 토론회에만 초대됐다. 그런데 그레이트브리튼의 TV 토론회에 소수 의석만 보유하고 특정 지역에만 후보를 내는 정당들이 대거 끼게 되면서 북아일랜드의 정당들이 문제를 제기하며 자기 당도 그 토론회에 끼워 달라고 요구하였다. 하지만 그렇게 했을 경우 토론회에 등장하는 정당이 15개 안팎이 됐을 것이라 밀도 있는 토론 진행이 어려워졌을 것이고 시청자들도 혼란스러워 했을 것이니 방송사들로서는 어쩔 수 없었다.[9] 본래 2010년 총선에서 보수당 소속으로 당선됐으나 2014년에 UKIP으로 당적을 바꿨다.[10] 노동당 당수였던 에드 밀리밴드는 이 장면을 어색하게 쳐다보고 있다가(...) 같이 악수를 했다. 한편 이 토론회에서 혼자 우파였던 영국독립당의 나이젤 패라지는 그냥 왕따당했고(...) 본인도 다른 당 당수들이 인사를 하든 말든 물컵을 들이키고 토론 자료들을 훑었다.[11] 전(全)유럽 단위에서 활동하는 정당. 대부분 유럽 각국에 있는 성향 비슷한 정당들을 한데 엮은 형태로 구성하는 경우가 많다.[12] 콘월은 잉글랜드의 일부로 돼 있지만 잉글랜드와 구분되는 독자적인 민족 정체성이 있는 지역이다. 메뵨 케르노우("콘월의 아들들"이라는 뜻)는 콘월을 웨일스와 비슷하게 고도의 자치권을 부여하는 것을 주장하는 정당이다. 다만 영국(연합왕국)에서의 독립을 추구하진 않는다.[13] 구 Yorkshire First. 아마 극우 정당 Britain First의 부정적 이미지가 덧씌워지는 걸 막기 위해 당명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14] 요크셔 지방은 잉글랜드의 전통 행정구역(현재는 실제 행정에서 사용 안 함) 중 가장 큰 지역으로 강한 지역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지역이다. 요크셔 퍼스트는 잉글랜드가 너무 크므로 여러 지방들에 행정적으로 스코틀랜드급의 자치권을 이양하는 방안을 지지하는데, 당연히 당명처럼 요크셔 지방의 자치권 획득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물론 요크셔는 독자적인 민족 정체성이 있지 않고 지역 정체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잉글랜드에서 독립된 개체로 취급되거나 더 나아가 영국에서 독립하는 걸 주장하고 있진 않다. 행정적으로나 스코틀랜드와 맞먹는 권한을 달리는 것일 뿐.